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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의 화려한 비상 삼진어묵 베이커리

삼진어묵베이커리 부산지하철 자갈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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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어묵 베이커리, 한국전쟁이 시작될 즈음 일본에서 어묵을 제조하는 기술을 배워온 고 故박재덕 씨가 영도의 봉래시장 입구 판잣집을 빌려다 어묵 제조를 시작한 것이 시초였다 한다.

 

 

부산 하면 어묵 아이가

 

그곳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고민스러웠다. 베이커리라는 이름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완전한 빵을 파는 곳이 아닌 이곳을 『경상빵집』 안에 담아도 괜찮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많은 고민들이 이내 눈 녹듯 사라진다. 되려 그런 마음들이 송구하게 느껴졌다. 부산의 베이커리를 이야기하자면 역시 이곳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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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는 어쩐지 기분부터 멀게 느껴진다. 남포동이나 자갈치에서 영도다리 하나만 건너면 금방인 작은 섬, 부산 사람들은 “영도는 한 번 들어가 살면 나오기 힘들다”라고 흔히 이야기한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영도는 부산에서도 유난히 토박이가 많은 곳이다. 영도다리를 건너는 길은 어쩐지 훅하고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있다. 한번 발 딛게 되면 어디든지 바다인 그 섬의 품 안을 벗어날 길 없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영도를 방문하는 날엔 어쩐지 조금 더 여행자의 마음이 된다. 그 섬에는 부산 사람도 둘러보고 싶은 이채로움이 숨어있다.

 

<삼진어묵 베이커리>, 한국전쟁이 시작될 즈음 일본에서 어묵을 제조하는 기술을 배워온 고 故박재덕 씨가 영도의 봉래시장 입구 판잣집을 빌려다 어묵 제조를 시작한 것이 시초였다 한다. 전쟁 후 피란민이 모여든 부산에서 때 아닌 호황을 이룬 그 작은 어묵집이 ‘삼진어묵’이라는 번듯한 이름을 갖게 되었고, 지금은 굳건한 입지를 다지며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어묵 제조 가공소라는 황금빛 현판을 빛내고 있다.

 

좁은 골목에 들어서자 〈삼진어묵 베이커리〉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붉은 벽돌에 빈티지한 글씨체가 멋스럽다. 선명한 ‘since 1953’, 그 세월에 걸맞은 웅장하고 세련된 외관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문득 강릉의 〈테라로사〉가 떠올랐다. 이런 웅대함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좁은 길을 지나 만난 그 커피 팩토리를 닮은, 〈삼진어묵 베이커리〉의 어묵 팩토리가 한참이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입구에 들어서니 신세계, 이런 신세계가 또 없다. 맞은편으로는 오픈된 주방에서 쉴 새 없이 동글동글한 어묵을 빚고 노오랗게 줄지어 선 어묵들이 고소한 냄새를 솔솔 풍겨낸다. 한 바구니 그득하게 담아다가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 뜨끈한 어묵탕 한 그릇 끓여 먹었음 좋겠다 싶은 갓 나온 어묵들이 사랑스럽다. 간식 대용으로 바로 먹을 수 있는 튀김 어묵들은 또 어떻고. 동그란 어묵 가운데 메추리알을 콕하고 박아넣은 모습이 귀여워 도저히 담지 않을 수 없었던 ‘메추리알어묵’과 쫄깃쫄깃한 어묵으로 속을 채워 완성한 ‘고추튀김어묵’. 부산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진귀한 부산 맛, 이곳에 모두 모여 의젓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2층의 전시관에는 〈삼진어묵 베이커리〉의 시간들이 나란하다. 어묵이 만들어지는 과정, 이곳의 빼곡한 역사를 지나 조물조물 어묵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장도 마련되어있었다. 다음번에는 꼭! 이곳의 어묵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 생각만 해도 유쾌하지 않은가. 나는 이 베이커리가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삼진어묵 베이커리〉를 완성하는 것은 ‘어묵고로케’다. 경상빵집』 의 범주 내에 이곳을 넣겠다고 다짐한 것도 그 때문이다. 복고 느낌 물씬 나는 상자에 담아주는 여섯 가지의 고로케, 부드러운 어육으로 감싼 갖가지 재료들이 섬세하고 진중하다. 고구마를 으깨 넣은 고로케는 달콤하고, 감자를 넣어 만든 고로케는 기분 좋은 포슬포슬함이 있다. 쫄깃하게 늘어나는 치즈고로케는 여자들이 좋아하고, 당면을 가득 채운 땡초부산에서는 청양고추를 그렇게 부른다. 고로케는 남자들이 좋아한단다. 매콤한 향이 입맛을 다시게 하는 카레고로케, 오독거리며 씹히는 맛이 두 배인 새우고로케 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만든 기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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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 자리에서 고로케 한 박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럼에도 전혀 느끼하지 않고, 오히려 뒷맛 깔끔해 산뜻하게까지 느껴진다. 정성스레 잘 튀긴 맛, “좋은 재료를 써야 한데이, 다 사람 묵는 거 아이가” 생전에 늘 이야기했다는 〈삼진어묵 베이커리〉의 그 마음이 고스란히 ‘어묵고로케’에 녹아있었다.


부산 하면 어묵 아이가. 부산에 온다면 반드시! 그 어묵고로케집을 권한다. 이보다 더 부산스러울 수 없다.

 

A 부산광역시 영도구 태종로99번길 36
T 051-412-5468 H 09:0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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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빵집 : 지하철로 떠나는 경상도 빵투어이슬기 글,사진 | 북웨이
『경상빵집』은 우리나라 최적의 빵투어 지역인 경상도 중심의 빵투어 가이드북이다. 베이커리 문화가 풍부한 경상 지역의 도시 중 특히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부산과 대구를 중심으로, 그 지역을 관통하는 지하철을 타고 빵투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기름 값 아껴 맛있는 빵을 하나라도 더 사 먹자는 게 이 책의 기본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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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슬기

10년의 부산, 스무 살에 내려와 돌아서니 30대의 경상도 여자. 여전히 빵집과 카페, 디저트를 사랑하는 얼리 비지터. 2010~2012년 ‘차, 커피, 디저트’ 부분 네이버 파워 블로거. 『카페 부산』 저자. kisl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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