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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 가까이 두고 오래 사랑할 도쿄 여행법

『현정의 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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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여러 조각의 천으로 이어진 하나의 큰 조각보라고 하면, 각각의 조각이 작을수록 지루하지 않은 멋과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도쿄에 묻었던 나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그곳에서 내가 취(趣)한 아주 작은 조각보들을 함께 선보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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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오키나와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 일행과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이곳저곳 다음 행선지를 골랐다. 한 번으로 끝나는 여행이 되지 않을 것임을 서로가 직감하고 자연스럽게 ‘내년’을 기약한 것이다. 피렌체니, 스페인이니 종로니, 남극까지 나오면서 결국은 “이건 당신들 게 아니라 바로 내 여행이라고요!” 하고 소리를 꽥 지르고 말았다. 그러고 나니 올해 봄부터 어디를 가야 하나, 괜시리 마음에 부담이 생겼다. 고현정은 세계 여러 곳을 여행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나 또한 가본 곳보다 그러지 못한 곳이 더 많다. 특히나 잘 알려진 도시일수록 그동안 더욱 인연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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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스웨덴에 가볼까 싶었다. ‘고현정의 여행, 여행(女幸)’은 여자가 행복해지는 여행이니까 한 사람의 여자로서 나도 행복해지기 위해, 세상의 많은 싱글 여성을 응원하기 위해 ‘고현정의 남자 친구 찾기 프로젝트’는 어떨까도 생각했다. 아니면 싱가포르? 최근 재미있는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가 많아지고, 음식이 맛있다는 싱가포르도 썩 괜찮은 선택이리라. 그렇지만 아무리 10월이라 해도 더울 것 같아서 포기. 오키나와도 다 좋았지만 더워서 고생은 좀 했으니까. 그렇게 이런저런 조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회사 관계자가 한참의 침묵 끝에 툭, 한 마디 던졌다. “그러지 말고 도쿄부터 다시 시작하는 건 어때요?” 순간, 엉켜 있던 매듭에서 실 하나가 휘리릭 풀려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 인생의 또 다른 막을 시작했던 곳, 처음으로 혼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게 많았던 곳, 그리고 신혼 생활을 시작한 그곳부터 찍고 다른 곳을 가자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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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도쿄는 콧바람을 쐬고 싶을 때 잠깐씩 자주, 그리고 가깝게 마음 편하게 들르는 곳이라 오히려 그 의미를 따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작년 여행은 좋아하는 시,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했지만, 이번에는 내가 직접 그곳에서 시가 되고 음악이 되고 싶어졌다. 카메라 앞에서 이래저래 솔직한 표정으로 마음을 읊어보고, 발걸음도 가볍게 거리를 뛰어다니며 리듬도 타 보고…. 그렇게 ‘슬쩍, 몰래 갖다놓은 느낌’을 책에 담고 싶었다. 왜 슬쩍, 왜 몰래? 여행이라고 멋지게 감동스럽게, 즐겁게 해야 한다고만 생각하면 그 순간, 부담스러운 일이 된다. 대차게 시작했다가 ‘너무 죄송합니다’로 끝나도 어쩔 수 없는, 시작은 했는데 일생 마무리는 못하는,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그런 게 인생이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시간과 물이 흐르듯 다니다가 중간중간 마음이 통하는 걸 느끼고, 가끔 기분이 울컥해지기도 했다가, 바람 한 줄기 지나가듯 가슴 한켠이 서늘해지기도 하면 좋겠다. 삶이 여러 조각의 천으로 이어진 하나의 큰 조각보라고 하면, 각각의 조각이 작을수록 지루하지 않은 멋과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도쿄에 묻었던 나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그곳에서 내가 취(趣)한 아주 작은 조각보들을 함께 선보이려 한다. 그것을 통해 나와 당신에게 모두 익숙한 도쿄가 조금이라도 낯설게 다가온다면 좋겠다. 게다가 당신의 조각보에 더할 하나의 작은 조각이라도 발견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그러길 바라보며 지금부터 고현정과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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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의 곁고현정 저 | 꿈의지도
이 책은 고현정이 여행가로서 쓴 두 번째 책이다. ‘여자가 행복해지는(女幸) 여행’이라는 뜻을 담아 시작한 ‘여행, 여행’ 프로젝트의 두 번째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어온 도쿄가 도쿄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 도쿄는 아름다움을 친애하는 사람들이 살기에 가장 좋은 도시라는 것, 그리고 고현정이 훌륭한 인터뷰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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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의 곁

<고현정> 저14,400원(10% + 5%)

이 책은 고현정이 여행가로서 쓴 두 번째 책이다. ‘여자가 행복해지는(女幸) 여행’이라는 뜻을 담아 시작한 ‘여행, 여행’ 프로젝트의 두 번째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어온 도쿄가 도쿄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 도쿄는 아름다움을 친애하는 사람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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