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해서 망하지 않으려면
은행원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여자의 이야기 『그 여자의 가게』 박혜정
창업하는 사람만큼이나 폐업률도 높다. 1년 만에 1/3, 3년 후 절반, 5년 후에는 70%가 넘는 사업자가 망한다. 이에 저자는 내가 5년을 버틸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월 11일, 서울 목동에서는 ‘그 여자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제2의 인생창업’이라는 주제로 『그 여자의 가게』 출간기념 저자 강연회가 열린 것. 이 책은 온오프라인 웨딩쇼핑몰을 운영 중인 박혜정 저자가 사업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왔던 이야기와 가게를 오픈하기까지의 실질적인 팁을 담았다. ‘전쟁터 같은 직장이라도 나가면 지옥’인 현실 앞에서 과연 창업은 바람직한 방향일까. 저자는 냉혹한 창업 현실부터 꺼냈다.
은행을 박차고 창업을 한 이유
107 vs 86. 저자가 꺼낸 이 수치는 1년에 창업하는 사업자와 폐업하는 사업자 숫자다. 107만개가 창업을 하고, 86만개가 폐업을 한단다. 전체 사업자 가운데 28.2%가 자영업자로 셋 중의 한 명꼴로 자영업을 하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 한국에는 왜 이렇게 자영업자수가 많을까. 저자의 진단이다.
“창업이 많아지는 이유는 경제가 어려워졌기 때문이지 싶다. 불안하니까 내 사업을 가져야 한다는 위기감을 갖는다. 이십대도 그렇다. 그런데 이 수치에는 사업을 하면 안 되는 사람이 포함돼 있다. 나도 장사나 해볼까, 나도 카페나 해볼까, 이런 말을 많이 하는데, 사업가는 회사원보다 훨씬 힘들다. 강한 정신력은 물론 네트워크나 영업력 등이 따라줘야 한다.”
창업하는 사람만큼이나 폐업률도 높다. 1년 만에 1/3, 3년 후 절반, 5년 후에는 70%가 넘는 사업자가 망한다. 이에 저자는 내가 5년을 버틸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년은 어렵지 않게 버틸 수 있지만, 한 업종으로 10년을 버틴다면 그것 자체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단다. 그만큼 창업이 어렵고 꼼꼼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저자는 전했다.
저자에 의하면, 5년 기준으로 업종별 생존율은 '부동산/임대업 46.5%' '개인서비스업 33.5%' '출판/영상정보업 29.1%' '교육서비스업 28.1%'로 평균 이상을 기록했다. 반면 '도소매업 26.7%' '사업서비스업 19.3%' '수박/음식점 17.7%' 등이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 그래도 창업을 하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이유에서일까.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꺼냈다.
“내가 이전 직장인 은행에서 사표를 쓰고 나올 때 주변 사람들이 왜 안정된 직장을 나가느냐고 의아해했지만, 나는 은행이 되레 불안해 보였다. 지점장을 보면 언제 잘릴지 몰라서 불안이 얼굴에 드러났다. 안정된 직장을 두고 불안정한 곳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나는 스스로를 고용하기 위해서 나왔다. 이제 고용불안은 점점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지긴 어려울 것이다. 사회불안도 마찬가지다. 국가나 회사가 나를 지켜줄 수는 없다. 그래서 회사를 나와야 한다고 봤고, 사업을 할 거면 실패를 하더라도 일찍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능동적인 삶을 살고 싶었다. 삶을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기 싫었다. 은행원으로서 많은 한계를 느꼈고, 답답해하는 자신을 봤다. 은행을 나온 또 다른 이유는 창조와 자아실현의 욕구였다. 창의적인 사람에게 사업은 물에 풀어놓은 물고기 같은 느낌을 준다. 부지런하지 않지만 아이디어가 많고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한 저자는 사업을 하니 자신에게 잘 맞는다고 느꼈다. 스스로 생각한 것이 현실이 되고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이 재밌었다. 그리고 저자가 창업을 한 마지막 이유는 경제적 자유를 획득하기 위함이었다.
창업을 위해서는 질문을 많이 할 것
사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아이템, 정보력, 자본 등도 중요하지만 질문보다 아래 순위라는 것. 그가 보기엔 질문을 하지 않는 창업자들이 너무 많다. 그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 나는 사업가인가? (나는 사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를 잘 알고 있는가?)
- 나는 왜 창업을 하는가?
“나는 이 질문을 지금도 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과 사업은 다르다. 사업가 안철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인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인가?' '이것은 의미 있는 일인가?' 이 세 가지를 꼭 물어봤다고 하더라. 사업을 할 때 질문을 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지금 하고 있는 웨딩사업은 창의적으로 만들어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저자가 은행에 다닐 때 영업은 잘 했으나 서류 처리는 젬병이었다. 그럼에도 직장에선 못하는 것이라도 해야 했다. 지금은 다르다. 못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 잘하는 것만 열심히 하기에도 바쁘다는 것. 여러 커플에게 저렴하게 결혼을 치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의미도 찾았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사업을 하면서 더 잘 알게 됐다. 월세를 제대로 내지 못했을 때 자신의 심리 상태를 들여다봤다. 엄청 예민해지고 불안해지는 자신을 발견한 것. 진상고객을 만났을 때 마음에 일어나는 감정의 소용돌이도 만났다. 직장에서는 끝까지 참지 않고 성격을 표현했는데, 지금은 달라졌다. 사업은 자신을 좀 더 잘 살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많은 사람들이 우아하고 재밌는 나만의 카페를 상상하는데, 현실은 계산기를 두드려야 한다. 월세 내야 하는 날이 그렇게 일찍 올 수가 없다. 사업은 자신을 아는데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생각으로 사업을 한다. 만약 작은 것에도 불안해하는 사람이라면 사업을 하지 않는 게 낫다.”
아이템 선정,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는 이런 질문과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거쳐서 사업을 하겠다는 답이 나왔다면 아이템 선정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업종을 불문하고 우리나라 시장의 특징을 '부지런하다' 'COPY가 빠르다' '유행이 빠르다' '글로벌 경쟁자가 많다' 등으로 꼽았다.
“부지런한 사람은 사업을 해도 좋은 것 같다. 커피숍을 하면 돈을 못 번다. 잘된다 싶으면 주변에 콘셉트를 카피한 커피숍이 생긴다. 그래서 커피숍 인테리어를 해야 돈을 번다(웃음). 어떤 사람들은 아주 조그만 것으로도 상도의를 져버리고 등을 돌린다. 그런 사람들은 공생하는 방법이 있음에도 경쟁해서 이기려고 한다. 유행이 빠른 것은 아이템에 따라서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너무 유행이 빠른 아이템은 유행의 굴곡에 따라 위험이 너무 크니까 조심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또 한국 내에서도 글로벌 경쟁이 너무 심해졌다. 지금은 특히 ‘직구’ 때문에 더 어려워졌다. 국내 경쟁자뿐만 아니라 해외 경쟁자들도 봐야 한다.”
저자는 아이템이 결정됐다면 아래와 같은 사항에 대해 따져봐야 한다고 권했다.
- 박리다매 vs 후리소매
- 객단가
- 파생상품 or 업종전환
- 차별성
그는 사업을 할 때 고객을 위하는 마음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SNS마케팅도 중요하며 이때는 광고와 선전을 위한다는 생각보다 마음과 진심을 담아서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사업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업은 자신이 행복하기 위한 수단이며 자신의 인생 목표는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 남편과 함께 사업을 운영하면서 여러 협력업체를 두고 있다. 추후 디자인도 많이 늘리고 브랜드화 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 매출은 은행 다닐 때의 연봉 정도다. 사업을 시작할 때는 못 벌었지만, 지금 수출도 시작했고, 내년에는 좀 더 잘 될 것 같다. 4년 해보니 내수시장은 한계가 있더라. 해외 진출을 추진하면서 프랜차이즈 사업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그 여자의 가게박혜정 저 | 마일스톤
전직 은행원이 알려주는 자금 활용법부터 대출, 아이템 선정, 인테리어, 오픈, 마케팅까지 꿈을 현실로 만드는 셀프 창업의 모든 것. [은행의 사생활] 저자의 은행을 박차고 나와 행복한 장사꾼이 된 똑 부러지는 인생 창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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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박혜정> 저13,5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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