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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의식의 진한 화학반응, 뮤지컬 <케미스토리>

“그 사람의 마음에 얼마나 공감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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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아니라도 유독 눈에 들어오는 배우가 있습니다

공연을 관람하다 보면 주인공이라서, 또는 주인공이 아니라도 유독 눈에 들어오는 배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그 배우가 캐스팅된 다른 작품에서도 이왕이면 그의 무대로 챙겨 보게 되죠. 글쎄요, 이거야 말로 배우와 관객 사이에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난 게 아닐까요? 기자는 그렇게 지난여름에 눈여겨보았던 그를 가을에도 줄곧 지켜보다 겨울의 초입에 드디어 만났습니다. 현재 대학로의 작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뮤지컬 <케미스토리><두결한장> 공연장을 바쁘게 왕래하고 있는 배우 오의식 씨인데요. <케미스토리> 일요일 낮 공연이 끝난 대학로 자유극장 객석에서 조금은 차분하게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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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공연장이 가까워서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캐릭터가 워낙 달라서 그나마 다행이죠. 물론 한 인물에 집중할 때만큼은 못하겠지만, 사정상 두 작품을 함께 하는 입장에서 호랑이와 티나는 전혀 다른 캐릭터라서 큰 어려움은 없는 것 같아요.”

 

대학로에서 공연을 자주 보는 분들은 단박에 아시겠지만, 뮤지컬 <케미스토리>가 공연되는 자유극장에서 길을 건너면 <두결한장>이 공연되는 대명문화공장이 있거든요. 이건 이쪽으로 들어서면 <케미스토리>의 호랑, 저쪽으로 들어가면 <두결한장>의 티나가 되는 셈입니다.


<두결한장>은 공연 올라간 지 오래돼서 많이 편안하고, <케미스토리> 같은 경우는 원래 친한 멤버들이 모여 있어서 또 편해요. 그래서 <두결한장> 공연 갈 때도 틈만 나면 여기 들르기도 하고요. 그런데 <케미스토리>는 아무래도 지금 프리뷰 지나고 얼마 안 돼서 아직까지는 공연이 있을 때면 조금 더 긴장감이 있죠.”

 

<두결한장>으로 정동화 배우 인터뷰할 때 오의식 씨를 언급하더군요. 동성애 연기를 쭉 해왔던 정동화 씨가 연습 중에 자연스럽게 입맞춤을 했더니 오의식 씨가 굉장히 놀랐다고.


“네, 제가 연습을 중단시켰죠. 잠깐 쉬었다 해야 할 것 같다고(웃음). 저는 동성애 역할은 처음이라서. 그런데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공연이 거듭될수록 앞에 남녀라는 것만 빼면 그냥 마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구나 느껴지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올해 <나와 할아버지> <아가사> <유도소년> <가을 반딧불이>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두결한장> <케미스토리>까지 쉼 없이 다수의 작품으로 무대에 오르고 계시네요.


“일단 저희 극단 ‘간다’가 퍼레이드 중이라서 그 영향이 큰 것 같아요. 극단 작품은 다 소화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열심히 활동한다는 것은 아무도 저를 모를 때부터 알고 지내던 선후배들이 왕성하게 활동한다는 방증인 것 같아요. 저에게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거죠. 저는 감사한 마음이 있으니까 여력이 안 돼도 제안을 거절하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는 좀 힘든 스케줄을 걸어왔어요. 걷다 보니 내년부터는 이렇게 타이트하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도 배웠고요. 과정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극단 ‘간다’에는 지난해 말 가입하셨는데, 극단 활동에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까?


“식구가 생긴 거죠. 학연도 지연도 없는 저에게 소중한 인연들이 생겨왔지만, 한편으로는 알 수 없는 외로움 같은 게 있었거든요. 의지하고 싶고, 적을 두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그러던 중에 제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알게 된 거죠. 앞으로 배우생활을 하면서 버텨내야 하는 상황들이 많은데,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버틸 수 있겠구나... 워낙 좋은 선배들이 많고 배울 게 많은 집단이라서 행복하고 든든해요.”

 

올해 했던 많은 작품들은 무대마다 드러낸 색깔도 확연히 달랐는데요.


“올해는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들을 많이 맡긴 했는데, 대부분 개성 있는 인물이었어요. 아픔이 있다든지, 못생겼다든지, 특이한 성격을 가졌다든지. 저도 그 인물들을 담아내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워낙 작품의 캐릭터들이 강하다 보니까 더욱 그렇게 보인 것 같아요.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르겠어요.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게.”

 

이런 배역을 고집하시는 건 아니죠? 개인적으로는 처음에 보면 강한 인상인데 조금 더 들여다보면 친숙하고 정이 많은 분이 아닐까. 그런 이미지가 무대 위에서 묻어나는 것 같아요.


“평소에는 낯을 조금 가리고, 그 과정이 지나면 장난도 잘 치고 유쾌한 성격이에요. 반면에 진지한 면도 있고요. 작품에서 인물을 선택할 때는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외형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 말고, 그 인물의 마음 속 있잖아요. <가을 반딧불이>의 다모쓰라면 이 아이의 하루하루를 얼마나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지, <두결한장>의 티나라면 상처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살아온 한 아이에 대한, 하지만 그걸 또 다른 행복으로 받아들이고 남들 보기에는 엉뚱한 말을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 게 공감되는지. 그런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뮤지컬 <케미스토리>에서는 어떤 공감을 이루고 있나요?


“알 수 없는 마음? 작품을 준비하면서 재밌더라고요. 남녀 배우들의 의견이 달라요. 여자들은 호랑이가 나빠 보이는 게 싫다는 반면 남자들은 호랑이가 나쁜 놈이래요. 연출님은 사북 사람들의 이야기와 희극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으면서도 남녀 간의 사랑과 우정 얘기를 다루셨어요. 연출님과 많이 얘기했던 부분도 사람 마음의 케미스트리였고요. 개인적으로는 더 나빠 보이더라도 호랑이가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부분에서 조금 더 가보고 싶은 욕심은 있었어요.”
 
일반 회사를 무료하게 다니던 오의식 씨는 어느 날 무대 위 배우를 보고 ‘저 사람은 저게 직업이야? 나도 배우가 직업이면 행복하게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연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7년, 무대와의 케미는 느껴지는지요?


“이게 매번 이제 알았다 싶다가도 또 몇 주 지나면 무대에서 다른 게 느껴지고 그래요. 선생님들이 항상 말씀하시듯 연습에 비례하는 것 같아요. 무대에서의 케미는 여유고, 즐길 수 있고, 실제로 무대에서 상대방과 대화할 수 있는 건데, 내가 얼마나 준비돼 있는가에 따라 다른 거죠. 지루하게 살기 싫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한 거니까,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응원해주는 분들도 많이 생겨서 감사한데, 제가 할 수 있는 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서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는 거잖아요. 그래서 조금 더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신중히, 그리고 정직하게 해나가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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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의식

  

특히 소극장에서 공연할 때는 관객들 반응이 바로 전해지잖아요. 화학반응도 극대화되고, 그래서 지루하지 않게 계속 무대에 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죠. 굉장히 다양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분들이, 여자친구한테 억지로 끌려온 남자친구도 있을 테고, 처음 연극을 보는 분도 계시고, 배우를 기다리는 팬들도 있고요. 그런데 이 분들이 커튼콜 때는 다 같이 똑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하나의 감정으로 웃고 울고 박수치고 할 때는... 배우는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구나. 선생님들이 ‘배우는 마음을 고치는 의사’라고 했는데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한참 열심히 달릴 때 더 깊게 생각해야 하는 게 걸어갈 길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스스로에게 한 말씀하신다면?


“마틴 루터 킹이 ‘당신은 남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말을 했대요. 제가 요즘 많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거든요. 배우를 하면서 앞으로 나의 성과와 별도로 이 직업으로 보람 있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그래서 제가 잊지 않아야 할 말인 것 같아요.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도 항상 최선을 다해서 공연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기도하거든요. 배우로서 좀 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된다면, 영향력이 없더라도 공연을 보는 순간만큼은 관객들은 저한테 영향을 받잖아요. 엄청난 일들이 아니더라도 제가 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좋은 배우, 좋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최근에 생각했는데, 이런 질문을 받네요(웃음).”    

 

<케미스토리>라는 공연 제목 때문인지, 분자식과 구조식이 그려진 무대 세트 때문인지 대학 때 들었던 다양한 화학 수업이 생각났습니다. 처음에 시원하게 F를 받고 재수강하는 과정에서 화학의 재미를 알게 됐는데, 어떤 물질이 다른 물질과 반응해서 전혀 다른 물질로 변할 수 있다는 건 참 신기하지 않나요? 그래서 사람 사이, 특히 남녀 간의 끌리는 감정, 어떤 합에 대해서도 요즘은 ‘케미’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오래 전 무료하게 회사를 다니던 오의식 씨가 공연을 관람하다 배우의 길로 접어든 것도, 연기를 하며 키워온 수많은 인연들이 확대돼 저마다의 무대에서 그를 찾는 것도, 서로 반응해서 무언가 새로운 모습이 형성되는 삶의 정직한 화학반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배우,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고민하는 오의식 씨의 다음 행보도 자연스레 기대되네요. 웃음도 있고 감동도 있고, 배우와 관객의 다양한 화학반응이 이뤄지는 뮤지컬 <케미스토리>는 11월 30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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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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