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탕수육 먹고 싶다
『틈만 나면 살고 싶다』 편집 후기
『틈만 나면 살고 싶다』 를 내 식대로 설명하자면 서른일곱 명의 ‘인생썰’이 기록된 책이다. ‘인간극장’인 것도 맞지만 ‘인간썰전’에 가깝지 않나 싶다.
“저는 돈이 음슴으로 음슴체로 쓰겠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려다가 말았다. 돈이 없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름, 편집자니까, 가까스로 참았다. 가끔 내 인스타그램을 보곤 편집자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나는 제법 다정하게 말해준다. “님하, 제발, 그러지 마세요.” 뭐, 이렇게는 아니지만 대충 비슷하게 말한다. 하지만, 뭐, 하고 싶으면 별수 없다. 그들의 꿈은 단단하고, 진짜 마음 같은 게 느껴지는 분들도 (가끔은) 있다. 그럴 때마다 뭐랄까, 틈이라도 있으면 (살고 싶어지는 게 아니라) 숨고 싶어진다. 아, 부끄럽다, 부끄러워, 하고 중얼중얼 투덜거리게 된다. 『틈만 나면 살고 싶다』를 편집하는 내내 정말이지 부끄러워서 혼났다. 내가 편집자로 계속해서 살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 돈 때문에도 그랬고, 능력이 모자란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자주 들었다. 책이 나와서 보니 실수는 왜 이리 많은지, 참, 에잇.
『틈만 나면 살고 싶다』 를 내 식대로 설명하자면 서른일곱 명의 ‘인생썰’이 기록된 책이다. ‘인간극장’인 것도 맞지만 ‘인간썰전’에 가깝지 않나 싶다. 책 표지가 황사빛인 것만 봐도 밝은 이야기가 아니란 것쯤은 눈치챌 수 있을 테지만 그래도 표지에 흰색도 있고 주황색도 있으니 뭐 꼭 어두운 것만은 아니고, 그냥 보통의 우리가 사는 이야기다. 매주 로또를 사고, 김밥천국에서 점심을 때우고, 졸업 후에 1, 2년은 누구나 백수라는 이름을 ‘취준생’이란 팻말로 덮은 채 살지 않나. 나만 해도 그랬다. 알바나 학교나 직장에 한 번 다녀오기만 해도 하루가 다 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만 해도 그렇다.
요 며칠 대통령 후보 토론회를 다시보기로 보면서 최저임금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괜히 찔려 움찔거렸다. 뭐, 최저임금에 대해 엄청난 문제의식을 느껴서 그런 건 아니고, (죄송합니다!)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되면 알바생들의 월급이 내 월급보다 많아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죄송합니다!) 아니,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되면 내 월급도 자연스레 많아지려나, 하는 기대가 들어서였다. 아, 부끄럽다, 부끄러워, 이런 생각이나 하고.
『틈만 나면 살고 싶다』 속엔 여러 통계가 나온다. 이리카페에서 김바바 실장님을(미용실 실장님 아닙니다! 편집자들은 디자이너들을 보통 실장님이라고 부른다)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도비라에 통계를 넣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넣고 보니 제법 괜찮았다. 아무튼, 그래서, 그날부터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통계청이란 데 들어가서 이런 저런 통계들을 뒤적거렸다. 자살률, 청년 실업률, 분거가족 비율, 평균 부채……. 하, 정말, 보고 있는 내가 다 민망했다. 숫자에 미안해 본 건 처음이었다. 그때 다섯 살 아들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갔고, 하, 정말, (내가 국회의원도 아닌데) 아들 보기가 부끄러워졌다.
『틈만 나면 살고 싶다』가 입고된 날엔 호사를 부렸다. 동네 중국집에 가서 탕수육 小를 하나 시키고, 짬뽕을 하나 시키고, 공깃밥을 하나 추가해달라고 사장님께 공손히 주문했다. 그렇게 아내와 나, 다섯 살 아들이 가게 식탁에 둘러앉았다. 오랜만에 하는 외식에 우리의 볼은 발그레해졌다. 탕수육 먹고 싶을 때 돈 걱정 안 하고 탕수육을 먹고 싶다고 친구들에게 말했던 적이 있다. 김나리란 친구는 그걸 늘 기억해줬고, 최성웅이란 친구는 번역비를 받아선 내게 크림 탕수육을 사줬다. 그들 말고도 살면서 참 많이도 얻어먹었다. 밥이기도 했고, 인기척일 때도 있었고, 세상의 어느 한 틈이기도 했다. (아아, 쉽진 않겠지만) 나도 앞으로는 틈만 나면 밥을 사겠다. (이렇게 끝나면 뭔가 어색하지만) 끝! 아! 김경주 작가님, 신준익 작가님, 김바바 실장님 모두 작업 내내 감사했습니다. 다음에 또 같이 해요.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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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로 지낸 지 48개월이 지났다. 아내와 같이 40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다. 김잔섭이란 이름으로 읻다 발기인이 되어보기도 했다. 여러 사람에게 빚을 진 채 살고 있고,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게 누구든) 소설 쓰는 사람을 좋아한다. 요즘은, 적당히 살며, 인스타그램에만 매진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아이디: _chimo85)
<김경주> 저/<신준익> 그림11,700원(10% + 5%)
“그들은 모두 틈만 나면 살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시인 김경주가 바라본 서른일곱 개의 인간극장 『틈만 나면 살고 싶다』는 틈이라도 있다면 그 틈을 찾아 열심히 살고 싶은, 틈 밖에 존재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작가는 ‘틈’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를 포착해낸다. 책에 나오는 서른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