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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된 시인들의 특별한 반성문

『잘 왔어 우리딸』 『자고 있어, 곁이니까』 서효인,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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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3일, 서울 상수동 이리카페에서 아빠가 된 두 시인의 알콩달콩 육아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아버지가 된 두 시인, 김경주, 서효인 시인이 각각 『자고 있어, 곁이니까』와 『잘 왔어 우리 딸』를 들고 ‘나는 이렇게 아빠가 되었다’는 주제로 공감토크를 가진 것.

서효인 시인의 고등학교 동창인 정용준 소설가가 사회를 본 가운데 많은 독자들이 특별하지만 평범한 시인 아빠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두 아빠 시인, 김경주와 서효인은 자신의 책을 아내와 아이에 대한 ‘반성문’이라고 표현했다. 

 

작가만남-서효인김경주

김경주 시인

 

『자고 있어, 곁이니까』 의 저자, 시인 김경주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건넨 ‘태담집’이다. 아이를 상상하고 쓴 글이었다. 지금 다섯 살인데, 그때 상상했던 모습과 5년을 키워보니 어떤가?

 

얼마 전, 아이가 포크레인 사달라고 조르더라. 아빠도 갖고 싶은데, 사 줄 수가 없다고 말하고, 대신 포크레인에 태워주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웃음). 아이의 말이 터지면서 하루하루가 협상의 연속이다. 이 책을 쓸 무렵의 고민은 아이를 어떻게 하면 예쁘게 키우거나 육아가 아니었다. 내 안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아이가 생겼을 때 굉장히 설레고 경이감도 있었지만 불안함도 있었다. 이기적인 마음일 수 있지만, 이전에 자유롭게, 불안이 에너지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그것도 아이 앞에선 백지상태가 되잖나. 그런 느낌이 좋으면서도 돌아서면 불안함도 들더라. 글을 쓸 수 있을까 싶어서. 그래서 아이와 밀착이 잘 안 됐다.

 

 아이 돌 때까지만 해도 잘 안 보려고 하고 만지지도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돌 이후에 달라졌다. 내가 세상 앞에 진실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이 아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앞에선 아무 것도 숨길 수 없을 것 같았다. 가장 진실한 대상 앞에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뱃속에 있을 때의 글을 모아서 책을 펴냈다. 요즘은 하루하루 아이에게 많이 배운다. 아이 때는 말이 곧 상상력이잖나. 뭐가 되고 싶은지 물으면 코끼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좋으니까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거지. 우리도 어렸을 때 그랬을 텐데. 아이가 하는 말을 보며 상상력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된다.

 

예전의 그 불안은 요즘 어떤가?


정화가 됐다.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다. 낚시도 다니고. 그런 꿈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즐겁다. 사실 하루의 반 이상은 아이와 다툰다. 사실 나는 반주부다. 아내가 회사를 나가고 있어서 아이를 보는 일은 내 몫이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대충 할 수도 없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고민도 했다. 피로감을 가지면 지속을 못하잖나. 최근에 아이 말이 터지면서 아이가 이렇게 묻더라. 아빠는 왜 회사가 없어? 아빠는 세상 모든 것이 회사라고 답했는데, 아이가 내게 불쌍한 것이라고 말하더라(웃음). 즐겁다, 요즘엔.

 

책을 읽다보니 아이가 거대한 모티프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로 인해 시 세계가 변화되거나 이 책을 쓴 계기가 있다면.

 

시를 통해서 세상을 보는 일이 내겐 문학적인 긴장이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생활의 리듬이다. 이 책을 쓰면서, 아이가 생기면서 시를 바라보는 기준이 바뀌었다기보다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이전과 약간 달라졌다. 알다시피, 이 세계가 악천후잖나. 무엇보다 지구 평화에 관심이 많아졌다. 핵전쟁과 같은 것이 단순히 상상에서만 머물지 않고 비상 대책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고.

 

평화라는 것이 멀리 있는 단어였는데, 지금 상당히 중요해졌다. 책을 쓴 계기는 아이가 커서 내 나이가 됐을 때 이 책을 보면 느낌이 어떨지 궁금했다. 시가 변했다면, 5년 만에 시집을 냈는데, 그 전에는 에너지, 세상과의 불화를 내세우는 것이 시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세상을 견딘다는 느낌이 있다.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 생긴 리듬이 있다. 시도 언어 너머의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언어를 비우는 작업을 5년 동안 했다. 여전히 세상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으로 넘쳐나는 것 같다. 아이를 봐도 그렇고.

 

서문이 인상적이었다. 글의 하나는 결혼을 하기 전, 선배들에게 물으면 대부분 비참한 이야기를 한다. 그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것, 현실적인 문제를 시적인 방식으로 풀 수 있는 방식이 있을까?

 

나는 생활적인 측면에서의 긴장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를 쓴다고 몽상만 하는 건 아니다. 시인뿐 아니라 글 쓰는 사람은 언어가 직업인 사람들이다.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 문학적인 긴장, 시적인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단어놀이를 매일 하고 있다. 그것을 통해 많이 배운다. 얼마 전 아이가 초록색이 귀엽다고 하더라. 재밌잖나. 초록이 귀엽다니. 끔찍한 말도 있었다. 밥을 먹다가 내년에 옆구리에서 날개가 나올 거라고 하더라. 그리곤 사라져 버릴 거라고 하는데, 자세히 생각하면 사라진다니 끔찍하잖나. 아이와 함께 나누는 단어를 보면, 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내가 글을 쓴다는 사실을 언제쯤 인지할까 그런 생각을 하면 긴장이 된다. 내게 삶은 구체적인 순간으로 다가오고, 항상 구체적이어야 한다.

 

작가만남-서효인김경주

서효인 시인

 

『잘 왔어 우리 딸』의 저자, 시인 서효인

 

 

근황은 어떤가?


두 달 전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 그 아이 때문에 책의 주인공이자 첫째인 은재는 강제 감금(?)돼 있다가 오랜만에 오늘 외출했다. 그리고 믿기 힘들겠지만 내 살이 좀 빠졌다.

 

이 책은 참 멋진데, 남편 입장에서 아내에게 책을 건네기가 망설여진다. 당신은 왜 이렇게 못해? 이런 소리를 들을까봐(웃음).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이 잘 드러난다. 아이가 태어나서 더 좋아졌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가?

 

책을 보면 좋은 남편이자 아빠로서 행동한 것이 없다. 글로 때운 거다(웃음).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에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가 아이 전후로 완전히 다른 인간이 돼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 것 같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지금까지 내 삶의 연장선상일 뿐이다. 굳이 아이가 태어나기 전과 후를 분간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를 지속시켜나가는 것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방법인 것 같다.

 

글을 보면서 작가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더라. 이걸 반성문으로 썼다는데, 이 책을 쓸 수밖에 없었던 마음에 대해 듣고 싶다.


아이를 가진 뒤 출판사에서 제안이 와서 계약을 맺고 글을 쓰게 됐다. 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니 생각을 해봤다. 그런데 자신은 없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인데, 시인이라고 특별한 이야기가 될까, 고민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날 때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났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다 마음의 문제가 정리되면서 내가 왜 힘들었을까를 생각해봤다. 가장 큰 이유는 장애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구나, 다운증후군에 대해 생각하고 관심을 가진 적이 없구나, 나와 다른 세계로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난 뒤 기뻐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반성을 하게 됐다. 그리고 글을 쓰고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은재는 스물한 번째 염색체가 보통 사람들보다 하나 더 많다. 이를 우리는 다운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다운증후군은 병명이 아니다. 특별한 염색체가 발생시키는 여러 불편함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잘 왔어 우리 딸』4쪽)

 

글의 가장 큰 동력은 딸의 특별한 모습인데, 담담한 문체 속에서도 작가의 변덕이 느껴진다. 이 책을 시인의 시각으로 썼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요즘 시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많지 않다. 걱정이다. 시를 못 써서. 그렇다고 해서 시를 쓰기 위해 애를 쓰기보다 자연스러운 리듬에 맞춰 가고 싶다. 시인으로서 산문을 쓰게 됐는데, 나는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하게 갖고 산문을 쓰진 않는다. 후배들에겐 반농담조로 말하는데, 詩는 변방을 지향하고, 산문은 중앙을 지향한다고. 산문은 더 솔직하고 담백하며 재밌게 쓰고 싶다. 요즘은 산문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한다.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있다. 아이의 탄생으로 주변 모든 사람들의 정체성이 하나 더 늘고 변화하고 달라지는 모습이 상세하게 표현돼 있다. 아이를 낳으면 주변 사람들 인생이 바뀔까?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

 

인생은 매일 바뀌잖나(웃음). 아내가 더 고생이다. 여자의 삶은 임신으로 잠시 멈춤이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금 이곳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것만으로 굉장한 마음의 다짐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회는 아이를 낳아야 할 이유보다 그러지 않아야 할 이유를 더 많이 준다. 그럼에도 낳았으니까 얼마나 대단한 거냐. 탁아소, 어린이집 등을 확충하고 육아휴직을 보장해주는 등 제도적인 뒷받침도 있지만, 정책적으로 이를 더 깊게 고민하면 좋겠다.  

 

제목이 참 좋다. 책의 모든 내용을 요약하면 ‘은재’라고 요약할 수 있을 텐데, 은재를 낳고 가장 크게 든 생각이 있다면?

 

다운증후군 인터넷카페가 있다. 나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책이 나온다고 격려도 많이 받고. 그런데 회원 한 분은 (책을 보더니) 장애에 대한 생각의 깊이가 깊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더라. 맞다. 살면서 일련의 사건을 겪게 되겠지. 두 돌이 되면 병원에 가서 장애 등급을 받을 텐데, 그러면 나는 차를 살 거다. 세금이 감면 되거든(웃음). 어린이집, 학교 등을 보낼 때면 장애를 바라보는 깊이가 달라질 것 같다. 지금은 시작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깊이가 생기면 깊이에 맞는 우물에 맞는 물을 길어 올리고 싶다.

 

작가만남-서효인김경주

 

독자들이 김경주와 서효인에게 묻다

 

각자 아들과 딸, 성별이 다른데 키워 보니 아들이 좋다, 딸이 좋다 각자 말해 달라.

 

김경주 : 나는 딸이 좋다(웃음). 아직은 모르겠다. 비교의 대상이 없으니까. 이런 건 있다. 아들이라서 대중목욕탕에 갔을 때 등도 밀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사내 대 사내’로서 꿈꾸는 것들이 있다. 여행을 함께 가서 나누고 싶은 대화도 있고. 지금 좋다기보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서효인 : 아들은 캐치볼하기 좋을 것 같다. 그런데 딸이 좋다. 딸이 좋은 이유가 있다. 태아보험이라고 있는데, 보험료가 딸보다 아들이 더 비싸다(웃음). 아들을 안 키워봐서 모르겠는데, 주변에선 아들이면 어떡하느냐고 혀를 끌끌 차거나 딸이 더 좋다고 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

 

다음 생애는 엄마로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있나? 아이를 키울 때 엄마가 느끼는 감각은 어떤 게 있을까?

 

김경주 : 아니(웃음). 슬픈 것 중의 하나가, 나는 데뷔를 하고 나서 누군가에게 편지를 못 썼다. 문학을 하기 전에는 연애편지도 쓰고, 대필도 했는데. 데뷔를 하고 나서는 엽서 하나 못 썼다. 이 책이 어떻게 보면, 아내를 향한 작은 기록인데, 상실이건 설렘이건 상상력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연민도 상상력이잖나. 그것이 내게 어떻게 다가올지는 모르겠으나 쓰면서 슬펐다. 가능하면 수사를 내려놓고 시적이지 않고 담백하게 접근했음에도, 나는 상상력 안에 머물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엄마, 모성은 내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상상력인 거지. 그래서 그 상상력을 돌보자고 생각했다.

 

40일 된 딸과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효인 : 우선 칼퇴근을 하고, 새벽에 수유 때문에 아이가 깨면 같이 일어나면 좋겠다. 시간을 함께 많이 보내는 수밖에 없다. 낯섦을 줄이기 위해 딸을 많이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고 딸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엄마가 즐거워야 한다. 아이를 낳고 집안 분위기는 엄마에 의해 좌우된다.

 

시 쓰는 일에 아빠가 된 것이 영향을 미치나? 아빠가 된 시인들에게 위협이 되는 것이 있나?

 

서효인 : 나라는 사람의 일부가 詩이고, 마감이 오면 쓰고, 안 써지면 괴로워하고. 그래서 과도한 결심이나 다짐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김경주 : 아이가 있을 때나 결혼하기 전이나 마찬가지인데, 책상에 앉지 않으려고 핑계를 만든다. 사실 얼마나 벌이를 하고 생계를 이어갈 것인가 고민을 할 때가 있다. 아이 때문에 詩가 되고 아니고는 아닌 것 같다. 가족이 생겨서 좋은 것은 독거는 면했구나(웃음). 나는 외로움이 두렵다. 인간이 죽었다 깨어나도 못 견디는 것 두 가지가 외로움과 지루함이라고 하더라. 아이가 있건 없건, 발버둥을 치고 있고, 그것이 내겐 문학이 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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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있어, 곁이니까 김경주 저 | 난다
한 여자를 사랑했고, 그 여자를 곁에 두었고, 그 곁에서 생겨난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시인은 수많은 갈등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한다. 이 무수한 고심의 날들은 그 흔한 초음파 사진 한 장도 없이 텁텁한 재생 종이에 묵묵히 출산 일기로 묶였다. 아이를 갖고 낳는 40주간 시인은 마치 제 자신의 태어남을 다시 경험한 듯 제 아버지를 받아들이고 제 어머니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리하여 그는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때로는 그마저도 없는 덤덤한 날들이 사실은 평범하지 않음을, 우리가 쉽게 당연하다고 느끼는 '가족'이라는 건 엄마와 아빠와 아이가 하나라는 억지 강요가 아니라 저마다 하나하나의 방점으로 저마다 제각각의 거리를 유지할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기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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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왔어 우리 딸 서효인 저 | 난다
『잘 왔어 우리 딸』은 작가 효인이 다운 소녀 은재를 얻고 진짜배기 남편이자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을 독특하게 그려낸 글이다. 효인의 딸 은재는 스물한번째 염색체가 보통 사람들보다 하나 더 많다. 이를 우리는 다운증후군이라 부른다. 정체불명의 다운증후군. 태어나자마자 은재를 입원시키고 수술시키고 무사히 집에 데려오기까지 그 일련의 과정 속에 작가는 비로소 저 자신을 그리 키웠을 제 부모와 조부모에 대한 이해를 온몸으로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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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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