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커버, 누가누가 제일 멋있나?
Best Album Covers 21 2000년대 이후 가요 앨범
뮤지션들은 각자의 음악적 정체성을 사진, 그림, 일러스트 등 다채로운 분야의 아트워크를 활용하여 뽐내곤 한다. (2017.06.23)
'앨범 커버만 봐도 음악의 양질을 알 수 있다!'라는 대중음악계의 오랜 믿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앨범 커버가 실제 음반의 포장지로 쓰이던 LP 시절은 물론이고 뒤를 이은 CD매체, 이제는 커버의 물리적인 기능이 사라진 디지털 음원에 이르기까지. 앨범 커버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사운드 감촉을 형상화하며 음악 감상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뮤지션들은 각자의 음악적 정체성을 사진, 그림, 일러스트 등 다채로운 분야의 아트워크를 활용하여 뽐내곤 한다. 국내에선 한대수의 <멀고 먼 길> (1974)이 그 효시 격. 앨범 커버에 대한 그들의 정성을 찬미하며, 2000년대 이후 매력적인 감상을 선사한 국내 앨범 커버 21선을 소개한다.
서태지 - <Tai Ji> (2000)
서태지는 음반을 내고 활동하면서 음악뿐 아니라 패션, 춤 등 비주얼적인 부분과 전체 콘셉트까지 고려한 최초의 뮤지션이었다. 앨범 아트워크도 예외는 아니다. 데뷔반을 빼고는 앨범의 주제나 심벌을 이미지화했다. 그는 앨범마다 독특한 구성을 추구했는데 재질로 보면 투명한 필름지로 제작된 7집 <Issue>가 압권이다. 아트워크의 내용과 파격적인 면에서는 6집을 단연 꼽을 수 있다. 이 앨범은 특별한 제목이 없기 때문에 <Tai Ji> 혹은 타이틀곡인 <울트라맨이야>로 불린다. 케이스는 강렬한 빨간색으로 (5집은 파란색이었다.) 태양처럼 불타는 이미지가 곡의 수록곡들인 뉴메탈 장르와 잘 어울린다. 디자인은 뮤직 비디오는 물론이고 음반 디자인을 오랫동안 맡아왔던 전상일이 담당했다. 그는 “서태지는 멸균적 클린업을 하는 완벽주의자”라고 표현한 적도 있어 그의 작업 스타일을 짐작케 한다. 한자도 한글도 아닌 '태지체'가 등장하기도 하고, 기하학적인 상징이 많이 쓰는데 이는 신비주의 서태지가 팬에게 보내는 신호이자 선물이기도 하다. (김반야)
델리 스파이스 - <D> (2001)
소속사와의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났던 3집을 뒤로하고, 연료를 채워 다시 비행에 나선 4집의 커버이다. 먼저 엔진 소리('Drrrr!')와 비행기 그림은 팝 아티스트인 로이 릭턴스타인(Roy Lichtenstein)의 <꽝!>을 떠올리게 만든다. 전체적으로 오렌지 계열의 색상을 사용해 활기찬 감정을 전면에 나타냈고, 촘촘한 망점의 사용으로 기계적인 명암 효과를 더했다. 음반의 표지는 먼저 대표곡이자 타이틀 송인 '항상 엔진을 켜둘께'를 정하고 나서야 최종 확정됐다.
경쾌한 브라스 편곡, 새로운 악기의 도입으로 명랑한 매력을 되살린 델리 표 '모던 록'과 난해하지 않고 명쾌하게 다가오는 대중 예술 '팝 아트'는 서로 꽤 닮아있다. 이러한 연결고리는 이들의 음악 세계를 효과적으로, 미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통로가 되어줬다. 둘의 인연은 '아토마우스'로 유명한 이동기 작가와 <聯 '연'>의 앨범 커버에서도 이어진다. (정효범)
김윤아 - <琉璃假面(유리가면)> (2004)
꽤 직설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녹슨 철제 같은 색감의 부채꼴을 등지고, 붉은 드레스를 입은 채 고고하게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이 말이다. 눈가에 내려앉은 맑은 톤의 섀도는 게이샤의 것을 빌린 듯하나, 힘이 서린 눈동자는 분명 누구의 것도 아닌 그 자신이다. 적어도 김윤아에게는 작가와 작품을 동일시하는 게 무리가 아니다.
흥미로운 건 그토록 자의식 강한 작품임에도 사진에서 정면 응시가 부재하다는 것. 포토그래퍼 김우영이 포착한 그는 두 팔의 방향과 시선이 도달하는 지점이 서로 정반대를 이룬다. 그에게는 손끝조차 가면이다. 그러나 결국 그 가면은 '유리'로 만들어졌으니, 외피는 투명해지고 진실을 드러낸다. 그리고는 심홍(深紅)의 이미지와 꼭 어울리는 강렬한 비가가 흘러나오자 마침내 지울 수 없는 인상이 새겨진다. 2004년의 봄, 인간 김윤아의 혼에 내재한 불안, 증오, 절망, 열망, 애상, 그리고 광기의 색은 온통 적갈빛이었다. (홍은솔)
언니네 이발관 - <순간을 믿어요> (2004)
공전의 히트를 남긴 전작 <꿈의 팝송> 이후 자신들에게 규정된 시선에 대한 반발로 만들었다. 전에 없던 강한 에너지와 단순한 가사. 심지어는 영어를 사용하지 않던 특징까지 스스로 깨버리나 잘 주조한 대중 지향적 입맛과 안정적인 곡 만듦새로 폭발적 관심의 연타 홈런을 날린다.
견고함은 커버에서도 드러난다. 결성 초기 함께했던 키보디스트 류한길의 손을 빌려 탄생한 표지는 쓸쓸하고도 영롱한 음악 여정을 무리 없이 표현한다. 2집 <후일담>, 3집 <꿈의 팝송> 역시 그의 작품. 원래 이소라에게 갈 뻔했지만 결국 선점했다는 후문이다. 그만큼의 욕심과 일편의 반발심으로 무장한 앨범. (박수진)
이소라 - <눈썹달> (2004)
독특한 질감의 헝겊에 수 놓인 초승달, 그 옆에 작은 물방울 모양의 별 몇 개. 전체적인 색조는 회색이다. 음악을 듣기 전, 상상의 나래로 들어서는 입구의 모양새 정도 일까. 그 앞에 서서 느끼는 두근거림과 기대감이 한데 어우러져 묘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트랙의 흐름이 '별'에 닿을 즈음 자연스레 커버 이미지가 연상되는데, 이는 앨범의 시작이 소리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뒷받침한다. 전체 이야기를 그대로 축약해 놓은 아트워크는 부드럽게 굽이치는 고유의 무드를 강화한다. 음력 초사흗날 저녁, 서쪽 하늘에 낮게 뜬 눈썹달이 보일 무렵, 어김없이 앨범 수록곡들이 떠오르는 것은 탁월한 이미지 메이킹 덕분이다. 명반이 가진 특유의 매끄러운 내러티브를 뒷받침하는 건 히든 트랙이라 할 수 있는 표지에서부터 시작할지도. (노태양)
넬 - <Healing Process> (2006)
건조하고 음울한 앨범의 감성이 커버를 통해 가감 없이 드러난다. 아트워크를 맡은 이는 일레스트레이터 아이완. 그의 미적 시그니처인 회푸른 색감은 음악 전반의 아득한 형질을 그대로 닮아 있다. 검게 물든 인연의 끈이 두 사람을 연결하고 있지만 그것은 가슴을 꿰뚫는 창이 되어 서로를 죽음으로 내몬다. '관계'는 생사를 쥐락펴락하는 양날의 칼임을 형상화한 셈이다. 이러한 악성 우울을 겪는 이들을 위해 넬이 내세운 전략은 동질감. 김종완이 표출해낸 지독히도 솔직한 절망은 여럿 대중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역설적이게도 '힐링'을 불러일으켰다. (현민형)
검정치마 - <201> (2008)
'디자이너가 사퇴해서 그림판으로 그렸어요'라고 해도 믿을 법한 초기 앨범커버. 해적판 앨범인 양 묘하게 싼 티 나는 것이 B급 감성을 자극한다. 핑크 플로이드의 키치적 해석인가, 싶어 호기심에 음반을 들어보면 이거 완전 물건이다. 좋아해달라며 성의 없이 내지르는 조휴일의 목소리와 정제되지 않은 개러지 사운드, 디스코의 재치까지 즐기고 커버를 다시 보니 검정치마의 음악 세계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가 있을까 싶다. 음반사 문제로 교체된 아트워크에는 검정치마가 없다. 조휴일만 있을 뿐. (정연경)
에픽 하이 - <魂: Map The Soul> (2009)
마이크를 집어 들고자 하는 소년. 세상에 삿됨 없는 목소리를 전하고자 하는 에픽 하이를 상징하고 있다. 기존 소속사인 울림 엔터테인먼트에서 나와 독립 레이블 '맵더소울'을 창립한 그들은 '혼'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북앨범 <魂: Map The Soul>을 발매했다. 음악 안에 오롯이 결집된, 순수를 좇는 열망을 순백색 커버와 어린 아이를 통해 형상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이 의연히 마이크를 들지 못하는 까닭은 여전히 자본주의 원칙 아래 삶을 살아나가는 사회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책 후면, 어른이 된 아이 손에는 서류가방이 들려 있다. (현민형)
다이나믹 듀오 - <Band Of Dynamic Brothers> (2009)
군 입대를 앞둔 힙합 듀오는 안 가면 '죽일 놈'이 되는 그곳을 정면으로 돌파한다. 미국 전쟁물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군대 프라모델을 주로 제작하는 아카데미사 특유의 구식 표지를 패러디한 제목과 커버로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재치 있게 맞이한다. 가장 재미있는 커버 중 하나지만 가장 슬픈 커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택용)
슈프림 팀 - <Supremier> (2010)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B급 영화 <빌과 테드의 엑설런트 어드벤처> 포스터를 패러디한 커버디자인은 당시 수직상승중이었던 '언더그라운드 루키'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다. 디자인 담당자 이기백(a.k.a. SXIVA)은 영화 주인공이 록을 좋아하는 '너드'였듯 사이먼D와 이센스를 홍대 B급 너드로 보고 패러디 모티브를 잡았다. 회화 전공답게 사진이 예쁜, 약간은 화려한 그림으로 빚어졌다.
이기백은 의뢰를 받았을 때 이상하게 언젠가 본 서양야동의 초기 페스티벌 장면도 떠올라 거기 묘사된 가두행진, 풍선과 공룡 등으로 들뜬 분위기를 담아냈다고 밝혔다. 이건 신예 슈프림팀이 인정받기를, 타이틀곡 대로 'Step up'을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뒤에는 빈지노, 도끼, 프라이머리 등이 보인다. 이기백은 'Step up'의 뮤직비디오도 감독했다. 커버만으로 풋풋하나 자신감에 충만했던 슈프림팀의 데뷔시절을 전하는 '리얼' 아트웍이다. (임진모)
브라운 아이드 소울 - <Browneyed Soul> (2010)
이름을 내걸었다. 그래서인지 앨범에 쏟은 마음이 상당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이들의 정성과 손길이 머물러 있다. 제일 먼저 눈에 보이는 앨범 커버 역시 멤버 나얼의 작품. 나얼은 화가로도 활동하며 전시회를 여는 등 미적 감각을 인정받은 인재다. 또한 그의 참여는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멤버로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것을 커버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소울은 본디 흑인의 음악이다. 후에 소울 음악을 하는 백인들이 생겨났고, 이것을 블루 아이드 소울이라 불렀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라는 작명은 여기서 기원한다. 거칠게 말하면 황인이 부르는 소울 음악이라는 뜻이다. 이를 알고 나면 연필 사이 노란 색연필 4자루가 이들을 뜻함을 알 수 있다. 소울이 대중적이지 않던 시기, 우직하게 밀고 온 이들의 시간을 보여주듯 손 때 묻은 연필에서 세월이 느껴진다. 오랫동안 그 자리를 묵묵하게 지켜온 장인들의 음악. (강민정)
투애니원 - <2nd Mini Album> (2011)
팝아티스트 마리킴의 대표작 '아이돌(Eyedoll)' 시리즈가 앨범 커버를 장식한다. 투애니원 멤버들의 개성이 적절히 반영된 캐릭터는 표지와 속지, 삽입곡 'Hate you' 뮤직비디오에 등장한다.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양현석은 강남의 한 수입 가구매장에서 마리킴의 작품을 보고 흥미가 생겼고, 이후 컬렉터를 통해 그에게 단독으로 앨범 작업을 의뢰했다. 팀을 상징하는 숫자인 21에 맞춰 앨범에는 총 21장의 일러스트가 담겼다. 앨범 아트가 단순히 장식에 머무르지 않고 팀의 전체적인 이미지 메이킹에 주도적으로 활용된 건 유례없는 일이었다. (노태양)
샤이니 - <Chapter 1. 'Dream Girl - The Misconceptions Of You'> (2013)
하나의 암호다. 낙서처럼 뒤엉킨 연두색 선 위로 멤버들의 사진과 이미지를 콜라주 기법으로 표현했다. 이와 대조를 이루는 건 빛 잃은 슈트. 의미를 단숨에 파악하거나, 이미지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사실 이 무질서함은 의도된 은유와 상징이고, 앨범 커버는 전체를 설명하는 '스포일러'다.
쉽게 눈치채기는 어렵다. 앨범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서로가 서로의 단서 역할을 하기 때문. 이 '큰 그림'의 설계자는 SM Ent의 민희진 실장으로, “SM은 민희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비주얼 분야에서 큰 변화를 일궈낸 인물이다. 커버 안에는 수록곡 뿐만 아니라 <Chapter 2. The misconceptions of me>의 힌트도 들어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 노래와 이미지를 병치해보며 맞물릴 때의 쾌감을 느껴보시길. (강민정)
조용필 - <Hello> (2013)
2013년은 단연 조용필의 해였다. '가왕'은 전작 <Over The Rainbow> 이후 10년 만에 발표한 19집 <Hello>로 대중과 평단을 완벽히 사로잡았다. 예상치 못한 역공이었다. 일렉트로니카와 힙합, 정통의 록 사운드를 다채롭게 구성한 '트렌디 세트'가 여유롭게 세대를 아울렀다. 차트를 뒤흔든 메가 히트 'Bounce'와 'Hello'는 그의 또 다른 대표 곡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초등학생도 조용필이 친숙하다.
새로운 문법을 적극 수용한 음악만큼이나 아트워크도 독특했다. 1979년 발표한 1집 이래 표지에 그의 얼굴이 없기는 처음이었다. 대신 무대를 연상케 하는 까만 배경에 형형색색의 조명 광선을 배치하고, 자신이 직접 쓴 'Hello' 문구를 큼지막하게 박았다. 사전 정보 없이는 그의 앨범임을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험적인 디자인이었다. 환골탈태한 음악의 시각화! 내용물을 명료하게 반영한 커버 아트는 그 해를 기억하는 하나의 상징이 됐다. (정민재)
아이유 - <Modern Times> (2013)
복고풍 스윙 재즈를 시도한 <Modern Times>의 음악성을 단번에 설명해주는 훌륭한 커버다. 흑백의 색감으로 1930년대 뉴욕의 이미지를 그대로 담아냈고, 정면을 응시하는 아이유의 뚱한 표정은 시크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모노톤 배경과 대비되며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금색 폰트는 커버의 멋을 확 살려주는 포인트. 고급 패션 잡지의 표지처럼 튀지 않는 배경과 선의 조화로 인물에 시선을 집중시킴과 동시에 앨범의 음악적인 색채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아트 디렉터의 빼어난 미적 감각만큼 앨범에 담은 음악도 훌륭했다. 스윙 재즈 풍 타이틀곡 '분홍신'이나 'Modern Times', 기타리스트 박주원과 함께한 집시 재즈 '을의 연애', 보사노바 'Havana'까지 가요시장에서 흔히 들을 수 없는 스타일이 트랙리스트를 밀도 있게 채우고 있다. 물 만난 듯 반주 위를 뛰노는 아이유의 곡 해석력도 일품이다. 흑백 표지 아래에 품은 다채로운 음악으로 아이유에게 당당히 '팔방미인' 타이틀을 안겨 준 듣기 좋은 앨범! (조해람)
두 번째 달 -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 (2015)
밤하늘에 떠 있는 두 개의 달과 그 주위로 피어있는 꽃. 빈센트 반 고흐의 결을 닮아 동적이면서도 따뜻함을 내포했다. 이는 2014년 두 번째 달의 공연에 맞춰 디자이너 오민이 선보인 드로잉 아트워크로 밴드를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그려냈다. 작품 자체로도 팀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며 그다음 해인 2015년 발매한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의 앨범 커버로까지 자리매김해 소장 욕구를 높였다. 보통 앨범을 구매하면 가장 먼저 표지의 이미지를 마주친다는 점에서 이 그림을 보는 순간 누구나 떠올릴 것이다. 월드 뮤직과 에스닉 퓨전, 최근에는 국악까지 발을 넓힌 크로스 오버 밴드 '두 번째 달'을. (임동엽)
이하이 - <SEOULITE> (2016)
서울의 소울, 음반 <SEOULITE> 겉면에는 수도의 상징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다. 두 번에 나눠 발매된 앨범이라 커버 또한 낮과 야경 두 버전으로 담겼다. 파랑과 분홍 몇 가지 색으로 채운 서울은 레어버스(Rarebirth)의 그림. 그가 작업한 진보의 'Fantasy'나 딘의 'I'm not sorry' 모두 뚜렷한 색채로 시선을 사로잡은 표지들이다.
석양이 뿜어내는 핑크빛 색감은, 진한 보컬 뒤 아직은 수줍은 가수 본연의 모습과 닮았다. 종일 북적거리다 밤이 되면 깊어지는 도시의 풍경 또한 소울 음악과 어우러진다. 분위기에 따라 둘로 나뉜 노래들과 일러스트를 연결지어 듣는 재미가 있다. 과한 화보용 자켓 사진보다 이하이에게 잘 어울렸던 앨범 워크다. (정유나)
빈지노 - <12> (2016)
빈지노의 아트 크루 'IAB 스튜디오'는 이미 유명하다. 이들은 빈지노의 싱글 앨범과 뮤직비디오, 그리고 최근에는 빈지노와 빼빼로, 던힐 등 기업 콜라보레이션도 함께 했다. 빈지노를 비롯해 김한준, 김동민, 스티브로 구성된 4인조 팀으로 2013년 빈지노의 싱글 'Dali, Van, Picasso'의 아트워크를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이런 협업은 빈지노가 조소과 출신이라는 영향도 크다. 그래서인지 앨범 이미지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물로 만드는 것이 큰 특징이다. 빈지노는 인터뷰나 방송을 통해 작업 모습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며 자신의 또 다른 정체성을 표출했다. 선명한 색, 심플하고 직관적인 작품들은 피제이, 에디킴, 수란의 앨범에도 등장하며 영역을 뻗쳐나가고 있다. (김반야)
이랑 - <신의 놀이> (2016)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 부분 수상과 시상 도중 트로피를 경매에 부친 퍼포먼스로 더욱 주목받은 앨범이다. 단정한 옷차림에 무겁게 내리 앉은 검은 배경. 최소한의 조명으로 무표정한 이랑의 얼굴을 부각한 음반은 개인의 일상과 사회에 대한 단념을 무게감 있게 녹여냈다.
커버는 밤섬 해적단 등이 소속된 비싼 트로피 레코드의 수장 박정근의 작품이다. 레이블 외에도 조광 사진관을 운영하는 그는 단편선과 선원들, 김사월 x 김해원의 앨범을 비롯하여 곽푸른 하늘과 사진집을 내는 등 인디 뮤지션과 많은 작업을 해오고 있다. 사회를 담은 음반과 그에 상응하는 퍼포먼스. 그 가치의 이미지가 앨범 커버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박수진)
에이비티비(ABTB) - <Attraction Between Two Bodies> (2016)
인디씬 특히 붕가붕가레코드의 수석 디자이너 김기조의 작품이다. 그는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을 외치는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의 창립 멤버이다. 장기하와 얼굴들, 눈뜨고코베인, 아침 등의 앨범 작업을 해왔고, 풍자가 가득한 키치와 강렬하게 각인되는 캐치(catchy)함으로 유명하다. 특히 복고풍 타이포그래피 '장방형 글꼴'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
'저건 분명 김기조의 작품이다'라는 확신이 드는 강렬한 포스를 가졌던 그가 최근에는 심플하면서 다양한 변주를 꾀하고 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ABTB의 앨범이다. 원래 컨셉은 앨범명대로 서로 카운터 펀치를 날리거나 연인이 껴안은 모습이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김기조는 '차의 충돌'로 컨셉을 바꾸어 상징성을 더 부각시켰다. 실제 차 미니어처를 만들어 부딪치는 모습까지 연출한 뒤 그래픽으로 후처리를 했다. 아침의 <Hunch>에 이어 한 땀 한 땀 수작업이 들어간 '노가다 오브 노가다' 작품. (김반야)
후디 - <On And On> (2016)
SNS에 감성 사진으로 자주 등장할 법한 아트워크. 따듯한 색감의 조합과 그러데이션, 의미를 알 수 없는 오브제는 어딘가 '힙'해 보인다. 후디(Hoody)의 음악도 그렇다. 의미불명이 아니라는 점만 빼고. 앨범의 포문을 여는 'By your side (feat. Jinbo)'를 들어보라. 시작부터 앨범 커버 속 바닷가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정확하면서도 부드러운 후디의 보컬은 알앤비는 물론, 디스코의 따스함을 계승한 하우스에서도 빛을 발한다. 그의 '힙'은 진짜배기. (정연경)
//ch.yes24.com/Article/View/3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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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