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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넘쳐나는 세상에 묵언을 권하다

『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편석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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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편석환 교수는 43일간 묵언을 했다. 딱히 다른 의도가 있지는 않았지만 하다 보니 편했다. 묵언 중에 틈틈이 남긴 기록이 『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이다.

학생이 수업 시간에 발표하지 않는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구직자가 면접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으면 떨어질 것이다. 말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세상이다. 아니, 살 수는 있겠지만 굉장히 불편하다. 그럼에도 43일간 묵언하며 산 사람이 있다. 편석환 교수로, 그는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저자가 묵언을 하며 남긴 기록을 모은 책이다. 1일차부터 43일차까지, 기록을 따르다 보면 묵언을 하면 할수록 점점 내면 깊숙이 들어가는 저자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삶, 소통의 본질을 다루기도 하지만 묵언을 하면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재밌는 에피소드도 묘사한다. 진지함과 경쾌함이 함께하는 책이다.

 

편석환 선생님 사진(보정).jpg

 

말을 덜 할 수도 있었는데, 극단적으로 묵언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목이 아파서 소리가 잘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병원 진료를 받았는데 ‘성대종양’ 판정을 받고 가급적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하여서 꼭 필요한 말 이외에 말을 가급적 삼가며 살았어요. 처음에는 불편하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말을 줄이면서 오는 성찰과 기쁨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아예 말을 하지 않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던 중 목에 간단한 시술을 받게 되었고 그것을 핑계삼아 완전히 입을 닫아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묵언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특별한 생각을 가지고 한 것이 아니어서 저도 이렇게 오래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묵언을 43일 동안 하셨습니다. 화장실에서 휴지가 떨어졌다든지, 뜨거운 냄비에 데인다든지 하는 고비가 몇 번 있었는데요. 이중에서 가장 큰 고비는 언제였나요?


산사에서 홀로 묵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묵언을 하였던 터라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감탄사나 일상적인 대화가 가장 큰 고비였습니다. 의식을 하고 있을 때는 묵언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잘 지켜졌는데 감각적 반응이나 무의식 상태에서 무심히 나오는 말이 힘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날 때, 뜨거운 냄비에 데었을 때, 누가 부를 때 등 아주 사소한 일이 힘들게 했고 그 중에서도 제일 위기의 순간은 책에도 나와있지만 묵언이 저와 가족 모두에게 익숙해졌을 즈음 아내가 저에게 자연스럽게 ‘식사하셨어요?’ 라고 물어봤을 때 무심코 ‘아니오’라고 대답할 뻔 한 것이 가장 큰 위기였습니다.


묵언을 하시면서도 지인을 만나고, 일상생활을 하셨는데요. 생활을 하시면서 묵언 때문에 불편했던 점은 없었나요? 반대로 편했던 점은?


아무래도 제 의사표시를 정확히 못하니까 불편하죠.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예상했던 불편함이고, 오히려 일상의 사소한 부분들이 불편했습니다. 묵언 초기에는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려워서 집에 있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묵언을 하니까 특별히 할 일이 없어서 무료해요. 웬만한 일은 제 스스로 해야 했던 것도 초기에 불편하다면 불편한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편했던 점은 너무 많은데요. 가족을 비롯한 주변의 배려를 받았다는 것, 일을 하지 않는 데서 오는 편안함, 시간이 많은 데서 오는 여유, 내 스스로와의 관계에만 집중하면 되는 것 등 말을 하지 않는 데서 오는 편안함도 많았습니다.


말을 하지 않으면 글로 많이 푸실 듯합니다만 책에 담은 글은 짧은 단상입니다. 일부러 짧게 쓰려고 하신 건지, 아니면 묵상을 하면서 자연스레 언어도단의 경지에 이르신 건지 궁금합니다.


언어도단의 경지까지 이른 것은 아닌 것 같고요. 묵언을 하다 보니 많이 단순해졌습니다. 앞뒤가 맞는 말은 아닌 듯 하나 단순하면서 깊어진 느낌이랄까요? 묵언에서 얻은 것 중에 좋은 것이 있다면 단순해졌다는 것입니다. 글이 짧아진 것은 글 재주가 없기도 하려니와 아마 단순하고 깊어진 삶의 반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말의 본질에 관해 가르치고 계신데요. 묵언을 하기 전과 후, 말의 본질에 관해 생각했던 게 달라지셨나요? 아니면 똑같은지요.


묵언 전에도 저는 커뮤니케이션을 강의를 했었는데 강의 때마다 강조한 것이 ‘커뮤니케이션은 기술이 아니라 본질을 봐야 한다’ 라고 계속 주장을 했습니다. 단순한 말 기술로 사람을 현혹시키는 것이 아니고 상호 존중 속에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은데 묵언을 통해 달라진 것이 있다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생각이 좀 더 깊어졌습니다. 기존에 제가 생각했던 혹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상대가 있는 커뮤니케이션이었습니다. 그러나 묵언에서 얻은 깨달음은 자신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자신이 먼저 건강해지고 자기 스스로가 자신을 존중하면 그것이 자연스럽게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반영이 되고 커뮤니케이션 궁극의 목표인 좋은 관계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묵언 후에 저의 커뮤니케이션 관점은 자아커뮤니케이션에 방점이 많이 찍혀 있습니다.


이 책에는 SNS, 스마트폰 등에 관한 이야기도 있는데요. 사람들이 세상과 만나려 하지 않는 지적이 와 닿았습니다. SNS와 스마트폰을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SNS와 스마트폰은 시대적 흐름이고 중요한 소통의 수단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보면 역설적이게도 외로움과 불소통이 자리잡고 있는 듯 합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보면 대화는 사라지고 거의 모두가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데 이것은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고 세상과 호흡하려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히기까지 합니다. 카페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만나면서도 대화보다는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쓴 글 중에 ‘SNS 홍수시대다. 관계의 폭은 넓어졌으나 관계의 깊이는 얕아졌다.’라는 글이 있는데요 실제 SNS를 통해 관계는 넓어졌는데 과거에 비해 얼마나 깊어졌는지는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SNS에는 자기자랑이 넘쳐나고 수다도 넘쳐나지만 나를 알아줬으면 하는 외로워서 소리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관계에서도 폭의 넓음보다는 깊이를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책을 보면 묵언의 좋은 점이 많은 듯합니다.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묵언을 권하는 메시지를 주신다면?


쉬고 싶다면, 살아온 삶을 정리해보고 싶다면, 사색을 해보고 싶다면, 단순해지고 싶다면, 평화롭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고 싶다면, 어려워 마시고 몇 시간이라도 지금 바로 묵언을 시작해보세요. 말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말을 잠시 멈추고 말과 자신을 돌아보고 가슴 속 울림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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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편석환 저 | 시루
아이러니하게도 ‘말’을 가르치며 ‘말’로 먹고사는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편석환이 그 주인공이다. 산속에서 스님들이나 할 법한 ‘묵언’ 수행을 일상에서 43일을 하면서 생긴 하루하루의 에피소드와 말문을 닫음으로써 깨달은 ‘말’의 본질을 기록하여 『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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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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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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