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겨룰 ‘생각의 힘’을 기르는 교육
『열 살까지는 공부보다 아이의 생각에 집중하라』 황경식 저자 인터뷰
내 아이를 ‘스스로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는 아이’로 키우고자 하는 부모가 읽고 실천해야 할 책이다.
얼마 전,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 전 세계의 관심 속에 치러졌다. 결과는 인공지능의 승리였고, 앞으로 10년 내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각종 예측이 쏟아졌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열 살 이하 어린아이를 키우는 많은 부모는 ‘앞으로 우리 아이가 무엇을 공부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이스라엘 히브리대 유발 하라리 교수는, “지금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의 90% 이상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쓸모없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많은 전문가는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과 겨룰 수 있는 인간의 유일한 무기는 역시 ‘생각하는 힘’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런데, 정작 지금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과연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있을까?
『열 살까지는 공부보다 아이의 생각에 집중하라』는,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학교 교과 공부에만 매달리며 하루하루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치열하게 사는 대한민국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힘’과 ‘바르게 행동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철학교육’이 필요함을 역설한 책이다. 선진국 가정에서는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떤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행하는지 소개하면서, 우리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생각교육과 인성교육’의 방법을 구체적 여러 사례와 함께 풀어냈다.
그간 어렵고 딱딱한 학술서를 주로 집필해오셨던 교수님께서 자녀 교육서를 쓰셨습니다. 이번에 자녀 교육서를 쓰시게 된 이유가 있으신지요?
요즘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삶이 각박하다 하여 ‘헬조선’이라는 자조 섞인 표현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입시지옥이 아닐까요? 미래의 희망인 우리 아이들을 입시지옥의 고통에서 구해내는 데 조그마한 도움이 될까 해서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새 책에서 ‘어린이를 위한 철학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해주셨는데요, 어린이를 위한 철학이 무엇이고, 철학이 어린 시절부터 필요한 이유를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사상체계’로서의 철학은 배우기 힘들고 난해합니다. 책에서 제가 강조한 어린이가 만나야 할 철학은 ‘사고방식’으로서의 철학이에요.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갖춤으로써 남이 시키는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머슴처럼 살지 말고,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주인으로서의 인생을 살게 하는 키(key)가 바로 ‘철학’이라고 봐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10대 청소년 문제나 10세 이전 아이들의 문제행동이 지식공부 중심의 교육 현실과 더불어 어린 시절 철학교육의 부재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당연히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지금도 주입식, 암기식 교육의 희생양이 되고 있어요. 그것은 인간으로 키워내기 위한 인간 교육이 아니라 불완전한 컴퓨터를 만드는 기계 교육입니다. 인간다움을 가르치기보다 학습기계를 만드는 데 몰두하다 보니 청소년들의 가치관 정립이나 아이들의 크고 작은 문제행동들을 개선하는 데 무관심합니다.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것이죠. 그러므로 어린 시절부터 ‘논리적으로 옳은 생각, 윤리적으로 바른 행동’을 심어주는 철학교육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책 읽기와 글쓰기, 듣기와 대화하기, 그리고 토론하기의 5가지 방법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이 5가지 중에서, 아이들에게 논리적, 창의적 사고를 길러주고,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가장 중요한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다섯 가지 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군요.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대화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배우고 책을 읽어야 합니다. 읽은 내용을 함께 대화하고 토론한다면, 그리고 글쓰기까지 곁들인다면 아이들의 사고력과 창의력은 놀랍게 성장할 것입니다. 또한 이 모든 것들을 동시에 실천하면서, 차츰 수준을 높여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책에는 논리적 사고력과 윤리적 행동 사이에 깊은 관계가 있다고 언급되어 있는데요, 조금 쉽게 설명해주세요.
논리(論理)란 말의 이치이고, 윤리(倫理)는 사람의 이치이기 때문에 분명 서로 다르긴 합니다. 그러나 논리를 배우다 보면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에 놀라운 변화를 실감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논리의 일관성을 알게 되면 말과 행동의 일관성을 따지게 되고, 그러면 말과 행위, 즉 언행일치(言行一致)에 노력하게 되거든요. 논리는 모든 생각의 근본이어서 바른 생각을 하게 되면 바른 행위를 하는 올바른 품성을 가진 인간이 되는 것입니다.
‘생각의 힘’을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올바르게 행동하는 힘’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계신데요, 아는 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생각에서 행동이 나오긴 합니다만 생각에만 그치고 행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 또한 우리 사회의 병폐이기도 합니다. 옳은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도 도덕적 용기가 없거나 의지가 나약해서, 아니면 유혹에 넘어가 그릇된 길을 가기가 일쑤입니다. 아는 그만큼이라도 실행하려면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그 행동이 자기화되고 체득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습관은 실행의 역량과 실행 능력을 키우는 열쇠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할 수 있는 성인으로 자라길 바라는 부모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공지능인 알파고는 주어진 프로그램의 조합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지만 이세돌은 스스로 구상하고 선택하는 진짜 인간입니다. 설마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바라는 바가 인간 이세돌이 아닌 인공지능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결국 우리의 목표는 행복한 인생입니다.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물질적 조건도 필요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신적 자세도 중요합니다. 우리 부모들은 내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선택한 인생을 살아가는 자기인생의 주인이 되는 사람, 그리고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기꺼이 소신 있게 걸어가는, 그래서 행복한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행복한 인생은 바로 아이의 작은 생각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아이들에게 생각의 힘을 키워주세요.
열 살까지는 공부보다 아이의 생각에 집중하라 황경식 저 | 트로이목마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학교 교과 공부에만 매달리며 하루하루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치열하게 살고 있는 대한민국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힘’과 ‘바르게 행동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철학교육’이 필요함을 역설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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