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태 “남북한 연계가 곧 창조경제”
『서울 평양 메가시티』 저자 민경태
『서울 평양 메가시티』는 서울과 평양을 이어 메가시티를 만들자는 대담한 제안을 담는다. 저자는 남북한 경제적 효율성에서 서울과 평양을 잇는 것만큼 좋은 방안은 없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북한 수도 평양. 이 두 도시를 잇는다면 한반도 평화는 물론 경제적 부흥을 기대할 수 있다. 비록 현재 정세에서는 실현이 불투명하지만, 먼 미래를 생각한다면 결국은 가야 할 미래다. 『서울 평양 메가시티』는 북한을 오랫동안 관심을 두고 지켜본 민경태 저자가 내놓은 책이다.
대학에서는 건축을 공부하셨고, 그간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셨는데요. 북한에 관한 관심은 어떤 계기로 생겼나요.
평소에 미래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 관심이 많습니다. 기술발전 방향이라든지 미래학, SF 영화에도 관심이 많은데, 북한이야말로 한반도의 미래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으로 북한과 남한이 하나가 될 미래 한반도를 구상해 보았고, 미래학의 관점에서 ‘네트워크 경제’를 적용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그동안 경험했던 다양한 업무와 학문이 두루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건축과 도시설계를 공부했던 것이, 서울과 평양을 연결하여 하나의 도시로 만들고 공간적으로 남북한이 어떻게 연계되면 좋을지 구상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MBA 과정을 공부하고 벤처 투자 업무에 종사했던 경력이, 남북한의 협력을 경제적 효율성과 투자 관점에서 바라보는 ‘서울-평양 M&A’ 라는 아이디어 구상을 가능하게 해 주었습니다.
『서울 평양 메가시티』 책 구상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저는 『서울-평양 네트워크 경제권 구축을 통한 한반도 성장전략 구상』 라는 박사학위 논문으로 북한대학원대학교를 2013년 2월에 졸업했습니다. 이 구상을 북한학계와 전문가 그룹만이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논문을 보완하고 발전시켜서 『서울 평양 메가시티』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북한학 학술서적이 아니라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제, 경영 분야의 책을 내기로 마음먹었는데,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북한, 통일 분야 주제를 전혀 다뤄보지 않았던 미래의창 출판사를 직접 찾아가 제안하고, 약 8개월간 씨름하면서 여러 차례 수정과 보완을 거듭하는 과정을 거쳤던 것이 제게는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현재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만, 제 업무와 북한학 공부와는 전혀 무관합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학문 활동이라서, 주로 주말과 휴가를 활용한 주경야독 9년 만에 책 한권을 내게 되었습니다.
서울 평양 메가시티의 의미가 서울과 평양을 잇는 거대 도시, 정도로 이해해도 될까요?
서울과 평양을 초고속 교통, 통신, 에너지망 등 첨단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하나의 도시와 같이 기능하도록 만들자는 제안입니다. 기술발전에 의해서 서울-평양 간 200Km 거리 정도는 이제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세계의 여러 국가들도 국경이나 행정구역을 초월하여, 경제적 연계를 바탕으로 하는 ‘메가시티리전(Mega City Region)’을 경제성장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남한과 북한의 경제협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도 서울-평양 지역이 적합하다고 보았습니다. 남북한의 산업을 효과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네트워크 경제’는 기존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방식으로 서로의 장점을 상호보완적으로 결합시켜서, 진정한 의미의 ‘한반도 창조경제’를 실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책을 쓰면서 특별히 집중해서 서술한 부분은 어디인가요. 독자가 이 부분만은 꼭 읽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부분을 꼽아 주세요.
모든 부분에 애착이 가서 특별히 한 부분만을 꼽기는 어렵지만, 읽는 순서로 볼 때 ‘제1부 발상의 전환’ 부분을 먼저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현재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생각을 왜 바꾸어야 하는지 그 필요성에 대해 서술하였습니다. 막연히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고 있으면 왜 한국의 국익에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는지,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남북통합 시나리오는 어떤 것인지 등, 꼭 알아야 하지만 일반 독자들이 오해하고 있는 내용을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먼저 읽어 보면 전체 내용을 가늠해보기 쉬울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내용들도 모두 읽고 싶어지게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이명박 정부 때부터 현재 정부까지 대북 관계는 별로 나아진 점이 없어 보입니다. 이번에 책을 낸 의도 중 하나로, 이런 경색된 대북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시도로 볼 수 있을까요?
현재 남북 교류의 중단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쪽은 아이러니하게도 남한의 중소기업들입니다. 반면, 중국은 남한 기업에게 차단된 기회를 활용해서 가장 큰 이익을 보고 있으며, 북한도 중국 및 러시아와의 경협으로 대체하였기에 당장의 손실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북한의 자원이 헐값에 주변국가로 팔려나가게 되므로, 한반도 전체로 보았을 때 우리 민족에게는 큰 손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정책적으로 변화를 모색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정치적 통일은 유보하고 경제적 협력을 우선 추진하자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정치적 통합을 무리해서 먼저 추진할 경우, 여러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 구조가 급격히 변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대신에 남북한 경제협력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개방적 이익공유 시스템으로서 ‘서울-평양 메가수도권’ 이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동안 경제력 협력을 통해 사회 전 분야의 남북한 격차를 완화하고 난 후, 미래에는 자연스럽게 정치적 통합 여부를 결정하면 될 것입니다. 경제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서 남북한의 상호보완적 경쟁력을 적절한 방식으로 융합할 수 있다면 폭발적인 성장도 가능하다고 전망합니다. 그 구체적 구상을 책에 담아보고자 노력했습니다.
북한에 관한 정보에 접근하는 게 일반인들에게는 까다롭다 보니, 북한이 어떤 상황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요. 현재 북한은 어떤 상황인가요.
물론 저도 직접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경로로 확인되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보면 점차 경제적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고 합니다. 농업 분야에서도 개인이 차지할 수 있는 비율을 상향 조정함으로써, 전체 생산량이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북한 정권의 붕괴가 임박했다고 기대하는 일부의 견해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요즘에는 북한의 정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우리 정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아직은 북한이 아래로부터의 급격한 정치적 변화를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결국은 북한 지도층과의 대화를 모색하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북한이 중국에 의존적인 체제가 되었다고 말하곤 하는데요. 그래서 북한은 대한민국보다는 중국에 더 동질감을 느낀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경제적으로 보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현저하게 증가하였습니다. 2013년 기준으로 남북한 경제교류에 비해서 북, 중 간 경제교류 규모가 거의 6배에 달합니다. 게다가 많은 북한의 자원이 중국 기업과 장기 독점계약을 체결하고 헐값에 넘어가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중국 이외에는 다른 어떤 경쟁자도 없는 상황이므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북한은 역사적으로나 민족적으로 중국에 대한 경계 의식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하루 빨리 북한과의 교류와 경제 협력을 재개하여 북한 주민들에게 우호적 인식을 확대하고, 북한에 대한 한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이런 과정이 있어야만 국제 사회에도 한국 주도의 남북한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당당히 설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분단이 고착화되면서, 젊은 세대일수록 북한을 향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이 상태가 유지되어도 나쁠 게 없다는 인식인데요. 분단이 고착화되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점점 남북한 협력과 통일을 위한 동력을 상실하는 것은 일반인들, 특히 젊은 세대가 북한 문제에 관심을 잃어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경제가 고도 성장기를 지나서 이제 정체기로 접어들었는데, 남북한의 분단 상태가 계속 유지되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마저 찾지 못하게 되면 우리에게 희망이 없습니다. 만약 기성세대가 남북관계에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영영 분단된 약소국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거라는 위기의식이 있었습니다. 북한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쓰게 된 가장 큰 동력은 이와 같은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역시 문제는 비용일 듯합니다. 남북한 경제 협력을 위해서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요.
사실상 우리가 통일 비용에 대한 염려를 많이 하는 것은 급진적 흡수통일을 겪었던 독일의 사례를 참고로 하기 때문입니다. 경제력이 남한보다 우월했던 서독마저도 통일 후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었는데, 우리가 과연 이를 지탱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독일통일 과정에서 서독이 지출했던 통일 비용 중 직접적인 인프라 투자에 사용되었던 비율은 12.5% 정도에 불과합니다. 50% 가까운 비용은 동독 주민의 소득수준을 보조하는 사회보장성 비용으로 지출되었기에 경제적으로 보면 매우 비효율적인 통합과정이었습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서, 남북한의 점진적 통합과정을 통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경제협력 프로젝트부터 시작하게 되면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2개의 국가 체제를 상당기간 유지한 상태에서, 임금수준 및 복지수준의 격차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면 남한 국민들의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아울러, 막대한 개발 프로젝트들을 남한이 일방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금융기구 및 국제컨소시엄 등 북한 개발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을 유치함으로서 충분히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음 책은 어떤 내용일까요?
아직 별도의 책을 저술할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나, 남북한 경제통합의 가능성과 비전을 일반 독자들에게 보다 쉽게 전달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이 책은 원래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쓰여 졌기 때문에 쉽고 흥미로운 내용만으로 채워나가기는 어려웠지만, 혹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일반 독자들이 용이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형식의 글을 준비해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만약 『서울 평양 메가시티』 를 외국어로 번역 출판할 기회가 있다면 적극 검토해 보겠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한반도 내에서 우리들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실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국제사회에도 이 구상을 소개하여,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극복하고 평화적인 경제 교류가 일어나는 ‘개방적 이익 공유 시스템’ 으로 전환하자는 꿈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서울 평양 메가시티민경태 저 | 미래의창
오로지 경제적인 논점에서 남북통합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 본서는 ‘서울-평양 메가수도권’이라는 획기적인 컨셉을 통해 한반도가 명실상부한 유라시아의 중심이 되는 모습을 그린다. 최첨단 교통?통신망에 의한 초고속 네트워크 도시, 동북아시아 물류 거점, 세계 투자자들의 자유로운 투자가 이루어지는 거대 비즈니스 허브의 탄생. 이것이 과연 상상으로만 그칠 것인가, 아니면 현실이 될 것인가는 오늘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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