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봄이다
이제 나에게 흩날리는 벚꽃만 봐도 가슴 설레던 소녀 같은 봄은 수그러들었다. 대신, ‘가족’과 함께 하는 충만한 봄이 찾아왔다. 어떤 봄이든, 봄은 참 따뜻하고 행복한 계절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나의 봄과 앞으로의 수많은 봄을 더욱 소중하게 보내기를 바라본다.
글ㆍ사진 유승연
201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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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봄이다. 목에 칭칭 감아 두르던 머플러 없이도, 두툼한 히트텍 없이도 제법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걸 보니, 이제 진짜 봄이 왔구나 싶다. 이상하게 ‘봄’이라는 계절은 사람을 설레게 만든다. 개구리도 일단 잠을 깼고, 꽃봉오리도 서서히 펼쳐지고 있고. 이런 풍경들이 괜스레 더 설렘을 유발시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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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꼭 꽃구경을 가줘야 하고 콧바람을 실컷 쐐야만 직성이 풀렸던 나였다. 마치, 먼 타지에서 간만에 귀국한 친구를 맞이하는 그런 느낌으로, 봄에는 나가서 무언가 하지 않으면 예의가 아닌 것 같은 그런 기분이랄까. 하지만, 올해의 봄은 조금 달라졌다. 아니, 사실 작년 봄부터 나의 봄이 조금 달라졌다.

 

그러니까, 작년 이 맘 때 나의 뱃속에 작은 생명은 3개월 정도였을 것이다. 남들에겐 ‘심쿵’한 봄이었을 테지만, 나에겐 주변의 모든 것에 예민해져 곧 잘 심장이 철렁해지던 때였다. 심한 입덧에 출퇴근 길은 그야말로 지옥이었고, 모든 생각은 그저 이 작은 생명을 지켜내는데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봄이 가는 줄도 모르게 지냈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봄. 세상으로 나온 아이는 어느덧 7개월에 가까워졌고, 키도 몸도 훨씬 커졌다. 몸을 뒤집으며 배밀이로 원하는 목표지점에 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웠을 뿐 아니라, ‘엄맘맘마(엄마라고 부르고 있구나라며 스스로 해석 중이다)’라는 소리도 내며 엄마와 소통하는 실력도 꽤 늘었다. 매일 매일 살인 애교와 미소를 업데이트하며 주변의 모두를 바보로 만들고 있는 작은 능력자.

 

예전엔 봄 풍경을 보며 ‘꽃구경 가야겠다’, ‘봄 옷 좀 사야겠는데’ 라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면, 요즘은 달라진 풍경을 보며 ‘우리 아들 보여줘야겠다’, ‘우리 애기 봄에 입을 가디건 사야겠는데’ 라는 생각이 더 앞선다. 그렇게 엄마가 되고, 아줌마가 된 거겠지. 맘에 드는 옷을 보다가도, 결국 생각을 접고 아기 분유와 기저귀를 사고 있는 내 모습이 낯설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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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들의 눈빛을 요구하지만…요즘 녀석의 눈은 어항 속 열대어를 향하고 있다.

 

그렇게 나의 아이는 나에게 봄이 되었다. 그저 멀뚱멀뚱 뜨고 있던 신생아 시절의 눈빛은 사라지고, 엄마를 알아보는 듯한 초롱한 눈망울과 미소로 나를 바라볼 때면, 세상에 이런 행복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니. 그 눈 안에는 봄이 들어있고, 내가 들어있고, 온 우주가 들어있다. 가끔은 아이를 불렀을 때, 아이가 나를 바라보지 않고 있을 때면 서운할 만큼, 눈빛 중독 수준이다.

 

아이가 성장하는 3년 동안 부모가 아이를 바라보는 그 눈빛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한다. 최근 선물을 받아 읽게 된 책 『천일의 눈맞춤』을 보며, 요즘은 더 아이와 눈을 맞추고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교감하려고 애쓰고 있다. 사실, 워킹맘이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있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그렇게 때문에 더더욱 아이의 눈맞춤에 집착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짧은 순간이지만, 최선을 다해 따뜻하게 아이를 바라봐주기. 우리 아들도 이런 엄마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으려나?

 

이제 나에게 흩날리는 벚꽃만 봐도 가슴 설레던 소녀 같은 봄은 수그러들었다. 대신, ‘가족’과 함께 하는 충만한 봄이 찾아왔다. 어떤 봄이든, 봄은 참 따뜻하고 행복한 계절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나의 봄과 앞으로의 수많은 봄을 더욱 소중하게 보내기를 바라본다. 봄봄봄, 봄이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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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일의 눈맞춤 이승욱 저 | 휴(休)
≪대한민국 부모≫, ≪상처 떠나보내기≫, ≪포기하는 용기≫의 저자, 20년 동안 정신분석가로 활동하면서 시대의 아픔, 상처받은 인간의 내면을 어루만져온 이승욱,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부모들의 치열한 고민에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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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연

철저한 프리덤 속에 살던 ‘유여성’에서 ‘유줌마’의 삶을 살며 본능을 숨기는 중이다. 언젠가 목표하는 자유부인의 삶을 꿈꾸며.
예스24 홍보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