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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느와르 M> 실종에서 출발한 정의 찾기

OCN <실종느와르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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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대하는 두 수사관의 다른 태도는 <실종느와르 M>이 시청자로 하여금 ‘정의의 구현’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갈등 상황을 만들어낸다. 법이 보호해주지 못한 약자들의 한 맺힌 복수는 과연 정의라고 불러도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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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사람들의 사연, 실종은 단지 시작일 뿐

 

다양한 방식의 오리지널 범죄수사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OCN에서 <실종느와르 M>이 방영된다고 했을 때 20대때 즐겨봤던 미국드라마 <Without a Trace (한국에서 방영 당시 ‘FBI 실종수사대’라는 이름이 붙었다)>가 생각났다.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하고 CSI라는 간판드라마를 가진 CBS에서 만들어낸 수사물이었던 이 드라마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람들을 수사하는 FBI 특별수사팀을 다룬 것으로 7년 간 방영하며 수많은 실종자를 찾아냈다.

 

어떠한 사정으로 자기 스스로 자취를 감추는 일이든, 누군가에 의한 것이든 현재의 삶이나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 실종이다. 이러한 실종은 대부분 범죄와 연결되어 있고 사회적 약자가 연루되는 경우가 많다. <Without a Trace>에서도 실종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여성과 어린이였다. 실종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실종자의 삶을 파헤쳐 단서를 찾아내고 실종자로 이어지는 과정을 긴밀하게 다뤄낸다. 장르의 특성 상 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실종느와르 M>에 있어서 실종은 단지 ‘실종자 찾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첫 화부터 아주 독특한 방식의 살인법과 단서가 눈을 끌었던 미스터리한 범인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 긴장과 공포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피해자와 실종자의 사연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드러난 사건의 실체는 ‘실종’보다 더 큰 비극이었다.


스포일러 주의! 아직 드라마를 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이 문단은 건너 뛰는 것이 좋겠다. <실종느와르 M>에서 실종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현재 실종자의 사연보다는 과거에 은폐된 진실이다.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더 큰 피해와 고통을 안겨주고 자기 이익을 챙긴 죄책감 없는 전직 경찰, 불량 백신의 존재를 은폐하려고 내부 고발자를 살해한 제약회사 사장, 명백한 범죄자를 무죄로 만들어낼 정도로 유능한 변호사이지만 직업 윤리가 의심되는 법무부장관 후보, 회사의 구조조정을 핑계로 노동자를 해고하고 그에 대항하는 직원들을 용역을 이용해 폭행을 사주하는 사측 등으로 힘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저지른 악행의 씨앗이 자라 이어지는 범죄를 다룬다. 교묘하게 묻혀진 인면수심의 사건은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의 분노와 한이 만들어낸 실종사건으로 다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복수는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가?


공소시효, 심신상실자 처벌 불가능, 무죄추정 원칙 등 법의 허점으로 인해 구현되지 못한 정의를 실현시켜 피해자 또는 피해자 가족이 느끼는 분노와 패배감을 풀어주는 사적 집행관들에 대한 이야기는 꽤 많이 만들어졌다. 일본 드라마 <조커, 용서받지 못할 수사관>는 현직 경찰들이 법 집행에서 교묘하게 빠져나간 강력범죄자를 조직적으로 처벌한다. 미국 드라마 <덱스터>는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혈흔분석가가 자신의 살인충동을 해소하기 위해 아직 잡히지 않은 다른 연쇄살인범을 찾아 제거한다. <실종느와르 M>에서는 다크 히어로가 매 사건을 이끌지는 않지만 피해자와 연관된 사람들이 실종사건을 만들어내고 진실을 파헤쳐주길 원한다. 사건의 전말이 공개되지만 그들의 억울함이 해소되었다는 느낌보다는 그들이 느낀 절망감이 고스란히 이어진다.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약자들이 법과 시스템을 벗어나 사적 정의를 실행하려 하는 것,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다시 가해자가 되며 스스로와 타인을 상처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적 비극은 ‘느와르’적이다.


특히 실종범죄 수사를 맡은 IQ 187의 전직 FBI 요원 길수현(김강우 분)과 실종 수사만 7년인 베테랑 토종 형사 오대영(박희순 분)의 과거가 드러나지 않은 시점에서 사건에 반응하는 두 수사관의 태도 역시 이 드라마의 주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보인다.


오대영은 감정적이다. 용의선상에만 올라도 자신의 촉을 바탕으로 범인으로 단정짓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수사를 할 때도 융통성을 말하며 편범을 쓰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뜨겁게 타오르기 때문에 피해자와 함께 분노한다. 그러나 선을 넘어서는 도발을 하진 않는다.


길수현은 차갑고 이성적이다. 과거의 사건에서 과잉진압의 의혹이 드러난다. 사건이 마무리되고 난 뒤 범죄자와 가해자가 된 피해자가 함께 죽음을 선택하게 내버려둔 상황에서 “둘 중 살아서 더 나은 사람이 있었나요?”라고 답하는 길수현의 모습은 범죄 자체에 대한 분노와 자신만의 정의를 가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사였다.


사건을 대하는 두 수사관의 각기 다른 태도 덕분에 드라마의 잔재미라 할 수 있는 둘 사이의 끈끈한 케미는 발생시키지 못하고 있지만 <실종느와르 M>이 시청자로 하여금 ‘정의의 구현’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갈등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잔인하고 치밀한 실종의 이면에 숨겨진 사연은 단순하게 나쁜 짓을 저질렀으니 처벌받아야 한다고 하기엔 그들의 사연은 안타깝다. 그들은 가해자들처럼 완전 범죄를 저지르고 뻔뻔하게 잘 살겠노라 사건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사건이 주목받아 은폐된 진실이 밝혀지길 원한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자신의 무덤을 파놓고 복수에 뛰어든 것이다. 그렇기에 그 동안 보여준 이야기들이 후련하고 깔끔하게 끝이 났다는 생각이 드는 에피소드가 하나도 없었다. 불편한 응어리가 해소되지 않고 먹먹한 중심을 잡는다. <실종느와르 M>은 그 불편함으로 둘러보게 만든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한 진짜 사회의 약자들을. 법의 허점을 노리는 악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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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현정

사랑과 연애 그리고 섹스에 대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몇 번의 사랑을 경험하며 제법 깊은 내상을 입었지만 그만큼 현명해졌으며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걸 수줍어하지 않게 되었다. 놀라운 재생능력으로 사랑할 때마다 소녀의 마음이 되곤 한다. 누군가의 장점을 잘 발견해내고 쉽게 두근거린다. 『사랑만큼 서툴고 어려운』, 『나를 만져요』 등을 썼으며, 블로그 '생각보다 바람직한 현정씨'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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