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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심리학의 ‘어두운’ 얼굴

『심리학을 만든 사람들』 김태형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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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는 주로 서구의 주류심리학을 소개하는 수많은 심리학 서적들이 있는데, 그것들이 모두 다 진리를 말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비판적 시각으로 심리학책들을 소화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바야흐로 심리학 열풍이다. 질주하던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일단 멈춰서 지금까지 우리가 믿어왔던 것들을 차분하게 의심해보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해답과 위안을 줄 것으로 생각되는 ‘심리학’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시중의 수많은 심리학책들이 우리에게 속 시원한 해답을 주기는커녕 더 많은 답답함을 준다는 지적이 많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심리학을 만든 사람들』의 저자 김태형은 그 이유를 심리학의 역사 속에서 살펴볼 것을 제안한다.


사회 역사적 시각에서 심리학 서적을 다수 집필해온 저자는 현재 대중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심리학이 진정 ‘인간을 위한 학문’이 되려면 심리학의 어두운 역사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책에서는 심리학에 대한 상세하고 균형 잡힌 설명으로 심리학 역사를 깨우쳐주면서 이를 바탕으로 비인간적인 모습을 감추려고 하는 심리학계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프로이트, 분트, 에리히 프롬 등 중요인물에 초점을 둔 서술방식으로 역사서 특유의 무거움이나 어려움을 타파했다. 심리학을 더욱 깊이 알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책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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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심리학을 만든 사람들』입니다. 역사적 인물을 중심으로 집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역사적 인물을 중심으로 심리학의 역사를 설명하기보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심리학사 책’을 목표로 집필을 했습니다. 물론 이럴 경우에도 당연히 심리학 이론의 발전에 기여한 역사적 인물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게 되는데요, 완성된 원고를 보고 나서 출판사 쪽에서 제목을 ‘심리학을 만든 사람들’로 제안했습니다.


한국에서 심리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계속 높아져 왔고, 그에 따라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본격적으로 접하고 싶어 하는 독자들도 증가했습니다. 심리학을 본격적으로 접하게 해주는 책에는 심리학 개론을 다루는 책, 심리학의 역사를 다룬 책 두 종류가 있습니다.


심리학 개론서는 생리심리학, 인지심리학, 발달심리학, 사회심리학 등 다양한 심리학 이론들을 병렬적으로, 분야별로 설명합니다. 다양한 심리학 이론들을 접하기에는 좋지만 심리학에 대한 전체적인 상을 그리기에는 불리합니다. 또한 어떤 심리학자의 이론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알기도 어렵습니다.


반면에 심리학사는 심리학에 대한 전체적인 상을 제공해주고 역사적 맥락, 전후관계 속에서 심리학 이론들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심리학 개론서보다는 심리학사가 심리학에 대한 본격적인 안내서 역할을 더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적인 심리학사를 집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처음 생각하신 제목 ‘심리학사’를 들으면 ‘사회사상사’, ‘경제사상사’ 같은 인상을 받는데요, 사상으로서 심리학을 생각할 때 가장 주목해서 보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심리학은 철학적 세계관, 그 중에서도 특히 인간관과 불가분의 관계 속에 있습니다. 즉 특정한 심리학 이론은 기본적으로 기반을 두는 철학적 세계관, 인간관이 어떠하냐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각각의 심리학 이론들이 어떤 철학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지를 필수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심리학 이론은 철학의 영향 하에 탄생하고 발전하지만 인간, 인간심리에 관해 논하기 때문에 여러 학문 분야의 인간에 대한 견해나 태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궁극적으로는 철학적 세계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만일 인간을 동물과 질적으로 동일한 생물학적인 존재로 본다면 인간의 세계도 약육강식이나 적자생존의 원리가 지배한다는 왜곡된 견해에 도달합니다. 이럴 경우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 제국주의의 해외침략 등은 자연법칙에 맞는 현상으로 미화됩니다. 사상으로서의 심리학에 주목할 경우 단편적인 심리학 이론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협소함에서 벗어나 이런 큰 맥락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현대 심리학이 침략 전쟁과 사회적 불평등을 옹호하는 역할을 했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는데,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심리학 이론은 사회역사적 맥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세계가 급격히 보수반동화 되던 시기 혹은 제국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미국에서는 반민중적인 행동주의 심리학이 탄생해 유행했습니다. 반면에 세계를 진보의 물결이 휩쓸고 있던 시기에 미국에서는 그나마 기존의 주류 심리학에 비해서는 진보성이 있던 인본주의 심리학이 탄생해 유행했습니다.


심리학자들도 사람인 이상 그가 살고 있던 시대, 사회의 영향을 받습니다. 또한 그가 소속되어 있거나 소속감을 느끼는 사회집단의 영향도 받습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현대 심리학은 불평등한 자본주의 제도를 옹호하거나 야만적인 제국주의 침략을 합리화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심리학자들 중에는 자신이 제국주의 침략과 사회적 모순을 옹호하고 있음을 의식하고 있는 학자들도 있고, 자신은 가치중립적이라고 착각하면서 무의식적으로 그런 행위를 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현대 심리학이 민중이 아닌 지배층, 힘없는 나라들이 아닌 제국주의의 편을 들고 있다는 객관적인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독자들에게 심리학자로서는 다소 생소한 에리히 프롬에 대해 중요하게 말씀하신 부분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작에서도 그에 대해 자주 강조하셨는데요.
 
올바른 철학 그리고 심리학이 받아들여야 하는 인간관은 인간을 생물학적 존재가 아닌 ‘사회적 존재’로 보는 인간관입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는 이런 인간관에 기초하고 있는 심리학 이론이 탄생하지 않았습니다. 에리히 프롬은 최초로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 심리학자였고, 그런 입장에서 심리학 이론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물론 전작 『싸우는 심리학』에서 밝혔듯이, 에리히 프롬도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 바라보는 올바른 심리학 이론의 정립에는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의 심리학 이론은 기존의 심리학 이론들에 비하면 심리학이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한마디로 체급이 크게 다른 질적으로 새로운 단계의 이론입니다.


반면 서구의 심리학자들이 저술한 심리학사에서는 에리히 프롬의 이름조차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 역시 서구의 심리학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리학이 아니라는 것, 민중이 아닌 지배층의 편에 서있는 심리학임을 알려주는 한 가지 예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 심리학자라는 독자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심리학’과 ‘심리학자’는 어떤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한국에서도 심리학이 대중화됨에 따라 대중의 인간관에 미치는 심리학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인간은 동물과 똑같이 개체생존을 위해서 서로 경쟁하는 이기적인 존재라는 심리학 이론이 널리 퍼져 있는데요. 이로부터 상당수의 대중은 잔인한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한국사회, 나아가 자본주의 사회가 인간본성에 맞는 사회이고 따라서 그것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잘못된 견해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런 엉터리 심리학 이론들은 또한 타인을 적대적인 경쟁상대로 여기게끔 만들어 인간불신, 인간혐오 경향 등을 부추깁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볼 때, 한국 심리학자들에게는 외국의 심리학 이론을 무비판적으로 수입해 대중에게 소개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구의 주류심리학은 기본적으로 ‘개인’만 강조하지 ‘사회’는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회문제들까지도 개인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만일 한국의 심리학자들이 이런 서구의 주류심리학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대중에게 소개하는데 급급하다면, 그것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기는커녕 민중의 사회개혁 의지를 마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의 심리학자들은 학문에서의 사대주의를 배격하고 올바른 심리학 이론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심리학자 역시 한국인인 이상 사회의 발전, 국민의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 점을 명심하고 학문 활동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8월 27일 오후 2시 지혜의숲에서 도서 출간 기념 강연회를 하실 예정입니다. 어떤 내용으로 진행하실 계획이신지요?
 
‘심리학의 역사’라는 방대한 내용을 짧은 시간 안에 다루어야 하므로 이론들을 구체적으로 다루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신간 『심리학을 만든 사람들』의 내용을 중심으로 심리학사와 이를 만든 주요 인물들에 대한 큰 흐름을 제시하고 중요한 맥을 짚는 강의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독자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시중에는 주로 서구의 주류심리학을 소개하는 수많은 심리학 서적들이 있는데, 그것들이 모두 다 진리를 말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비판적 시각으로 심리학책들을 소화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의심과 비판 없이 받아들인 이론은 주입식 교육에 의해 갖게 되는 지식과 유사한 허약한 지식에 불과하지만 의심과 비판을 통해 소화한 이론은 지속적인 정신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튼튼한 진리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이므로 심리학책만 ‘편식’하면 안 됩니다. 심리학 이외의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균형 있게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서구의 주류심리학이 사회를 외면하는 반면 ‘개인’에게 과도한 초점을 맞추고 있는 조건에서 이런 폭넓은 독서는 특히 중요합니다. 이번에 집필한 『심리학을 만든 사람들』이 독자들을 올바른 심리학으로 안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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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만든 사람들김태형 저 | 한울아카데미
이 책은 심리학에 대한 상세하고 균형 잡힌 설명으로 심리학 역사를 깨우쳐주는 학술교양서로서, 비인간적인 모습을 감추려고 하는 심리학계에 일침을 가하는 책이다. 심리학을 더욱 깊이 알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최고의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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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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