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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게임> 선함과 믿음이 승리하는 세상을 위하여

tvN <라이어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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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능가할지도 모르는 리메이크작을 만나면 두근두근 거릴 수밖에 없다. <라이어게임>은 주인공들만 명석한 드라마가 아닌 제작진도 영리한 드라마이다.

영리한 리메이크


일본드라마를 보다 보면 소재의 신선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인기 만화나 소설 같은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한 번 더 검증된 것이라는 점에서 믿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영상화라는 것은 원작 팬들의 기대치를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이미 드라마화된 작품을 다시 만든다는 것은 비교대상이 뚜렷하기에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이다. 


리메이크의 나쁜 예로 현재 방영 중인 <오늘도 칸타빌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캐스팅에서부터 배우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항의를 받아 주연 여배우가 교체되기까지 했던 이 작품은 뚜껑을 여는 순간, 배우들이 캐릭터에 녹아 들지 못했고 일본드라마 특유의 만화적 과잉을 한국적으로 만들어내지 못해 괴상하고 유치해졌으며 드라마에 사용되는 클래식 명곡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무늬만 음악드라마가 되었다.


<라이어게임>은 그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쓴 흔적이 보였다. 특히 <지니어스게임>이라는 국내 쇼 프로그램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적절한 타이밍의 리메이크였다. 원작의 탄탄한 줄거리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해석을 더해 캐릭터의 매력을 한층 더 보강하였다. 원작에서는 여주인공이 드라마의 화자가 되어 어느 날 뜬금없이 게임에 참가하게 되고, 그 게임의 주최가 누구인지 베일에 가려진 채 납득하기 힘든 방법으로 게임에 이끌려간다. 


불친절한 설정의 정체불명 사무국 대신 애널리스트였던 강도영(신성록)이 리얼리티 쇼 ‘라이어게임’의 쇼 호스트로 등장해 비밀스럽게 운영되던 라이어게임을 전 국민이 관람하게 만든다. 강도영은 야망과 자신감이 넘치지만 속내를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 단순한 쇼라고 하기엔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방식이라 그의 진짜 목적과 정체는 대체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원작의 도입부는 여주인공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그 여주인공이 얼마나 멍청할 정도로 착한 지 (실은 착함보다는 멍청함이 더 부각되어 있고, 드라마를 보는 내내 사람들은 그 민폐적 선함 때문에 답답함을 느껴야 했다.) 보여준 것에 반해 리메이크작에서는 결정적으로 라이어게임을 이끌고 나가는 서울대학교 응용심리학과 교수 하우진(이상윤)이 강연을 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라이어게임.jpg


NEVER TRUST ANYONE


하우진이 강의실에서 강연에 앞서 칠판에 쓴 문장. NEVER TRUST ANYONE. (‘절대 누구도 믿지 마라’ 한글로 쓰면 되는 걸 왜 영어로 쓴 건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라이어게임의 기본 모토이며 하우진의 과거를 설명하면서도 이 드라마가 드러내고 싶은 주제를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문장이다. 


행방불명된 아버지 대신 빚을 갚느라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아가던 평범한 여대생 남다정(김소은)은 길을 헤매는 노인을 돕다 5억 원의 현금 가방을 손에 넣게 된다. 매일같이 다정을 따라다니며 빚 독촉을 하는 사채업자 달구(조재윤)가 그 사실을 알고 그 돈으로 빚도 갚고 신세도 고치라고 한다. 내적갈등 속에서도 남다정은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경찰서로 찾아가는 것을 선택한다. 그러한 선택으로 남다정은 총 상금 100억 원의 라이어게임에 참가자격을 얻게 된다. 그러나 첫 대전에서부터 학창시절 믿고 따랐던 스승에게 사기를 당하면서 하우진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게임의 필승법은 언제나 하우진이 찾아낸다.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상 남다정은 그 과정 속에서도 천진난만 순진하게 사람들을 믿고 속임을 당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을 돕고 믿으려는 의지가 결코 좌절되지 않는 우주최강 답답민폐를 시전하게 될 것이다. 


<라이어게임>은 이름 그대로 게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누가 얼마나 능숙하게 상대를 속이는지가 관건인 게임이 등장한다. 모두가 이길 수 있는 연대를 꾸린 상황에서도 자신의 탐욕만 채우기 위해 어떻게 위장하고 어떤 식으로 사람들의 심리를 조정하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몇 번의 위기에 봉착해도 모두가 큰 이익은 없어도 피해가 없는 방식이 종래에는 승리를 거둔다. 


결국 제목부터 거대한 역설이 된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탐욕과 어리석은 면을 드러낸 게임 참가자들을 보며 부끄러움을 느낀다. 절대적인 선은 반드시 승리하고 그것은 영웅적인 한 사람만의 승리가 아니라 함께 나누는 승리이다. 물론 너무나 이상적인 결론이다. 


하지만 바라게 된다. 라이어게임은 상대를 속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사회,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축소판이다. 특히 돈의 가치가 어떤 무엇보다 크게 여겨지고 우리를 흔드는 유혹이 되는 세상에서 아무도 믿을 수 없는 것이 얼마나 괴롭고 힘들고 쓸쓸해지는 일이라는 걸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의 필요가 더 강해지는 요즘 같은 시기에 단지 드라마라 하더라도 정화를 받고 싶은 기분으로 볼 수 있는, 잘 만들어진 드라마가 <라이어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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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현정

사랑과 연애 그리고 섹스에 대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몇 번의 사랑을 경험하며 제법 깊은 내상을 입었지만 그만큼 현명해졌으며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걸 수줍어하지 않게 되었다. 놀라운 재생능력으로 사랑할 때마다 소녀의 마음이 되곤 한다. 누군가의 장점을 잘 발견해내고 쉽게 두근거린다. 『사랑만큼 서툴고 어려운』, 『나를 만져요』 등을 썼으며, 블로그 '생각보다 바람직한 현정씨'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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