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스스로 질문하게 만들어라
디지털 시대의 창의력
5월 28일 저녁 7시 30분, 조선비즈 연결지성센터 교육장에서 ‘디지털 시대의 창의력’이라는 주제로 조선비즈와 문학동네가 함께하는 지식 콘서트가 열렸다. 최근 출간된 책 『누가 내 머릿속에 창의력을 심어놨지?』의 저자이자, KAIST에서 바이오 및 뇌공학과 석좌교수를 맡고 있는 이광형 교수가 특강을 진행했다.
평소에 보통 사람들과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해서 ‘괴짜 교수’로 통한다는 이광형 교수. 실제로 강연이 열린 이날에도 그는 양쪽 신발끈의 색을 다르게 매고 왔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같은 색 신발끈을 매고 다닌다고 해서 무조건 똑같이 따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처럼 그는 일상 속에서,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바라보며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었다.
주제가 창의력인 만큼 그는 뇌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의 문을 열었다. 인간이 갖는 전체 에너지의 20 퍼센트를 소모한다는 뇌. 우리의 몸에서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가 뇌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실은 너무나 미약하다.
“우리 뇌에는 천 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습니다. 신경세포에서 시냅스가 옆의 뇌세포에 연결돼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데, 이것은 전기 신호와 같습니다. 이 전기 신호를 연결하는 역할을 시냅스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휴대폰 속에는 전자회로가 있는데, 납땜하는 것은 이들을 연결해서 기능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죠. 이와 마찬가지로 뇌세포도 혼자 있으면 작동하지 못하고, 연결되어야 작동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연결된 것들 중에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이 있고 자주 사용하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회로를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전기가 흐르지 않기 때문에 생각나지 않는 것입니다. 뇌의 회로는 새롭게 암기하면 또 다시 만들어지기도 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없어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침에 규칙적으로 몇 시에 일어날 수 있는 것도 회로가 만들어져 습관이 되기 때문입니다. 반복하면 시냅스의 연결이 강하게 되는데 우리는 그것을 습관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나
많은 사람들은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 중에서 정작 단 1시간이라도 창의력 개발에 투자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광형 교수는 이러한 모순에 대해 지적했다.
“여러분은 자녀들에게 창의력 수업을 따로 시키고 있나요? 그렇게 창의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왜 하지 않으십니까? 여기에는 무언가 모순이 있는 것이죠. 혹시 많은 분들이 창의력은 수업을 통해 키울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들 창의력은 본래 타고나는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개발시킬 노력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창의력의 원리를 모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 물어보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축구를 잘할 수 있습니까? 달리기, 드리블, 패스, 슈팅 등 몇 가지의 훈련을 열심히 하면 결과적으로 축구를 잘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창의력은 어떻습니까? 어떻게 하면 창의력이 늘까요? 책 읽고, 생각을 많이 하고, 여유를 가지라고 하는 것은 마치 축구를 잘하려면 열심히 공을 차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방법론이 아니죠.”
그는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 ‘스스로 질문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실에 머물러 있는 우리들을, 그러한 고착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질문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은 뇌를 자극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반복하면 뇌에서 신경회로를 형성해 습관화합니다. 저를 포함한 몇몇 교수들이 카이스트에서 새로운 교육방법을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왜 교실에서 토론이 안될까 고민했습니다. 생각을 해보니 계속해서 진도를 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어요. 그래서 교수들과 의견을 나누다가 앞으로 교실에서는 진도를 나가지 말자고 했습니다. 수업 진도는 미리 교수가 동영상으로 녹화해서 올리고, 학생들은 그것을 수업 전에 보고, 교실에서는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자고 의견을 냈어요. 저는 오늘 아침에도 그렇게 수업하고 왔습니다. 질문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은 창의력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시간, 공간, 분야로 떠나는 3차원 여행
이어서 이광형 교수는 자신이 창안한 ‘3차원 창의력 개발법’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평소 인간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어떻게 생겨나는지 연구하다가 이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세상의 모든 만물은 ‘시간, 공간, 분야’ 이렇게 세 개의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이광형 교수는 말했다. 현재를 살아가기에 급급한 우리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집착이 새로운 것을 생각하거나 창의력을 키우는 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고의 틀을 깨고 5년 후, 10년 후로 시간을 이동하여 상상해본다면 어떨까.
“먼저 ‘시간(Time)축’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오랜 시간 동안 컵을 바라보면서 사색해봐도 특별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때 시간 축을 이동시켜서 10년 후, 30년 후에 어떤 컵을 쓸까 상상하면서 현실에서 벗어나보는 것입니다. 20년 전에 우리가 스마트폰을 들고 다녔나요? 아니죠. 그러니까 당연히 20년 후의 미래에도 우리는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지 않을 거예요. 물론 통신은 할 테지만 다른 형태로 하겠죠. 이처럼 미래를 위해서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 상상해야 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시간 축을 이동시켜서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의 대상을 놓고 모양이나 위치, 크기를 달리해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다음은 ‘공간(Space)축’입니다. 다시 컵을 예로 들게요. 아까는 시간을 이동했지만, 이제는 공간을 바꿀 거예요. 알래스카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어떤 컵을 쓸까 상상해보는 거예요. 식당에 가면 국자가 있잖아요. 그런데 국자로 면 같은 것을 뜨려고 할 때 자꾸 미끄러지니까 톱날을 단 거예요. 이미 국자가 존재하고 있는데 공간적 요소를 살짝 변형해 모양을 바꾼 것이죠. 제 연구실에는 벽에 TV가 거꾸로 달려있어요. 공간적 요소를 바꾸니까 모든 것들이 거꾸로 바뀌고 새로워져요. 뇌 속에서 사물을 거꾸로 인식하는 새로운 회로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창의력은 아예 없는 것을 생각해내는 것이 아니다. 이미 있는 것들을 결합하고 응용하는 과정에서 창의력은 생겨난다.
“스티브 잡스는 우리 생활에서 많은 변화를 만든 사람 중 한 명이죠. 이 사람은 위대한 발명을 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결합했을 뿐입니다. 분야의 융합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었어요. 지금 화면에 보이는 것은 고무줄입니다. 우리는 고무줄을 물건 묶는 데에도 쓰지만 총 쏘는 데에도 쓰죠. 이렇게 용도를 바꾸는 거예요. 분야를 바꿔서 결합해 보는 것이죠. 그러다 보면 새로운 용도가 생기는 거예요. 한번은 제가 등산을 하러 갔는데 비가 왔어요. 그런데 같이 가던 친구가 갑자기 가방에서 샤워캡을 꺼내더니 머리에 쓰더라고요. 용도를 바꾸니까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우리는 시간, 공간, 분야의 세 축을 서로 엮어서 생각해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시간과 공간적 요소를 결합해, 시간의 축을 옮기면 공간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지 고민해보는 것이다. 이광형 교수는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자신이 평소에 자주 사용한다는 ‘창의력 왼손법칙’을 소개했다. 손 모양은 플레밍의 왼손법칙과 동일하다. 왼손을 들고 엄지, 검지, 중지를 서로 직각이 되도록 편다. 다만 여기서 엄지가 분야축, 검지가 공간축, 중지가 시간축을 의미한다는 데에 차이가 있다. 이 법칙을 기억하고 평소 일상 생활에서 낯선 문제를 만나면 손가락을 펴고 스스로 질문해보는 것이다. 앞으로 ‘시간, 공간, 분야’ 이 세가지를 의식적으로 마음에 두고 살아간다면 어느 순간 머리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누가 내 머릿속에 창의력을 심어놨지?이광형 저 | 문학동네
인공지능, 바이오정보, 미래 예측에 관심이 많은 저자는 ‘인간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는 어떻게 발생하는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3차원 창의력 개발법’을 창안하게 되었다. 괴짜 교수를 따라 시간, 공간, 분야의 3차원을 여행하다보면 어느덧 자신의 머릿속에 창의력이 부쩍 자라나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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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교수와 함께 떠나는 창의력 여행! 이광형 교수는 드라마 [카이스트]에 나온 괴짜 교수의 실제 모델이다. 그만큼 ‘괴짜’로 유명하다. 늘 남들과 다른 행동과 사고를 추구하는 그는 TV를 거꾸로 매달아 보고, 신발끈의 색을 양쪽을 달리해 묶고 다닌다. 학생들에게도 자율성과 창의성을 북돋아주는 교육철학 덕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