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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총잡이>, 이준기표 감성 액션이 돌아왔다
<조선 총잡이>, 이준기가 그려낼 박윤강의 인생이 기대된다
위험한 액션을 소화해내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액션에 섬세하고 감성적인 연기도 무리 없이 담아낸다. 누구냐고? <조선 총잡이>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검을 버리고 총을 든 ‘총잡이’ 박윤강 역을 맡은 배우, 이준기다.
출처_ KBS
‘액션 배우’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향취는 옛날의 것이다. 성룡과 이소룡, 이연걸이 이름을 날리던 8,90년대는 이미 한참 전이거니와 지금은 액션 위주의 작품은 거의 없고, 있다 해도 위험하고 복잡한 액션은 대부분 전문 스턴트맨이 부담한다. 액션 전문 배우라는 칭찬이 이제 크게 자주 쓰이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배우에게만큼은 ‘믿고 보는 액션’이라는 말을 해도 좋을 듯하다. 단지 위험한 액션을 소화해내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액션에 섬세하고 감성적인 연기도 무리 없이 담아내기에. 누구냐고? <조선 총잡이>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검을 버리고 총을 든 ‘총잡이’ 박윤강 역을 맡은 배우, 이준기다.
이준기가 인지도를 얻은 작품, 영화 <왕의 남자>에서부터 그는 빼어난 액션 실력을 보여줬다. 장면마다 난도가 굉장한 줄타기나 재주넘기 등의 기술을 선보이는 것을 보며 감탄했던 것은 나뿐만이 아닐 터다. 허나 그가 ‘액션’으로 이름을 높이기 시작한 것은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이후가 아닐까.
한국에서 보기 드문 정통 느와르 드라마라 평가받았던 이 작품에서 이준기는 자신의 가치를 톡톡히 입증해 보였다. 총과 차를 이용한 위험한 스턴트는 물론이고 제 몸을 이용한 다양한 액션을 보여주었으니까. 게다가 부모님의 복수를 위해 고된 잠입수사에 나선 이수현과 자신의 정체를 잊고 마오(최재성 분)의 오른팔로 살아가는 케이, 그리고 개도 늑대도 아닌 자신의 정체성에 흔들리는 어떤 남자를 연기하는 이준기는 뛰어난 캐릭터 해석력을 자랑한다. 아마 그에게 이름표처럼 따라 붙는 ‘감성 액션’이라는 말도 이 이후 생긴 것이리라.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것 같은 이 두 단어는 섬세한 감정 표현과 거친 액션을 모두 능숙하게 해내는 이준기 앞에서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사용된다.
그가 <조선 총잡이>의 주연으로 발탁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를 반긴 것은 그 때문이다.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발견되고 <일지매>, <투윅스>에서 입증된 그의 능력이 <조선 총잡이>에서 다시 한 번 빛을 발할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이토록 이준기에게 잘 어울리는 역할은 더 이상 없을 터다. 조선 최고의 검객이었던 아버지가 의문의 총잡이에게 살해당한 이후, 역모의 누명까지 뒤집어쓴 채 복수를 위해 칼을 버리고 총을 집어 드는 주인공 박윤강. 전반부에선 한량처럼 보이지만 능숙한 검술 실력을 보여줘야 하고, 이어지는 전개에선 복수의 칼날을 품고 총을 빼들어야 한다. 액션이 한두 컷이 필요한 게 아니다. 아무리 전문 스턴트맨이 있대도 배우 본인이 필요한 장면이 있기 마련이고, 몸을 쓰는 게 익숙치 않은 배우라면 진땀이 날법한 역이다.
그러나 이준기는 검을 휘두르고 말을 타고 질주하는 등 다양한 액션을 무리 없이 소화한다. 여러 무술 감독에게 전문 스턴트맨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은 적도 있을 만큼 이준기는 몸을 사용한 신체 연기에 능숙한 배우다. 눈빛이나 표정 등,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연기할 때 유독 몸을 잘 쓰는 배우가 있다. 이준기도 그렇다. 액션 역시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는 본인의 말처럼 그의 액션은 장면에 따라 다른 감상을 빚어낸다.
4회, 성문 앞에서 자신을 체포하려는 관군들과 맨몸으로 맞부딪치는 장면에서 보여준 액션은 그중에서도 일품이다. 칼을 꺼내드는 상대를 저지하고 오로지 권각(拳脚)으로 관군들을 제압한 뒤 발로 검 손잡이를 차내는 씬은 마치 만화를 보는 것처럼 유려하면서도 절박한 느낌을 풍긴다. 훗날을 위해 아끼는 여동생을 두고 홀로 달아나야 하는 윤강의 안타까움이 전해지는 듯하다. 대사 없이도 극의 서사를 이끌어갈 수 있는 액션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액션만이 기대 요소는 아니다. 운명처럼 소중한 사람들을 모두 잃고 일본인 거상 하세가와 한조로 다시 돌아온 이준기의 연기도 기대할만한 부분 중 하나다. 그가 여태 연기했던 역할들을 되짚어 보건대, 이준기는 평범하고 흔한 영웅보다 ‘나약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평범한 인간’을 연기하는 데에 탁월한 재능이 있다.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수현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이방인에 가까웠고, <투윅스>의 태산 역시 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분투하는 한 포기 잡초에 불과했다.
허나 지혜나 능력이 아닌 강철 같은 의지가 주어졌을 때 인간은 다시 태어난다. 권력에 치이고 상황에 밀려 방황하던 평범한 사람이 비극의 중심에서 다시 태어나는 순간, 그 서늘한 재탄생을 그만큼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드물다. 이 주인공들을 통해 이준기는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들이 만화 속 수퍼히어로가 아니라 당신의 주변에도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이라 말하는 듯하다.
이런 인물들을 연기하는 것은 얼핏 쉬워 보이지만 고뇌와 혼돈, 분투와 의지를 묘사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영웅의 활약상에 환호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거대한 권력에 밟히고 눌리는 민초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러나 이준기는 그들의 인생에 자신만의 색을 덧입혀 시청자들의 공감과 연민을 이끌어낸다. 수현의 비극이, 태산의 분투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린 것은 그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이런 평범한 사람들을 둘도 없이 매력적인 인물로 빚어내지 않나. 이들을 그가 연기하지 않았대도 드라마의 작품성이 떨어지지는 않았겠지만, 이 정도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으리라. 대체 불가능한 배우라는 찬사가 단순히 액션 때문만은 아니라는 확신은 여기서 나온다.
<조선 총잡이>, 이준기가 그려낼 박윤강의 인생이 기대된다. 지극히 사적인 이유로 움직이기 시작한 인물이거니와,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노회한 적에 비해 윤강은 작고 어리다. 허나 이준기는 이번에도 분명 이 나약하고 평범한 사람이 부딪치고 깨지며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는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조곤조곤 속삭일 것이다. 쫄깃한 액션과 긴박한 이야기 전개보다 박윤강 자신의 이야기가 기대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이준기만의 감성 액션이 펼쳐질 <조선 총잡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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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길어 주절거리는 것이 병이 된 사람. 즐거운 책과 신나는 음악, 따뜻한 드라마와 깊은 영화, 그리고 차 한 잔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