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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이 변하는 시간, 3-6-9-12

달걀을 좀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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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의 보물창고, 냉장고 문을 엽니다. 문 안쪽 맨 위칸에 달걀이 있습니다. 오늘은 달걀 이야기입니다.

부엌의 보물창고, 냉장고 문을 엽니다. 문 안쪽 맨 위칸에 달걀이 있습니다. 오늘은 달걀 이야기입니다.

어느 집이나 달걀은 떨어지는 날 없이 미리미리 사두실 텐데요. 저도 달걀을 많이 먹는 편입니다. 특히 김치찌개를 먹을 때면 꼭 달걀프라이를 합니다. 뜨거운 밥에 달걀프라이 얹고 그 위에 김치찌개 국물을 한 숟가락 부은 뒤 숟가락으로 달걀노른자를 딱 터뜨려 떠먹을 때의 쾌감! 한번 맛보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또한 라면스프와 달걀의 궁합도 최고인 것 같습니다. (라면스프야말로 전문가 수천 명 연구의 집대성이니 맛이 없을 리가 없겠지요.) 라면스프 국물에 달걀을 잘 풀어서 밥을 말아먹을 때면, 나중에 ‘라면국’이라는 메뉴를 팔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요.

저는 어릴 때부터 냉면에 있는 달걀에 집착했습니다. 엄마 것도 아빠 것도 죄다 제가 뺏어먹었습니다. 달걀을 꼭 먹어야 한 그릇을 다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가끔 냉면의 달걀노른자가 검푸른색을 띠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 달걀은 먹을 때 목이 막히고 독특한 냄새가 강하게 났습니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오버쿡’된 달걀, 한마디로 지나치게 익힌 것이었습니다. 냄새도 노른자에서 나는 게 아니라 흰자에서 나는 것이더군요. 흰자의 단백질 성분 속에는 유황성분이 있는데, 가열을 시작하면 이 유황성분이 기체로 변해 노른자의 철분과 합해져 변색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가열에 의해 달걀의 단백질이 굳어 삶은 달걀이 되는 것까진 좋지만 그 이상 가열하게 되면 (보통 15분 이상을 넘기면) 유화수소라는 물질이 다량 발생해 달걀의 독특한 냄새를 풍기게 되는 것입니다. 이 냄새는 유황이 많이 함유된 온천수의 냄새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너무 익힌 달걀을 먹으면 방귀냄새가 지독해집니다.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경험적으로는 증명이 되었습니다. 중학교 때였는데요. 아침에 급하게 나오느라 달걀과 우유만 먹고 나온 날이었습니다. 노른자가 시커맸는데 배가 고프니 그냥 우적우적 삼켰습니다. 그런데 학교에 오니 계속 뱃속이 꾸륵꾸륵 소리를 내는 겁니다. 그래서 구석자리에서 방귀를 뀌었는데, 반 전체가 들썩였습니다. 아우 뭐야! 아이들이 죄다 인상을 쓰며 소리 질렀습니다. 결국 그 냄새를 최초로 맡은 애가 누명을 썼습니다. 저는 아무 말 안 하고 있다가 그 애에게 문 좀 열라고 했습니다. 그 친구는 왜 나한테 그러냐며 억울해했는데, 친구야 미안하다.


최강록3화

 

 

달걀의 맛은 노른자의 고소한 맛과 향, 흰자의 부드러운 식감입니다. 달걀이 들어가는 요리는 이 달걀 특유의 맛을 제대로 살리는지가 관건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완숙보다 반숙을 좋아하고, 음식에 달걀을 넣은 다음에는 가열을 하지 않는데요. 이렇게 달걀과 온도와 시간의 관계를 잘 알면 달걀을 좀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한번 같이 삶아볼까요?

냄비에 달걀이 잠길 정도의 물을 끓이고 건져낼 체를 준비합니다. 차가운 상태의 달걀을 뜨거운 물에 넣으면 온도차로 인해 금이 갑니다. 그래서 냉장고에서 꺼내어 상온의 온도에 놓아둔 달걀을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익히는 시간에 따라 달걀의 맛이 달라지는데, 알기 쉽게 끓는 물에 넣는 순간부터 3분, 6분, 9분, 12분으로 기억해보시죠.

3분: 노른자는 액체 상태이고 흰자는 반 정도 익은 상태입니다. 껍데기를 까서 들고 먹을 수 있는 상태는 아닙니다. 전용도구로 달걀의 위쪽 껍데기를 따낸 뒤 스푼으로 떠먹어야 합니다. 안 어울릴 것 같지만, 명란, 캐비어, 주도(참치내장젓갈) 등 염분이 있는 젓갈류를 곁들여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6분: 흰자는 굳어서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노른자는 걸쭉한 크림 상태입니다. 노른자가 완전히 굳지 않아서 진한 노른자의 풍미를 느끼기에 좋습니다. 아침식사로 이런 달걀 두 개는 거뜬할 것 같습니다. 샌드위치에 이렇게 삶은 달걀을 3등분해서 넣고 햄, 야채, 소스도 함께 넣어 먹으면 든든한 브런치가 됩니다. 저는 반숙으로 장조림을 해먹는데, 간장의 염분이 침투하면서 반숙 노른자를 단단하게 만들어주어 젤리 형태가 됩니다. 색깔도 붉은색이 나고요. 퍽퍽한 완숙달걀 장조림과는 완전히 다른 맛입니다.

9분: 흰자는 물론 노른자도 익은 상태입니다. 노른자의 겉부분은 완전히 익었으며 속부분은 촉촉합니다. 슬라이스해서 샐러드 등에 곁들이거나, 냉면의 고명으로 적합합니다.

12분: 노른자의 중심까지 완전히 익었습니다. 기차 여행의 삶은 달걀의 상태이지요. 그냥 먹으면 목이 멜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상태의 삶은 달걀은 마요네즈를 찍어먹습니다.

최강록3화

 
 
 
 

보통 생각하면 바깥쪽 흰자가 먼저 익을 것 같지만 안쪽 노른자가 먼저 익습니다. 노른자는 69도, 흰자는 70~71도에 응고가 시작되지요. 이 1~2도 차를 이용한 것이 온천달걀입니다. 이것만큼은 온도계가 필요합니다. 노른자는 부드럽게 익은 상태이고 흰자는, 비유가 좀 그렇지만, 콧물덩어리 같습니다. 우동국물보다 좀 진한 간장 소스를 3분의 1쯤 부은 그릇에 이 온천달걀을 담아 후루룩 먹으면 참 별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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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을 만질 때는 특히 위생에 주의해야 합니다. 닭이 있는 곳에 살모넬라균이 있고 달걀이 있는 곳에 살모넬라균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게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껍데기를 손으로 만지고 나서 샐러드 같은 생식할 것들을 만지면 균이 옮겨갔다고 봐야 합니다. 도마 같은 데다 달걀을 함부로 깨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깨알 팁 두 가지. 달걀을 깰 때는 모서리가 아니라 평평한 곳에 깨야 균열이 안 생겨서 요리에 껍데기 조각이 들어갈 가능성이 적습니다. 그리고 달걀프라이 모양을 잘 내려면 넙적한 볼에 먼저 안정시켜준 다음에 프라이팬에 얌전히 부어보세요.

다음 화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독특한 달걀 레시피를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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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강록/ (그림)조남준

일본요리 전공. 한때 조림요정이라 불리던 <마스터셰프 코리아 2> 우승자. 지금은 은둔형 맛덕후. 집에 틀어박혀서 맛을 실험해보기를 좋아함. <최강록의 맛 공작소>에서는 부엌을 구석구석 뒤져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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