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책 다른 표지] 이기적 유전자
<월간 채널예스> 3월호 ‘같은 책 다른 표지’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의 본질에 관해 탐구하는 책으로 우리가 당연히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과 우리 본능이 지니는 관계를 설명한다.
과학자들과 이성주의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리처드 도킨스. 다윈의 ‘진화론’을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하여 인간을 하나의 ‘생존 기계’로 주장하는 그의 책 『이기적 유전자』는 우리 사회, 특히나 종교인들과 종교가 없어도 어렴풋하게라도 신의 존재를 믿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던진다.
그는 또 다른 책 『만들어진 신』에서도 종교를 하나의 집단적 망상증으로 부르며 종교가 아닌 과학과 이성에 근거를 두고 생각할 것을 주장한다. 그리고 이 책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의 본질에 관해 탐구하는 책으로 우리가 당연히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과 우리 본능이 지니는 관계를 설명하는데, 즉 우리는 자기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고픈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존재들이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 수많은 실험의 사례들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여기서 느끼게 되는 심각한 문제. 우리가 느끼는 가족과 자식에 대한 사랑과 연민, 문화와 사회 등이 모두 우리의 이와 같은 기계적이고도 이기적인 유전자에 의해 생겨난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절망적인 상황에 이 책은 등불을 밝히는 존재처럼 다가선다. 비록 우리가 생존을 위한 기계이자 이기적인 존재라 하더라도 우리의 상상력과 의식적인 선견지명, 즉 당장의 이익이 아닌 장기적인 이익을 따질 수 있는 지적 능력 덕분에 우리는 구원받고 또한 자기복제의 본능을 거역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성적인 내용을 간결하고도 쉬운 문체로 엮은 이 책, 그래서인지 전세계의 표지들 또한 난해하거나 추상적이라기 보다는 매우 간결하고 쉽게 디자인되었다.
1. 브라질
녹색 바탕과 꾸밈없는 산세리프 서체들로만 디자인된 브라질 표지. 큰 글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염색체를 나타내는 패턴이 보인다.
2. 프랑스
붓 터치가 느껴지는 질감의 그림 안에는 소와 인간, 그리고 유전자가 들어있다. 순수미술을 사랑하는 프랑스인답게 차가운 이론을 따뜻한 그림으로 표현했다.
3. 독일
이성을 중시하는 독일인의 책은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는 그림으로 표지를 꾸몄다.
4. 이탈리아
이탈리아의 고전적인 예술과 르네상스 시대 학술서 에나 나올법한 패턴과 그림을 인용해 만든 표지.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예술을 중시하는 나라이다 보니 예술적으로 표지를 꾸몄다. 그런데 이 예술적으로 꾸민 이유는 지금 시대의 이성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이탈리아인들이 이 딱딱한 이론의 책에 호기심을 갖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5. 일본
어떤 군더더기 없이 누가 봐도 유전자에 관한 책일 것이라는 암시만을 주는 깔끔한 디자인의 일본 표지
6. 한국
오트마 회얼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토끼들이 다수 출현하는 한국의 표지. 마치 토끼들이 끊임없이 복제되고 있는 느낌을 전해준다.
7. 스페인
역시 격정적임을 유전자에 지닌 스페인은 책의 표지 조차 격정적인 색과 그림으로 표현되었다.
8. 영국
표지의 큰 부분을 서체로 표현하고 하단에는 유전자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지구의 생명체들의 그림이 간결하게 그려져있다.
9. 미국
달리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이 초현실적인 미국 책의 표지는 지구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명체의 형상을 추상으로 표현한 듯하다.
[추천 기사]
- 채사장 “내 성장을 지켜보는 기쁨”
- [팔리는 책] 초판본 열풍의 주인공은 윤동주가 아니다
- [금주의 책]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 [출판사 탐방] 애니북스, “경계를 짓지 않는다”
관련태그: 이기적 유전자, 표지, 디자인, 본능, 리처드 도킨스, 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