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우선 그저 기쁘게 읽었습니다

김정선의 『소설의 첫 문장』을 편집하고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아마 저는 이 연말연시의 어느 밤에 조용히 혼자 술을 홀짝거리며 이 책을 넘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왠지 그런 책이에요.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시려나요. 궁금해집니다.

내만책메.jpg

 

『동사의 맛』 원고를 처음 읽었을 때 ‘어떻게 글을 이렇게 쓰실까?’ 생각했습니다. 글에서 전해지는 느낌이 독특해서 인상에 깊이 남았죠. 『이모부의 서재』를 지은 분과 동일인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 책을 찾아 읽었습니다. 여전했습니다. 김정선 선생님의 글에는 선생님만의 정서가 있습니다. 글을 가만가만 읽고 있으면 어느새 마음이 촉촉해집니다.

 

이번 원고를 받고 읽으면서 어쩐지 글의 정서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확하게 무엇이라고 찍어서 말씀 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이전 글과 달랐습니다. 편집에 들어가 다시 읽으면서 나름대로 이모저모 생각해 봤습니다. 무얼까.

 

그렇지만 타인의 삶과 사고를 어떻게, 얼마나 알 수 있겠습니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고 금기지요. 무엇보다 선생님의 글을 좋아하는 저는 우선 그저 기쁘게 읽었습니다. 게다가 소설의 첫 문장이 이렇게나 모여 있습니다. 읽은 소설도 있고 읽지 않은 소설도 있고, 사실 존재조차 모른 소설도 있습니다. 덕분에 제 호기심은 아주 천정부지로 솟아올랐습니다.

 

이 책을 저는 세 갈래로 읽었습니다. 첫째 갈래는 소설의 첫 문장 모음입니다. 이 첫 문장을 목록으로 만들면서 즐거웠습니다. 그냥, 정말 소설의 첫 문장만 모은 것뿐이고 저는 그걸 읽어 가며 목록을 만드는 것일 뿐인데도 문장을 읽어 가며 만들면서도, 만들고 나서 다시 읽으면서도 너무 좋았습니다. 읽고 싶은 소설도 늘었습니다, 물론, 당연히.

 

둘째 갈래는 선생님의 글입니다. 선생님의 글은 소설의 첫 문장으로 소설의 내부를 분석하기도 하고, 소설의 전체를 훑어 내리기도 하고, 소설의 첫 문장만 빌려 당신의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어릴 때의 이야기부터 지금 당장 여기에서 느끼는 감정까지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한 글이, 당신의 삶의 궤적을 보여 줍니다. 산을 오르다 잠깐 멈추고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을 가늠하며 숨을 돌리듯, 그리고 새로 발을 떼듯이.

 

셋째 갈래는 『소설의 첫 문장』이라는 책입니다. 소설의 첫 문장과 선생님의 글은 각자 자기의 몫을 합니다. 그렇더라도 이 둘을 나란히 놓고(네, 그렇게 읽으시도록 편집하였습니다!) 읽으면 첫 문장과 선생님의 글이 또 서로 하나처럼 엉깁니다. 첫 문장끼리도 미묘하게 서로 밀어내기도 하고 끌어당기기도 하는데, 첫 문장과 선생님의 글도 그렇습니다. 그렇게 해서 온전한 한 권의 책을 완성한다고 할까요.

 

책을 만들면서 읽으면서, 이런저런 상념이 많았습니다. 지금이 연말연시라는 까닭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딜 가나 북적이는 시기지만, 사실 마음도 북적이는 시기죠. 그래서 아마 저는 이 연말연시의 어느 밤에 조용히 혼자 술을 홀짝거리며 이 책을 넘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왠지 그런 책이에요.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시려나요. 궁금해집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경민(유유 편집자)

유유 출판사에서 책을 만든다. 노는 게 제일 좋아!

오늘의 책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유아수학 공부

국내 최대 유아수학 커뮤니티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꿀쌤의 첫 책! '보고 만지는 경험'과 '엄마의 발문'을 통해 체계적인 유아수학 로드맵을 제시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나를 바꾸는 사소함의 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인 시대. 불안과 번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사소한 습관으로 회복하는 21가지 방법을 담았다. 100미터 구간을 2-3분 이내로 걷는 마이크로 산책부터 하루 한 장 필사, 독서 등 간단한 습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느끼시길.

지금이 바로, 경제 교육 골든타임

80만 독자들이 선택한 『돈의 속성』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금융 동화로 돌아왔다. 돈의 기본적인 ‘쓰임’과 ‘역할’부터 책상 서랍 정리하기, 용돈 기입장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야

저마다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은 비슷한 생애 주기를 거친다. 미숙한 유아동기와 질풍노동의 청년기를 거쳐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늙어간다. 이를 관장하는 건 호르몬. 이 책은 시기별 중요한 호르몬을 설명하고 비만과 우울, 노화에 맞서는 법도 함께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