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동네 골목의 소박한 맛집, 멋집
<Hidden Alley Trip> 서울 마포구 희우정로16길
합정동과 연남동 바로 옆 동네 골목에는 시장, 세탁소, 당구장, 밥집이 옹기종기 늘어서 있다. 조용한 분위기에 반해서, 혹은 집세가 싸서 찾아온 젊은이들이 요새 하나둘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이들은 빵을 굽고, 바느질을 하고, 그림을 그린다.
쇼핑
① 시들지않는정원
망원동에 하나둘 늘고 있는 수공예 작업실 중 1곳인 시들지않는정원은 자수 드로잉 브랜드 라이클로즈의 작업실 겸 쇼룸이다. 라이클로즈는 ‘일상 속에서 늘 함께하는, 시들지 않는 식물’이라는 테마의 1인 브랜드. 패브릭에 파스텔 색감의 실로 꽃과 식물을 수놓은 브로치, 키 링, 귀고리가 대표 아이템이다. 권지애 디자이너는 시들지 않고 항상 곁에 둘 수 있는 식물을 만들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입체적인 표현을 위해 자수 드로잉을 선택했는데, 밑그림을 직접 그린 뒤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거쳐 자수 제품을 제작하는 기법이다. 아담한 쇼룸에서는 라이클로즈 제품은 물론 식물을 주제로 한 다른 디자이너의 작품도 선보인다. 진짜 식물도 판다. 단, 선인장처럼 누구든지 쉽게 키울 수 있는 것만. 월~금요일 1pm~9pm, @lie_close
② 제로스페이스
2인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제로퍼제로의 작업실 겸 쇼룸. 제로퍼제로는 ‘EARTH. TRAVEL. LOVE’를 모토로 작업하는데, 세계 도시의 지하철 노선도를 재해석하는 그래픽 디자인 프로젝트 ‘시티 레일웨이 시스템’을 비롯해 여러 위트 있는 일러스트 작업을 진행한다. 쇼룸에서 제로퍼제로의 포스터, 엽서, 키 링 등 전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일본제 문구류를 소량 판매하는 ‘도쿄문방구’ 코너도 재미있다. 일본 여행을 즐기는 디자이너 부부가 도쿄에서 공수해온 제품은 디자인과 실용성 모두 뛰어나다. 수~금요일 5pm~8pm, 토요일 1pm~5:30pm, @zeroperzero
③ 책방 만일
수년간 출판업계에서 일해온 이승주 씨가 오픈한 독립 서점. 책을 읽는 이가 각자 ‘만일의 세계’를 상상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다. 독립 출간물과 기성 출판사 서적의 구분 없이 특정 키워드에 따라 책을 비치해 책장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주로 인권, 청년 문제 등 사회적인 이슈와 환경, 문화 분야를 다룬다. 정기 낭독회 외에 비정기적으로 시인 낭독회, 읽기 모임도 열린다. 소박한 서재 같은 분위기로 독서용 테이블이 공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화~일요일 1pm~8:30pm, @manilbooks
④ 소쿠리
‘작고 느린 상점’을 추구하는 소품 가게 겸 작업실. 한때 이발소이던 공간을 최소한으로 개조해 오래된 느낌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두 친구가 운영하며, 망원동의 ‘서울 같지 않은’ 고즈넉한 분위기에 반했다고 한다. 그들과 주변 친구들이 제작한 향초, 손뜨개 모자, 엽서 등 핸드메이드 제품, 두 친구가 여행에서 사 온 소품을 판매한다. 주로 오랜 세월이 묻어나는 물건들이다. 화~토요일 1pm~8pm, 동절기는 토요일 6pm까지, @sokuri.mmm
먹을 곳
⑤ 코브라파스타클럽
테이블 3개를 갖춘 작은 1인 식당. 간판이 없고, 메뉴는 단출하다. 파스타 3종과 피자 1종 그리고 맥주가 전부. 실내는 1960~70년대 B급 할리우드 영화를 좋아하는 주인의 취향에 따라 꾸몄다. 화장실 열쇠에 미국의 구식 모텔 열쇠 모티프의 키 링이 달려 있고, 진열장에는 레코드플레이어, 낡은 카세트테이프, B급 영화 비디오테이프 등이 꽂혀 있다. 영화 속 괴짜들의 아지트처럼 비슷한 취향을 지닌 이가 모여 교류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으로 시간대를 예약해야 이용이 가능하다. 덕분에 최소한 30분은 아늑하고 키치한 공간과 유쾌한 주인을 오롯이 독점할 수 있다. 인기 메뉴는 동양적인 맛의 파스타 가브라스. 파스타 1만2,000원부터, 12pm~4:30pm, 6pm~9pm, 월요일?매달 마지막 평일 휴무, @cobrapastaclub
⑥ 라팡
식빵을 안고 있는 귀여운 토끼 로고가 눈길을 끄는 아담한 식빵 전문점. 라팡(lapin)은 프랑스 어로 토끼를 뜻하는데, 잘 구운 식빵의 오동통한 윗부분이 토끼 엉덩이를 닮아 붙인 이름이라고. 우유와 버터 풍미가 진한 라팡 식빵과 팥 식빵, 밤 식빵 등 식빵 10종 외에 치아바타, 앙버터 등을 판매한다. 모든 식빵은 천연 발효종을 사용해 매일 손수 굽는다.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며 늦은 오후면 일찌감치 매진되는 경우가 잦다. 라팡식빵 4,500원, 12pm~7pm, 수~일요일 휴무, 02 322 2678.
⑦ 주오일식당
여행과 <론리플래닛>을 사랑하는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다국적 식당 겸 밥집. 식당 이름대로 일주일에 이틀씩 꼬박꼬박 쉬면서 회사에 출근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오래 일하고 싶단다. 밝고 따뜻한 분위기는 그 덕분일 듯. 부부가 인도, 중국, 오스트리아 등지를 여행하며 맛본 음식 중 맛있던 것을 골라 메뉴로 내며, 바로 앞 망원시장에서 구매한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다. 동네 밥집처럼 소박한 트레이에 이국적인 요리를 차려내는 게 이색적. 꼭 맛봐야 할 메뉴는 구운 빵을 곁들인 샥슈카(shakshuka)와 굴라시. 중동식 토마토 스튜인 샥슈카는 이집트나 이스라엘의 흔한 아침 메뉴다. 달걀 반숙과 치즈를 얹어 내며, 농도가 제법 진해 빵을 찍어 먹으면 궁합이 잘 맞는다. 쇠고기 가지 덮밥, 닭고기 크림 스튜도 인기 있다. 점심에는 감자 샐러드를 무료로 추가해준다. 샥슈카와 빵 1만 원, 화~토요일 11:30am~2:30pm, 5:30pm~10pm, @joo5il
마실 곳
⑧ 스몰커피
‘작은 동네의 작은 카페’를 추구하는 곳. 한때 신문 보급소이던 공간을 주인 부부가 즐겨 읽는 책, LP 커버, 그림, 귀여운 소품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간판이 없는 대신 커피를 마시고 감동한 듯한 표정의 고양이를 그린 유머러스한 로고가 유리창에 붙어 있는데, 디자이너인 남편 김준혁 씨가 재미 삼아 그린 것이라고. 원두를 직접 볶아 사용하며 드립 커피를 주문하면 손님의 취향에 맞춰 커피를 내려준다. 인근 카페 훈고링고브레드에서 만든 파운드 케이크와 마들렌도 판매한다. 드립 커피 3,500원, 월~토요일 12pm~10pm, @_smallcoffee
OWNER’S PICK
“식물의 형태를 단순화하는 동시에 개성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꽤 까다로운 작업입니다. 이 브로치는 자수 드로잉 기법을 이용해 처음으로 만든 제품이라 애착이 가요. 여기 수놓은 것은 사프란 꽃이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식물이에요.” 시들지않는정원의 권지애 디자이너
LOCAL’S TIP
제로스페이스의 김지환 디자이너
“제로퍼제로는 저와 진솔 씨가 2008년부터 함께 운영해온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제로’는 공간을 상징하고, 그런 공간을 나누어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다는 뜻이지요. 2013년 오픈한 제로스페이스는 저희 작업실이자 작업물을 보여주는 곳이고, 작품 창고이기도 해요. 말 그대로 저희의 모든 것이 있는 공간입니다. 집 근처고, 집세도 저렴해서 망원동에 공간을 마련했었어요. 매일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합니다. 처음에는 이런 가게가 저희밖에 없어서 주민들이 다들 신기해했어요. 요즘에는 이 길 주변에 비슷한 부류의 가게가 많이 생겨났지만요. 요새 뜨는 망원동 지역은 희우정로16길이 중심이라고 보면 돼요. 저희 가게에서부터 시작하는 길이지요. 저희도 좋아해요. 합정역에서 버스를 타면 바로 이곳에 내립니다. 홍대 지역과 망원동 주민의 일상이 맞닿는 지점이자, 망원동의 중심점이라 할 수 있어요.
‘시티 레일웨이 시스템’ 프로젝트로 지금까지 11개 도시의 지도를 제작했어요. 오직 수직선과 호만 이용해 노선도를 표현하는 방식을 유지하는데, 도시마다 콘셉트는 전혀 다릅니다. 각 도시의 이미지나 상징에 따라 적합한 일러스트를 노선도 위에 덧입히지요. 그래서 이 작업은 매번 새로운 창작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하트 모양의 뉴욕 지도입니다. 하트는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활용도가 높은 디자인이에요. 뉴욕과도 굉장히 잘 맞아떨어져서 개인적으로 가장 잘됐다고 생각하는 작업입니다. 사실 얼마 전부터 망원동 지역 지도를 제작 중인데 자꾸 다른 프로젝트가 들어오다 보니 미루고 있어요. 마음 같아서는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작업이에요. 아마도 핸드 드로잉 느낌의, 편안하고 수수한 분위기의 지도가 될 것 같습니다. 이 골목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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