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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리뷰 대전] 미술로 떠나는 가장 낯선 여행

일상의 작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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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만 예술을 하라는 법은 없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뭔가를 새롭게 생각해내는 순간, 우리는 예술가가 된다. 마음을 흔드는 예술과 일상을 새롭게 하는 예술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크기변환_003 숲으로 간 미술관 표지.jpg

 

반복되는 매일이 더는 참을 수 없을 때 여행을 떠난다. 회사도 일도 친구도 질릴 만큼 가던 백반집도 여행지에는 없다. 지금까지 봐 왔던 뻔한 전개 대신 전혀 다른 모습의 하루가 펼쳐진다. 생경한 풍경, 경험한 적 없는 맛, 낯선 소리 등 비일상적인 느낌만으로 하루를 꽉 채울 수 있다는 것,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철저히 외부인이 되어보는 경험은 꽤 유쾌하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모든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나 한 없이 자유로운 우리는 누구라도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지친 일상에서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건 비일상적인 기분일 것이다.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새로운 사람으로 살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사람들은 계속 여행을 떠나는 건지도 모른다. 뻔한 익숙함에서 다시 새로움을 발견한다는 것, 여행과 예술은 그런 면에서 많이 닮아 있다. 여행과 예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거다. 이 책은 그 둘을 함께 할 수 있는 장소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전작 『자연미술관을 걷다』에서 독일 라인강 유역에 밀집한 아름답고 개성 있는 유럽 자연미술관을 소개한 바 있다. 이 책은 전작의 한국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나라 곳곳에 숨겨진 자연 미술관 24곳이 소개되는데, 서울에서 제주에 이르기까지, 미술과 자연, 건축이 어우러진 멋진 미술관들을 저자가 직접 찾아 나섰다. 초록 숲으로 둘러싸인 언덕 위에 있는 그림 같은 하얀 집의 전경으로 책은 시작된다. 그곳은 2014년 봄에 문을 연 ‘양주시립 장욱진 미술관’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장인 장욱진 화백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설립되었다. 집 속의 집이 연결된 특이한 구조의 건축물은 부부 건축가인 최성희와 로랑 페레이라의 작품인데, 장욱진의 그림 「호작도」의 호랑이 그림과 집 그림들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했다고 한다. 또한, 장욱진의 자화상이 걸린 미술관 내부에는 진짜 청보리를 심어 청보리밭을 가르고 걸어가면 작품에 다다르게 된다. 그림 속에 그려진 보리밭을 실제 공간에 연결시켜 표현한 것이다. 

 

강원도 원주 산자락에 있는 ‘뮤지엄 산’은 나도 가본적이 있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건축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제임스 터렐의 엄청난 작품이 나타난다. ‘라이팅 아트의 대가’로 불리는 그는 빛으로 만든 공간 속에서 관람자들이 새로운 체험을 하도록 유도한다. 천장에 구멍이 뚫려 있는 돔 안에 앉아서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의 빛을 느낄 수 있고, 공간 속 인공 빛의 색의 변화에 따라 마치 미래 세계에 있는 것 같은 몽환적인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 밖에도 서울의 성곡 미술관, 제주도의 김영갑갤러리두모악과 수풍석 미술관, 통영의 전혁림 미술관, 대전의 이응노 미술관 등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한적하고 아름다운 숲으로 떠난 미술관에 얽힌 자세한 내용들이 설명되어 있다. 작가와 작품, 그리고 미술관의 역사까지 한 눈에 정리할 수 있다.

 

꽃피는 봄이 오면 제일 먼저 ‘장욱진 미술관’에 가볼 생각이다. 책의 표지이기도 한 장욱진 미술관은 2014년 ‘김수근 건축상’ 수상에 이어 영국 BBC가 선정한 ‘세계의 8대 신미술관’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역시 보는 눈은 다들 비슷한가 보다. 더 유명해지기 전에 서둘러야지. 숲 속으로의 나들이와 미술 작품 관람을 한 번에 할 수 있으니 ‘예술 여행’만큼 설레는 게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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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간 미술관이은화 저 | 아트북스
현대미술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선 뮤지엄 스토리텔러 이은화가 1년 반이 넘는 기간, 일상에 작은 쉼표 하나 찍어줄 전국의 보석 같은 자연미술관을 찾아 떠난 여행기를 묶은 책이다. 독일과 네덜란드의 국경을 잇는 라인강 유역에 밀집한 아름답고 개성 넘치는 자연미술관을 소개했던 전작, 『자연미술관을 걷다』의 한국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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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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