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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 발칙한 코믹 결별 프로젝트

다채로운 캐릭터들로 총 무장한 연극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매력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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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이 옆에 있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가 그 사람을 떠나보내고 나서야 그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고 후회하지 않았는지. 왜 곁에 있을 때는 모르고 소홀히 대하기만 했는지.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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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제 아내를 유혹해 주세요!

 

영화나 드라마, 연극과 같은 ‘극’이 흥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이 필요하다. 수많은 조건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 조건을 꼽자면 1. 스토리가 탄탄하거나, 2.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독특하고 입체적이거나. 류승룡, 임수정, 이선균 주연의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이 두 가지 조건을 조화롭게 연결시켜 큰 흥행을 거둔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소심한 남자주인공 두현은 결혼 7년차에 접어들면서 사사건건 잔소리만 하는 아내 정인에게 질려 이혼을 결심한다. 그러나 소심하다 못해 찌질하고 비겁한 이 남자는 아내가 무서워 이혼하자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우연히 알게 된 전설의 카사노바 성기에게 정인을 유혹해 달라는 의뢰를 한다. 남편이 아내를 유혹해달라고 다른 남자에게 부탁을 한다고? 이렇듯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스토리 자체가 흥미롭고 새롭다. 어디서도 보고 들은 적 없는 신선한 스토리는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찌질한 두현의 모습에 분노하면서도 그 이후에 이어질 스토리를 기대하게 된다. ‘아니, 그래서 그 카사노바는 아내를 유혹한대? 아니, 그래서 아내는 넘어가나?’   

 

흥미로운 스토리에 입체적이고 독특한 캐릭터까지 등장하면서 영화는 관객들의 몰입을 극대화 시킨다. 국적불문, 나이불문 모든 여자를 사로잡는 전설의 카사노바 성기는 새롭진 않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다. 두현에겐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잔소리만 늘어놓는 피곤한 아내지만 듣고 보면 맞는 말, 옳은 말, 시원한 말만 하는 아내 정인의 캐릭터 역시 새롭다. 찌질하고 소심한 두현은 기세고 입체적인 두 사람의 사이에서 적절한 강약조절을 이끈다. 이처럼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어디서 본 적 없는 신선한 캐릭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은 그러한 영화의 장점을 그대로 담아왔다. ‘원 소스 멀티 유스’의 올바른 활용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현이 성기를 찾아와 아내를 유혹해달라 부탁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2시간여의 극은 쉴 새 없이 흘러간다. 영화의 내용과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왔기에 이미 한 번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자칫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 연극무대만이 갖는 특징, 배우들의 애드리브, 관객들의 극중 참여를 장점으로 내세워 영화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극의 중간 중간 상황에 맞는 노래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것 역시 영화와는 차별된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 만의 매력이다.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두현은 아내 정인이 성기와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새로운 감정의 변화를 느낀다. 마냥 귀찮고 지겨운 존재였던 정인이 다른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묘한 질투심과 함께 아내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어? 내 아내가 원래 저렇게 매력적인 사람이었나?” 그전에는 시끄럽기만 했던 정인의 잔소리가 그리워지고, 그 안에 담겨있던 정인의 사랑과 진심을 깨닫게 된다. 그런 두현을 보고 있자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다른 남자에게 아내를 유혹해달라고 부탁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저러는 걸까 싶다. 자기가 가지긴 싫어했으면서 남 주긴 아까워하는 두현은 비겁하고 용기 없는 찌질남의 정석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두현을 욕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괜스레 찝찝해진다. 나 또한 두현처럼, 소중한 사람이 옆에 있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가 그 사람을 떠나보내고 나서야 그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고 후회하지 않았는지. 왜 곁에 있을 때는 모르고 소홀히 대하기만 했는지. 온 몸으로 “있을 때 잘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두현은, 아이러니하게도 관객들에게 많은 비난과 공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캐릭터들은 그 성격만큼이나 입체적인 변화를 겪는다. 두현은 그 전엔 몰랐던 정인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고, 가볍고 짧은 사랑만 하던 성기는 정인을 통해 진짜 사랑의 의미를 알게된다. 오랫동안 집안에만 갇혀 외롭게 지내던 정연 역시 시간지 지날수록 잃어버렸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존감과 자신감을 되찾게 된다. 흥미로운 스토리와 함께 한층 성숙하게 변한 캐릭터들을 지켜보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을 인상 깊게 본 사람, 그 신선하고 코믹했던 분위기를 좀 더 생생하게 느끼고 싶은 사람,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딱 어울리는 연극이 아닐까 싶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은 대학로에서 2월28일까지 공연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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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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