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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읽는 사람, 사람이 읽은 책
조선시대를 살아간 스물세 사람이 읽은 스물네 권의 책
『책, 조선 사람의 내면을 읽다』를 통해 조선시대 사람들과 우리가 서로 감응하며 성장하는 즐거운 경험을 함께해보시기 바랍니다.
『책, 조선 사람의 내면을 읽다』
책이 읽는 사람, 사람이 읽은 책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앞쪽 문장은 쉽게 이해가 갑니다.
한 문장, 한 문단씩 교열을 보고,
어울리지 않는 문장은 없는지 맥락을 살피며,
더할 내용, 뺄 내용, 흐름 등을 가늠하는 교정부터
책에 제목을 붙이고, 차례를 만들며,
디자인과 표짓글을 입히는
편집 과정 전반을 일컫는 말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문장은 어떤 의미일까요?
한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은 분명 그 책을 읽기 전과 다를 거예요.
책이 그 사람을 어떤 식으로든 성장시켰을 테니까요.
한 권의 책을 통과하면, 그 사람의 내면은 분명 한 뼘은 자라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한 사람의 독서이력은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창문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 사람이 평생 간직한 책이 무엇인지,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읊었던 구절이 무엇인지 살핀다면
곧 그의 삶부터 내면까지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요.
『책, 조선 사람의 내면을 읽다』는 그러한 생각의 일환으로 나온 책입니다.
조선시대를 살아간 스물세 사람이 읽은 스물네 권의 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사실 ‘역사책’이라 하면 읽기도 전에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그저 역사를 나열하는 일반적인 서사 방식을 벗어던집니다.
이 책의 화자는 사람이 아니라, 조선 사람들이 읽은 스물네 권의 책입니다.
내가 읽는 책이 나를 읽는다는 뒤바뀐 상황이 어찌 보면 좀 오싹하지만,
책들이 자신이 본, 혹은 자신과 관련 있는 스물세 사람의
상징적인 장면들을 직접 묘사하는 부분들은 꽤 흥미롭습니다.
임금에게 사약을 받은 조광조의 마지막 순간을 지키는 『근사록』은
조광조가 임금을 어떠한 성군으로 만들려 했는지,
그가 꿈꾼 성리학의 나라가 무엇이었는지 들여다봅니다.
또한 네 가지 형태의 『청구도』를 남긴 김정호의 기록을 바탕으로
그가 완벽한 지도 『대동여지도』를 탄생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반복했을 편집과 수정의 과정을 독자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돕습니다.
『책, 조선 사람의 내면을 읽다』를 통해 조선시대 사람들과 우리가
서로 감응하며 성장하는
즐거운 경험을 함께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이야기는 수잔 모로의 첫 번째 남편인 에드워드가 지난 9월 그녀에게 보낸 편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책, 그러니까 소설을 하나 썼는데 읽어봐주지 않겠냐는 내용이었다. 에드워드와 재혼한 부인이 크리스마스 때마다 보내는 안부 카드를 제외하곤 20년 만에 처음으로 에드워드에게 받은 연락이었기 때문에 수잔은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수잔은 기억 속의 그를 더듬어보았다. 에드워드가 이야기, 시, 단편과 같이 글이라면 뭐든 다 쓰고 싶어 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게 둘 사이에 생긴 불화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하지만 에드워드가 나중에 보험업계에 진출해서 글쓰기는 포기했나 보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둘이 부부였던 비현실적인 시절에는 에드워드가 쓴 글을 그녀가 읽어야 하는지가 주된 쟁점이었다 글쓰기 초보였던 그의 글을 수잔은 의도했던 것보다 더 가혹하게 비평했다. 그 민감한 주제 때문에 수잔은 곤혹스러웠고, 에드워드는 분개했다. 그런데 그 편지에서 에드워드가 이 소설은 정말 잘 썼다고 했다. 그동안 삶과 글을 쓰는 데 필요한 기교에 대해 얼마나 많이 배웠는지 보여주고 싶다며, 그녀가 직접 읽어보고 판단해주었으면 한다고 썼다. 그녀는 그에게 최고의 비평가였다고. 이 소설이 장점은 많지만 유감스럽게도 뭔가 빠졌는데 그녀가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그녀라면 뭐가 부족한지 알고 말해줄 수 있을 거라고. 천천히 읽어보고, 뭐든떠오르는 대로 몇 마디 적어달라고 에드워드는 말했다. '여전히 당신을 잊지 않고 있는 에드워드.' 그는 이렇게 서명한 편지를 보냈다.
- 『토니와 수잔』 (오스틴 라이트/오픈하우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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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태그: 책, 조선 사람의 내면을 읽다, 역사, 근사록, 대동여지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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