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해리 포터’를 영어로 읽기까지
『10살 영어자립! 그 비밀의 30분』 정인아 저자 인터뷰
영어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공부로 인식한다면 몸에 익숙해지기 전에 먼저 거부감이 들고 싫어지기가 쉽습니다. 따라서 영어책 읽는 것, 영어 TV 보는 것 등 영어를 접하는 시간은 공부 시간이 아니고 영어를 사용하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 영어교육, 정말 힘들다. 억지로 공부를 강요당하는 아이도 그렇고, “공부해, 공부해” 하며 잔소리하는 엄마도 진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있다. 답은 딱 하나다. 아이가 영어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 즉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재미만 있으면 뜯어말려도 빠져드는 게 우리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과 동영상을 준비해, 옆에서 함께 놀아주자.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떤 책과 동영상을 재미있다고 느낄까? 어찌 보면 부모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고민이다. ‘재미있음’에 대한 성인과 아이의 기준은 하늘과 땅 차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10살 영어자립! 그 비밀의 30분』 저자는 실제로 첫딸 서린이를 키우며 온갖 시행착오를 거쳐 고르고 고른 콘텐츠를 소개한다. 좋은 책을 골라주는 것뿐 아니라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친절한 설명도 곁들인다. 아무리 교육 내용이 좋아도, 활용할 시간이 없거나 힘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저자 본인이 워킹맘이었기에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비밀의 30분’이다. 하루 30분이면 된다. 실제로 저자의 딸 서린이는 이 방법을 활용해 10살에 미국 중학교 1학년 수준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책에서 쓰인 ‘영어 공부’는 ‘영어 사용하기’의 다른 말이라고 하셨습니다. 영어는 공부하는 대상이 아니라 사용하는 언어라는 말이라는 것 같은데요. 자세히 설명해 주시자면요.
영어는 ‘언어’입니다. 공부를 넘어 글로벌 시대에 매우 중요한 의사소통의 도구입니다. 도구라는 것은 사용하는 사람이 익숙해서 잘 활용해야 그 가치가 발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몸에 익숙하고 편해져서 자주 사용해야 합니다. 이렇게 몸에 배어야 영어로 된 영화나 책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되죠. 그런데 영어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공부로 인식한다면 몸에 익숙해지기 전에 먼저 거부감이 들고 싫어지기가 쉽습니다. 따라서 영어책 읽는 것, 영어 TV 보는 것 등 영어를 접하는 시간은 공부 시간이 아니고 영어를 사용하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이처럼 아이가 영어와 함께하는 시간을 공부로 인식하지 않고, 영어를 활용하고 같이 노는 시간으로 인식하면 좀 더 쉽게 영어를 몸으로 체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영어 울렁증이 있는 부모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주셨는데, 부모가 즐겁지 않으면 아이도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가 먼저 자신감을 가질 방법을 조언해 주실 수 있을까요?
글로벌 기업에서 16년간 일하면서 영어의 필요성을 몸소 느꼈습니다. 저희 세대는 영어를 잘하든 못하든 차이는 있지만 어느 정도 두려움이 있습니다. 영어를 학교에서 공부로, 그것도 중학교 이후에 처음 접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지요. 옆 팀 차장이, 앞집 엄마가 나보다 영어를 조금 더 잘할 거 같지만 다 거기서 거깁니다. 하하하. 나만 특히 못 한다는 생각은 ‘싹’ 지우셔도 됩니다. 그런 점에서 일단 자신감을 가지시고요!
이 책에서 소개하는 부모가 아이에게 영어책을 읽어주는 기간은 영어를 처음 접하는 경우 6개월입니다. 아이가 영어문자를 빨리 습득할 경우 그 기간은 짧아집니다. 부모가 읽어주는 책은 그림이 80% 이상 차지하는 그림책으로 글자가 적습니다. 따라서 영어를 읽을 수만 있으면 심한 영어 울렁증이 있는 부모들도 쉽게 읽어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책 자체가 다 재미있는 것들이어서 읽어주는 부모도 즐겁습니다.
이렇게 즐겁게 읽어주면 아이도 어느새 부모가 읽어준 영어책의 단어를 따라 하고 혼자 영어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면 부모는 더욱 신이 나죠. 단언컨대, 아무리 비싼 학원에 다녀도, 유명한 원어민 과외 선생을 소개해줘도, 아이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부모만큼 좋은 선생님은 없습니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읽고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영어공부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하셨습니다. 영어에 노출하는 적절한 시점은 어느 때,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요?
수정이 필요한데요, 책을 보시면 영어를 시작하는 시기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읽고 이해할 수 있을 때가 아니고, ‘우리말을 유창하게 하면서 문장도 읽을 수 있을 때’입니다. 유창하게 책을 읽는 것은 개인마다 차도 크고 시간이 꽤 걸립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영어를 시작해야 할 적절한 시기는 아이가 한국말을 잘하고 문장을 읽으면 되는데요. 빠른 아이들은 4살 때 이정도로 한글을 한다는군요. 그런 아이들은 4살부터 영어를 노출하면 됩니다. 아이가 한글을 늦게 뗐다면 8살에 시작하면 되고요.
둘째가 첫째보다 책을 안 읽는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이 흥미로웠습니다.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기까지 부모가 들일 수 있는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선은 무조건 ‘많이 읽어주기’입니다. 친구도 매일 만나야 금방 친해지죠. 자주 만나면 친근해지고 친근해진다는 것은 좋아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잠자리에서 읽어주는 것은 아이가 무의식중에 책을 좋아하게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저도 잠자리에서 많이 읽어 줬고요.
두 번째 방법은 ‘책을 아이 가까이에 두기’입니다. 눈에 보여야 반사적으로 손이 갑니다. 아이가 자주 있는 곳은 거실인데 아이 책은 아이 방에 있으면 책 가지러 가기 귀찮아서 부모도 아이도 책을 손에 잡지 않게 됩니다. 아이 주변을 책으로 장식하세요. 큰 효과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어 주더라도 책장은 아이 손으로 직접 넘기게 해 주세요. 아이는 책이라는 친구와 손을 잡는 것 마냥 책장을 넘기며 몸으로 책과 친해지게 된답니다.
부모의 노력 없이 저절로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그다지 많지 않을 거 같습니다. 아이가 책과 친해지기까지는 보모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답니다.
초등학교 때 영문법 공부는 시간 낭비라고 하셨습니다. 문법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초등 저학년 때 영문법을 공부하는 것은 의미가 없더군요. 아이가 용어를 한국어든 영어든 이해를 못 하니까요. MIT 교수이며, 저명한 언어학자인 ‘크라센’ 박사님도 말씀하셨듯이 영문법은 책을 꾸준히 읽으면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문법이 워낙 예외가 많아서 외우기도 어렵고, 문맥에서 문장의 의미를 이해한다면 그것이 문법을 알고 있음을 의미하므로 문법을 따로 떼어 학습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상 문법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초등 6학년 때 그간 읽은 수많은 책을 바탕으로 ‘알짜 책 리스트’에 있는 미국 영문법 책으로 가볍게 정리해 보면 도움이 됩니다. 영어책만 즐기며 꾸준히 많이 읽는다면 영문법도 몸에 배게 됩니다. 후에 영문법을 따로 학습할 때도 이미 아는 내용을 용어 중심으로 정리하는 과정으로 쉽게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영어자립에 성공한 다른 가족의 사례도 들어가 있는데, 인상 깊었던 가족을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다들 인상 깊었지만 특히 경기도에서 사교육 없이 10살에 영어 자립을 이룬 제이 가족과, 아이가 좋아하는 영어 DVD를 이용해 영어 자립을 이룬 유원이 가족이 인상 깊었습니다.
워킹맘인 제이엄마는 차로 이동시에 잊지 않고 영어 CD를 항상 교체하며 틀어주고 집에 와서는 30분 정도 집중해서 영어책을 읽어 줬답니다. 아이가 혼자 책을 읽는 시기에는 책 읽고 문제 푸는 과정을 꾸준히 했습니다. 책에서 나오는 3스텝 과정입니다. 그런 과정이 몸에 쌓여 아이 스스로 몇 시간 동안도 영어책을 즐기며 읽게 된 거죠. 제이는 SBS ‘영재 발굴단’에 영어영재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유원 엄마는 아이가 좋아할 만한 DVD를 선정해 보여주고 이와 연계된 책을 읽힌 후, 책에서 소개한 무료 문제풀이 사이트에서 문제도 풀게 했습니다. 1년간 지속한 후 초등 2학년 때 미국 학교에 가게 됐는데, 영어 실력이 미국 2학년과 비슷했고 6개월 만에 월반도 했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시작과 세부 과정의 차이가 있지만, 이 모든 사례의 중심에는 ‘책을 정독한 후 문제풀기’가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아이가 즐기면서 정독하는 책 읽기의 힘을 저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10살 서린이가 배우고 겪은 과정이 총체적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책을 내기까지 서린이의 도움이 컸을 텐데,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어려운 시기도 있었는데, 잘 따라와주고 오히려 앞장 서 줘서 너무 고마워, 서린아. 네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누군가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도 없었겠지. 네가 내 딸이어서 너무 자랑스럽고, 지금 영어를 즐기는 너의 모습 자체가 나의 큰 기쁨이야, 서린아 사랑해.
10살 영어자립! 그 비밀의 30분정인아 저 | 매일경제신문사
저자가 아이에게 딱 맞는 영어 책(동영상) 큐레이터로 나섰다! 실제로 첫딸 서린이를 키우며 온갖 시행착오를 거쳐 고르고 고른 콘텐츠들이다. 좋은 책을 골라주는 것뿐 아니라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매우 친절히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