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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청춘으로 남아있을 크리스 코넬

1990년대를 풍미한 그런지의 아이콘 크리스 코넬 추모곡 9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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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52세, 죽기엔 너무 이른 나이었다. 그는 1990년대를 풍미한 그런지의 아이콘이기 이전에 멈춤 없이 록을 탐구하고 해석한 로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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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죽음이 그러하겠지만, 어떤 이의 죽음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있다. 갑작스러운 죽음이 그러할 테고, 개개인의 단편들로 박제되어버린 자의 죽음이 그러할 테다. 데이비드 보위가, 프린스가, 조지 마이클이 세상을 떠났을 때, 수많은 이들이 슬퍼한 이유는 단지 그들의 새로운 행위를 포착할 수 없다는 아쉬움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자가 남긴 족적들이 남은 이들의 순간순간에 깊이 스며들어있기에 우리는 그들의 죽음을 기리고 되새긴다.

 

2017년 5월 17일. 크리스 코넬이 공연 후 인근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감시관들은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향년 52세, 죽기엔 너무 이른 나이었다. 그는 1990년대를 풍미한 그런지의 아이콘이기 이전에 멈춤 없이 록을 탐구하고 해석한 로커다. 음역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탁월한 보컬과 하드 록에 최적인 거친 음색은 후대에 등장하는 록 밴드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록이 침체기에 빠져든 지금, 그의 죽음이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사운드가든(Soundgarden)과 오디오슬레이브(Audioslave) 그리고 틈틈이 정진했던 솔로 활동으로 우리에게 끝없이 록을 들려주었던 크리스 코넬. 누군가의 청춘으로 남아있을 아홉 곡으로 그를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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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garden ? Flower (1988, <Ultramega OK>)

 

크리스 코넬은 뛰어난 보컬리스트이기 이전에 그런지의 특징이 되는 어둡고 염세적인 정서의 기반을 마련한 작가이다. 1988년에 발매된 사운드가든의 1집 <Ultramega OK>의 첫 트랙이자 1960년대 사이키델리아와 1970년대의 헤비메탈을 접목한 듯한 「Flower」는 자존감을 약물에 의지하는 당시 젊은이들의 황폐한 실상을 그려낸다. 뚜렷한 서사 없이 추상적인 화법으로 가사를 적는 작법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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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garden ? Jesus Christ Pose (1991, <Badmotorfinger>)

 

사운드가든의 음악은 펄 잼과 너바나의 것과 결이 달랐다. 이들의 음악엔 하드 록과 헤비메탈로부터의 받은 영향, 즉 금속 냄새가 진동하다. 1991년에 나온 그런지 음반들, 펄 잼의 <Ten>과 너바나의 <Nevermind> 그리고 사운드가든의 <Badmotorfinger>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 「Rusty Cage」과 'Outshined' 등 명곡들이 수록된 음반은 멤버마다의 출중한 연주 실력에 기반을 둔 팀임을 입증한다. 특히 스래시 메탈 특징인 속도감 있는 기타 리프가 어우러진 「Jesus Christ Pose」는 음반의 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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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garden ? Black Hole Sun (1994, <Superunknown>)

 

현재까지 천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밴드에게 상업적인 성공을 가져다준 <Superunknown>은 하드 록에 깊은 뿌리를 둔 전작들과는 다른 면목을 보인다. 좀 더 매끈하게 정제된 사운드에 그런지 특유의 음울함이 스며들었다. 그중에서도 묵직하게 떨어지는 드럼과 기타 사운드, 음침한 코러스를 장착한 「Black hole sun」은 여타 곡들에 비해 선율감이 상당한 록발라드 트랙. 곡을 들은 당시 너바나의 드러머, 데이브 그롤(Dave Grohl)은 '비틀스와 블랙 사바스를 완벽히 섞어냈다.'라며 감탄했다고 한다. 절망을 품고 살던 당시 젊은이들의 송가이자 밴드의 최고 대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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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garden ? Fell on black days (1994, <Superunknown>)

 

밴드의 그런지가 좀 더 세련되고 정제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곡. 크리스 코넬은 절제된 리듬과 블루지한 기타에 맞추어 담담한 음성을 통해 자신의 인생사에 고여 있는 공포와 실망감을 거리낌 없이 표출한다. 생에 대한 환멸과 비애감이 특히 두드러진다. 「Black hole sun」만큼이나 대중적인 소구력을 갖춘, 멋진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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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slave ? Like a stone (2002, <Audioslave>)

 

1997년 사운드가든이 멤버 간의 의견차로 해체하고 홀로 남은 그가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RATM)의 새로운 보컬이 된다는 루머가 풍문으로 전해졌을 때, 모두들 갸우뚱한 반응을 보였다. 1990년대 후반의 록은 크리스 코넬의 그런지와 RATM의 랩 메탈로 나눌 수 있을 만큼 상극의 성질이었기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합이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었고, 크리스 코넬과 톰 모렐로(Tom Morello)를 비롯한 RATM의 멤버들은 오디오슬레이브(Audioslave)라는 신선한 이름의 밴드로 새 출발을 꾀한다. 결과물 또한 신선했다. 명 프로듀서 릭 루빈(Rick Rubin)의 도움을 받아 제작된 첫 정규음반 <Audioslave>은 사운드가든과 RATM의 중간지점을 정확히 짚어낸다. 특히 크리스 코넬의 거친 음성과 톰 모렐로의 신랄한 기타 리프가 환상적인 합을 이루는 「Like a stone」은 그의 커리어 중 가장 높은 차트 순위를 기록하며 또 다른 대표곡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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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slave ? Be yourself (2005, <Out of Exile>)

 

오디오슬레이브의 소포모어 <Out of Exile>의 첫 싱글인 「Be yourself」이 함축하고 있는 메시지는 사운드가든의 것도 RATM의 것도 아니었다. 그는 메시지가 뚜렷한 가사를 쓰는 작가가 아니었기에 '너 자신이 되라'라는 상당히 보편적이고 교훈적인 어구가 조금은 어색하다. 그런지를 계승한 포스트 그런지 풍의 멜로디 진행과 톰 모렐로의 사이키델릭한 기타 플레이가 두드러지는 「Be yourself」는 크리스 코넬의 가장 희망적인 곡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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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 Cornell ? You Know My Name (2006)

 

크리스 코넬은 그런지와 얼터너티브 록이라는 범위 안에 국한되지 않는 뮤지션이다. 그는 밴드의 단위가 아닌 솔로 활동으로 사이키델릭 록과 포크 록 심지어는 댄스 팝까지 시도하는데, <007 카지노 로얄>의 주제가인 「You know my name」은 현악이 가미된 하드 록 트랙으로 시리즈의 여타 주제곡들이 그러했듯 상당히 고풍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곡은 후에 솔로작 <Carry On>에 수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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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 Cornell ? Dead Wishes (2015, <Higher Truth>)

 

2015년에 발매된 <Higher Truth>은 그의 유작이 되었다. 음반은 그의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유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동시에 역시 그가 탁월한 보컬리스트였음을 다시금 증명한 작품이다. 어떠한 스타일과 장르에도 잘 어우러지는 그의 목소리는 「Nearly forgot my broken heart」나 「Through the window」 등 부드러운 트랙들에서 색다른 진가를 발휘한다. 특히 「Dead Wishes」는 그의 음성이 30년이란 세월에도 무뎌짐이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트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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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le of the dog ? Say Hello 2 Heaven (1991, <Temple of the dog>)

 

다시 1990년대로 돌아가, 사운드가든과 펄 잼의 멤버들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마더 러브 본(Mother Love Bone)의 보컬 앤드류 우드(Andrew Wood)를 추모하기 위해 템플 오브 더 독이란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한다. 그룹의 유일한 음반 <Temple of the dog>엔 「Hunger striker」과 「Reach down」 등 초창기 사운드가든의 정수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트랙들이 수록되었지만, 그중에서도 평소 앤드류 우드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크리스 코넬이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쓴 「Say Hello 2 Heaven」이 리스트의 끝자락에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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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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