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최따미의 두 발로 찾아낸 선물
주말에 떠나기 좋은 청정도시 울진
산수와 돌, 아늑한 사찰까지 … 울진의 매력에 반하다
여름 휴가철이 되면 자연스럽게 ‘물’을 찾아 나서게 된다. 바다와 계곡. 서울의 경우엔 한강 또한 피서지로 사랑 받는 장소다. 하지만 휴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면 그것만큼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을 것. 그래서 사람들로 붐비진 않으면서 창해와 우수한 관광지를 만날 수 있는 울진을 소개한다.
울진을 찾게 된 계기는 막연했다. 친구와 당일여행을 계획했고 가보지 않았던 곳을 가보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도심보단 자연과 어우러진 시골공간을 선호하는 나는, 산수의 매력을 겸비한 울진에서의 추억이 좋았다.
울진은 산수에 둘러싸인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 덧붙여 나는 울진을 ‘돌의 도시’라고도 이름 붙이고 싶다. 울진에 도착하자마자 우리가 향한 곳은 성류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는 이곳은 종유석과 석순이 어우러져 있는데,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하의 금강산’ 같은 장소다. 매년 석종과 석순이 0.4mm씩 성장해 지금의 천연기념물로까지 성장했으며, 추정 연륜은 약 2억 5천만년이라고 한다.
국내 가장 유서 깊은 돋굴 중 하나인 이곳은, 원래 장천굴이라고 불리었으나, 신라31대 신문왕의 아들 보천태자가 굴 안에서 수도하는 사찰을 건립하면서 성인이 유했다 하여 ‘성류사’로 호칭을 변경, 암벽에 작은 구멍이 있다 하여 지금의 성류굴로 명칭이 변경됐다. 실제로 성류굴이 뿜어내는 분위기는 정적과 고요가 어우러져있다. 더불어, 사시사철 15~17℃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어서 뜨거운 여름날에 방문할지라도 서늘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외투를 찾고 싶었을 정도로 찬 공기를 유지하는 성류굴이다.
동굴을 ‘탐험’하는 과정은 꽤나 험난했다. 성류굴을 찾을 요량이라면 편한 복장과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로 찾는 것이 좋으며, 입구에 준비돼 있는 안전모는 가급적이면 착용할 것을 권한다. 걸을 때마다 머리는 돌들과 부딪치지 않게, 발은 미끄러지지 않게 신경을 집중해야 할 것. 높낮이와 너비가 다양한 굴 내부를 걷는 과정은 그야말로 모험이자 탐험이었다. 어둑하고 서늘한 분위기는 마치 ‘담력체험’을 하는 듯한 느낌마저 선사했다. 아쉽게도 박쥐와의 만남은 실패했으나,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돌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경험이었다.
형태에 따라 종유석과 석순 고유의 이름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며, 동굴의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닥과 동굴생성물(호수)와 마찰하는 청명한 소리에 귀 기울이며 동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멋을 향유하는 시간도 좋았다.
몸을 최대한 낮춘 채 오리걸음을 걷고 몸의 부피를 최소화시키는 노력은 아름답고 생경한 풍경을 즐기기 위해 감수해야 할 것들이다. 이러한 탐험을 마치고 성류굴을 빠져 나왔을 땐 마치 ‘신세계에 발을 디딘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둡고 습한 공간과 대조적인 밖은 완연한 여름 날씨였으니까! 마치 꿈을 꾼 듯했던, 인간세계 이전의 지극히 자연적인 풍광을 만나볼 수 있었던 성류굴 탐험시간은 확실히 ‘신선’했다.
그렇게 동굴 내부와는 확연히 달랐던 날씨 탓이었는지 우리는 자연스럽게 바다로 향했다. 우리가 찾은 바다는 망양정해수욕장. 그곳을 들르기 전, 둘러싼 풍광을 조망하기 위해 망양정에 올라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를 만끽했다. “아, 좋다!” 되뇐 횟수는 10여 번 정도 됐던 것 같고, 머릿속에서 반복한 횟수는 몇 곱절이나 됐다. 사실, 망양정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내가 호감을 느낀 부분은 여유로운 이곳의 분위기였다. 주말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가로웠던 이곳. 사람들과 차의 소음에서 벗어나 산수에 둘러싸여 ‘마음의 여유를 부릴 수 있다’는 데에서 가장 큰 ‘좋은 감정’을 느꼈다. 도심에서는 쉽사리 느낄 수 없는 감정과 넉넉한 마음까지 품게 만든 울진의 자연공간이 나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부자, 아니 ‘신선’으로 만들어줬다. 그렇게 내면의 여유를 부린 후 바닷가로 향했다.
들어서자마자 ‘와!!!!!!’를 외칠 수박에 없었던 곳. 그야말로 청정수를 만날 수 있었던 망양정해수욕장이다. 바닷가 특유의 짜고 비릿한 향이 느껴지지 않아서 한 번 놀랐고, 바닷물이 너무나 맑아서 두 번 놀랐으며, 자연스럽게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닷물 위에 내가 서 있었음-계획에 없었던 거라, 뒷수습에 애깨나 먹었다-에 세 번 놀랐다.
물이 너무도 깨끗한데다, 바닷물 냄새가 나지 않음이 너무도 ‘신기해서’ 바닷물을 계곡물 접하듯 양손 한 가득 퍼서 그 향을 직접 맡아보기까지 했던 기억. 그때만큼은 나도 어린아이가 된 냥 천진난만만했다고 기록해본다.
사실, 울진을 방문하기 전에는 경상북도에서의 바다여행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울진은 경북동해안인 만큼 ‘맑은 바다’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곳이었다.
다음으로 울진에서 찾은 마지막 장소, 불영사. 불영사는 인기 TV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이후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불영사로 향하는 길에 있는 불영사 계곡 또한 관광객들로부터 사랑 받는 곳으로, 생태보호지역인만큼 보존 정도가 좋은 편이다.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기운을 얻을 수 있는 불영사 계곡
불영사로 향하는 산책로에서 다시금 ‘울진은 산수, 그리고 돌이 아름다운 곳’임을 깨달았다. 일주문에서 불영사까지의 거리는 약 1.5km 정도라 짧지만은 않지만 고목과 어우러진 숲길은 고독의 힘, 내면의 침잠을 가능케 해주는 ‘사색의 길’로 여기고 걸어도 좋을 만큼 고즈넉하다.
불영사 앞으로는 방문객들을 반기는 꽤 큰 연못이 있다. 여름이면 연꽃잎과 연꽃이 못을 가득 메우고 있다. 고백하건대, 불영사는 규모 면에서 탄성을 지를 만한 곳은 아니었다. 웅장함보다는 소박함이 배어있는 이곳은 비구니 절이다. 돌이켜보면, 아늑하고 정갈한 느낌을 주는 절들 중 대부분이 비구니 절집이었던 때가 많았다. 이곳만의 특색이 명확해서일까. 불영사는 방문했을 당시보다 이후의 여운이 더욱 짙은 장소로 추억되는 장소다. ‘언젠가 템플스테이를 하게 된다면 이곳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곳. 왠지 모르게 ‘밥이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기 때문이다.
많은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떠났던 울진 여행. 하지만 그때의 감흥이 너무도 좋았기에 지인들에게 마치 홍보대사라도 되는 것처럼 방문을 적극 권하고 있다. 여름철에 찾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 맑고 깨끗한 산수와 돌, 거기에 아늑한 절까지 만나볼 수 있다는 건 대단한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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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함은 디지털영상 및 영화 전공 후 기자생활을 거쳐, 현재는 회사 내 전략기획팀에서 PR업무를 맡고 있다. 걷고 사유하는 것을 즐기며, ‘하고 싶은 건 일단 해보고 웃고 울자’ 식의 경험론주의를 지향하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영화, 공연, 전시회감상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의 쾌락을 만끽 중이며, 날씨 좋은 계절에는 서울근교든 장거리 장소든 여행할 곳들을 찾아 몸을 통한 독서를 실행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에서 ‘문화소믈리에, 최따미’라는 타이틀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예스24 파워문화블로거 및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단, tv5monde한국에서 프랑스영화 에디터로 활동 중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지라 “평생 글과의 인연은 떼려야 뗄 수 없을 것이다”라는 포부를 지닌 그녀다. 자칭 컬처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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