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 소설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작가
1992년 제16회 이상문학상 수상
그녀의 작품은 능란한 구성과 섬세한 세부묘사,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담고 있어 문학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삶을 형상화하는 작가적 기질이 뛰어나며 박진감 있는 문체로 많은 독자를 확보하였다.
1955년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났다. 5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큰 오빠와 어머니가 생계를 꾸린 가정에서 성장하였다. 이광수의 『유정』을 읽고 문학적 충격을 받은 그녀는 전주여고에 다니면서 백일장과 문예 현상공모에 참가하였다. 본격적으로 소설을 습작하면서 원광대학교 문예작품 현상모집에 소설이 뽑혀 문예장학생으로 국문과에 입학하였다. 대학시절 학보사에서 활동하다가 숙명여자대학교 주최 범대학문학상을 수상하여 <문학사상>에 특별 게재되기도 하였다. 대학 졸업 후 2년 동안 중고등학교와 잡지사에서 근무하였다.
1978년에 『다시 시작하는 아침』으로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등장한 그녀는 『원미동 사람들』(1987)로 1980년대 단편 문학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1986~1987년 씌어진 단편을 모은 『원미동 사람들』은 서민들의 애환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1992년 유주현문학상을 수상했다. 1990년에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분단 현실의 모순을 다룬 첫 장편소설 『잘가라 밤이여』를 펴냈으나 독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1990년대에는 주로 대중소설에 치중하였는데, 페미니즘 논쟁을 불러일으킨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은 영화와 연극으로도 공연되었다. 1992년 『숨은 꽃』으로 이상문학상을, 1996년 『곰 이야기』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1995년에는 전생에 이루지 못한 영혼과의 사랑을 주제로 동양 정서를 현대화한 『천년의 사랑』을 발표해 한국 소설의 지형을 바꾸며 동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 잡았다. 1998년에 발표한 『모순』은 치밀한 구성과 속도감 있는 문체 등으로 대중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주인공 안진진을 통해 세상살이 해법을 제시하는 이 작품에서 작가는 모순적인 삶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방법은 끊임없이 살아가면서 인생을 탐구해 나가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 밖의 작품으로 『바빌론 강가에서』 『귀머거리 새』 『길 모퉁이에서 만난 사람』 『지구를 색칠하는 페인트공』 『슬픔도 힘이 된다』 『삶의 묘약』 『양귀자의 엄마 노릇 마흔일곱 가지』 『희망』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한다』 『천마총 가는 길』 『늪』 『양귀자 문학앨범』 『부엌신』 『누리야 누리야』 『유황불』 등이 있다.
양귀자 작가의 대표작
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저 | 살림출판사
양귀자가 그려 보이는 원미동은 작고도 큰 세계이다. 그 세계는 소설 속에서는 부천시 원미동이라는 구체적 장소에서 그 장소에 살고 있는 몇몇 인물들이 펼쳐 보이는 소박하고 낯익은 삶들로 이루어져 있다. 원미동은 문자 그대로 '멀고 아름다운 동네'로, 양귀자의 역설적 표현을 빌리면 "가나안에서 무릉도원까지"의 아득한 거리에 있는 동네가 아니라, "기어이 또 하나의 희망"을 만들어가며 살아야 할 우리들의 동네이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양귀자 저 | 살림출판사
한국 페미니즘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이는 문제 소설. 이전까지의 페미니즘 소설들이 여성 억압의 일상적 문제들을 관찰자적 시각에서 평면적으로 다룬 것이었다면, 이 소설은 남과 여라는 두 개의 성(性)에 대한 근원적 탐구, 그것의 사회적 신화적 의미를 근본적으로 질문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 미만해 있는 성의 불평등과 존재의 조건에 대해서 매우 깊은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어 한국 소설의 틀을 넓히는 데 한 보탬을 하고 있는 작품이다.
천년의 사랑
양귀자 저 | 살림출판사
『원미동 사람들』 『슬픔도 힘이 된다』 등을 통해 80년대와 90년대 한국 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소시민의 눈으로 묘사하면서 리얼리즘적 여성소설의 영역을 모색했던 그의 작가적 경력에 비추어 볼 때 『천년의 사랑』은 탈리얼리즘의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지구를 색칠하는 페인트공
양귀자 저 | 살림출판사
양귀자의 첫 번째 인물소설. 연작소설 『원미동 사람들』에 이어지는, `원미동 사람들`의 살림살이에 대한 보다 더 정밀한 기록을 담고 있다. 이 글들 속에서 작가는 한 편의 소설로 구성되기 이전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다 풋풋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이 책 속에는 우리들 이웃의 가난하고 어려운 살림살이가, 그러한 살림살이 속에 들어 있는 따스한 인정의 숨결이 작가의 글을 통해 부드럽게 살아나서 숨 쉬고 있다. 89년 출간된 이래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
슬픔도 힘이 된다
양귀자 저 | 쓰다
작가가 1987년부터 1993년에 쓴 중?단편 다섯 편을 모아 펴낸 소설집으로, 작가 개인으로서도 그리고 한국 단편문학의 위상에서도 거의 절정에 이른 수작들이 수록되어 있다. 아버지의 유해를 이장할 묘터를 찾아 하루 산행을 하는 단편 「산꽃」을 비롯하여, 총 5편의 수록작은 치열했던 시대를 살아낸 한 작가의 깊은 시선이 문장으로 어떻게 조율되는가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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