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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빈틈이 있어야 인간다운 법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 하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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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완벽하게 계획하고 실행하는 사람, 스스로는 만족할 수 있겠지만 곁에 있는 사람에게는 ‘노답’일 수 있다. 다른 가능성의 여지를 철저하게 막아놓고 정상으로만 향하는 사람. 샛길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는 사람. 버겁고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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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빈틈이 필요하다. 빈틈이 있어야 숨통이 트인다. 빈틈이 있다는 말은 한편으로는 웬만한 공간은 다 채워졌다는 뜻이 아닐까? 살짝 빈틈이 있어야 인간다운 법이다. 빈틈이 있어야 삶의 방식을 재배치할 여유가 생긴다.”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 하지현 인터뷰에서

 

엄마가 되기 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인터뷰를 몇 번 했다. (이 식상한 표현은 나의 완벽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방도라고나 할까) 내가 임산부인 것은 어떻게 알아채셨는지 곳곳의 출판사에서 나에게 육아서를 보내줬다. 읽다 만 태교 책이 많았던 터, 육아서는 애를 낳고 보자는 심산이었는데 꽤 눈에 띄는 육아서 몇 권이 눈에 띄었다. 내가 가장 신뢰하는 저자군은 ‘전문의’. 실제 부모들이 쓴 육아서도 유용하지만, 내 상황을 대입시키기엔 다소 경우의 수가 부족하다. 보다 다양한 케이스를 접하면서 객관성을 가진 저자의 글이 나는 좋았다.

 

입덧을 막 시작할 때였다. 측근에게만 조심스럽게 임신 사실을 밝혔던 그 때. 몸의 고통이 마음의 고통으로까지 이어졌는지 내 손에 잡히는 건 사회과학 분야 책이 많았다. 태교를 해야 하는데, 사회에 대한 분노가 끓어올라 주체가 안 됐다. 이러다 분노가 많은 아이가 태어나는 건 아닐까, 조금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하지현 정신과 전문의의 책을 소개 받았다. 제목하야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 음, 사실 나는 누군가에게 위로 받는 걸 안 좋아한다. 내 감수성은 그냥 내가 책임지고 싶어서 지나친 긍정도 피하려고 애쓴다. 그런데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니. 이것은 뭔 의미? 좀 허술하게 키워야 한다는 말씀? 이것이 대한민국 경쟁 사회에서 가당찮은 이야기인가? 그래도 평소 관심을 갖고 있었던 저자의 책이기에 마음을 다잡고 읽었다. 반도 채 읽지 않았지만 이미 나는 인터뷰 요청 메일을 쓰고 있었고.

 

인터뷰 장소는 저자가 일하는 대학병원 안 작은 카페였다. 나는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데 인터뷰이는 꽤 바빠 보였다. 최대한 책에 있는 내용과 겹치지 않는 이야기 위주로 질문을 던졌다. 인터뷰이는 시원스레 답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자꾸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왠지 업무 내용은 아닌 것 같아 “누구랑 그렇게 이야기를 하시나요?”라고 물으니 “고등학생 딸”이란다. DSLR 카메라에 입문한 딸이 사진동호회에 들어가게 됐는데, 아빠의 카메라를 빌려 사용 중이란다. ‘앗, 이렇게 중요한 대화라면! 무조건 괜찮지요.’ 나는 부담 갖지 마시고 어서 빨리 메시지를 보내시라고 말했다.

 

문득, 이 저자도 완벽주의는 아니겠다 싶었다. 다소 까다로운 인터뷰어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휴대폰을 사용하는 걸 싫어한다. 인터뷰이 자신도 마찬가지. 상대에게 흠이 될 만한 일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의외로 불꽃 튀는 90분 인터뷰를 마치면 서로가 버겁다. 샛길로도 좀 빠지면서 이야기를 해야 더 깊은 속내를 들을 수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사람을 좋아하게 됐다”는 저자, ‘정신과 전문의니 얼마나 예민하고 섬세하겠어?’ 싶었는데 아니었다. 하기야 자신이 완벽주의라면 “완벽한 부모야말로 최고의 재앙”이라는 말은 하지 못했을 거다.

 

종종 “너 완벽주의야?”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나는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치는 걸 좀 많이 싫어할 뿐이지만, 부분적으로는 내가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걸 인정한다. 시간 약속 철저하게 지키려고 하고, 빈말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 지키지 못할 것 같으면 애당초 말을 꺼내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완벽주의라는 평가만큼 치명타는 없지 않을까’다. 모든 걸 완벽하게 계획하고 실행하는 사람, 스스로는 만족할 수 있겠지만 곁에 있는 사람에게는 ‘노답’일 수 있다. 다른 가능성의 여지를 철저하게 막아놓고 정상으로만 향하는 사람. 샛길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는 사람. 버겁고 지친다. 말 붙이기가 무섭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를 수천 명 만난 저자는 왜 “완벽한 부모야말로 최고의 재앙”이라고 말했을까. 사실 우리는 알고 있지 않나? 완벽한 사람은 없고, 완벽을 추구할 때 벌어지는 수많은 관계(關係) 사고((事故). 부모로서 내가 완벽하지 못해 걱정스러울 때, 나는 생각한다. “빈틈이 있어야 내 자식도 숨통을 좀 트이지. 가끔은 좀 샛길도 빠져볼 필요가 있지.”

 

하지현 인터뷰 다시 보기

▶다시 읽는 인터뷰’ 한눈에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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