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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이 책을] 그림만 봐도 좋을 책
『탈출』, 『쉬는 시간에 똥 싸기 싫어』
무턱대고 책을 고르진 않아요. 좋은 책만 소개하지요. 8월에 독자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은 책은 『탈출』과 『쉬는 시간에 똥 싸기 싫어』입니다. (2017.07.28)
지혜 : 앗! 탄내나는 하루입니다~
의정 : 옆 팀(마케팅)의 컴퓨터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지혜 : 제가 목격한 바로는 디자이너 분의 컴퓨터 본체에 불이 났습니다. 진짜 불꽃이요! 아아아.막 카드뉴스 디자인을 논의하던 참이었는데. 이게 설마 불 냄새? 으헉. 놀랐습니다. 용감한 마케팅팀 사원이 입으로 불을 껐다는 속보를 알려 드립니다!
의정 : 불이 나도 일하는 평일 오후입니다. 정말 도망치고 싶네요 후후~
지혜 : 그래도 의정 님은 마감 다 치시지 않았나요? 전 하나 남았습니다. ㅠ.ㅜ 끝까지 항상 마지막에 붙들고 있는 원고 하나, 커버 스토리. 징징징. 울고 싶은 금요일. 어쩌다 이번 주에는 이렇게 일이 많았을까요? 결국 8월호 마감 날에 <왜 너는 이 책을?>을 진행하게 되다니요!
의정 :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마감!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마감! 그래서 달리는 소년이 나오는 책을 골랐나 봐요. 도망치고 싶어서. 제 책 제목은 『탈출』입니다.
지혜 :. 아까 '도망치고 싶네요'라고 인사를 하신 이유가 있었군요?
의정 : 사실 모든 것은 계획대로?! 아뇨 그건 그냥 정말 도망치고 싶어서...ㅋㅋㅋ 제목이 강렬하지 않나요? 그림도 아주 강렬한 책이에요. 동화라고 슬렁슬렁 펼쳐 들었다가 다시 제대로 봤지 뭐예요.
지혜 : 오오오! 그렇군요. 제가 지금 '탈출'을 예스24 사이트에서 열심히 검색했는데, 한 번에 안 나오네요. 흑흑. 책 소개 좀 자세히 부탁 드려요.
의정 : 어느 날 이상한 병이 도는 바람에 고향에서 도망쳐 세계 곳곳을 다니는 소년의 이야기예요. 어두운 이야기에 비해 그림이 이국적이면서도 예뻐서 한참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지혜 님의 책은 무엇인가요?
지혜 : 김개미 시인의 동시집 『쉬는 시간에 똥 싸기 싫어』입니다! 제목 넘 좋지 않아요?
의정 : 귀여워요 ㅋㅋㅋ 친구들이 놀려서 싫은 걸까요?
지혜 : 똥을 싸면 놀리나요? ㅋㅋ 아 그러면 안 되는데. 쾌변은 진정 소중한 것인데. 하지만 똥 싸는 소리를 친구들이 들으면 좀 창피하긴 하죠. 전세계 아이들이 '똥' 이야기를 엄청 좋아하는 건 의정 님도 잘 아시죠? 그러니, 우선 제목이 된 시를 소개해드릴게요. 책에는 17쪽에 실렸어요.
쉬는 시간에 똥 싸기 싫어
누가 내 똥 냄새를 맡는 것도 싫고
똥 싸는 소리를 듣는 것도 싫어.
누가 똥 싸냐고 떠드는 소리는 더 싫어.
문밖에 아이들이 줄을 서 있으면
나오던 똥도 도로 쏙 들어가.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혼자 똥 싸는 게 좋아.
수업 시간에 똥 싸는 게 좋아.
눈치 안 보고
마음껏 똥 싸는 게 좋아.
지혜 : 어린이 독자들의 리뷰를 찾아봤는데요. 다들 책을 잡으면 이 시를 먼저 읽어본다고 하네요. ㅋㅋㅋ 저도 그랬냐고요? 그러진 않았어요.
의정 : ㅋㅋㅋ 똥은 혼자 싸야 합니다. 집중이 필요한 일이에요. 옆에서 부스럭거리면 눈치도 보이고 참. 아이들이기 때문에 솔직하게 똥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시인 이름이 남다르네요?
지혜 : 김개미 시인입니다. 좋아하시죠?
의정 : 어어... 사실 처음 들어 봐요. 개미는 좋아하긴 하지만.
지혜 : 왠지 아이들이 좋아할 이름이 아닙니까? 동시를 꼭 써야만 할 것 같은 시인님의 이름!
의정 : 오, 찾아보니 동시만 쓰시는 분이 아니군요.
지혜 : 네. 올해 2월, 문학동네에서 시집이 나오기도 했죠. 시인님은 등단 초기, 본명을 사용하시다가 10년 전쯤부터 김개미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세요. 동시집 표지를 보면, 개미가 한 마리 기어 다닙니다. 개미가 너무 귀여워서 한창 열심히 쳐다봤다는 후문이~ 그럼 이제 슬슬 의정 님 책 좀 소개해주시겠어요?
의정 : 자자, 집중하시고요! 아까 소개했던 소년은 온갖 도시를 지나칩니다. 하지만 어디서도 소년과 소년의 아빠, 소년이 키우는 개 ‘알란’을 받아주지 않죠. 처음에는 무슨 내용인지 헷갈렸던 이야기가 마지막에 '피난민 수용소'에 가면서 퍼즐이 맞춰집니다. 사실 소년은 난민이었던 거죠. 읽으면서 해변에 떠내려 온 시리아 소년이 생각나기도 하고, 안타까우면서도 그림은 아름답고, 이제까지 난민에 관해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하고... 생각이 많아지는 책입니다.
지혜 : 책 정보를 찾아보니, 저자가 슬로바키아 출신이군요. 개들과 함께 아픈 사람들을 돕는 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네요. 최고 어린이책에 주는 바비아나상도 수상했고요. 근데 그림도 참 좋네요.
의정 : 색감도 그렇고 그림의 질감도 독특해요. 저자와 마찬가지로 슬로바키아 출신인 일러스트레이터가 리놀륨 판화, 수채화, 유화 등 다양한 기법을 썼어요. 감히 추천하자면 지혜 님의 책장에 꽂힐 만한 책입니다. ㅋㅋㅋ
지혜 : 오홋! 『쉬는 시간에 똥 싸기 싫어』도 장정이 멋집니다. 동시집이지만 그림책 같은 느낌도 있고요. 양장본인데 내지 종이가 꽤 두꺼워요. 아이들이 오래오래 자주자주 꺼내볼 책일 거라고 생각했나 봐요. 그런데 가격도 안 비싸요. 11,000원! 예스24에서는 10,450원! 『월간 채널예스』 독자들 중에 부모들이 얼마나 계실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 선물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우리 아빠 은근 센스 있는데~" 생각할 게 분명해요! 백퍼 장담!
의정 : 인정합니다! ㅋㅋ 제 책은 오히려 어른들이 한 번쯤 읽었으면 좋겠어요.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그림을 소장한다는 면에서 강추합니다. 가격은... 쳇 졌네요. 정가는 12,000원이고 예스24에서는 10,800원입니다. 국제 뉴스를 보면서 아이와 같이 읽는다면 더욱 좋겠죠? 흠흠~
지혜 : ㅋㅋㅋㅋㅋ 지셨습니다...!! 그럼 주 독자층은 고학년인가요? 저학년인가요?
의정 : 대략 3, 4학년 정도면 무난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빠른 친구들은 1, 2학년에도 읽을 수 있을 거예요. 지혜 님 책은요?
지혜 : 아무래도 초등학생이겠지요? 저학년, 고학년부터 성인까지 모두 소화 가능합니다. 그나저나 김개미 시인님이 올해 2월에 낸 시집의 제목 아시나요? (부디 모르길! 제가 알려 드리고 싶어요)
의정 : 모릅니다! 알려주세요! 궁금쓰~
지혜 : 『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 넘 좋지 않나요? 시집이 나왔을 때, 이 제목을 듣고 심쿵했어요!
의정 : 팔베개도 해줄 것 같은 애인이네요. ㅠㅜ 아니면 혹시 불면증......? (감동에 초를 친다)
지혜 : 흐흐흐. <문학동네> 시인선이 시 제목을 예술로 뽑는 걸로 유명한데요. 이 시집의 제목은 시 속 구절입니다. 김개미 시인님의 시, 동시와는 아주 달라요. 그래서 매력이 굉장하죠.
의정 : 궁금하게 만드시는군여ㅠㅜ 이것이 말로만 듣던 1타2피.
지혜 : ㅋㅋ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또 하나 백미가 있는데 바로 멋진 삽화입니다. 최미란 작가님이 그림을 그려주셨는데요. 시랑 너무 잘 어울리는 귀엽고 위트 넘치는 그림을 그려주셨어요. 그림만 봐도 좋을 책이니 유아들이 읽어도 됩니다. 그나저나 『탈출』의 백미는 뭐죠?
의정 : 기다리던 백미! 다 좋지만, ‘커다란 도장의 왕국’에 간 소년이 맞닥뜨린 장면을 소개하고 싶어요.
수많은 사람이 오갔지만, 내게 관심을 보이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둥그런 도장이 있었다. 말을 걸기만 하면 똑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허가서, 증명서, 추천서, 초청장 같은 온갖 서류들을 보여 달라는 것이었다. - 『탈출』, 52~53쪽
지혜 : 심오한 글이군요.
의정 : 아, 정말 난민에게는 증명서 한 장으로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데,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지혜 : 그렇죠. 저는 또 한 편의 시를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제목은 「개밥을?」입니다.
손가락으로 꾹 찍어 맛을 본다.
과자도 안 먹는 할아버지가
펄펄 끓인 개밥을.
지혜 : 시 옆 쪽의 그림을 보면 할아버지가 눈을 감고 손가락 하나를 입에 넣고 계세요. 한 손에는 귀여운 개를 앉고서. 시를 읽고 그림을 딱 보는데, 넘 좋더라고요.
의정 : 개한테 너무 짤까 봐 맛을 본 건가요?
지혜 : ㅋㅋ 역시 의정 님의 상상력은 쵝오!
의정 : 반려동물에게 염분이 그렇게 안 좋다면서요. 오늘따라 진지 수치가 하늘을 찌르네요 흠흠, 얼른 재미 수치랑 드립 수치를 원래대로 돌려놔야겠어요.
지혜 : 근데 저 백미 또 있어요. 이안 시인님이 이 동시집의 해설을 써주셨거든요? 장장 7쪽에 걸쳐서. 김개미 시인의 시론을 아이들 시각에서 풀어 적어주셨어요. 이 글만 읽어도 어찌나 재밌는지, 시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이 글을 읽으면, 시를 더 쓰고 싶을 것 같아요. 우리 어릴 때, 방학숙제로 내준 일기가 밀리면 동시를 짓곤 했잖아요. 전 맨날 1주일에 하나씩 동시를 썼거든요 물론 시라고 보기 꽤 힘든. ㅎㅎㅎ 이 해설을 읽으니까 갑자기 막 동시가 쓰고 싶은 거예요. '동시' 숙제에 질린 어린이 독자에게도 강추합니닷!
의정 :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독자님들 이 정도면 장바구니 담을 만하죠 그쵸. 저도 딱 하나 더 소개하고 싶은 문구가 있는데.... 이제 더 없으시죠?ㅋㅋ
지혜 : ㅋㅋㅋ 더 많지만 우선 양보해볼게요.
나는 한곳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광경을 처음 보았다. 온 나라에서 모인 피난민들이었다. (중략) 이들이 해야 하는,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었다. 평화가 오기를, 가족과 만나기를,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이었다.
- 『탈출』 72~75쪽
의정 : 평화가 오기를, 가족과 만나기를,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이렇게 진지 지수를 100까지 채우고-,-; 그나저나 『월간 채널예스』 좋아하시는 독자 분이라면, 이번 호를 받고 깜짝 놀라셨을 것 같아요!
지혜 : 부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여러 모로 우여곡절이 많았잖아요. 『월간 채널예스』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깜놀 했던 것이 엊그제는 아닌 것 같지만, 벌써 2년이 지났네요. 첫 표지 모델은 최규석 만화가! 두 번째 표지는 김중혁 작가였죠. (김중혁 작가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표지 사진은 정말 죄송했어요. ㅠ.ㅜ 잡지 리뷰도 해주셨는데, 아아아. 개편호 리뷰 좀 해주시겠습니까? 그러니까 저희 메일 주소는 chyes@yes24.com)
의정 : ㅎㅎㅎ 작가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디자인이 확 바뀐 만큼 더 신선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귀, 귀엽게 봐주세요 독자 님들.
지혜 : 판형이 바뀌면서 <왜 너는 이 책을?>은 2쪽이 더 늘어났어요. 그러니까 저희가 더 재밌게 책을 소개해야 한단 말이죠. 네네? 의정님? 할 수 있으십니까?
의정 : 아하하하하하... 제가 김양수 만화가를 좋아하는데, 매번 소재가 떨어질 때마다 이렇게 생각한다더군요. '어떻게 하지, 바지에 똥이라도 싸야 하나?'
지혜 : ㅋㅋㅋ 저도 김양수 작가 꽤 오랜 팬입니다만. <생활의 참견>을 참 좋아했는데…음.. 잡지<PAPER>도 좋아했고. (-> 딴소리 작렬, 마감 후유증)
의정 : 하지만 저희 코너는 생활 만화가 아니니까, 그래 봤자 재미는 없겠죠ㅠㅜ 다음 달에는 조금 더 찰진 드립 채워가지고 오겠습니다. 다음 달에도 만나... 주실 거죠?
지혜 :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똥 이야기를 의정 님께서 먼저 해주시고, 이번 달은 제 책 몰아주기인가요? 그런 가요? ^^ 오늘은 뭔가 어수선한 대화였네요. 옆 팀에서 불이 나서 그런가요? 의정 님의 드립도 적어지고. 의정 님! 이번 주말에는 등산을 좀 다녀 오시도록 하세요.
의정 : 어우, 그런 무서운 농담을. 요새 날씨에 등산하면 다음달에 못 찾아 뵐 수도 있어요. 부디 건강하게 만나 주세요! ㅋㅋㅋ
지혜 : 납량특집 농담이었습니다. 독자 여러분! 8월호 후기를 남겨주세요! 저희가 꼼꼼하게 회신 드릴게요. 좋아하는 코너, 실망한 코너, 신설했으면 하는 코너 등 각종 의견 받습니다. ^^ 메일주소는 위에 적었어요! 그럼 9월에 또 만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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