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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사실이 아닌 진실을 위한 투쟁

SBS <피노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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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왜곡 보도로 가족을 잃은 소년이 있다. 언론의 무신경함과 오만함에 분노하며 자랐다. 그런 그가 직접 기자가 되겠다고 나섰다. 현재 자신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이 거짓인 그 소년이 말하는 사실은 그저 사실에 그치는 일이 아니라 진실에 다가서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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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정의를 찾아가는 이야기


<피노키오>를 이야기하면서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박혜련 작가와 조수원 PD 그리고 배우 이종석이라는 공통 분모 때문만은 아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는 사람의 눈을 보면 진심이 들린다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능력을 가진 소년이 등장한다.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증명해 내지는 못한다.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불의를 그냥 넘길 수 없었던 한 소녀의 도움을 받아 겨우 살인범을 처벌할 수 있었다.


진심과 진실을 안다고 해도 사람들에게 그것을 사실로 납득시키고 정의를 구현해 나가는 과정은 도덕 교과서에 나오는 문장처럼 결코 명확하지도 손쉽지도 않다. 오히려 어렵고 험난하고 외롭다. 하지만 반듯하게 사고하고 올바르게 행동할 줄 알았던 박수하(이종석)는 정도를 비켜나지 않고 자신에게 처한 고난을 이겨낸다. 무겁지 않게 그러나 진지하게 덧붙여 사랑스럽게.


영화 감독들의 복수 3부작과 같은 연작 작업처럼 이 드라마 역시 주제 면에서 <너의 목소리와 들려>와 이어지는 면이 뚜렷하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법정을 무대로 진실을 밝혀내고 법정의 사건들을 통해 사람들의 거짓이 얼마나 평범하면서도 사악한 것인지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복수의 발단을 밝혀내면서 왜곡된 진실이 얼마나 파괴적이고 위험한 것인지 보여주었다.


<피노키오>에는 평범하지 않은 기억력과 두뇌를 가진 주인공 최달포(이종석)가 등장한다. 스스로를 망칠 수 있을 정도의 분노가 당연한 사건을 겪었음에도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무심한 듯 장난스러우면서도 다정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진실로 포장된 거짓에 상처 입은 피해자이지만 되려 거짓으로 사람들을 돌보며 자랐다. 치명적이라 할 수 있는 과거의 사건과 관련이 있는 사람과 현재에도 얽혀 있으며, 그것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최인하(박신혜)와 로맨스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것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드라마를 구성하고 배치되어 있는 요소들은 전작과 비슷한 구석이 많다. 그럼에도 완전히 다른 직군, 그러나 무엇보다 진실과 정의가 중요한 또 다른 직군인 기자와 방송국의 뉴스룸을 무대로 ‘진실’의 무거움을 전한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진실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처럼 <피노키오>에도 존재하지 않는 증후군이 하나 등장한다. 이름하여 ‘피노키오 증후군’.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것. 진실을 읽어내진 못하지만 진실밖에 말하지 못한다. 거짓을 말하면 들통나고 마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순진한 믿음인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믿음인지 보여준다. 그리고 피노키오라고 제목을 붙인 것처럼 피노키오 역을 해야 하는 언론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역설한다.


아들의 명석함을 동네방네 소문내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아들 팔불출인 기호상(정인기)는 그런 모습이 전혀 밉상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따뜻한 사람이다. 소방대장으로 출동했던 공장 화재 사고에서 공장 직원의 거짓말과 피노키오 증후군인 이웃 주민의 목격담 때문에 무리한 화재 진압으로 동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살인자에 혼자 살아남아 도망친 파렴치범이 되고 만다.


이에 대해 대중의 흥미를 끌고 자극적인 화면을 만들기 위해 왜곡 편집한 언론의 보도로 인해 기호상의 가족 역시 죄인 취급을 받으며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 수 없게 된다. 기하명은 비극적인 사건을 겪고 살아남아 최달포라는 이름으로 살아나간다. 자신을 죽은 아들이 돌아온 것이라고 착각하는 최공필(변희봉)을 위해 자신의 명석함을 숨긴 채 시험을 치면 전부 빵점을 맞는 올빵의 거짓된 삶을 산다.


미디어에 대한 불신과 분노, 언론이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윤리에 대해서 피노키오 증후군과 함께 묶어 그 무거움에 대한 말한다. 언론기자 시험에서 아버지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최달포는 그간의 악의적인 언론 보도로 아버지의 명예와 어머니의 목숨, 자신의 삶까지 뒤엉켜버린 분노를 토론에서 피노키오이자, 악의적인 보도를 주도했던 기자의 딸이며 자신과 함께 자라고 자신이 사랑하는 최인하를 향해 내뱉는다.


“사람들은 피노키오가 진실만 말한다고 생각하죠. 그리고 사람들은 기자들도 진실만 전한다고 생각해요. 피노키오도 기자들도 그걸 알았어야죠. 사람들이 자기 말을 무조건 믿는다는 걸, 그래서 자기 말이 다른 사람들 말보다 무섭다는 걸 알았어야 합니다.”


인하를 아끼고 사랑하는 감정에도 불구하고 그의 분노가 얼마나 큰 상처를 남겼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신중하고 공정한 태도로 검증된 사실을 보도하는 것. 우리가 뉴스에게 바라는 것이다. 뉴스는 사실을 보도한다. 하지만 사람의 일이기에 주관이 개입하기 마련이고 그 주관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견해의 차이는 오보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오보를 넘어서 언론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뉴스들을 접하고 있는 우리에게 <피노키오>는 진실의 가치와 진실의 탈을 쓴 거짓이 가하게 되는 위협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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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지만 사랑스럽게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피노키오>는 시종일관 한 인간의 삶에서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어린 소년을 던져놓고 무거운 주제를 전달한다. 특히 <피노키오>는 초반부터 주인공 최달포의 입으로 몇 번이나 대사로 전달하곤 했다. 틀린 말 하나 없지만 매력적인 주제에도 불구하고 그 무게감이 지나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런 점을 잘 조절해온 것이 바로 로맨스의 분량이었다.


아주 능청스럽게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서 누구라도 사랑에 빠지고 싶게 만든다. 아니 누구라도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게 만든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이보영과 이종석이라는 두 배우가 엄청난 캐미를 보여주며 연상연하 커플에 대한 환상을 자극했다면 박신혜와 이종석 역시 너무 잘 어울려서 괜히 샘이 날 정도이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아끼고 믿고 있고, 서로를 의지한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인식 못하고 있었던 최인하인든, 원수의 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에도 그녀에게 마음이 끌리고 만 최달포든 청춘 남녀가 붙어있다면 결단코 사랑이지! 라는 공식을 잘 구현해낸다.


둘의 애정행각은 망상의 장면에서도 얼마나 달달하고 사랑스럽던지! 식빵 키스를 만들어내고, 요즘 일본 드라마나 만화를 통해 여심을 뒤흔든다는 카베동(여성을 벽에 몰아넣고 남성이 한쪽 손으로 벽을 치는 행위)까지 연출하며 트렌드를 이어나간다.


애초에 비현실적인 설정을 해놓고 세상을 풍자하고 고발한다는 점에서 다큐가 아닌 드라마이지만, 그 주제가 무겁다 하더라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리고 드라마를 좋아하는 2~30대 여성의 마음에 만족시킬만한 사랑에 대한 환상도 결코 빼놓지 않는다. 


장난끼 많은 소년의 얼굴을 가진 이종석이지만 극중 캐릭터가 가진 반듯함과 책임감, 그리고 한 여자를 향한 지고지순함은 드라마를 즐기는 또 다른 요소가 될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 지 어떤 부분은 빤하고 어떤 부분은 도저히 예상할 수도 없지만 그렇기에 본방사수가 필수인 드라마다. 물론 재방도 챙겨볼 드라마다. 오랜만에 잘 만든 드라마가 TV앞으로 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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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현정

사랑과 연애 그리고 섹스에 대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몇 번의 사랑을 경험하며 제법 깊은 내상을 입었지만 그만큼 현명해졌으며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걸 수줍어하지 않게 되었다. 놀라운 재생능력으로 사랑할 때마다 소녀의 마음이 되곤 한다. 누군가의 장점을 잘 발견해내고 쉽게 두근거린다. 『사랑만큼 서툴고 어려운』, 『나를 만져요』 등을 썼으며, 블로그 '생각보다 바람직한 현정씨'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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