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 년 동안 심리 상담 및 교육 현장에서 만났던 많은 분들을 떠올립니다. 저마다의 고민과 희망을 지닌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는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가?’ 그리고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해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변화를 꿈꾸는 서른 즈음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변화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 고민했습니다.

서른 이전의 사람들은 서른이 되면 일에서든 사랑에서든 성공해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인간관계에서 상처받는 섬세한 성격 또한 완전히 바뀔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죠. 미래는 불확실하고, 책임질 일은 많아집니다. 여전히 누군가에게 상처받고 또 상처 주는 삶을 삽니다. 나름대로 애썼지만 서른이 되어도 변하지 않는 자신을 보며 사는 게 참 어렵다고 느낍니다. 그래서일까요? 누군가는 서른을 아직 미숙하다는 의미에서 “설은”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서럽다고 해서 “설운”이라고도 합니다. 이렇듯 서른 역시 진정한 자신의 모습과 소명을 찾아가는 삶의 한 과정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좌절이라는 도돌이표는 피할 수 없고 그때의 내 모습 또한 기대만큼 화려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 삶의 성장 과정은 가파른 직선형이라기보다는 완만한 나선형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 느릿한 성장 속에서 서른이라고 급격히 달라질 수는 없습니다. 서른을 바뀌어야 할 의무가 아닌, 바뀌지 않을 자유가 주어지는 때라고 생각해보세요. 특히 성격이 섬세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배려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서른이 지나도 여전히 인간관계에서 쉽게 상처받고 많이 아파합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쉽게 이해받을 수 없는 고민과 상처 속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해 오늘도 변화하고자 애씁니다.

그런 그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이기에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왔습니다. 사실 저는 상담을 하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공감하고 이해하는 일이 과연 가능한가에 대해 확신할 수 없었던 순간이 많았음을 고백합니다. 지금도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당신의 아픔을 ‘공감(이해)한다’가 아니라 ‘공감(이해)하고 싶다’이며, 이것이 최선일 듯합니다.

그래도 서른의 녹록치 않은 세상을 경험했고, 경험할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 여러분처럼 생기고 여러분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뿐입니다. 지금도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는 분들의 마음을 잊지 말고 무엇보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온 여러분 자신을 용기로 격려해주기 바랍니다. 여러분 각자의 고유한 모습 그대로 서른을 포함해서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를 당당히 그리고 설렘으로 맞이하시기를 응원합니다.

이 책은 때때로 세상과 사람에 지쳐 좌절하지만 그럼에도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모든 분들에게 전하는 저의 작은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입니다. 삶은 때로 역설적인 것 같습니다. 늘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사람들이 왜 더 쉽게 상처를 입을까요? 문제는 상대방에게 있는데 왜 내가 고통받아야 하며, 개선하려는 노력도 왜 내가 해야 할까요? 왜 더 잘하려는 의지와 정교한 계획이 있어도 변화를 이루기가 어려울까요? 이 책에서는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 가장 ‘자기다운 모습’을 찾아가도록 도울 것입니다.

이 책에서 전하고 싶은 주요 메시지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 절대 다른 사람은 바꿀 수 없습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세상과 타인에 대한 나의 태도뿐입니다.
두 번째, 그들은 그들의 노래를 부르도록 두고, 당신은 당신의 노래를 부르세요. 나의 가치는 세상과 타인의 평가에 귀속되는 게 아닙니다.
세 번째,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세요. 그때 진정한 내면의 변화가 시작됩니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배려해온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경험하는 고민과 아픔을,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자기 안의 변화를 추구하는 이들이 힘들어하는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우리 내면의 풍경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어서 각 장의 내용 역시 일부는 서로 연관되거나 중첩될 수 있습니다. 이런 반복과 변주를 통해 이 책의 메시지가 여러분에게 좀 더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순서에서 벗어나 여러분이 관심이 가는 주제부터 먼저 읽으셔도 상관없습니다.

각 장은 대체로 주변에 있을 법한 누군가의 고민을 담은 사례로 시작되며, 모든 사례는 저의 상담, 생활 지도 및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각색한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고민의 이유에 대한 탐색과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생각이나 태도에 대한 제언이 이어지며 각 장의 말미에는 그 장의 주제와 관련한 심리학적 지식 및 테스트를 제시했습니다. 또한 관련 참고문헌을 통해 관심 있는 분들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관점이나 경험이 주로 담겨 있어서 어떤 이들에게는 직접적으로 해당되지 않는 사례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능하면 많은 분들이 경험했음 직한 사례를 바탕으로 직접 대화하듯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이 책이 여러분의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 책을 쓰면서 저의 박사과정을 지도해주신 헤프너 교수님을 떠올렸습니다. 삶의 매 순간 따뜻하고 적극적인 문제 해결자가 되도록 격려해주셨습니다. “누군가를 배제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와 함께 가는 것은 훨씬 가치 있는 일이다. 피하지 말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다가서라!” 제게 해주신 말씀, 늘 기억합니다.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저자의 늑장을 관대하게 이해해주고 책의 완성도를 높여주신 북이십일 출판사 김영곤 사장님, 인문기획팀 정지은 팀장님과 김찬성 대리님 그리고 여러 관계자분들께 감사합니다. 출판을 제안해주신 신정숙 본부장님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이 책의 전반부 초고에 대해 유익한 피드백을 해주신 일곱 분의 선생님들, 그리고 피드백 과정을 주관해주신 함경애 박사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평소 긍정 심리학과 변화 과정에 대한 즐거운 논의를 함께해주신 가톨릭대학교 이희경 교수님 감사합니다. 응원해주신 홍세희 교수님, 박현주 교수님, 김광식 박사님, 장석환 교수님, 박성현 교수님 이하 여러 지인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늘 격려해주신 윤효균 교수님과 김정오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연세대학교 상담심리연구실 및 교육대학원 제자들, 상담연구모임: 동행 회원들, 그리고 연세대학교 언어연구교육원 유현경 원장님 이하 여러 분들의 관심 고맙습니다. 매 순간 삶의 모범을 보여주시는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의 깊은 사랑과 헌신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원고 전체를 함께 검토하고, 세부적인 피드백은 물론 물심양면으로 보살펴준 사랑하는 아내 임현우 교수님께 깊이 감사합니다. 끝으로 2015년 여름, 갑자기 소천하신 석사과정 지도교수 이장호 교수님, 그리고 선물처럼 왔다가 채 꿈을 펼치지 못하고 떠난 제자 정상목 선생을 추모합니다.
세상과 사람에 지친, 그래도 변화를 꿈꾸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드립니다.

2016년 가을
이동귀 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