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진 “‘척’하지 말고 솔직해야 행복하다”
『홍창진 신부의 유쾌한 인생탐구』 펴내 속세를 벗 삼은 괴짜 신부의 인생 처방
내 존재비용을 줄이면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스스로의 존재 수준을 낮추면 돼요. 신부 월급이 한 달에 62만 원인데, 월 62만 원짜리 존재수준이 되려면 우선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 해요. 그러려면 마음의 무게를 줄여야 합니다.
천주교 계의 ‘이단아’로 불리며, 보통 성직자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는 홍창진 신부. 그는 오페라 <토스카>에서 추기경으로, 연극 <레미제라블>에서 주교로 무대에 올랐고, TV드라마와 영화에도 심심찮게 얼굴을 비쳤다. 최근엔 tvN 토크쇼 <오마이갓>에서 거침없는 입담으로 대중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있다. ‘행복 불능자’가 넘쳐나는 시대, 그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얼까? 최근 『홍창진 신부의 유쾌한 인생탐구』를 펴낸 홍창진 신부를 만났다.
별명이 괴짜 신부, 날라리 신부라고 하던데 어쩌다가 그런 별명을 갖게 되셨나요?
흔히 신부는 주로 성당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들을 하는데, 저는 성당에 있는 시간보다 저잣거리에서 사람들과 노는(?) 시간이 더 많아요. 보통 사람들과 술자리도 많이 가지는데, 그러다 보니 신부답지 않다는 말을 좀 듣습니다. 처음 신부가 되고 나서 사제복을 입고 다니니까 사람들이 저를 어려워하고 슬슬 피하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하게 사제복을 벗고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다녔어요. 그런 뒤로 사람들이 속 얘기도 털어놓기 시작했고요. 사람들 안에 더 들어가고 싶어서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랬더니 어느덧 괴짜 신부, 날라리 신부가 되어 있더라고요.
종교서적도 아니고 일반 에세이를 출간하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어느 날 사주풀이와 관상으로 인생 상담을 해주는 유명한 분(참고로 이 분 인생 상담은 제가 해줍니다)이 저한테 ‘요새 사람들이 얼마나 갑갑한 줄 아느냐’고 묻더라고요. 그러면서, 책도 쓰고 강연도 좀 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도와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내가 지금 근무태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 작은 바람이라면, 사는 게 답답한 사람들에게 사이다처럼 속이 뻥 뚫리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면요?
일단 자기 자신한테 솔직해져야 해요. 솔직한 내 모습을 세상에 그대로 드러내고 살아야 하죠. 인생이 불행한 건 대개 ‘진짜 나’를 감추는 ‘허세’ 때문이에요. 저도 신부 생활 전반부는 그놈의 허세 때문에 불행했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이잖아요. 솔직하게 살아야죠.
한 예로, 흔히 화병 걸리겠다고들 하는데, 화가 나면 일단 화를 지르세요. 화를 참으면 내 속은 썩는데, 상대방은 내가 그러는 줄 몰라요. 화내는 건 좋은 대화예요. 또 화를 푸는 과정만큼 훌륭한 소통이 없어요. 또 하나, 인생엔 행복한 일보다 불행한 일이 더 많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인생이 원래 좀 꿀꿀하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 사는 게 어느 정도 편해집니다.
책에서 신부 생활이 빡세고 월급도 적은데 어느 누구보다 즐겁게 살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 비결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내 존재비용을 줄이면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스스로의 존재 수준을 낮추면 돼요. 신부 월급이 한 달에 62만 원인데, 월 62만 원짜리 존재수준이 되려면 우선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 해요. 그러려면 마음의 무게를 줄여야 합니다. 즉, 가난이 창피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저도 한때는 가난이 참 창피했습니다. 그런데 신부가 되고 나니, 가난은 창피한 것도 불편한 것도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가난한 사람도 뭉치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가난한 예술가나 문화 저작자들이 혼자 있으면 창피할 수 있지만, 모여서 목소리를 내면 오히려 멋있어집니다. 재물의 존재 수준을 낮추고 자긍심의 수준을 하늘만큼 높이면 가난도 유쾌해집니다.
최근에 미래가 불안하다는 사람이 많은데요. 미래를 불안해하는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저도 가끔 우울하고 불안합니다. 조용히 명상을 하면서 그 이유를 찾아보면 문제는 ‘결핍’이 아니라, ‘과잉’이라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내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가진) 이것마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불안하고 우울한 거죠. 그리고 그건 대부분 닥치지도 않은 미래와 관련한 것이지요. 불운한 미래를 예견하고 그걸 철석같이 믿는 정신구조는 좋지 않습니다. ‘앞날은 모른다’ 생각하고 털어버리세요. 그리고 혼자 고민하지 말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세요. 제 경험으로 보자면, 미래는 ‘자기 노력’ 절반과 ‘예기치 않은 인연’ 절반으로 결정됩니다.
성직자로 살면 외롭지 않나요? 외로움을 해결하는 비법이 있나요?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사람은 외로워 봐야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은 하루하루가 너무 고맙고 맛납니다. 가끔 부부싸움을 하고 저를 찾아와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옆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고마운 건데 그걸 모르고 복에 겨워 이 난리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외로움을 이기는 방법은 더 철저히 외로워지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면 주변 사람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게 돼요. 그렇게 내 곁의 사람들에게 잘 해야 덜 외로워집니다.
방송부터 뮤지컬, 오페라 출연까지 종교인답지 않은 행보를 계속 보이시는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제 마지막 꿈은 히말라야 2600m 고지 산골 마을에서 커피를 끓여주는 바리스타가 되는 거예요. 신부가 원래 70세가 정년인데 65세부터 자원 은퇴가 가능합니다. 저는 조기 은퇴해서 히말라야에 가고 싶어요. 세속에도 신이 있다며 뛰어다녔던 제1의 인생을 마감하고, 제2의 인생은 나 자신과 친구가 되어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고산을 여행하며 길을 찾는 구도자들에게 커피 한 잔 끓여주며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습니다. 물론 커피 값은 받을 겁니다. 한 잔에 2유로요. 하루에 2유로는 제가 쓰고 나머지는 돼지 저금통에 모았다가 우기 때에 아랫마을로 내려가 아이들에게 학용품을 사줄 생각이에요.
홍창진 신부의 유쾌한 인생탐구홍창진 저 | 중앙북스(books)
속세를 벗 삼은 괴짜 신부, 날라리 신부로 통하는 홍창진 신부는 이 책에서, 살면서 부딪치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속 시원한 돌직구 답변을 풀어놓고 있다. ‘신부가 저래도 되나?’ 싶을 만큼 거침없고 솔직한 그의 조언은 교과서식 정답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명쾌하고 현실적인 지침이 될 것이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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