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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숙제가 아닌 놀이

『여행육아의 힘』 서효봉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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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좁은 일상 속에서 반복된 일을 하며 또래 아이들의 문화 속에 살고 있어요. 이건 어른들도 비슷해요. 이렇게 살다 보면 시야가 좁아지고 작은 문제에만 매달리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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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진짜 공부가 될 때는 유적지에 가서 역사 인물을 달달 외우거나 경쟁하듯이 더 많은 곳을 더 멀리 갈 때가 아니라, ‘내 아이를 위한 가치 있는 활동’이 되도록 만드는 때다. 여행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낯섦과 두려움을 자신감과 성장으로 바꾸고, 갈등과 결핍을 자기주도력으로 이끄는 게 바로 여행 육아의 가장 큰 효과이다.

 

『여행육아의 힘』은 10년 동안 700회 이상 1,200명의 아이들과 함께한 여행교육 전문가의 여행육아에 대한 노하우를 묶은 책이다. 서효봉 저자는 2003년부터 ‘지역문화공간 더불어숲’에서 아이들과 같이 여행을 다니기 시작해, 지금은 여행교육 관련 글을 다음카카오 브런치에 연재하며 주말마다 아이들과 여행을 다니고 있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아이와 함께 다양한 여행을 하셨습니다. 여행교육전문가라는 직업이 생소한데, 정확히 어떤 일인지 궁금합니다.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여행으로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도 주말마다 아이들과 여행을 다니고 있는데요. 여행하면서 달라진 아이들을 보니 그 이유가 궁금했어요. 원래 제가 교사가 되는 게 꿈이었던지라 교육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여행이 교육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고 정리하다 보니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여행도 좋은 교육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요. 그래서 아이들과 여행을 갈 때 교육적인 부분을 많이 신경 쓰게 됐어요. 살아가는 데 정말 필요한 지식, 세상을 바라보는 눈, 또래 아이들과의 관계 같은 부분에 관심을 두고 여행하고 있어요. 여행이 교육을 위한 적극적인 방법이 될 수 있도록 연구하고 다양한 방법들을 개발하는 일도 함께하고 있고요.

 

부모로서 아이들과 신나게 여행할 생각에 준비하다가도, 막상 가면 힘들고 지친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이런 부모님들에게 말씀해주실 조언이 있다면요?

 

아이와 여행을 가면 즐겁고 신날 때도 있지만 힘들고 지칠 때도 있죠. 힘들고 지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언제냐면 아이에게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할 때에요. 여행이라는 게 사실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야 하는데 아이와 함께 가면 그렇게 하기가 힘들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즐거운 여행이 되려면 시간 관리를 잘해야 해요. 아이와 함께 노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어른도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는 게 좋아요. 전 아이들과 여행을 갈 때마다 한 가지 작은 목표를 정해요. 예를 들어 5분이라도 저만의 시간이 주어지면 그 시간을 만끽하려고 해요. 고작 5분으로 뭘 어쩌나 싶지만 오히려 짧아서 더 소중한 시간이 되더라고요. 그 시간이 기다려져요. 부모님들께서도 아이와 함께 여행을 가더라도 자기만의 즐거운 구석을 꼭 만드셨으면 좋겠어요. 아이와 함께 가지만 부모도 여행을 즐길 권리는 충분히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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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면 단순히 어디로 놀러 가라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왜 아이들과 여행을 가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접근합니다. 왜 아이들하고 여행을 가야 하나요?
 
여행이 좋다는 건 다들 잘 아시는데요. 이게 왜 좋은 건지 구체적으로 답을 하긴 참 어렵죠. 그냥 가보니깐 좋더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고요.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로 가르쳐줘야 할 건 뭘까요? 솔직히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으론 시험 대비밖에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시험 잘 치려고 태어난 건 아니잖아요. 잘 친다고 꼭 행복한 것도 아니고요. 우리 아이들의 일상을 잘 살펴보세요. 비좁은 일상 속에서 반복된 일을 하며 또래 아이들의 문화 속에 살고 있어요. 이건 어른들도 비슷해요. 이렇게 살다 보면 시야가 좁아지고 작은 문제에만 매달리게 되는 것 같아요.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는 건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을 넓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벗어나 보는 경험, 이 경험으로 세상을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고 사람 사는 일에 대해 알아가는 게 여행을 가야 할 이유인 것 같아요.
 
교육적 목적으로 여행 간다고 하면, 체험학습이나 유적지 답사 등이 떠오르면서 여행이 숙제가 되는 듯합니다. 숙제가 아닌 진짜 체험이 되기 위한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숙제는 다른 사람이 내주는 과제잖아요. 싫어도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죠. 여행을 숙제처럼 억지로 해야 한다는 건 돈 내고 일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일하면 당연히 돈을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돈을 내면서 일하는 거죠. 여행을 일처럼 만들기 때문에 그래요. 여행은 놀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하죠. 여행지에서 뭘 배우든지, 느끼든지 하는 건 일단 재미가 있고 난 다음의 일인 것 같아요. 재미있다는 건 배울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거든요. 그러니 뭐든지 재미 있을 만한 걸 먼저 해보세요. 놀이가 되기 위한 또 다른 요소는 자발성인데요. 스스로 나서는 거죠. 그러려면 아이가 주인공이 될 기회를 줘야 해요. 아이가 여행을 이끌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조금씩만 도와주세요. 그렇게 스스로 뭔가에 도전하고 재미를 느껴야 진짜 체험이 가능해요. 
 
무조건 아이와 많이 여행가면 좋을 줄 알았는데, 연령대별로 맞는 여행법이 있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간략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아이들은 계속 자랍니다. 언제 이만큼 컸나 싶을 정도로 급격하게 자랄 때도 있죠? 나이에 따라 확실히 차이를 보여요. 나이에 맞게 여행하는 방법을 알아두면 무리한 여행 때문에 생기는 시행착오들을 줄일 수 있어요. 우선 미취학 아동들과 여행을 갈 땐 가깝고 부담 없는 곳으로 가는 게 좋습니다. 캠핑장이나 계곡, 숲 같은 자연 속으로 가서 노는 게 최고죠. 어린아이들과 여행할 땐 ‘어디를 가느냐’보다 가서 ‘무엇을 하느냐’에 집중해보세요. 이 시기에 아이들은 장소보단 활동에 관심이 많거든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과도 가까운 곳부터 시작하는 게 좋아요. 그러다 경험이 쌓이면 조금씩 멀리 가면 되고요. 아직 저학년이니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나 체험 거리가 많이 있는 곳이 어울리는데요. 독립적인 활동을 시도할 때이니 작은 일부터 하나씩 스스로 해낼 수 있게 격려해주세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역사나 문화에도 관심을 가지는데요. 각종 테마 박물관이나 유적지도 두루 다녀볼 수 있죠. 이때가 되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성향 차이가 확실해지는데요. 남자아이들은 모험적이고 활동적인 걷기여행, 배낭여행 같은 걸 추천하고, 여자아이들은 감성적인 풍경을 찾아 여행하거나 기차 여행을 떠나보는 게 좋아요. 중고등학생쯤 되면 이제 먼 거리도 여기저기 다닐 수 있고 해외로 배낭여행도 가볼 만한데요.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 같은 곳에서 해외 배낭여행에 익숙해지면 유럽, 미국 같은 곳도 도전해볼 만해요.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을 더 풍요롭게 할 방법들을 많이 알려주셨는데요. 단 한 가지만 알려주신다면요?
 
여행을 풍요롭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가 가장 권하는 건 역시 ‘노는 여행’이에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여행은 놀이가 되어야 해요. 여행지에서 배운 게 별로 없더라도 즐겁게 놀았으면 반은 성공한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노는데요. 놀아야 에너지를 얻고 다른 활동에 집중할 수 있어요. 노는 여행만큼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여행은 없어요. 아이들이 어리다면 여행지에서 따로 노는 시간을 정해 실컷 노는 게 좋고요. 아이가 좀 크면 여행 자체를 놀이처럼 즐길 수 있게 이끌어주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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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아이들과 오랜 시간 동안 여행을 다녀오셨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중학생 아이들과 유럽에 배낭여행을 갔을 때의 일인데요.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가는 기차에서 급하게 내린 적이 있어요. 아이들이 다 내렸는데 한 아이만 유난히 몸이 가벼워 보이더라고요.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갑자기 저 보고 “선생님, 제 배낭이 없어요.” 이러는 거예요. 그 큰 배낭을 통째로 기차에 두고 내린 거죠. 그런데 그 아이는 생각보다 태연하더라고요. 당장 갈아입을 옷도 없는데 말이죠. 오히려 다른 아이들이 그 아이를 보고 안 됐다면서 생필품을 하나씩 빌려줬어요. 여러 명이 하나씩 빌려주니까 그냥 생활할 수 있더군요. 오히려 배낭 없어서 편하다고 룰루랄라 노래를 부르면서 유럽을 여행했어요. 돈이나 여권 같은 건 제가 맡고 있어서 별문제 없었죠. 우린 보통 뭔가를 잃어버리면 상실감에 허덕이는데 그 아이를 보니까 역시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았어요. 우리 인생에서 태도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던 것 같아요. 그런 상황조차 즐겁게 받아들이니까 여행이 즐거울 수밖에 없는 거죠.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우리나라는 교육과 관련된 문제점을 진단하거나 제도를 개선할 때 다른 나라의 사례를 많이 연구해요. 특히 유럽 쪽 나라들의 모범적 사례를 많이 참고하는 편인데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다른 나라의 수준 높은 교육 제도를 참고하는 것도 좋지만 거기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봐요. 보고 따라만 하는 건 늘 한계가 있거든요. 유럽식 교육도 문제점은 분명 있어요. 우리와 여건이 다르기도 하고요. 우리나라에 맞는 다양한 교육 방법들이 연구되어야 할 겁니다. 저는 여행이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체험학습이라는 이름으로 많이들 다니지만 너무 상업적으로 이용되거나 연례행사처럼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요. 앞으로도 여행이 아이를 키우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도록 연구해볼 계획이고요.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여행을 이용한 교육방법이 정규 교육과정에도 포함될 수 있을 만한 분위기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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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육아의 힘 서효봉 저 | 카시오페아
18년의 역사를 이어온 어린이전문여행업체 ‘여행으로 크는 아이들, 굴렁쇠’와 사단법인 여행문화연구소의 교육팀장인 저자의 여행육아에 대한 노하우를 묶은 책이다. 태어나서 중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아이의 나이에 맞는 여행의 목표와 장소, 방법 등을 알려주면서 아이를 성장으로 이끄는 여행의 원칙,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을 풍요롭게 하는 약속들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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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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