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진실을 추구하는 자세

리영희 선생을 처음 직접 본 것은 십 년이 지난 뒤였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수상 소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들고 나온 책의 표지부터 내지까지 빽빽이 붙인 메모지들만 눈에 들어왔다.

6월호 정택용.jpg

 

군 복무 중 부대 안 도서관에서 리영희 선생의 『우상과 이성』을 발견하고 읽은 적이 있다. “나의 글을 쓰는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되고 그것에서 그친다. ”라는 구절이 담긴 머리말부터 답답한 군 생활의 숨통을 틔워 줬다. ‘현대의 충효사상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불효자의 변>은 당시 박정희 정권이 강조하던 충과 효의 의미와 이를 어떻게 유신 체제 아래 민중의 도덕과 윤리 의식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로 만들려고 했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군에서 지겹도록 ‘충효예 교육’을 강조하고 있던 때였기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글이었다.

 

리영희 선생을 처음 직접 본 것은 십 년이 지난 뒤였다. 한겨레 통일문화상을 받는 자리였다. 이미 지팡이가 없으면 걸음이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도 노학자는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까지 책을 들고 나왔다. 수상 소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들고 나온 책의 표지부터 내지까지 빽빽이 붙인 메모지들만 눈에 들어왔다. 한때에 붙인 종이들이 아니었다. 수십 년 된 책을 읽고 또 읽으며 여러 시기에 걸쳐 붙인 종이들이었다. 우상에 갇히지 않고 진실만을 찾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노학자의 한 면을 엿본 기억이 다시 십 년이 지나 새삼 떠오른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정택용(사진가)

대학에서 언어학을 배운 뒤 불성실한 직장인으로 살다가 관뒀다. 사진이 가장 쉽겠거니 지레짐작하고 덤볐다가 여태껏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개인 사진집으로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 1,895일 헌정사진집 《너희는 고립되었다》와 고공농성과 한뎃잠을 찍은 《외박》이 있다.

우상과 이성

<리영희> 저19,800원(10% + 5%)

억압과 부조리에 맞서 펜의 힘으로 '반세기의 신화'를 일군 우리 시대의 참지식인 리영희선생의 저작을 모은 책이다. 1970~80년대가 지나고 우리 사회가 최소한의 민주화를 거둔 1990년대 이후 리영희는 "내가 할 역할은 다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책이 더 이상 읽히지 않는 세상을 바란다고도 했다. 하지만..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트럼프의 귀환, 위기인가? 기회인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거머쥔 트럼프.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 트럼프 2기 정부의 명암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하는 박종훈 저자의 신간이다. 강경한 슈퍼 트럼프의 시대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그 전략을 제시한다.

이래도 안 읽으실 건가요

텍스트 힙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독서가 우리 삶에 필요해서다. 일본 뇌과학계 권위자가 뇌과학으로 입증하는 독서 예찬론. 책을 읽으면 뇌가 깨어난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이해력이 상승하며 즐겁기까지 하다. 책의 장르는 상관 없다. 어떤 책이든 일단 읽으면 삶이 윤택해진다.

죽음을 부르는 저주받은 소설

출간 즉시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 관련 영상을 제작하려 하면 재앙을 몰고 다니는, 저주받은 소설 『밤이 끝나는 곳』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이 함께 떠난 크루즈 여행 중 숨겨진 진실과 사라진 작가의 그림자가 서서히 밝혀진다.

우리 아이 영어 공부, 이렇게만 하세요!

영어교육 전문가이자 유튜브 <교집합 스튜디오> 멘토 권태형 소장의 첫 영어 자녀 교육서.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초등 영어 교육의 현실과 아이들의 다양한 학습 성향에 맞는 영어 학습법을 제시한다. 학부모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과 실천 방안을 담았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