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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기묘한 날씨> 저자 로런 레드니스 인터뷰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날씨에서 영감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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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기묘한 날씨』의 ‘안개’장에 등장하는 캐나다의 뉴펀들랜드 섬에는 6대째 대대로 등대지기를 하는 가문이 있습니다. 그 등대지기를 직접 만나기 위해 섬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2017.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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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MacArthur Foundation

 

『아주, 기묘한 날씨』는 우리에게 친숙한 주제인 날씨를 새롭게 경험하게 하는 일러스트 에세이다. 과학, 문학, 역사, 정치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날씨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베트남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인공 강우를 개발한 미국의 물리학자, 쿠바에서 플로리다까지 바다를 헤엄쳐 건넌 예순 살 여성, 벼락을 맞고도 살아난 사람들 등 독특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도 담아냈다. 그런가 하면 100여 년 전 활동한 탐험가의 극지방 탐험기와 19세기의 신문 기사를 소개하기도 하는 등 신비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동판과 폴리머판을 활용해 그린 일러스트는 기묘한 날씨 이야기에 더욱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언어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독특한 기상 현상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하는 이 책은 <뉴욕타임스>, <보그>, <엘르> 등 유력한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엘르>에서는 “새로운 서사를 창조했다”는 호평을 내놓았다.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가르치는 저자 로런 레드니스는 개성 넘치는 작품 세계를 인정받아, 이른바 ‘천재들의 상(genius grant)’으로 불리는 맥아더펠로우상을 수상했다. 전작 『세기의 소녀』에서는 유명 브로드웨이 쇼 ‘지그펠드 폴리스’에 출연한 마지막 코러스걸 도리스 이턴 트래비스의 이야기를 다루고, 『방사성』에서는 과학자 퀴리 부부의 삶을 주제로 하는 등 관심 분야도 광범위하다. 매혹적인 그림과 기상천외한 이야기들로 과학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탁월한 감각을 선보인 그는 자신의 작품을 글과 그림이 결합한 ‘비주얼 논픽션’으로 정의한다. 레드니스는 독자들에게 글과 그림을, 이성적인 것과 감성적인 것을 구분 짓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한다.

 

책을 쓸 때 어떻게 주제를 선정하는지, 무엇에 영감을 얻는지 궁금합니다. ‘날씨’라는 주제에 착안하여 이 책을 쓴 계기는 무엇입니까?

 

저는 지금 뉴욕에서 살고 있어요. 이 도시를 사랑하지만, 한편으론 자연을 갈망하기도 하죠. 인공 불빛이 없고 자연 그대로의 어둠을 느낄 수 있는 밤, 들판과 강, 산 같은 것들이 그리워요. 그러나 도시를 항상 에워싸고 있는 자연의 힘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게 바로 날씨예요. 우리는 도시에서도 매일 끝없이 이어지는 구름의 행진을 볼 수 있습니다. 더위나 차가운 눈, 안개, 무지개도 보고 느낄 수 있죠.

 

날씨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그 힘은 어마어마합니다. 날씨는 역사적 사건과 종교, 전쟁, 경제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해왔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기도 하죠. 날씨의 그런 점이 저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주, 기묘한 날씨』에서 제가 매료된 날씨의 힘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제게 놀라움을 안기는 주제를 좋아합니다. 또한, 그 주제가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도 중요합니다. 그래야 수년 동안 그 주제를 연구할 수 있어요. 저는 윤리적 논쟁거리에도 관심이 많아서 여러 주제들과 사건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검토하려고 합니다. 글과 그림은 조화를 이루어 주제가 지닌 의미를 최대한 풍부하게 만들어야 하며, 저는 그러한 작업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저는 책을 쓰게 되면 그 주제에 대해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그것은 심미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표현 방식에 대한 문제이거나, 색채에 대한 것일 수도, 아니면 주제 자체에 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빠져 있는 요소들은 작품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씨앗이 됩니다.

 

책의 구성 방식이 아주 독특한 것 같습니다. 과학, 경제, 문학, 역사 등 분야를 가라지 않는 이야기에 일러스트가 결합하여 단순한 일러스트 북이나 과학 도서라고 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장르처럼 느껴집니다. 작가로서 본인만의 가장 큰 개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저를 간단명료하면서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아티스트(artist)’라고 생각합니다. 제 작품엔 글과 그림이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저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기를 꿈꿔왔지만, 그림에서도 언제나 많은 영감을 얻어왔어요. 사람들에겐 특정 분야나 장르를 구분 짓는 보편적인 기준이 있는데, 그런 구분들이 그리 유용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장르를 함께 엮어낸다면 같은 것도 다르게 보고 생각하게 하는, 더 많은 것을 배우게 하는 틀이 되어줍니다.

 

저는 독자들에게 아주 새롭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를 좋아합니다. 익숙한 것도 새롭게 느끼게 하는 이야기를 좋아해요. 역사와 과학이 혼재되어 있다든지, 우화적이고 비유적인 요소들이 가득하다든지 하는, 다양한 층위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저는 레이아웃, 서체, 글자와 단어들의 위치와 같은 디자인적인 요소들도 독자들을 글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는 데 색다른 영향을 주기를 바랍니다. 자간과 행간은 독자들을 글을 읽는 속도를 달라지게 하고, 특정 의미를 강조할 수도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면, 대문자로만 된 영어 문장을 읽는다고 생각해보세요. 혹은 아주 작은 글자를 읽는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러나 이런 제 의도가 눈에 띄기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디자인적 요소들이 글 속에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독자들이 책을 읽을 때 그들의 잠재의식에만 존재하면 좋겠어요.

 

이 책은 매우 방대한 자료 조사를 거쳐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추위’장 서두에서 인용하는 스테파운손의 탐험기는 1921년에 출간된 책이더군요. 책에서 인용된 신문 기사는 19세기에 보도된 것도 있습니다. 이렇게 아주 오래된 책이나 신문 기사도 찾아내어 인용한 것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3년 반 정도의 작업 기간을 거쳤어요. 작품을 준비하면서 자료 조사를 할 때 무척 즐거워요. 저는 잘 알려지지 않은 도서관이나 기록 보관소까지 구석구석 돌아다녀요. 아주 오랜 시간을 이렇게 자료를 조사하고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데 씁니다. 그때마다 제 작업실은 보물창고가 되는 것 같아요. 글과 책, 사람들을 하나하나 접하다 보면 또 다른 글과 책, 사람들과 이어집니다.


『아주, 기묘한 날씨』의 ‘안개’장에 등장하는 캐나다의 뉴펀들랜드 섬에는 6대째 대대로 등대지기를 하는 가문이 있습니다. 그 등대지기를 직접 만나기 위해 섬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자료조사를 위해 한 여행 중 최고였어요. 등대지기 게리 캔트웰 씨는 친절하고 사려 깊고, 마법처럼 멋진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뉴펀들랜드는 너무도 매혹적인 곳이었어요. 안개가 바다를 덮으면 구름에 둘러싸이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등대의 나지막한 고동소리를 들을 수 있고 바닷내음과 꽃향기도 맡을 수 있지만, 눈앞에는 아무것도 전혀 보이지 않아요.

 

동판과 폴리머판을 활용한 일러스트가 매우 몽환적이고 아름답습니다. '하늘' 장은 그림만으로도 다양한 얼굴의 하늘을 감상할 수 있게 합니다. 일러스트에서 본인만의 개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또한, 주로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는 것을 즐기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몇 년간 오직 눈앞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만을 그려왔어요. 사진 같은 2차원적 자료에 있는 사물은 그림으로 옮기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때는 마치 보도사진가가 되는 것 같아요. 스케치북이 카메라가 되는 거예요. 제 주위의 실제 풍경과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굉장히 빠르게, 주저 없이 스케치해야 하죠. 제 작품을 특별하게 하는 요소는 이러한 노력과 연습에서 나오고 작품의 질도 높여준다고 믿습니다.

 

가족들(남편과 두 아이)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헌사가 있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일과 가정의 양립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위해 주로 어떻게 시간을 할애하여 작업하나요?

 

워킹맘의 삶이란 정말 어려워요! 모든 워킹맘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일을 하면서 가정을 돌보기가 무척 어렵지만 늘 접점을 찾으려 노력해요. 남편과 저는 함께 하루 일과를 계획합니다. 남편도 작가거든요. 우리는 하루에 많은 시간 일을 하면서도 아이들과 최대한 많이 함께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과 제가 만든 작품을 함께 감상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리고 아이들은 언제나 새로운 영감을 줍니다. 고백하건대, 우리 큰아들은 제가 책을 쓰고 일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이 책을 보면 날씨가 인류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쳐 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거나 영감을 얻었던 날씨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을 정도예요. 한 가지 특별한 기억이 있는데, 그때의 날씨는 너무도 아름다워서 이 세상 것이 아닌 것 같았어요. 10대 시절, 열린 창문 앞에서 따뜻한 산들바람을 맞던 순간을 앞으로도 영원히 잊지 못할 거예요. 너무도 매혹적인 바람이었어요. 짧은 순간이었고 누군가에게는 그리 강렬한 경험이 아닐 수 있겠지만, 여전히 제 곁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한 기억이에요. 날씨에 관한 이야기에 이끌리는 사람들은 실제로도 날씨에 관한 특별한 경험을 한 경우가 많아요. 트라우마가 될 정도로 강렬한 일을 겪기도 하죠. 토네이도나 허리케인 같은 것이요. 우리 어머니는 어릴 적 마을을 파괴한 엄청난 허리케인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그때 나이가 네 살이었는데도요.

 

새롭게 준비하는 작품은 어떤 주제에 관한 것인가요? 향후 작품 계획이 궁금합니다.

 

미국 남서부 지역의 신화와 사람들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광물과 광부 이야기, 산꼭대기, 그리고 지구 밖 우주 공간까지 아우르는 이야기가 될 거예요. 한국 독자들에 관한 소식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나와 다른 시각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늘 배웁니다. 이 책에 관한 독자들의 감상은 무엇이든지 소중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제자들이 많이 있는데, 언젠가 저도 한국에 직접 방문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아주, 기묘한 날씨로런 레드니스 저 / 김소정 역 | 푸른지식
날씨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일러스트와 함께 펼쳐지는 그래픽 북.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신비로운 기후 현상의 원리부터 자연재해, 날씨를 이용한 정치적 선전과 영리 활동, 기후 현상을 설명하는 옛 신화부터 아름다운 자연을 예찬한 문학 작품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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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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