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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미움에서 자유로워지는 법

『자기미움』 이경희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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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잘난 나’와 ‘못난 나’로 각각 설정한 후에, ‘잘난 나’가 ‘못난 나’를 경계하거나 부정하거나 혐오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자기를 부정함으로써 구원을 받는 아주 묘한 상황이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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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미움, 자기가 자기를 미워한다는 뜻이다. 생소한 단어 조합이지만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을 미워해본 기억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도 한다. ‘엄친아’란 신조어가 일상에 굳어버린, 어릴 적부터 누군가와 끊임없이 비교하고 비교당하는 삶을 사는 우리로서는 자존감보다는 자기비하가 더 익숙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나 계속 자신을 미워하며 살 수는 없는 법, 어떻게 이 굴레에서 벗어나 건강한 자기 사랑을 실천할 수 있을까? 심리분석가 이경희 원장은 필로라는 필명으로 카카오 브런치에 자기 미움에 대한 심리처방을 해오고 있다. 그중 핵심적인 메시지가 이번에 『자기미움』으로 묶였다.

 

 

자기 사랑, 자기 미움이 되다

 

‘자기 미움’이라는 화두 자체가 매우 강렬합니다. 어떤 계기로 이 주제에 대한 글을 쓰시게 되었는지요?

 

5, 6년 전 어느 카페에서 문득 이 주제가 정말 ‘화두처럼’ 저에게 왔습니다. 그때, 언젠가 ‘자기 미움’을 주제로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마도 상담, 코칭, 교육으로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분들의 공통 과제임을 느꼈던 듯합니다. 물론 그 후로 쭉 활동해 오면서 줄곧 그 주제만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내면에서는 계속 정리되어 왔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에는 이 주제와 이것으로 책을 쓰는 것에 대해 주변의 반응이 별로였습니다. “너무 부정적이지 않은가?”하는. 지금은 오히려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입니다. 아무래도 그 사이 사회와 개인들이 더 힘들어졌고, 이제는 선명하게 문제로 인식하게 되어서인 듯합니다. 오래 전에 떠올랐지만 제가 지금 즈음에 책으로 출간하게 된 것도 우연만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사람들은 왜 스스로를 평가절하하고 부정적으로 여기는 것일까요?

 

책에도 썼지만 대략 6가지 정도를 원인으로 파악했습니다. 그중에 가장 주된 것은, 본래는 이것이 ‘자기 사랑’이자 ‘자기 우월’이라는 것입니다. 즉 ‘자기 미움’의 숨은 심리들이 있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자기보호본능과 자기유지본능이 있습니다. 인간도 그렇고요. 그런데 현실의 자기가 맘에 들지 않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만 잘못된 전략을 사용합니다. 즉 자신을 ‘잘난 나’와 ‘못난 나’로 각각 설정한 후에, ‘잘난 나’가 ‘못난 나’를 경계하거나 부정하거나 혐오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자기를 부정함으로써 구원을 받는 아주 묘한 상황이 된 것이죠. 하지만 이것은 애초에 실패한 전략입니다. 자신을 스스로 때려서 아프지 않은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심리적으로도 같습니다. 그래서 ‘자기 미움’의 전략은, 본인은 뭔가 그럴싸한 것을 하는 기분이지만 결국은 스스로를 해칠 뿐입니다. 제 책의 주된 목적은, 이 오류를 눈치 채고 해결하자는 것입니다. 책에서는 그 외 5가지 정도의 원인을 더 밝혀놓았습니다.

 

‘나는 내용으로 결정되는 존재가 아니다’라는 구절이 인상적입니다. 흔히 ‘나는 누구다’, ‘나는 OO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자신을 설명하는데,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었죠. 그렇다면 나란 존재는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요?

 

‘잘못되었다’라기보다는, ‘내용으로 정체성을 한정하는 것’의 한계와 모순을 선명히 알아차리자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그런 내용들로 감히 한정되는 존재가 아니거든요. 오히려 내용들을 사용하는 주체라는 것을 분명히 알자는 것입니다. 필요에 따라 내용을 도구로 잘 사용하되, 그것이 ‘나의 전부, 절대적인 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의 젊은층들은 소위 스펙 쌓기가 큰 과제입니다. 누군가의 스펙, 즉 내용으로 그의 정체성과 가치를 매기는 것이지요. 나아가 최근의 ‘금수저, 흙수저’ 현상 등을 보면 더 이상 스펙도 소용없는 사회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스펙, 금수저, 흙수저 등이 결국 모두 ‘내용’에 대한 말들입니다. 하지만 내용으로 사람의 정체성과 가치를 정하고자 하는 시도는 결국 실패합니다. 우리 인간이 본래 그런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란 존재는,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내용이 있든 없든 혹은 어떤 내용을 가지든, 그와 상관없이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게 실제 사실입니다. 다만 워낙이 사회가 ‘네가 가진 내용이 너 자신이고 전부다’를 세뇌시키다시피 하니까 그런 줄로만 아는 것입니다. 이것을 깨어야 합니다.

 

 

부정적 감정, 부정적 관계에서 자유로워지기

 

자기 내면에 대한 성찰 외에 책에는 ‘관계’에 대한 조언도 많습니다. ‘만만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요?

 

책에서는 그것을 타인과 나의 ‘프레임 게임’으로 접근했습니다. 프레임은 간단히 말해 ‘생각의 틀’입니다. ‘만만한 사람’이란 결국 쉽게 타인들의 프레임에 말려들고 영향 받는 사람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이 프레임이라는 것의 정체, 즉 그것이 ‘절대 사실’이 아니라 단지 ‘가변적인 생각의 틀’일 뿐임을 확실하게 눈치 채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 프레임이 걸려올 때 필요에 따라 능동적으로 선택하거나 거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책에서 그 구체적인 실천법까지 상세히 말했습니다.

 

개인에 집중하는 여느 심리치유서와 달리 이 책에서는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대목이 종종 눈에 띕니다. 최근 ‘혐오범죄’라는 단어가 생겨나는 등 사회 전반에 비난과 혐오의 정서가 강해지는 느낌인데요, 이 또한 ‘자기 미움’에 대한 통찰을 통해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을까요?

 

물론 ‘혐오’의 발생에는 인간의 본능적 반응과 사회적, 구조적, 문화적 원인들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필요하다면 제대로 된 사회교육과 문화운동 등을 통해 부당한 혐오를 해체시켜 가야 합니다. 그게 인류의 성숙화입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타인 혐오는 ‘자기 미움’의 심리가 억압, 왜곡되면서 자기도 모르게 외부의 대상들을 향하는 투사이기도 합니다. 자신에 대해 건강한 의식을 가진 이는 불합리하고 부당한 타인 혐오를 하지 않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개인의 자기 미움에 대한 통찰은 타인 혐오에 대한 필요 해결책 중 하나입니다.

 

책에서 계속 강조하는 해법이 ‘기꺼이 품어주며, 동시에 넘어서기’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하기에 쉽지 않아 보이기도 하는데요, 왜 이것이 필요한가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될지 방법도 알려주세요.

 

사실 보통 사람들도 다 하는 것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거나 아끼는 대상에 대해서는 그가 무슨 잘못을 하든 기꺼이 품어줍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그 문제를 넘어서게 됩니다. 이 둘은 사실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대상에게만 되는 게 아닙니다. 그 원리를 이해한다면 필요한 대상과 상황에 대해 언제든 할 수 있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지요.

 

‘품는다’는 말은 무조건 맞다고 해주라는 게 아닙니다. ‘포함한다, 허용한다, 존재를 허락한다, 받아들인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놓아둔다, 수용한다, 무심하다’ 등을 모두 의미합니다. 그 어떤 것이든 존재를 거부하거나 억압, 회피, 분리, 왜곡해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합니다. 계속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언젠가는 터져 나오죠. 진짜 해결은 오직 ‘품으며, 동시에 넘어서기’가 될 때 일어납니다.

 

심리분석과 명상을 결합한 심리치유를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두 영역을 결합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의도적으로 결합했다기보다는 두 영역 모두에 관심이 있다 보니 저절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심리학과 명상 영역은 각각 강한 부분과 약한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현대에 와서는 서로 융합되거나 보충된 부분이 많아지긴 했지만 그대로 여전히 차이가 있습니다.

 

명상에도 당연히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제가 말하는 명상은 주로 ‘메타 사유’적 계열의 명상입니다. 메타 사유는 제가 만들어본 개념인데요, 조금 설명하자면 ‘생각에 대한 생각, 생각을 넘어서는 생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략 봐서 불교, 도교, 베단타 등에서의 비이원론(nondualism)적인 사유 체계들이 이에 해당된다 볼 수 있습니다.

 

일반 심리학과 심리분석은 인간의 개념, 즉 언어를 절대적으로 놓고 진행합니다. 그런데 상황에 따라 이것이 어떤 한계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 메타 사유적 접근 혹은 명상적 접근으로 그 한계를 깨보는 것입니다. 이 결합의 가장 큰 장점은, 여러 심리적인 문제에 대해 새롭고 효과적인 분석과 해결책의 창안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심리분석적 관점과 접근을 최대한 활용합니다. 즉 두 영역의 장점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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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미움필로 이경희 저 | 도서출판북스톤
심리분석가이자 치유전문가인 저자는 자신에 대한 사랑이 어떻게 미움으로 바뀌는지, 그리고 바깥으로 투사되어 세상을 향한 혐오를 낳는지를 담담하고도 단단한 어조로 통찰한다. 자기 미움의 정체를 선명히 알아채고, 무의미한 미움의 굴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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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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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미움

<필로 이경희> 저12,600원(10% + 5%)

마냥 사랑할 수만은 없는 나, 기꺼이 품어주며 동시에 넘어서기 이 책은 누구나 가볍게 때로는 무겁게 겪는 ‘자기 미움’이라는 심리의 정체와 본질을 파헤친다. 자신을 미워하더라도 우선 그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고 하자는 것이다. 정체를 제대로 아는 것이야말로 해결의 시작이다. 왜냐하면, 자기 미움의 정체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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