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기대 작가 ②] 최정화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방식으로 쓴다”
첫 번째 장편 소설 『없는 사람』 펴내 사회문제를 다루면서 이야기적인 요소를 갖춘 작품
한국 사회문제가 소설의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길 바랐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배경이 되고, 살아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소설가 최정화는 2012년 창비신인소설상에 단편소설 「팜비치」가 당선되어 등단, 올해 2월 『지극히 내성적인』을 펴냈다. 이후 단편 「인터뷰」로 ‘2016 제7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며 주목 받았고, 격월간 문학잡지 <Axt>에 1년간 연재한 장편 『없는 사람』을 지난 11월에 출간했다.
작가는 고등학생 때부터 소설을 썼다. “눈 앞에 백지가 놓여 있는’ 것이 좋아 멈추지 않고 썼다. 등단하기까지 쓴 작품은 50여 개. 들리는 사람이 많지 않아도 개인 홈페이지에 차곡차곡 작품을 올렸다. 때때로 무명 작가에게 편지를 써주는 독자도 있었다. 읽는 사람이 많든 적든, 작가는 쓰고 또 썼다. 첫 소설집 『지극히 내성적인』을 펴내고, 작가는 “예민한 것을 듣고 느끼는 재주를 타고 났다”는 평을 들었다. 실제로 작가는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집중한다. 어떤 영감을 받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생활 감각으로 글을 쓴다.
『없는 사람』은 쌍용자동차 정리 해고 사태에서 영감을 받은 소설이다. 주인공 ‘무오’는 노조를 와해시키고자 투입된 밀고자이자 첩자다. 세상에서 단 한 번도 존재감이 없었던 ‘무오’는 “노조가 싸움을 포기하게 만들라”는 ‘이부’의 지시를 받고, 노조 지도부 ‘도트’를 감시한다. 무오는 떳떳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도, 이부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한다. 처음에는 돈 때문이었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일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기도 했다. 이부는 무오에게 말한다. “의심받으러 들어가는 건데 의심받아야지 뭐.” 무오는 정체를 의심 받다, 결국 자신을 가장 의심하게 된다. 무오는 혼자 중얼거린다. “이러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게 되고 말 것이다. 몸뚱이만 살아 있으면 뭘 하나.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게 되어버린다면 그건 사람도 아니다.” 무오는 결국 ‘없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벗을 수 있을까.
무오, 자기가 없는 사람
『지극히 내성적인』이 출간된 후, 9개월 만에 첫 장편소설 『없는 사람』이 나왔습니다. 2016년에 두 권의 책을 낸 소감이 어떠신가요?
등단하기 전부터 장편에 관심이 많았어요. 제 단편집 내용이 심리와 관련된 이야기들이어서 제가 잘 쓸 수 있는 이야기는 심리스릴러나 범죄물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망설이던 와중에 『이창근의 해고일기』를 본 후 마음에 움직임이 많았어요. 처음 생각처럼 쌍용자동차 사건을 비중 있게 다루진 못했지만, 세상 사람들이 이 사건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정도가 들어간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Axt>에서 연재해 나온 첫 단행본입니다. 연재 당시, 독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직접적으로 독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경로는 없었던 것 같아요. 작가들은 독자 반응을 궁금해 하기 마련인데요. 책이 출간된 후에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연재하는 동안은 다소 어려워요. 주변 친구들로부터는 재미있게 잘하고 있다, 등의 격려를 받았어요.
연재를 제안 받았을 때, 흔쾌히 수락하셨나요?
노트 한 권을 사서 소설을 막 채우고 있던 때였어요. 『없는 사람』의 앞 부분 정도는 이미 그림을 그려놓았던 상황이라서 제안이 반가웠어요.
마감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마감은 작가에게 좋은 탄력을 주는 것 같아요. <Axt>는 격월간지라서 원고를 100매 정도에서 끊어줘야 하는데, 소설의 리듬이랑 잘 맞게 끊겼어요. 장편은 체력이 중요하잖아요. 연재를 하지 않고 혼자 썼더라면 자신이 없어서, 소설을 뒤집었거나 좀 더 오래 걸렸을 것 같아요.
『없는 사람』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 소설인데, 등장 인물들의 이름은 비현실적입니다. 무오, 이부, 도트 같은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했어요.
‘무오’라는 이름을 지을 때 생각했던 건, ‘자기(自起)가 없는 사람’이었어요. ‘이부’ 같은 경우는 연재 당시에는 ‘김’이라는 이름으로 썼는데, 소설을 다 쓰고 난 후 ‘이부’라는 이름이 캐릭터랑 더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이부’는 다른 아버지, 두 번째 아버지라는 뜻이에요. 무오와 이부의 관계를 빗댄 말이에요. ‘도트’는 글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이름이에요. 안타까운 결말을 가진 인물이지만 예쁜 이름으로 써주고 싶었어요.
연재 당시에는 소설 제목이 「도트」였어요. ‘작가의 말’에서 “처음에는 도트에 관해 쓰려고 했다”고 밝히셨고요. 하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무오’에 가장 감정이입이 됩니다. 비중이 큰 인물인데, 현실에서 ‘무오’와 같은 인물은 좀처럼 주목 받지 못해요. 소외된 인물이죠.
저 역시 감정이입을 가장 크게 한 인물이 ‘무오’였어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양한 면이 있잖아요. 무오는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일할 때 적극적인 성격이 전혀 아니에요. 무오의 행동을 서술할 때는 아마 독자 분들이 거리감을 느낄 수 있을 텐데, 대신에 무오가 심리적 갈등을 겪을 때는 인물에 좀 더 깊숙이 들어갔어요. 연재할 때는 오히려 ‘이부’ 캐릭터가 가장 재밌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은 인물이라 신경을 쓰지 않아서 오히려 자유롭게 표현됐나, 싶더라고요. 도트 같은 경우는 혹시라도 이 소설이 누가 될까 봐, 조심스러웠어요.
소설을 읽는 내내 생각했어요. ‘무오가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더라면, 이부의 제안을 거절할 수 있을까?’ 꼭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이부의 제안을 받아들인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무오는 이부가 돈을 더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노조를 감시하는 일을 시작했어요. 사람이 살다 보면 돈 때문에 어떤 일을 하게 되곤 하지만, 꼭 그 이유만 있지는 않아요. 무오는 이부라는 인물을 어느 정도 따르고, 좋아해요. 이부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대해 ‘이런 관계는 처음’이라고 느끼고요. 무오는 학교에서도 없는 아이와 같은 느낌으로 살았어요. 그래서 ‘반점’에게도 우정을 느끼죠. 해하려고 하지만 친해지고 싶은 마음도 있는 거예요. ‘도트’에 대해서는 멋있다고 느끼기도 하고요. 무오가 제안을 수락한 데 있어서는 여러 상황이 겹쳤다고 생각해요.
집필을 위해 노동자나 노동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을 취재했을 거라 생각했어요.
쌍용자동차 사건을 다루겠다는 생각보다는 한국 사회문제가 소설의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길 바랐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배경이 되고,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만약 제가 소설 속 등장인물과 비슷한 사람을 현실에서 만났다면, 어떤 부분은 리얼리티가 살았겠지만 이미 『의자놀이』나 『이창근의 해고일기』, 『그의 슬픔과 기쁨』 등과 같은 작품들이 있잖아요. 저는 다른 방식으로 이런 모습을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평소 작업하는 방식이 자료조사를 많이 하는 스타일도 아니고요. 소설을 쓸 때, 어떤 사람을 만나서 이해할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제목 『없는 사람』은 직접 지으셨나요?
‘무오, 없는 사람’이라고 하고 싶었는데요. 출판사에서 ‘여기, 없는 사람’을 제안했어요. ‘여기’를 빼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마지막에 선택한 제목이에요.
장편을 써서 좋았던 점이 있나요?
단편은 아무래도 분량의 한계가 있어서, 인물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나 시간의 폭이 좁아요. 주제 자체도 달라지고요. 이를 테면 단편은 작은 캔버스 위에 꽃, 고양이와 같은 사물을 그릴 수 있다면, 장편은 거대한 화폭 안에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어떤 문장을 쓰고 싶다, 는 생각이 있나요?
단편에서는 문체가 소설의 분위기를 잡아주기 때문에 하는 역할이 크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번 소설을 쓰면서는 최대한 심플하게 가독성이 좋은 문장 쓰려고 했어요. 최대한 쉽게, 빨리 읽을 수 있도록 하는데 신경을 좀 더 썼어요.
쌍용자동차 사건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등단을 한 후, 소설을 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단기직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도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나요?
연재를 시작하면서 일을 그만 뒀어요.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은 들어오니까 다른 일은 안 했는데, 글만 쓰니까 되게 좋았어요. 지금은 문학잡지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서요. 내년에 창간되는 잡지인데요. 이 일이 기본적인 생활을 책임져 주기 때문에 당분간은 안 할 것 같아요. 분명히 어떤 일을 하면, 그 만큼의 에너지가 들어가요. 생활의 규모를 줄이더라도 글만 쓰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해요.
소설을 쓰다가 막히면, 책상에서 일어나나요? 아니면 끝까지 앉아있나요?
쓰다가 막힐 수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막히는 이유는 자기가 원하는 글이 안 나오기 때문에 안 쓰는 거예요. 저는 말이 안 되는 내용이더라도 일단 쓰긴 써요.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쓰고, 고치더라도 분량을 채워요. 못 써도 채우는 거예요. 어떻게든 쓰긴 써요.
그러면 수정을 많이 하게 될 텐데요.
글쎄요. 수정을 하는 건, 내 생각에서 못 썼다는 느낌이 들어서겠지만. 실제로 내용이 별로가 아니라 어떤 압박감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내용 자체가 바뀔 때만 대폭 수정을 하는데, 오히려 재밌는 작업으로 느껴져요.
어떤 독자가 특히 『없는 사람』을 읽으면 좋을까요?
쌍용자동차 사건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어요. 오히려 이 사건에 대해 잘 알고 계신 분들은 “이렇지 않아”라고 말할 수 있고, 관심이 없거나 반대 입장에 계신 분은 “시위 현장이 짜증나고 싫다”고 말하기도 할 텐데요.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 사람이 저렇게 오랫동안 같은 의견을 내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닐까?” 『없는 사람』을 보면서, 쌍용자동차 사건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2016년 문단 내 성폭력 사건이 논란이 됐습니다. 이 일이 수면으로 드러났을 때, 가장 분노한 작가들을 보면 아무래도 여성이 많았어요. 젊은 작가로서 어떻게 보셨는지요?
개인적으로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모르고 있던 사실인데, 모르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무책임한 게 아닐까 싶어, 어떤 말씀을 드리기가 어려운 데요. 다행스러운 건, 그래도 이렇게 터져 나왔다는 사실이에요. 물론 문단도 상당히 심각한 상태이지만, 다른 업계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 바로 그 판을 떠나야 하잖아요. 제가 이 사건을 보면서 느낀 점은 그동안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었는데, 자기가 피해를 입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나만 예민해서 상처를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모두가 힘들었던 거죠. 저도 이 문제에 있어서는 이제 막 깨어난 단계인 것 같아요.
언젠가 열 권짜리 책을 쓰고 싶다고 말하셨어요.
저는 소설을 쓰면서 긍정적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친구들이 다 걱정해주는 스타일이었어요. 장편을 쓰면서 충동적인 면이 없어졌고 성실함을 갖추게 됐어요. 하나의 작품을 쓰면서, ‘다음 장면이 기다리고 있어. 다음 순간이 있어’ 하고 생각하는데요. 장편을 쓰는 과정이 저에게는 참 좋았어요. 730매를 썼는데 내가 달라졌다면, 좀 더 큰 이야기를 썼을 때 내가 본 세상을 어떨까? 나는 어떻게 달라질까? 궁금해져요. 그래서 다음에는 두 권짜리 작품도 쓰고 싶고, 언젠가는 열 권짜리도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소설의 쓸모를 물어봐도 될까요? 소설가도 독자로서의 시간을 더 많이 보낼 텐데요.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에요. 영화도 잘 못 보고, 대신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는 걸 좋아해요. 다른 작가에 비해서 책을 많이 좋아하진 않아요. 고등학생 때도 이과생이었고요 독후감도 책을 안 읽고 쓸 정도로 싫어했어요. 하지만 힘들었을 때 읽은 한 소설이 제게 큰 힘이 됐고, 책을 좋아하게 됐어요. 저처럼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어렵고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 때, 한 권의 책이 인생의 전환을 만들어주지 않을까, 생각해요.
힘이 된 책은 무엇이었나요?
좋아하는 작가를 말해도 될까요? 영국 작가 ‘사라 워터스’를 좋아하는데, 그가 쓴 『끌림』을 추천하고 싶어요. 두 여성 화자의 이야기도 구성됐는데, 인물의 심리를 깊숙하게 다루고 있어요. 재밌는 반전까지 있어서 읽는 내내 푹 빠져들었어요.
사회문제를 다루면서 이야기적인 요소를 갖춘 작품
등단하기 전까지 작품을 50편 이상 쓰셨어요. 문학상에 도전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은데요. 등단 후, 무엇이 달라졌나요?
아무래도 가장 좋은 건, 독자가 생기는 일이에요. 독자들이 작품을 읽고 이야기해주는 것이 큰 힘이 돼요. 저는 서른 넷에 데뷔했기 때문에 오랜 시간 혼자 소설을 썼어요. 홈페이지에 소설을 계속 올렸는데, 그 소설을 읽고 편지를 보내주신 분이 있어요. 엄청난 응원이 됐죠. 지금 생각해보면 외로운 시절인데요. 어떻게 보면 이런 응원 덕분에 재밌게 버틴 것 같아요. 소설 쓰는 친구들과 합평을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됐어요.
전작 『지극히 내성적인』의 리뷰 중에 기억에 남는 글이 있나요?
「대머리」라는 소설을 썼는데, 주인공이 저와 가장 멀었던 화자예요. 노인이고 남자였고, 제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의 주인공이었는데요. 어떤 독자 분이 “작가가 아저씨인 줄 알았다”고 하셨어요. 쾌감을 느꼈어요.
쾌감이라고요?
저와 전혀 반대되는 이야기를 들을 때, 내가 잘하고 있다고 느껴요. “이 작가는 분명히 결혼을 했을 거다, 굉장히 부유층일 거”라고 할 때, 그래요. (웃음) 통틀어서 ‘아저씨’라고 했을 때, 가장 기뻤어요.
작가님이 ‘여자’라는 미리 알지 못했다면, 저도 ‘남자’ 작가를 상상했을 거예요.
그런가요? (웃음)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셨잖아요.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소설을 쓴다면 어떤 직종을 선택하시겠어요?
사실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쓰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상상해서 쓰는 걸 좋아해요. 그래도 꼽아본다면 백화점 판매원이 나을 것 같아요. 오래 일했고 힘들었거든요. 울면서 백화점을 나왔어요. 만약 쓴다면 리얼하게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올해는 특히 책을 읽기 힘들었어요. 정신 없이 터지는 정치 이슈를 따라가다 보니, 현실이 더 소설 같았어요.
저 역시 그랬어요. 현실에서 너무 어이 없는 일이 터지니까, 오히려 소설을 쓰는 시간이 휴식처럼 느껴질 정도였어요. 모니터를 덮으면, 이야기가 끊임 없이 쏟아져 나오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쓰는 소설이 편안한 소설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내가 쓰는 세계가 너무 안전하고 편안한 게 아닌가? 이 세계를 제대로 반영한 것인가? 생각하게 됐어요. 여러 가지 마음이 복잡했던 것 같아요.
소설이 더 파격적이어야 하나? 세야 하나? 생각해보신 적은 없나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자극적이라서, 소설이 더 자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이야기의 역할은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작품은 휴식이 될 수도, 문제 제기를 하는 작품이 될 수도 있어요. 잠깐 쉬어가는 작품도 분명 필요하고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야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음 작품을 준비 중인가요?
욕심이 많은 편이라서요. 다음 작품을 쓰고 있어요. 한국 사회 문제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인데요. 사회문제를 다루면서 이야기적인 요소를 갖춘 작품을 쓰고 싶어요. 100매 정도 썼는데요. 출간 계획 같은 건 아직 없어요. 그냥 혼자 쓰고 있어요. 사실 단편도 쓰고 있고 그림책도 준비하고 있어요. 그림은 공부하는 수준이지만 이런 저런 기획을 하고 있어요.
물구나무서기를 한 사진을 프로필로 쓰셨어요. 독자들이 궁금할 것 같아요. 왜 이 사진을 선택하셨나요?
올해 찍은 사진 중에 저를 가장 잘 드러내는 사진이라고 생각했어요. 소설이 즐겁고 명랑한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작가 사진을 봤을 때 만큼이라도 잠깐이라도 즐거우시라, 생각했어요.
저자로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소설의 결말을 옥상에 버려 놓았는데요. 무오라는 인물에 대한 신뢰가 있었던 것 같아요. 감시자 역할을 한 무오가 이 일을 통해서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저도 궁금해요. 무오에게 그 일들을 잘 해결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또 아무래도 쌍용자동차 사건이 모티프가 됐기 때문에, 자신의 일터에서 세상과 싸우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응원이 됐으면 좋겠어요.
없는 사람최정화 저 | 은행나무
이 소설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조직을 와해시키려는 임무를 받고 투입된 밀정 ‘무오’, 그의 뒤에서 정신과 세계를 조종하는 ‘이부’를 중심에 놓고 세상의 힘의 균형이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지 또 믿음의 불확정성 속에서 진실은 어떻게 우리와 대면하는지에 대한 소설적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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