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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민 「나이스바디」는 분명 문제적이다

‘정말로’ 남자를 위해 살을 빼는 여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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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나이스바디’가 다이어트 욕구를 살짝 비튼 내용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정말로’ 남자를 위해 살을 빼는 여자의 이야기였다. 해외 팬들이 뜨악해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효민

 

 

효민의 「나이스바디」는 두 가지 면에서 꽤 인상적인 순간을 보여준다. 어쩔 수 없이 여러 사건과 부진 속에서 묻힌 티아라를 생각하게 된다는 점. 그리고 유튜브에서 접하게 되는 해외 팬들의 다이내믹한 반응이다. 티아라의 부침이야 워낙 유명한 사안이라 굳이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이후 티아라의 소속사인 코어콘텐츠미디어의 입장에선 ‘티아라’라는 브랜드가 상업적으로 오히려 해가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효민의 솔로 데뷔는 그런 전략 중 하나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자극적이고 직설적이다. 「나이스바디」의 뮤직비디오는 일반과 19금으로 나눠서 공개되었는데, 19금 뮤직비디오는 굳이 19금을 달지 않아도 좋을 만한 내용이다. 내용이 없는 쪽에 가깝다. 그저 인트로를 반복하며 티저로 쓰일만한 영상들을 파편적으로 뿌려놓는다.

 

유튜브에서 시끌벅적한 부분도 이 부분이다. 특히 해외 팬들의 반응이 뜨악한데 이건 꽤 흥미로운 부분이다. 알다시피 유튜브에는 자막 기능이 있다. 구글 번역기를 활용한 기능으로 발음을 분석해 자동으로 번역해준다. 정확하진 않지만 대체로 무슨 뜻인지는 알아들을 만 하다. 그리고 유튜브에서는 공식 채널을 통해서만 뮤직비디오가 유통되는 것도 아니다. 많은 개인이나 집단들이 특정 계정을 통해 영상들을 큐레이션한다. K-POP 뮤직비디오도 대부분 이렇게 유통된다. 그런 계정들은 다수가 있고, 반응도 꽤 활발하다. 공식 계정과 다른 점은 칭찬보다는 여러 의견이 교차된다는 점이다. 그 중 몇몇 계정에서는 해외 팬들이 영어로 이 곡에 대해 논쟁 중이다. 노랫말과 영상 때문이다.

 

다른 관점으로 보자면 명백하게 차별적인 시선


「나이스바디」의 노랫말은 이렇다. “여자라면 누구나 노출을 원해요 / 여자라면 한 번쯤 다이어트를 하네요 / 여자라면 분명히 사랑 받길 원해요 / 꿈속의 왕자님은 분명히 나타날 거예요”라는 말로 시작되는 곡은 “(먹고 싶은 것도 참고) 독하게 살아가 / (아픈 것도 모두 참고) 난 예뻐질 거야 / 사랑할 거야 더 보여줄 거야 / 난 달라질 거야”, “나 정말 힘들었어요 / 그대 땜에 얼마나 노력한지 몰라요 / 맵시 나는 스타일 기분 좋아 스마일 / 당당해졌어 이젠 나도”로 이어진다.

 

사실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나이스바디’가 다이어트 욕구를 살짝 비튼 내용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정말로’ 남자를 위해 살을 빼는 여자의 이야기였다. 해외 팬들이 뜨악해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뮤직비디오에는 쌓아둔 도넛에 집착하는 ‘빅걸’이 등장하기도 한다. 만든 쪽에서는 유머 코드라고 생각했겠지만 다른 관점으로 보자면 명백하게 차별적인 시선이다.

 

 

효민

 

논점은 이 노랫말과 영상이 차별을 조장한다는 데 있다. 차별에 민감한 문화권에서는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얘기를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어떤 팬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어떤 팬들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쟤는 흑인이라서 무식할 거야, 혹은 뚱뚱한 사람들은 게으르잖아, 라는 생각을 속으로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 혹은 남미나 여타 다른 나라들에서 이런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건 그 사람의 몰상식을 드러내는 걸로 여겨진다. 이것은 아마도 코어콘텐츠미디어나 용감한형제 쪽에서는 예상하지도 못했을 반응일 것이다.

 

이들은 그저 효민의 솔로 데뷔를 좀 더 ‘섹시하게’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었을 테니까. 그저 다른 여자 솔로 가수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을 ‘뚱뚱했다가 날씬해진 여자의 자기만족’으로 잡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한 건 해외에서 소비되는 K-POP이 소녀시대나 빅뱅 같은 ‘메이저급’ 가수들만이 아니란 점이다. K-POP은 이미 어떤 형태가 되었든, 한국이라는 지역을 벗어나서 소비된다.

 

우리는 보통 아이돌 음악이 국내에서만 소비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K-POP은 지구적인 범위에서 소비되고 있다. 이걸 바꿔 말하면 어떤 경우엔 지역성이 문화적으로, 정치적으로 문제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소수자나 인종에 대한 차별적인 태도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사례들은 이미 여러 사례들을 통해 등장하고 있다.

 

사실 차별에 반대하는 태도는 선진국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며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나 ‘국격’과 직결되는 요소기도 하다. 그 점에서 효민의 「나이스바디」는 분명 문제적이다. 물론 이 문제는 좀 복잡하다. 나는 이 곡에 등장하는 여성의 욕망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남자를 위해 살을 빼고 싶은 여자의 마음도 존중하고 싶다.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 노래는 누군가를 공격하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지킨다. 그래서 나쁘다. 차별은 늘 그렇게 폭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만든 쪽만 비난하고 싶지 않다. 이건 한국 사회의 문제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차별적인 시선과 태도에 대해 거의 무감각하다. 공공장소에서, 혹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공연하게 소수자를 차별하는 걸 아무렇지 않게 드러낸다. 그러므로 효민의 「나이스바디」에 작동하는 시선은 제작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의 문제다. 디테일하게 말하자면,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세계관의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은 K-POP이 국제적으로 소비되면서 점점 더 중요하게 다뤄질 게 분명하다. 차별적 인식과 태도는 거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노래 한 곡조차도 모두 연관되어 있다. 우리가 별 것 아니라고 여기는 것들이 다른 관점에서는 문제다. K-POP의 세계적인 인기, 한국 대중문화의 국제적인 성공 같은 상황들은 오히려 우리 내부를 똑바로 마주볼 것을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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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차우진

음악웹진 <weiv> 편집장. 『청춘의 사운드』를 썼다. 대체로 음악평론가로 불리지만, 사실은 지구멸망과 부동산에 더 관심이 많은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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