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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 부위별로 100% 활용하기
닭고기는 신선한 냉장육으로!
한참 채소 요리만 했으니 이제 고기를 좀 먹어보려고 합니다. 요즘은 주로 배달시켜 먹게 되는 고기, 오늘은 닭고기 이야기입니다.
한참 채소 요리만 했으니 이제 고기를 좀 먹어보려고 합니다. 요즘은 주로 배달시켜 먹게 되는 고기, 오늘은 닭고기 이야기입니다.
닭고기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였을 겁니다. 그 시절엔 학교 앞에서 병아리 팔았는데, 노란 게 예뻐서 한 마리를 사왔습니다. 그런데 당시 저는 아파트에 살고 있던 터라 어머니가 당연히 못 키우게 하셨지요. 어쩔 수 없이 ‘아파트에 살지 않는’ 친구에게 그 병아리를 줬습니다.
그러고는 얼마 뒤, 그 친구네 집에 병아리를 구경하러 갔습니다. 아마도 강아지처럼 여전히 귀여운 모습으로 마당을 뛰어다니는 장면을 상상했던 것 같습니다. 아 그런데 그 아장아장하던 병아리는 간데없고 전사처럼 공터를 거닐던 닭이 한 마리 있었습니다. 어린 제가 보기엔 엄청 징그러웠습니다. 눈도 무서웠고요. 제겐 충격이었습니다. 그 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어느 날 다시 친구네 집에 놀러 갔는데 닭이 없어진 겁니다. 그 징그러운 닭이 도망갔냐고 친구한테 물었더니, 잡아먹었다고 했습니다. 또 한 번 충격. 친구의 엄마 아빠가 미워졌습니다.
그러다 제가 아홉 살 때쯤 할머니 할아버지가 치킨집을 여셨습니다. 그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꼭 찾아가서 치킨을 얻어먹곤 했습니다. 케첩과 마요네즈로 버무린 양배추샐러드와 치킨무와 함께 먹던 치킨은 특별한 양념 같은 것은 없는 그냥 닭튀김이었는데도 무척 맛이 있었습니다. 원래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사라지고 아픔은 치유되잖아요? 어린 마음에도 속 깊게 친구의 엄마 아빠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제 치킨 사랑은 계속되었습니다. 용돈이 5천원이던 고등학생 시절, 양재시장 안 건물 지하 치킨집이 닭 한 마리에 6천원이라는 걸 발견하고 열심히 다녔는데, 아직도 문전성시더군요. 지금은 맥주 오백 한 잔 생각이 나면 자연스럽게 집앞 치킨집에 가곤 합니다.
배달시켜 먹는 치킨은 정말 요즘이 전성기인 것 같습니다. 저는 너무 맵고 달콤한 양념은 별로 안 좋아하고 닭고기만을 즐깁니다. 클래식한 취향이지요. 정통 치킨이라면 아직 부산에는 남아 있다는 ㄹㅅ가 제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한때 좋아하는 부위만 먹을 수 있어서 ㄱㅊ에 꽂혔는데, 지금은 매콤한 숯불구이식 닭다리 ㅂㅂㅋ에 빠져 있습니다. ㅂㄷㄹ의 후라이드는 닭이 좀 작긴 한데 튀겼을 때 색과 간이 잘 맞아서 좋아합니다. 제가 신이 났군요.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세세하게 부위별로 팔기 때문에 그 활용법도 많이 알려져 있지만, 닭고기는 그만큼 모르시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닭고기의 부위별 조리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제일 먼저 제가 좋아하는 다릿살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인기있는 부위입니다. 움직임이 많은 부위여서 육질이 단단해 식감이 좋고 고기맛이 진한 게 특징입니다. 튀김, 볶음, 구이, 조림 등 응용폭이 넓습니다. 최근엔 다릿살의 뼈를 제거하여 정육형태로도 판매하고 있는데 다른 부위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지요.
가슴살은 단백질이 많고 지방이 적어서 다이어트인의 필수 식품입니다. 일반적으로 짧은 가열시간으로 익혀 결대로 찢어 냉채, 무침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오래 가열하면 퍽퍽해지므로 조리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안심은 가슴살보다 지방질이 더 적으므로 더 주의해야 합니다.) 가슴살은 신선도가 특히 중요한 부위인데, 전라도에서는 갓 잡은 닭의 가슴살은 회로 먹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도 선도가 좋은 것은 사시미로 제공합니다.
그런데 가슴살은 퍽퍽한 맛 때문에 한국에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도 많습니다. 가슴살을 부드럽게 먹는 방법은 저온조리(수비드)인데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소독을 한 후 진공비닐팩에 간장, 맛술 등과 함께 넣습니다. 그렇게 진공상태로 만든 가슴살을 60도 물에서 30분간 익힙니다. 그러면 수분이 보존되어서 결결이 찢어지지 않고 하나의 덩어리 같은 식감의 촉촉하고 부드러운 닭가슴살이 됩니다.
특히 닭볶음탕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날갯살은 퍽퍽한 가슴살과 부드러운 다릿살의 식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부위입니다. 닭껍질이 감싸고 있는 형태이며 단백질과 지방질이 풍부합니다. 닭봉과 닭날개로 나누어 판매하는 곳이 많습니다. 젤라틴질도 풍부하여 장시간 가열 후 식히면 묵처럼 굳어버립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영계를 팔아서 목살이 그다지 많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야키토리집에서 세세리라고 부르며 대접받는 부위입니다. 손질해서 꼬치에 꽂아 구워먹는 야키토리의 인기 메뉴입니다. 한번 맛보면 빠져들게 되실 겁니다. 그리고 모 포차를 성공시킨 인기메뉴인 불닭발의 주역, 닭발입니다. 매운 걸 잘 못 먹는 저는 닭발이 너무 매우면 신경질이 납니다. 닭발은 콜라겐이 풍부하기로 유명하지요. 중국에서는 이 닭발을 푹 삶은 후에 뼈는 제거하고 여러 요리에 사용한다고 합니다. 진한 육수를 낼 때도 사용하고요.
닭벼슬도 먹습니다. 프랑스에서 먹습니다. 이것들을 따로 모아 향신료와 물을 넣고 부드럽게 조린 후 와인을 넣고 다시 진하게 조립니다. 그리고 닭간 역시 프랑스에서 파테로 만들지요. 페이스트 상태로 빵에다 발라먹기도 합니다. 빵에 발라먹는 닭벼슬이라...부위 그림을 보시고 오늘 닭요리를 해보기로 결심하셨다면 드실 만큼만 사세요. 닭고기는 신선한 냉장육을 그때그때 적당량만 사서 빨리 드시는 게 좋습니다. 닭다릿살도 냉동시켰던 걸 해동시키면 수분이 빠져나가고 수분 함유량이 적은 걸 가열하면 퍽퍽해집니다.
다음 시간에는 제가 자신있어하는 닭고기 요리 레시피를 자세히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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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요리 전공. 한때 조림요정이라 불리던 <마스터셰프 코리아 2> 우승자. 지금은 은둔형 맛덕후. 집에 틀어박혀서 맛을 실험해보기를 좋아함. <최강록의 맛 공작소>에서는 부엌을 구석구석 뒤져볼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