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민이 생겼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지금 쓰고 있는 <아스날과 연애중> 때문이다. 아론 람지를 주제로 한 ‘웨일스에서 온 그대’를 쓴 이후에 람지의 부상이 길어졌고, 프리미어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를 병행하는 이야기를 담은 ‘네 마리 토끼를 쫓는 모험’을 쓴 후 아스날이 챔피언스 리그에서 바로 탈락했으며, 아르센 벵거와 조세 무리뉴의 대결 구도를 다룬 ‘(말)싸움의 기술’을 쓰려고 마음 먹었더니 첼시에 대패를 당했다. 그리고 지난 주, ‘산티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를 쓴 직후, 산티 카솔라는 인터뷰를 통해 “우승을 하기 위해 아스날로 왔고, 앞으로도 계속 우승하지 못한다면 미래에 다른 곳으로 떠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말했다. ‘아연’의 저주라고 불러야 하나. 그래서 저주를 한 템포 거르기 위해 이번 주만큼은 아스날의 향기를 싹 빼고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첼시, 맨시티, 리버풀을 찬양하는 이야기를 써야하나 살짝 고민했다.)
이번 시즌 중반까지는 가히 ‘아스날의 전성시대’라고 부를만 했다. 그동안의 부진을 떨쳐내고 아스날은 이번 시즌 드디어 우승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주제로 매주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몇 달여간 지속된 아스날의 1위 질주는 평론가들의 의견마저 하나둘씩 낙관적으로 바꿔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언제나와 같은 부상 그리도 또 부상. 끊임없이 이어지는 부상자의 행렬과 겨울 이적시장 영입 실패는 여지없이 후반기 부진으로 이어졌고 평소처럼 4위 자리를 놓고 싸우는 처지가 되었다.
[출처: SBS Sports]
이를 빗대어 아스날은 구너(아스날 팬을 가리키는 별명)라서 지하철 구(9)호선이라는 패러디나 나오고 있고 꼴이 말이 아니다. 매년 똑같은 4위 타령인데 밑에 있다가 위로 올라와서 4위 싸움하는 것과 위에 있다가 아래로 떨어져서 4위 경쟁을 하는 것은 같은 4위 경쟁임에도 기분이 하늘과 땅 차이다. 중요한 경기에서의 대패, 쉬운 상대에게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최근 아스날은 즐거움은 커녕 스트레스 유발 요인에 더 가깝다. 그래서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는 <아스날과 연애중>이 아니라 <아스날과 별거중>. 심지어 며칠 전, 새벽 1시에 시작하는 아스날과 위건의 FA컵 준결승전을 보지 않고 그냥 잤다! 새벽 3시, 4시도 아닌 1시 경기를 쿨하게 넘기다니 나로서는 대단한 사건이다.
이렇게 요즘 잠시 아스날과 축구에 거리를 두고 있다보니, 다른 공놀이가 내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한다. 이름하여 야구. 최근에 깨달은 사실 중 하나는, 내 주변 사람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좋아하는 야구팀이 꼭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도 야구를 알고 있고 TV에서 중계를 하면 앉아서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축구를 좋아하고 아스날이라는 ‘내 팀’이 있기에 크게 관심은 없었다. 하지만, 매주 이렇게 아스날은 스트레스만 주고 있으니 대체재로서 야구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피어났다. 때마침 야구 시즌도 개막했고 우리나라의 프로야구 팀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출처: KBO]
넥센, 두산, 롯데, 삼성, 한화, KIA, LG, NC, SK. 그리고 새롭게 참가할 KT까지.
각 팀의 이름과 연고지는 들어서 대충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미지의 팀들을 쭉 늘어놓고 보니 어느 팀이 나와 연을 맺게 될까 괜히 설레는 기분. 그러나 정보가 전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지인에게 슬쩍 물어보기로 했다. “요즘, 야구에 조금 관심 있는데 추천해줄만한 팀이 있나요?” 그러자 의도치 않게도 내 가슴에 비수를 꽂는 대답이 돌아왔다.
“너는 아스날 팬이니깐, 아스날처럼 유망주 많고 우승권 근처에 있지만 우승은 하지 못하는 팀은 두산”이라고 말이다. 이런... 너희도 그랬구나. 더 얘기를 들어보니 모구단이 돈을 잘 안쓰는 편이라 나가는 선수 안잡고 살 수 있는 매물이 있어도 안산단다. 판박이네. 처지가 비슷해서 정은 가지만 아스날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조금 덜어보자 대체재를 찾는 것인 만큼 비슷하게 나를 힘들게 하면 곤란하다. 그래서 ‘우승을 밥먹듯이 하는 팀’이 좋다고 말했고, 바로 추천받은 팀은 ‘삼성’. 때마침 지난 금토일 삼성과 SK의 3연전을 쭉 지켜봤는데 1승 2패로 기대했던 만큼의 포스는 없는 느낌.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고 하는데 난 아직 잘 모르겠다.
오히려 내가 가장 인상을 받은 것은 삼성이 아니라 경기장에서 목이 터져라 외치는 관중들이었다. (물론, 치어리더의 미모도 인상적이었다) 저 수많은 사람들은 야구의 어디가 그렇게 좋아서 경기장까지 찾아온 것일까? 축구밖에 모르는 나에게 야구의 매력은 호기심을 품게 만들었다. 야구는 축구와 얼마나 어떻게 다른 공놀이인가?
[출처: XTM, 아스날 플레이어]
먼저 눈에 띈 것은 축구는 11명, 야구는 9명이라는 인원수 차이인데 크게 신경쓸만한 차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각 팀의 선수들이 대결하는 방식이라고 해야겠다. 축구는 양 팀 11명, 총 22명이 필드 위에 제한없이 풀어져서 뛰는 반면, 야구는 기본적으로 투수와 타자의 1:1 대결이다. 그래서 야구의 방식은 축구의 승부차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앞서 나간 주자가 도루를 시도하면서 타자와 승부하는 투수를 흔들기도 하고, 타격이 이뤄진 후에는 나머지 선수들이 진루를 막기 위해 수비를 한다.)
이러한 대결 방식으로 인해 야구는 양 팀이 9번에 걸쳐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가며 승부를 가리지만, 축구는 전후반 90분간 한 필드 위에서 양팀의 공격과 수비가 자유롭게 교차되며, 때로는 강팀이 약팀을 상대로 일방적인 공격을 쏟아붓기도 한다. 내가 처음에 아스날을 좋아하게 된 이유도 상대 골문을 향해 빠른 패스와 질주로 폭풍같이 몰아치는 공격이었는데(물론 지금은 이미 이런 모습이 사라졌지만) 아스날이 야구팀이었다면 그런 모습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야구에서 득점을 하기 위해 상대 골대에 골을 넣는 것이 아니라 선수가 직접 1, 2, 3루를 거쳐 다시 홈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움직일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출처: XTM]
대신 야구는 축구보다 전략적이다. 물론, 축구에도 포메이션이 있고 전술이 존재하지만 그것을 얼만큼 계획대로 실행에 옮기느냐는 필드 위 선수들의 역량에 따라 많이 좌지우지 된다. 시시각각 끊임없이 펼쳐지는 다양한 상황에 맞춰 선수들은 각자의 독립적인 판단으로 순간을 대처한다. 그러나 야구에서는 경기의 분절이 많은 만큼 그때그때 변수가 통제된 상황에서 감독은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거나 또는 시기 적절하게 선수를 투입한다.
선발 투수가 저조하면 계획보다 일찍 중간 계투를 내보내고, 홈런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한 방이 있는 대타를, 도루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발빠른 대주자를 투입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까닭에 야구에서는 특정 능력만을 갖춘 스페셜리스트가 존재할 수 있고 때에 따라 적재적소에 투입된다. 반면, 축구는 경기 중에 3명의 교체밖에 불가능한 만큼, 특정한 능력 하나만으로는 필드 위에 오르기 힘들다. 소위 '프리킥 스페셜리스트'라고 불리는 선수들조차도 프리킥 능력 하나만으로는 팀에 남아있기 어렵고 드리블, 패스, 터치와 같은 운동능력을 종합적으로 다 갖춰야만 한다.
[출처: SPOTV]
이렇게 축구와 야구의 다름은 알아갈수록 참 흥미로웠다. 그렇다면 원점으로 돌아와서, 나에게 스트레스만 안겨주는 아스날을 대신해서 트로피를 들어올릴만한 야구 우승권 팀은 어떤 기준으로 골라내야 할까? 최근 몇 년간 팀의 순위를 보면 명백하게 삼성이지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따져보고 야구에서의 승리 방정식을 찾아내려고 시도했다.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 모든 포지션에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 있다면 우승할 수 있겠지만, 그런 단순하고 비현실적인 발상 말고 현실적인 범위 내에서 말이다. 야구라는 공놀이는 어떻게 접근하여야만 효율적으로 가장 우승에 근접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나는 두 가지 이론을 떠올리게 되었는데, 첫 번째는 야구 특유의 대결 방식으로 미루어 투수력이다. 일반적으로 타자는 한 경기에 서너번 정도 투수와 상대하지만, 선발 투수는 제 몫을 해준다는 가정하에 한 경기에 적어도 열댓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점을 주목했다. 물론, 선발 투수는 타자처럼 매일 경기에 출장할 수 없기에 등판일 간격으로 나눠보면 비슷하다는 계산도 할 수 있으나, 아무리 좋은 타자라도 홈런을 치지 못한다면 진루하더라도 후속 타선에서 안타가 나오지 않는 이상 점수를 낼 수 없다. 좀더 원초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사각형의 스트라이크 존 공간 어느 한 곳에 투수가 던진 공이 꽂히고, 공이 그리는 마지막 위치와 타이밍을 정확히 포착하여 타자가 방망이를 휘둘러 타격을 할 확률은 타격하지 못할 확률보다 물리적으로 훨씬 낮다.
[출처: XTM]
그러므로 똑같은 수준의 좋은 투수와 좋은 타자의 싸움은 기본적으로 좋은 투수가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선발 투수의 뒤를 이어 훨씬 적은 수의 이닝을 소화하면서 전력으로 투구하는 중간 계투와 마무리 투수가 갖춰진다면 적어도 ‘지지 않는’ 방정식이 완성되는 것이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닐테니까. (강타자를 모아서 공격력을 극대화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타자는 타격만 하는 것이 아니므로 수비력, 작전 수행능력 등을 고려해야 한다.) 가장 투수력이 강하다고 일컬어지는
삼성, 이들이 최근 몇 년간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나의 시각으로는 삼성이 승리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정확한 접근을 하고 있다고 본다.
[출처: GM]
두 번째는 아마도 야구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스포츠팀에 해당되는 이야기일텐데 ‘유망주들의 동시다발적인 폭발’. 말은 쉽지만 정말 이루기 어려운 일이다. 좀더 설명을 하자면, 모든 포지션에 A급 선수들을 채우면 당연히 강한 팀이 되고 우승에도 가까워진다. 그러나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된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합당한 연봉을 책정하기 위해 고액을 지불해야하고, 다른 팀들과의 영입 경쟁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정점을 찍은 선수는 대체로 나이가 꽤 있는 편이라 앞으로 기량이 향상되기보다는 하락할 가능성이 많다.
장시간동안 리그에서 군림하는 팀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유망주들이다. 이들은 어리고 가능성있는 선수들로 자체적으로 길러내거나 영입하더라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싸지 않은 장점이 있다. 그리고 나중에 이들이 성장해서 자신의 잠재력을 터뜨리고 스타 플레이어가 된다면, 한 명이 아니라 다수의 유망주들이 다수의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한다면, 그 팀은 어느 순간 놀라운 팀이 되어있을 것이다. ‘역사에 남을 강팀’으로서 말이다. 여기서 문제는 대다수 유망주들의 경우 우리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그저 그런 선수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유망주를 로또라고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다.
[출처: Arsenal Season Review 2008-09]
애써 모은 유망주들이 동시다발적인 ‘폭발’이 아니라 ‘폭망’을 하면 팀은 오히려 암흑기를 보내기도 하는데 아스날이 매우 좋은 예이다. 참고로, ‘DDS(데닐손, 디아비, 쏭)’라는 단어는 그렇게 아스날의 암울했던 시대를 풍미한 고유대명사가 되었다. 반대로, 정말로 유망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한다면 긱스, 스콜스, 베컴, 네빌 형제로 대변되는 2000년대 초반의 맨유 혹은 메시, 피케, 이니에스타, 페드로, 부스케츠 등이 중심이 되어 6관왕을 이룬 바르셀로나처럼 일류의 강팀이 형성된다. 우리나라 야구팀중에 다수의 유망주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앞으로의 가능성을 꿈꾸는 팀이라면 아무래도 '화수분 야구'라고 불리는
두산이 아닐까. 안좋은 쪽으로도 아스날과 많이 닮았다는 점은 약간 우려스럽지만 말이다.
이렇게 걸러낸 삼성과 두산. 공교롭게도 이 두 팀이 작년 한국시리즈 상대팀이었던 점은 흥미롭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뿐 현재는 모르는 일이다. 삼성은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던 오승환을 잃고 얼마나 투수력이 유지되었나, 두산 역시 FA로 잃은 선수들의 공백을 어떤 새로운 선수가 등장해서 활약을 이어갈 것인가. 여러 미지의 변수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질문. 과연 나는 아스날이 아닌, 축구도 아닌, 야구와 새롭게 관계를 쌓아나갈 수 있을까. 축구에서 느껴지는 역동성은 없는 대신 야구에는 투수가 던지는 공 한 구, 한 구의 섬세한 컨트롤이 있다. 큰 점수 차이가 벌어져있어도 한 이닝에 많은 점수가 나서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의외성까지. 거기다가 축구처럼 주말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중 3연전, 주말 3연전, 쉼없이 경기가 펼쳐지다보니 일주일 내내 지루할 새가 거의 없다. 물론, 응원하는 팀이 헤맨다면 괴로운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출처: 아스날 플레이어]
야구라는 새로운 공놀이와 연애 가능성을 탐구해본 결과, 확실히 축구와는 다른 공놀이였다. 만약 축구와 비슷했다면 그냥 축구를 봤을테니 오히려 달라서 다행이다. 아스날이 잘했다면 이런 고민도, 다른 곳에 눈을 돌릴 필요도 없었을텐데... 전부 이번 시즌 후반기에 9호선 포스를 뽐낸 덕택이다. 사실은 이와 비슷하게 아스날이 아닌 다른 팀으로 눈을 돌리려고 한 적이 난 이미 한 번 있었다.
2011-12 시즌, 맨유에게 당한 8-2 대패, ‘가르마 참사’라고 불린 경기였는데, 정말 더이상 축구볼 맛이 안나서 독일 분데스리가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 마음을 붙여보려고 했다. 도르트문트는 위르겐 클롭이라는 호탕한 젊은 감독과 독일의 메시라고 불리던 마리오 괴체를 필두로 바이에른 뮌헨의 아성에 도전해 우승까지 차지한 멋진 팀이었다. 그러나 그들 역시 나에게 아스날은 될 수 없었다. 야구는 아예 다른 스포츠 종목이니까 조금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출처: 아스날 플레이어]
이런 흔들리는 내 마음을 헤아린건지, 아스날은 지난 주말 위건과의 FA컵 준결승에서 120분 연장전과 승부차기 혈투 끝에 극적으로 승리하며 고대하던 트로피까지 딱 한 걸음을 남겨두게 되었다. 장장 9년만에 우리는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 것인가. 아직 리그에서는 5위를 헤매며 다음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 나갈 수 있을지 없을지조차 불확실하지만, 그래도 어젯밤은 웨스트햄을 상대로 3:1 역전승을 거두며 희망의 불씨를 피우기 시작했다. 아스날에서 만족스럽지 않다던 인터뷰로 구설수에 오른 카솔라와 포돌스키까지 만점 활약을 했고, 부상자들도 속속 복귀하는 중이다. 조금은 위태로운 이번 시즌, 남은 기간동안 유종의 미를 잘 거둘 수 있을까.
좋아하는 팀을 그저 즐겁게 응원할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아스날은 원치 않는 스트레스와 답답함, 좌절감, 자격지심까지 내게 선물한다. 이런 팀을 뭐가 좋다고 매주 지켜보며 일희일비 하는건지. 오래된 부부가 “정때문에 산다”고 말하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는데, 단지 오래 봤다고 해서 정때문에 아스날을 좋아하고 싶지는 않다. 아스날과 나의 연애는 늘 새롭고 반짝거리기를 바란다. 그러므로 반짝거리는 트로피도 필수다. 우승에 대한 목마름으로 야구에 한 눈 팔고 싶어지기도 하는 요즘이지만, 결국 내 마음의 갈증을 가장 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는 것은 아스날의 우승 트로피가 아닐까. 오랜 인고의 시간을 참아온 아스날 팬들을 위해서라도 값진 FA컵 트로피와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획득이라는 마지막 자존심만은 지켜주길. 그리하여 다가오는 새 시즌을 위한 단단한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시즌 종료까지 얼마 안남은 이 시점에서 또 미끌미끌하다가 결국 5위가 되어버리면, 나 정말로 야구와 눈 맞아버릴지도 모르니까.
교정 : @yesd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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