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전, 조선 칠패시장과 이현시장 사이를 거닐다!
『시장이 두근두근』, 역사 속 전통시장을 찾아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대한민국 전통시장의 역사, 알아두면 시장이 다르게 보인다.
시장의 역사는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물물교환이 시작되는 시점이 시장의 시작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책에 기록으로 남은 시장은 『삼국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신라 소지왕 12년(490년), 오늘날 경주 지역에 국가에서 직접 설치한 시장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악학궤범』에 실려서 현재까지 전해지는 유일한 백제 노래인 ‘정읍사’에도 시장의 존재를 짐작게 하는 구절이 있다. 행상 나간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란다는 아낙의 마음에서 백제 시대에도 시장이 번창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려 시대에는 관에서 주도한 ‘시전’과 3일에서 5일 간격으로 장이 서던 ‘향시’가 존재했으며 조선 시대 초기인 1414년, 경복궁 앞에 있던 시전에 무려 2,827개의 가게가 있었다는 기록이 『세종실록지리지 한성부조』에 남아 있다. 당시에는 지금의 종로를 중심으로 한 상점 거리를 ‘운종가’라고 불렀으며 조선 시대 후기 무렵에는 지금의 남대문시장 자리에는 ‘칠패시장’이 동대문시장 자리에는 ‘이현시장’이 사람들을 맞이했다.
2015년 오늘, 600년 역사를 가진 운종가(종로)에서 칠패시장(남대문시장)까지 거닐어 보자
만약, 2015년을 살고 있는 우리가 600년 전 운종가와 만날 수 있다고 하면 믿겠는가? 광화문 교보문고 정문 계단을 올라와서 종로 방향으로 마흔다섯 걸음 정도 걸으면 조선 시대 시장 터인 시전행랑을 볼 수 있다. 지금의 종로 일대에 광장시장, 동대문시장, 종로신진시장, 종로5가꽃나무시장, 방산시장, 중부시장, 세운상가, 서울중앙시장 등 시장이 넘쳐나는 것은 다름 아닌 조선 시대부터 이어진 운종가의 흔적이다.
운종가는 유적으로 남았지만 태종 14년(1414년)에 시작된 칠패시장은 남대문시장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고스란히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태종이 직접 칠패시장 설립을 지시하고 임대 형식으로 운영한 것으로 보이는 데 시장으로 불리기 전부터 남대문 밖에는 칠패라는 이름으로 서민들이 물건을 사고팔던 장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나는 주로 남대문시장의 꽃상가와 지하수입상가를 이용한다. 꽃상가는 서울에 있는 꽃시장의 시초라 불러도 손색이 없고 지하수입상가에는 수입식품은 물론 주방용품이 저렴한 가격으로 빼곡히 들어차 있다. 현재 남대문시장에는 1만 개가 넘는 점포가 있고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만 3만 명이 훌쩍 넘는다. 그릇부터 전자제품, 먹거리 등 다루지 않는 상품이 없을 만큼 거대한 시장이고 국내 최대이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장이 바로 남대문시장이다.
그렇다면 동대문시장은 어떨까? 조선 시대에는 이현시장이라 불렸는데 배꽃이 많이 피는 곳에 생긴 시장이라서 ‘이현’이라는 예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지금의 동대문시장과 광장시장을 아우르는 지역에서 채소와 과일, 곡물과 포목 등이 거래되었다. 1905년, 개항 직후 일본 상인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이현시장과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거상들이 자본금을 마련해서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시장인 광장시장을 만들어 이현시장의 뿌리를 이어가고자 했던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
오랜 세월을 품은 대구 약령시와 부산 동래시장도 다행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현존하는 전통시장 중 가장 역사가 깊은 시장이 남대문시장(1414년)이라면 그다음은 어디일까? 비록 세월이 흐르며 이름이 바뀌고 위치는 달라졌지만 1470년, 삼향장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우시장으로 유명해진 전남 무안군 일로읍장이 남대문시장의 뒤를 잇는 시장이다. 대구약령시도 그 역사가 만만치 않다. 대구약령시는 1658년 봄과 가을에 열리는 시장으로 처음 등장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산의 동래시장은 1770년 오일장으로 시작했고 현재는 상가형 전통시장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1층에는 분식과 파전이 유명하고 2층에는 포목점이 모여 있는 모습이 인상적인 곳이니 부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전통시장 정리]
1. 남대문시장
주소: 서울시 중구 남대문시장4길 21
찾아가는 길: 서울 지하철 4호선 회현역 일대
2. 동대문시장
주소: 서울시 종로구 종로 266 동대문종합시장
찾아가는 길: 서울 지하철 1, 4호선 동대문역 일대
3. 일로읍장
주소: 전라남도 무안군 일로읍 시장길 11-22
찾아가는 길: 목포종합버스터미널에서 108번 버스 승차 후 일로읍 성당 앞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도보로 300m
4. 대구약령시
주소: 대구광역시 중구남성로 51-1
찾아가는 길: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1번 출구 도보로 7분 거리 또는 반월당역 14번, 15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
5. 동래시장
주소: 부산광역시 동래구 동래시장길 14 동래시장
찾아가는 길: 부산 도시철도 4호선 수안역 7번 출구에서 도보로 65m 직진 후 좌측 골목으로 230m 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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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두근두근』의 작가. 전통시장 도슨트를 자처하며 2013년부터 지금까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시장을 직접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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