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 그롤, 박제를 거부한 현재진행형 레전드
매번 자기 스스로를 뛰어넘는 데이브 그롤
장난을 칠 때의 그의 모습은 흔한 동네 형처럼 느슨하고 꾸밈없이 보이며, 트랙 녹음 중 딸아이의 장난에 웃는 모습 또한 (시쳇말로) '딸바보'가 따로 없다. 공격적이고 야성적인 로커의 반전 매력이라니. 여심은 물론 남심마저 뒤흔들릴 정도다.
공연 중 화장실이 급하다며 잠시 무대를 내려오고, 싸우는 관객을 무대 위에서 갖은 욕설로 쫒아내는 남자. 우상이던 '비틀즈' 폴 매카트니를 만나 마치 오랜 친구인 듯 인사를 나누고, 그와 아이처럼 구르며 웃고 떠들 수 있는 남자. 바쁜 공연 일정으로 한 손에 운전대를, 한 손에 햄버거를 집으며 “이게 X발 사람 사는 거야?” 중얼거리다가 곧 “그래 X발 이게 로큰롤이지!” 외치며 호기롭게 웃어넘길 줄 아는 남자.
데이브 그롤 (출처 : 위키피디아)
이 쾌남의 과거는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의 화신인 너바나(Nirvana)로부터 시작한다. 아마 누구도 몰랐을 거다. 커트 코베인의 뒤에서 꺼벙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던 드러머가 이토록 매력적인 인물이었을 줄은. 펑크에 천착하는 줄만 알았던 청년은 자기 자신을 계속해서 계발해 나가며 보다 넓은 세계를 향해 스스로 나아갔다. 1990년대의 아이콘이던 너바나의 후광을, 그는 푸 파이터스(Foo Fighters)의 데뷔 앨범으로 '권총을 들이대며' 거부했다.그렇게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2014년을 사는 데이브 그롤은 누구보다 현재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뮤지션이다.
참여하고 있는 밴드만 해도 푸 파이터스와 뎀 크루키드 벌처스(Them Crooked Vultures) 두 집 살림에, 그마저도 기타와 보컬, 드럼 세 가지 포지션을 바쁘게 오간다. 그럼에도 세 분야 모두 뒤쳐짐이 없다는 점은 압권이다. 완전히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프린스(Prince)나 마이크 올드필드(Mike Oldfield)처럼, 그 역시 흔치 않은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셈이다. (※1995년에 발표된 푸 파이터스의 1집이 이미 그 혼자의 힘으로 보컬과 드럼, 기타, 베이스를 연주 및 녹음하며 1주일 만에 만든 앨범이었으니, 그 이전부터 다양한 악기를 섭렵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면 틀림이 없다.)
나이를 먹으며 깊어가는 눈가의 주름과 얼굴 면적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빽빽한 수염은 어딘가 엉성하게 보이던 그의 외모를 보다 미중년다운 인상으로 바꿔놓았다. 그러나 실제로 그를 미중년이라 생각하게 만드는 이유는 외모보다는 역시 쾌활한 그의 성격 덕분이다. 장난을 칠 때의 그의 모습은 흔한 동네 형처럼 느슨하고 꾸밈없이 보이며, 트랙 녹음 중 딸아이의 장난에 웃는 모습 또한 (시쳇말로) '딸바보'가 따로 없다. 공격적이고 야성적인 로커의 반전 매력이라니. 여심은 물론 남심마저 뒤흔들릴 정도다.
2013년, 데이브 그롤은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 Sound City >의 감독이라는 특별한 이력 한 가지를 추가했다. 여기에서 그는 플리트우드 맥의 < Rumours >, 너바나의 < Nevermind >를 비롯한 수많은 명반들의 사운드를 담당했던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와서 구시대의 유물 취급을 받고 있던- 니브 콘솔을 직접 구입해 자신의 스튜디오에 재현하고, 공연의 열광이 아닌 녹음의 긴장, 그리고 뮤지션들의 화학작용이 담기는 순간을 기록하며 그들의 연주를 생생히 담아낸다. 음악을 만드는 창작을 넘어, 그 창작의 과정을 사람들에게 시청각적으로 전달하고, 아날로그적 음악 작업의 매력을 그 나름의 방식으로 설득하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사운드시티에 갔을 때 저는 아직 어린 애였어요. 이 보드가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만든 이유죠. 이걸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었어요.”
- 데이브 그롤
영화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사운드 시티는 영화보다도 데이브 그롤에 대한 매력에 더 빠지게 하는 필름이다. 대가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고, 니브 콘솔을 구입하기 위해 주문서 원본을 확인하는 모습 등을 통해 그가 얼마나 음악에 미쳐있는 사람인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토록 치열하게 현재를 사는 로커라니. 게을러빠진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얄궂은 마음이 들기까지 한다.
데이브 그롤은 매번 자기 스스로를 뛰어넘는다. 자신을 규정짓던 악기의 울타리도,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던 너바나라는 악령도 정면으로 받아치며 극복해냈다. 음악 다큐멘터리라는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 역시 그의 방식대로 '온 힘을 다해' 완수했다. 박제를 거부한 현재진행형 레전드 데이브 그롤. 그는 언제나 '현재'라는 시간을 맹렬히 전진한다. 게을러질 때마다 그를 생각한다면, 우리도 조금은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글/ 여인협(lunariani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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