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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의 빨간책방’ 방송 2주년 기념 공개방송

마치 작은 꿈이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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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이 방송 2주년을 맞아 청취자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초대받은 50명의 청취자들과 같이 만들어간 이 날의 방송에는 뮤지션 요조와 정바비, 소설가 은희경과 이승우가 특별 손님으로 초대됐다.

이동진

 

『너의 세계를 스칠 때』의 작가 정바비는 연애 고수?


지난 4일 저녁, 홍대에 위치한 컬처카페 ‘빨간책방 Cafe’에는 인기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의 주역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2012년 5월 1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로 줄곧 ‘출판 분야 팟캐스트 1위’를 지켜온 ‘이동진의 빨간책방’의 두 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함이었다. 진행자인 이동진 영화평론가와 김중혁 소설가는 물론이고 ‘이동진의 빨간책방’의 진짜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청취자들이 함께했다. 이들의 만남은 ‘빨간책방 Cafe’ 3층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졌다. 무려 4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그칠 줄 모르고 이어졌던,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청취자와 함께한 ‘이동진의 빨간책방’ 공개방송은 반 고흐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동진 평론가의 오프닝 멘트로 시작되었다. 고흐가 ‘예술가들의 이상적인 공동체’를 꿈꾸었던 것처럼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빨간책방 Cafe’가 그러한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이야기였다. 지난달 21일 출판사 위즈덤하우스가 마련한 ‘빨간책방 Cafe’는 기존의 북카페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신개념 컬처카페’를 지향하고 있다. 책은 물론, 방송과 강연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 실제로 ‘빨간책방 Cafe’ 내부에는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직접 한 줄 평을 남긴 책과 영화가 전시되어 있었다. 

 

이동진 : 1년 전만 하더라도 ‘빨간책방 Cafe’라는 공간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처음 시작할 때는 이렇게 오랫동안 하게 될 줄 몰랐거든요. 그런데 저희 팟캐스트 방송이 누군가의 마음을 받게 되고 이렇게 공간까지 마련하게 되니까, 마치 작은 꿈이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굉장히 기분 좋고, 조금 감격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빨간책방 Cafe’와 함께하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의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이동진 평론가는 청취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이끌어가고 있는 김중혁 소설가를 소개하는 것으로 방송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이동진의 빨간책방’의 간판 코너라고 할 수 있는 ‘책, 임자를 만나다’ 시간이 되자 두 명의 뮤지션이 청취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홍대를 무대로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으로 각각 『요조, 기타 등등』 『너의 세계를 스칠 때』를 출간한 요조와 정바비였다. 『너의 세계를 스칠 때』를 읽고 “정바비가 이렇게 유쾌한 사람이었다니!”라는 한 줄 평을 남겼다는 이동진 평론가는 다음과 같은 감상을 들려주었다.

 

이동진 : 『너의 세계를 스칠 때』를 읽고 정말 깜짝 놀랐는데요. 일단 글을 정말 잘 쓰시고, 무엇보다 생각이 재밌는 분이시더라고요. 사랑에 관해서 굉장히 솔직하게 쓰신 것 같아요. 그 부분이 지나치면 자칫 느끼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는데, 그렇지도 않았고요.

 

정바비 : 솔직한 것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자기가 갖고 있는 사고방식이나 세상을 보는 방식에 대해서 솔직하게 얘기하는 거죠. 또 하나는 실제로 겪은 사생활이나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솔직하게 얘기하는 거고요. 전자에 있어서 저는 비교적 솔직한 것 같아요. 그런데 후자는 잘 못하겠어요.

 

김중혁 : 저는 예전부터 바비 씨 글을 가끔씩 봤는데요. 그때마다 글을 잘 쓰는구나 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까 정말 압권이더라고요. 『너의 세계를 스칠 때』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와 닮은 점이 많은데, 차이가 있어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사생활의 부분에서는 사람이 작아 보이는 느낌이 있는데, 그런 무라카미 하루키의 와일드한 버전이 바비 씨의 글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면서도 답답함을 느꼈던 독자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답답함을 조금은 풀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동진

 

네 사람의 이야기는 『요조, 기타 등등』으로 이어졌다.

 

이동진 : 요조 씨가 악보집을 낸다고 하셨을 때 무슨 뜻일까 싶었는데요. 『요조, 기타 등등』을 보고 ‘악보와 글이 이렇게 잘 어우러질 수 있구나’ 라는 느낌을 받고 놀라웠어요.

 

요조 : 처음 출판사로부터 악보집 제안을 받았을 때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제가 앨범을 많이 낸 편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왕에 악보집을 낸다면 곡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사연을 글로 써서 넣으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래서 출판사 측에 제안했는데 마침 좋아해 주셔서 이런 형태의 책이 완성된 거예요.

 

김중혁 : 『요조, 기타 등등』을 200% 활용한 사람은 제가 아닐까 싶어요. 저는 가끔씩 기타를 연습하는데 요조 씨 책을 보면서 기타 연습도 했고 같이 실린 글도 읽었거든요. 요조 씨가 문학을 많이 읽는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들었기 때문에 글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은 있었는데요. 생각보다 더 솔직했던 것 같아요. 그 부분이 조금 놀라웠어요. 거기에 음악에 대한 요조 씨의 코멘트까지 곁들여지면서 더 의미 있는 책이 된 것 같습니다.

 

음악과 연애라는 키워드로 자신의 깊은 속살을 드러내 보인 두 명의 뮤지션은 서로의 이야기를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이동진 평론가가 물었다.

 

정바비 : 『요조, 기타 등등』을 보고 부러운 마음이 컸어요. 제가 ‘가을방학’이라는 팀을 하면서 악보집을 내자는 이야기를 항상 했었거든요. 그런데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매번 좌절했었어요. 코드 악보의 옆에 글을 싣는 형태를 얘기했었는데, 정말 그런 형태의 책이 나온 걸 보니까 많이 부러웠죠.

 

요조 : 책을 읽으면서 소리 내서 웃어본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요, 바비 씨 책을 읽으면서 제가 소리를 내면서 웃고 있더라고요. 그 점이 놀라웠고요. 바비 씨는 연애에 대해서 조예가 깊으신 것 같던데, 저는 은근히 연애 허당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분이 가까이에 계시면서 연애할 때 저를 잘 이끌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두 사람은 ‘이동진의 빨간책방’ 청취자들을 위해 준비해 온 음악 선물을 전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정바비는 ‘가을방학’의 「베스트 앨범은 사지 않아」와 ‘줄리안 하트’의 「안경전쟁」을, 요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 오프닝 송과 「연애는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를 들려주었다.

 

‘이동진의 빨간책방’ 공개방송에 초대받은 청취자들 역시 선물을 잊지 않았다. ‘다른 청취자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한 권씩 골라 가지고 온 것이다. 이번 주 ‘내가 산 책’ 코너는 바로 그 책들로 꾸며졌다. 이동진 평론가와 김중혁 소설가는 청취자들이 직접 가지고 온 책을 모두 살펴보면서, 자신의 시선을 사로잡는 책을 고르기도 했다. 아직까지 만나보지 못한 책 혹은 처음 보는 판본의 책을 선택하고, 책의 주인에게는 ‘빨간책방 Cafe’ 이용권을 선물했다. 이동진 평론가는 파블로 네루다의 『질문의 책』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 박윤석의 『경성 모던타임스 (1920, 조선의 거리를 걷다)』 장 자끄 상뻬의 『상뻬의 어린 시절』을, 김중혁 소설가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선택했다. 이들 책 외에도 청취자들이 ‘빨간책방 Cafe’에 선물한 모든 책들은 카페 내 서가에 비치될 예정이다.

 

이동진

 

김중혁, 이승우의 소설은 막힌 수챗구멍을 보는 것 같은 느낌


다음으로 이어진 ‘소리 나는 책’ 코너는 소설가 은희경, 이승우와 청취자가 함께하는 릴레이 낭독으로 채워졌다. 특히 이 날은 이승우 작가의 『신중한 사람』이 출간되었는데, 이승우 작가의 오랜 팬인 이동진 평론가가 이를 놓칠 리 없었다.

 

이동진 : 『신중한 사람』은 제목부터가 ‘그냥 이승우 소설집이라는 뜻이잖아’ 라는 느낌이 들어요(웃음). 이승우 작가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에 하나가 신중한 사람이잖아요. 이번 책에 두 번째로 실린 소설의 제목도 「신중한 사람」인데요. 제목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승우 : ‘신중한 사람’이라는 책 제목은 제가 주장했어요. 주변 사람들은 제목이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독자들이 이번 소설을 읽고 나면 신중하다는 것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될 것 같았기 때문에 ‘신중한 사람’을 제목으로 삼고 싶었어요. 각각의 다른 소설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을 관통하는 하나의 코드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은희경 작가의 가장 최근작-올해 초에 발표한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작품을 발표한 후 ‘작가의 자적적인 이야기인지’ ‘고독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 이유는 스스로가 고독해서인지’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는 작가는, 그에 대한 답변을 묻는 이동진 평론가에게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은희경 : 고독을 느끼는 부위가 예민한 것 같아요. 그렇게 느끼지 않아도 되는데, 결국은 무엇을 보든 고독으로 해석해서 이겨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그렇게 고독으로 귀결시키는 것이 제가 문제를 해결하는 수식인 것 같기도 해요. 슬픔이나 고통, 질문, 당황하고 태연하지 못하는 것, 그런 모든 감정들을 그 수식에 집어넣고 결국 고독으로 만들어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에서도 고독한 사람들끼리 고독을 인정해주고, 그것인 채로 하나의 ‘고독의 연대’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쓴 건데요. 한 마디로 아무것도 아닌 일로 걸핏하면 고독해 한다는 거죠(웃음).

 

이동진

 

이동진 평론가는 두 작가를 향해, 서로의 최근 작품을 어떻게 감상했는지 물었다.

 

이승우 : 가끔씩 작품 속에서 은희경 선생의 삶의 어떤 부분들이 드러나는데요. 어떤 부분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드러낸 것처럼 생각되고, 또 어떤 부분은 감추려고 노력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런 상상을 하면서 읽는 즐거움이 있으니까 좋았죠. 특히 『태연한 인생』은 너무 좋았어요. 제 책을 은희경 선생에게 보내면서 ‘『태연한 인생』의 작가에게’ 라고 쓰고 싶었을 정도로요. 가끔씩 한국 소설이 지나치게 플롯에 의존한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태연한 인생』을 보면서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움을 느꼈어요. 플롯도 좋지만 그 안에서 인물, 사건, 에피소드가 자유롭게 전개되고, 그러면서도 길을 놓치지 않고 가는 부분이 좋았어요. 인물들을 통해서 펼쳐 보이는 삶에 대한 독특하고 날카로운 시선들도 좋았고요.

 

은희경 : 동료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두 가지인 것 같아요. 내가 하지 못하는 걸 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좋아하기도 하고, 또는 내가 하는 걸 더 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경우도 있죠. 이승우 선생님은 전자의 경우인데요. 제 글은 쓰고 나서 봤을 때 ‘조금 툭툭 쳤구나’ 라는 느낌이 든다면, 이승우 선생님의 책은 어딘가에 내동댕이쳤다가 일으켜 세워주는 듯 한 압도적인 에너지를 항상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선생님 작품을 볼 때마다 ‘내가 할 수 없는 걸 잘 하시는구나’ 생각했죠. 그 속에는 질투도 많아요. 특히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승우 선생님을 좋아하거든요. 그 중의 한 사람이 이동진 씨예요. 제가 처음 이동진 씨를 만났을 때도 이승우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더라고요(일동 웃음).

 

이어진 낭독회에서 이동진 평론가는 『신중한 사람』에 실린 동명의 단편을, 김중혁 소설가는 「리모컨이 필요해」의 한 부분을 읽어 내려갔다. 특히 김중혁 소설가는 낭독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김중혁 : 이승우 선배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막혀있는 수챗구멍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고여 있는 물이 확 내려가지 않고 조금씩 빠지는 걸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인데요. 속 시원하지는 않지만 그 물을 계속 응시하면서 뭔가를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 있어요. 문장도 그런 문장이 좋은 것 같아서 「리모컨이 필요해」 중에서 한 부분을 짧게 낭독하겠습니다. 이 부분에는 서사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맴돌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속을 계속 응시하게 되는 문장들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청취자들의 낭독 차례가 되자 이야기는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에 실린 「스페인 도둑」과 『마이너리그』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승우 작가의 『생의 이면』『식물들의 사생활』을 향해서도 이야기는 가지를 뻗어나갔다. 저마다의 사연과 작품이 맞닿은 지점들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은희경 작가의 『소년을 위로해줘』에도, 이승우 작가의 『지상의 노래』에도 독자들의 마음을 훔친 부분들은 존재했다. 그 순간을 고백하듯 털어놓는 청취자들의 말 앞에서, 두 작가는 자신들의 작품을 직접 낭독하는 것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은희경 작가는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중에서 「프랑스어 초급과정」을, 이승우 작가는 『신중한 사람』 중에서 「신중한 사람」을 낭독했다.

 

소설가 은희경과 이승우의 낭독을 끝으로 ‘소리 나는 책’의 코너가 끝나고, 공개방송을 찾아와 준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한 ‘빨간책방 퀴즈쇼’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퀴즈쇼를 마지막으로 ‘이동진의 빨간책방’ 방송 2주년 기념 방송은 막을 내렸다. 이 날의 만남은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모여 음악과 책과 사랑과 삶을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그리고 그 모두는 ‘빨간책방’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수렴되었다. 새로운 곳에 둥지를 튼 ‘이동진의 빨간책방’이 들려줄 다음 이야기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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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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