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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 관한 환상 그리고 현실

『핀란드 슬로우 라이프』 저자 나유리, 미셸 램블린 ‘어디에 사는가’보다 ‘어떻게 사는가’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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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를 향한 관심이 높다. 선진성이 주목받으며 그곳을 동경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런데 다른 사회를 아름답게 바라볼수록 정말 그곳의 현실이 어떤지는 놓칠 수가 있다. 『핀란드 슬로우 라이프』는 그런 면에서 날 것 그대로의 핀란드를 보여주려 한다.

상대적으로 서유럽보다는 덜 주목받던 북유럽이 화두다. 북유럽 인테리어, 북유럽식 복지, 북유럽식 교육 등의 우수함이 드러나면서 북유럽은 우리 사회가 본받아야 할 곳이 되었다. 북유럽에 비하면 한국사회는 초라하다. 경제성장은 갈수록 더뎌지고, 복지수준도 낮으며, 청년실업률과 자살률은 높은 사회가 바로 한국사회가 아닌가.

 

한국사회의 구조적 취약함이 많아질수록 북유럽을 향한 동경은 커간다. 그 중심에 핀란드가 있다. 인구는 많지 않지만 강한 나라, 핀란드. 하지만 세상 어디에도 무결점 없는 유토피아는 없는 법. 핀란드도 마냥 사람이 살기 좋은 곳만은 아니다. 비싼 물가, 높은 세금 부담이 대표적이다.

 

『핀란드 슬로우 라이프』는 핀란드에서 수년간 살았던 나유리 미셸 렘블린 부부가 쓴 책이다. 나유리 저자는 핀란드에서 공예를 통한 행복한 삶과 지속 가능한 사회를 연구했고, 미셸 램블린은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나 현재 헬싱키 대학에서 사회ㆍ도덕철학과에서 박사 과정에 있다. 남편은 철학으로, 아내는 예술로 각자 학문을 연구하지만 ‘행복한 삶’이라는 공통분모를 공유하며 공동 연구를 지속하는 중이다. 그들의 털어놓는 핀란드 이야기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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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왼쪽), 미셸 램브린(오른쪽)


핀란드 슬로우 라이프』를 냈습니다. 근황을 말씀해 주세요.


『핀란드 슬로우 라이프』 원고를 마무리 하던 중, 8년 차에 접어드는 핀란드의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했고, 한국의 한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핀란드에서의 ‘마지막 기록’으로 이 책을 쓰고자 한 것은 아니었지만, 여하튼 이 책이 저희 부부에게 행복했던 시간을 한국 독자에게 공유할 기회가 되어 기쁩니다. 책이 출간되고, 한 학기 강의가 끝났습니다. 귀국 후 지난 4개월 동안 또 다른 환경 속에서 주어진 삶과 일의 리듬에 맞춰 살아가며, 새로움이 주는 약간의 긴장과 흥분을 즐기고 있어요.

 

이 책이 핀란드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서문에서 밝혔는데요. 대한민국이 북유럽 사회에 품는 환상, 어떤 게 있을까요?


북유럽 디자인 혹은 북유럽 인테리어라며 나온 서적들과 블로그 기사들을 보니, 한국에서는 ‘원목 가구와 기하하적 패턴의 천 제품은 북유럽 스타일’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있더군요. ‘한국의 대표 음식은 불고기이다’식의 논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불고기보다 더 한국적인 음식, 한국인들이 더 자주 먹는 음식이 있고, ‘불고기’만으로 한국의 대표 음식을 소개하기에는 훨씬 다양한 한식 문화가 있잖아요. 비슷한 맥락으로, 핀란드에서 경험한 저희의 일상과 생각을 글로 전하며 핀란드의 다양한 ‘진짜’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그것이 현재 무수하게 넘쳐나는 핀란드에 대한 편협한 일면의 모습, 그리고 그것을 확대해석하며 독자나 대중에게 마냥 부러움만 느끼게 하는 글로 남는 것과 저희 부부의 책이 차별되는 면이라고 생각해요.

 

‘허망’이 아닌 ‘희망’이 저희 부부가 원했던 메시지입니다. 행복을 위한 작은 실천과 함께하는 핀란드 사람들의 모습에서 한국의 독자들도 새로운 일상의 가치를 발견하고 즐거움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요. 어떤 독자분이 저희 책을 다 읽고 후기를 남기셨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결국에는 꼭 핀란드가 아니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나라에 살든 핀란드 사람들처럼 생각하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 질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도 천천히, 조금씩, 다 같이 행복을 찾아보면 어떨까?”라고 하셨어요. 저희 부부가 꽤 흐뭇한 감동을 느꼈던 후기였습니다.  
 
저희 부부가 의미한 ‘환상’이라 함은 명확한 근거 없이 덮어 높고 좋게만 보는 것을 말합니다. 핀란드에 대한 무수한 거품 중에, 교육과 복지에 대한 환상은 마치 국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데, 저절로 좋은 복지와 교육 제도가 생겼을 거라는 것이지요. 무상 급식, 무상 교육, 각종 복지 혜택을 듣고만 있으면, 누구나 ‘뭐 이런 파라다이스가 있나’ 싶어집니다. 그런데 이러한 달콤한 혜택은 공짜가 아닌, 많이 번 사람들은 많이 내고, 적게 번 사람들은 적게 내는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무임승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이야기이지요.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하나의 제도일 뿐이라는 겁니다.

 

환상이 있다면, 그 환상에 반하는 현실도 있을 텐데요. 핀란드의 현실은 어땠나요.


핀란드의 훌륭한 제도들은 결국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이는 핀란드 깊숙이 자리 잡은 인본주의 사고 때문이고, 이로 인해 핀란드는 평등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한 예로 ‘임신을 축하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임산부들에게 주어지는 출산 패키지인 ‘엄마 상자’의 경우 임산부에게 출산 전 육아 필수품 모두가 들어 있어요. 핀란드 복지의 섬세한 면모를 볼 수 있는 사례이지요. 빈곤층만 받는 물품이 아니라, 핀란드의 엄마라면 누구나 받는 선물입니다. 상식적으로 주위의 도움이 없다면 만삭의 몸을 이끌고 혹은 출산 직후, 이 모든 물품을 준비한다는 것은 어렵지요. 엄마의 출산 휴가를 비롯해 엄마와 아빠가 적절히 나누어 사용할 수 있는 부모 휴가(육아 휴가) 등도 상식 밖의 파격적인 제도가 아니라, 갓난아이를 둔 일하는 부모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지요.
 
핀란드 교육의 가치 핵심은 무상교육과 무상급식 등이 아니라 협동과 공동체 의식에 있습니다. 경쟁을 통한 해법이 아닌, 성공을 위하여 ‘모두가 필요하다’는 자세는 ‘한 명도 포기하지 말자’라는 핀란드 사회의 공감대를 만들었지요. 핀란드 사람들이 고집스럽게 강조하는 평등과 협력의 가치는 단지 교육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생태를 만들며 척박한 환경 속에서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산업까지 이어졌습니다. 인재를 키우는 것이 산업을 활성화하는 중요 열쇠임을 깊이 인지하고 ‘사람이 희망’임을 강조하는 곳이 핀란드입니다.

 

한편, 긴 겨울 동안의 어둠과 매서운 추위, 서로 다소 서먹한 핀란드인들, 높은 세금은 ‘살기 좋은 나라, 핀란드’에 대한 환상을 깨는 일면입니다. 또한 어느 사회나 그렇듯, 완벽해 보이는 핀란드 사회에도 교실 안 왕따 문제나 거리 알코올 중독자들 같은 어두운 면이 존재합니다. 낮은 범죄율과 보편적 복지, 국가의 안정적 경제 상황 속에서도 핀란드는 20세기 내내 세계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은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그 아픔을 보듬는 자세와 포용의 방식은 성숙하다는 표현이 부족할 만큼 아름답고 놀랍습니다. 꽤 오랫동안 핀란드 사회가 고민하고 풀어온 과제였고, 현재도 건강한 다수가 아픈 소수를 도와가며, 인간 대 인간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오고 있습니다.  
   
핀란드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알토 대학에서 공부했습니다. 어떤 사연으로 가게 되었나요?


대학원 때 은사님이 70년대 스웨덴에서 공부하셨던 분이셨어요. 선생님께서는 수업 시간 종종 유학 시절 이야기를 해주셨고,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의 공예, 디자인 책자를 보여주셨었어요. 10년 전, 한국에서 지금처럼 북유럽 열풍이 일지는 않을 때였는데,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작품집들과, 들려주신 북유럽의 이야기들은 저에게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당시만 해도 제 전공과 연계된 박사 과정이 국내에서는 흔하지 않을 시기였고, 조금 더 넓은 시각과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려고 유학을 결정했어요. 


다른 북유럽 국가들과 비교해서 핀란드는 우수한 외국 유학생을 유치하려는 노력이 보였고, 이를 위한 영문 서비스도 잘 되어 있었어요. 특히 헬싱키 예술 디자인 대학교(현 알토 대학교) 박사 과정에서 전체 정규 학생 중 자국 학생과 외국 학생의 비율을 비슷하게 맞추려는 점도 다른 북유럽 학교들보다 훨씬 오픈 마인드를 갖은 학교라고 느껴졌어요. 제가 학교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했던 요소는 첫째로 세계적으로 우수한 디자인 교육 기관인지, 둘째로 영어로 수업이 가능한지, 그리고 셋째로 장학금과 학술 지원 등이 풍부한지에 관한 사항이었고, 헬싱키 예술 디자인 대학교는 이 모든 것을 충족하고, 무상교육과 정부의 정책적 디자인 진흥이라는 ‘보너스’까지 갖고 있었어요. 


유사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타 국가의 학교에서도 합격 허가서를 받았지만, 감당하기 힘든 학비가 문제였어요. 또한 유학이라는 것이 학비만 있다고 다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에, 생활비를 어떻게 충족할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을 때, 핀란드 정부 초청 장학생 시험에 응시하고 합격하여, 매달 1,000유로(당시 한화로 170만원 가량)로 생활비를 받으며 유학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과 핀란드 사람들은 ‘자연’에 관한 개념이 다르다고 썼습니다. 어떻게 다를까요?


‘숲의 나라’라는 표현에 걸맞게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는 걸어서 10여 분 거리 안에 어디에나 공원과 숲이 있어요. 핀란드에서는 ‘잔디에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경고문도 볼 수 없고, 도시에서의 채집도 불법이 아닌 ‘만인의 권리’에 속해요. 저희 부부는 라즈베리나 블루베리를 집 근처 숲에서 채집해서, 여름마다 파이를 만들고, 얼려 놓고 겨울까지 먹고는 했었어요. 헬싱키 시에는 배, 도토리, 사과, 앵두나무 등 다양한 유실수가 있는데, 이 유실수의 위치는 스마트폰 앱이나 블로그 등을 통해 쉽게 공유되어요. 빠른 템포로 도시의 삶을 살다 보면 많은 것을 놓칠 수 있는데, 의미 없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평범한 길목에서 자연이 주는 뜻밖의 선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헬싱키랍니다.

 

학교 가는 길목에서 토끼와 다람쥐를 만난다는 것이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에게는 무척이나 놀랍고 신기했고, 책에서만 보던 야생 고슴도치도 헬싱키에서 처음 보았어요. 빽빽한 빌딩 숲이 아닌 나무숲과 자연과 어우러진 쉼터들이 공존하는 도시인 헬싱키는 종종 ‘내가 도시에 살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했었어요. 그러나 서울을 방문한 적이 없는 핀란드 친구들은 제가 갖고 있는 이러한 상대적 느낌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도시의 생활이 갑갑해서 주말 동안 머리를 비우기 위해 코티지(cottage 숲속의 산장)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워크숍은 자연 속에서 해야 한다며 외딴 섬으로 가는 이들을 볼 때마다, ‘아! 그들이 말하는 자연과 내가 생각하는 자연이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핀란드인들이 말하는 자연이란, 전기와 상하수도조차 없는, 말 그대로 원초적인 자연의 품속을 뜻하더군요. 숲과 호수에 둘러싸인 태초의 자연 속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편리함을 배제한 공간을 의미하는 거죠. 핀란드 사람들은 훼손되지 않은 본래 그대로의 핀란드 자연환경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이 사랑하는 자연을 휴식의 공간이자 일과 노동에 대한 보상의 공간으로 여겨요. 핀란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연에서 나를 치유하고 재충전하는 것’이 중요한 휴식 방법이라고 믿고 있어요. 
 
‘자연’과 함께 ‘반려동물’에 관해서도 핀란드와 한국이 다른데요. 이 점도 설명을 부탁합니다.


우리 부부가 ‘돼지 박사’라고 부르는 한 친구는 헬싱키 대학에서 돼지의 복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돼지 복지?’ 처음에 들었을 때는 ‘참 복지국가다운 발상이다’ 싶었어요. 주로 연구하는 내용을 들으니, 돼지가 어떤 환경에서 가장 행복한지, 어떤 재료의 잠자리에서 짝짓기를 더 잘하는지 등 처음에는 들으면 들을수록 신기하고 흥미로웠어요. 상품 이전에 ‘생명’으로 보는 사고로, 돼지를 연구하는 학문을 지원하는 나라이니 다른 동물 복지는 어떨지 상상이 되지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일례로, 헬싱키의 아파트 대문에 개가 그려진 빨간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개 조심’이 아니라 ‘이 집에 반려동물이 있어요’라는 뜻으로 혹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말 못하는 동물이 있으니 구출하라는 의미가 담겨있어요. 눈이 오나, 날씨가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가나, 반려견과 산책하는 핀란드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주변에서 분양을 받는 경우가 아닌 이상, 핀란드에서 반려견을 맞이하고 싶으면, 펫숍이 아닌 유기견 입양 기관에서 입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핀란드에는 이렇게 버려진 유기견이 없지요. 그래서 이웃 나라인 에스토니아나 라트비아에서 버려진 유기견을 핀란드의 기관을 통해 입양을 해요. 이 기관이 생긴 지 10년이 넘었는데 현재는 루마니아로 활동 지역을 옮겨 유기 동물 구조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각각 분야는 다르지만 ‘행복한 삶’을 고민하는 부부인데요. 지금까지 발견하기에는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요?


우리 부부가 학문적 공통의 분모를 공유하는 부분이 ‘행복’에 관한 것인데요, 행복은 늘 ‘진행 중’인 것으로 생각해요. 우리가 항상 행복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공식은 없지요. 하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들은 분명 존재하고, 그 과정들은 항상 실험과 조정이 요구된다고 생각해요. 행복한 삶에서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조화’인데, 여기서 조화란 ‘몸과 마음’, ‘일과 휴식’, ‘가정과 사회’,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를 의미합니다.

 

현대인들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그 물질적 풍요와 행복감은 늘 비례하지 않지요. 그렇다면 인간이 도대체 언제 행복을 느끼는지에 대한 대답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가 말한 ‘몰입(flow)’으로 설명될 수 있는데요. 인간의 삶에서 행복의 근원이 무엇인지 연구한 그는 그것이 특정 활동에 집중하게 되면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 의식까지도 잊게 되는 심리적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해, 무언가에 ‘빠져 있는’ 상태로, 위에서 언급한 조화로운 삶과 함께 행복한 삶에 필요한 하나의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미셸 램블린 저자는 한국에 품었던 환상이 있었을까요? 그리고 그 환상과 다른 현실은 어떤지도 알려 주세요.


미셸은 한국에 대한 특별한 환상을 갖고 있지 않지만, 뉴욕과 토론토 한인타운에서 한국 음식점을 갔다가 한국 음식에 매료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한국에 오기 전의 환상과 그 환상이 현실로 만난 부분이 한국의 다양하고 독특한 음식이라네요.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다양한 음식 재료에 늘 감탄해요.

 

대한민국과 핀란드 못지않게 서울과 대구 사이에도 다른 점이 많을 듯합니다. 서울에서 태어났는데, 지금은 대구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대구에서의 생활은 어떤가요?


한국에 들어와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핀란드 좋지요? 핀란드에서 계속 살지 왜 한국에 오셨어요?”라는 질문입니다. 유학이라는 것이 타향/타국에 머물며 새로운 문물을 공부하고 고국으로 귀국해서 그러한 배움을 실행한다는 점에서 저는 핀란드와 예정된 이별을 하였어요. 많은 현대인이 더 많은 직업의 기회를 위해 혹은 자식의 교육을 위해 대도시에 살고자 하는 경향이 있지요. 물론 도시 생활의 편리함도 매력적이고요. 도시 생활에 익숙하고, 직업을 위해 도시 생활을 해야 하지만, 저의 결론은 ‘꼭 서울일 필요는 없다’였어요. 서울은 너무 거대해졌고,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지만, 포화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다른 지역과 불균형을 이루며 성장했어요. 많은 유럽 국가처럼 꼭 수도가 아니어도 도시가 고르게 성장하고 인구가 분포하듯이, 한국도 수도 외의 도시들이 그만의 매력을 갖고 균형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필요하고, 앞으로 그렇게 되어 갈 것으로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저는 대구는 도시 브랜딩이 잘된 덕분인지, 아름답고 예술적인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동안 제가 배운 지식을 공유할 할 수 있는 우수한 미술 교육 기관이 있다는 점도 중요했어요. 대구는 섬유 산업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전하였기에 한국에 귀국할 때 대구를 모르는 핀란드 친구들에게 “한국의 ‘밀라노’ 같은 도시”라고 설명했는데, 제가 좀 앞서 갔나요?

 

저희 부부에게 ‘어디에 사는가’보다 ‘어떻게 사는가’가 더욱 중요하고, ‘누구와 사는가’가 중요하기에 사실 사는 장소는 저희 부부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에 중요한 요소가 아니에요. 핀란드에서 저희 부부가 행복했던 것도 꼭 핀란드여서 행복했던 것이 아니었듯 말이죠. 핀란드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을 포함하여, 책에 기술한 내용 중 행복한 소소한 일상들은 ‘사람’에 의한 것이었고, ‘어떻게 사는가’에 대한 문제였어요. 또한 행복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저희 부부의 생각은 변함없어요. 물론 불합리하거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의 환경을 마주하면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지요. 그런 점에서 저를 위해 핀란드로 와서 함께 공부하고, 또 저의 꿈과 도전을 위해 한국으로 귀국할 때 함께 와 준 남편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끼네요.

 

대구는 전혀 연고가 없는 곳은 아니에요. 이모님 두 분이 사시고, 저희 친정 부모님이 처음 만나 사랑을 하신 도시여서 저에게 개인적으로 애틋하고 관심이 있었던 도시였어요. 학교 앞 도보 10여 분 거리에 20년 된 오래된 아파트를 수리하여, 저희 부부의 보금자리를 마련하였어요. 집은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가족의 공간이고 일의 효율성을 도와줄 거리에 위치한 장소여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걸어서 출퇴근을 하다 보니, 차 막힘으로 길에서 시간을 허비할 일도 없고, 또 매일 일정량을 걷게 되니 좋아요. 핀란드에서도 그랬지만, 대구에서도 저희 부부는 걸어 다니는 것을 좋아해요. 저희 부부는 대구 서민들의 따뜻한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작은 골목길들, 모퉁이마다 느껴지는 근대의 흔적들을 따라 길을 걸으며 토요일을 보냅니다. 특히 청라 언덕을 시작으로 이상화 시인 고택까지의 근대 골목길은 예술적 감수성과 철학적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저희 부부가 사랑하는 산책길이랍니다.

 

핀란드가 더 궁금해진 독자가 있다면, 핀란드에 관한 책 추천 부탁합니다.


북유럽의 역사와 경제 등을 폭넓게 다룬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이야기』(미래의 창/김민주 지음)와  핀란드 사회 혁신 100가지 내용을 담은 『핀란드 경쟁력 100』(비아북/ 일까 따이팔레), 영국인의 시선으로 본 핀란드의 역사와 국민성에 관한 이야기, 『미래는 핀란드에 있다』(살림/ 리차드 D. 루이스)는 『핀란드 슬로우 라이프』에서 다루지 않은 핀란드 국가의 기원과 역사, 지리 등에 관한 부분이 궁금한 독자들에게 추천합니다. 『핀란드 경쟁력 100』『미래는 핀란드에 있다』는 핀란드에 있는 동안 영어로 된 서적을 읽었어요. 헬싱키 대학의 교수인 핀란드인 따이팔레가 말하는 핀란드 사회 혁신의 내용은 역사적 배경과 과도기적 모습 또한 잘 나와 있고, 키워드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돼요. ‘핀란드, 문화적 외로운 늑대’라는 원제를 갖은 『미래는 핀란드에 있다』의 경우,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 처음 핀란드를 방문한 이후 핀란드와 인연을 맺게 되어 50년 넘게 핀란드 전문가로 활동한 영국인 루이스의 글로, 핀란드의 기원과 지리, 언어 등에 대한 내용이 다양하게 담겨 있어요.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핀란드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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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슬로우 라이프 나유리,미셸 램블린 공저 | 미래의창
저자들은 높은 세금과 환경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핀란드인들이 행복하다는 사실에 “도대체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저자들은 서서히 핀란드식 삶에 동화되어가며 소소함과 여유,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 자신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7년을 보낸 저자들이 핀란드가 담고 있는 행복에 관한 답을 찾아 나선 이야기이자,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동시대인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진솔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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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민규(인문 PD)

티끌 모아 태산.

핀란드 슬로우 라이프

<나유리>,<미셸 램블린> 공저13,500원(10% + 5%)

낯선 이의 시선으로 본 핀란드, 핀란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행복 공식 높은 수준의 복지와 세계 상위의 행복지수를 자랑하는 교육 천국 핀란드. 그러나 소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다는 핀란드로 유학을 떠난 저자들이 맨 처음 맞닥뜨린 것은 높은 물가와 매서운 추위, 끝이 없는 어둠, 다소 서먹한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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