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정이현의 남자 남자 남자
이거 혹시 나만 모르는 쇼 아니야?
<트루먼 쇼>의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
겉으로 볼 때 그는 보험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시민으로 자라났다.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고향 도시 시헤이븐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매일 마주치는 이웃도, 그리운 첫사랑도, 절친한 친구도 있다. 그렇지만 그가 만나는 사람들도, 그가 사는 세도 진짜가 아니다. 실제로 그는 24시간 생방송으로 일거수일투족이 전 세계에 중계되는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며, 그가 사는 곳은 특별히 제작된 커다란 세트장이다.
고백하자면, 매주는 아니어도 꽤 자주 그 프로그램을 봤다. 혼자일 때보다 가족과 함께일 때가 더 많았다. 부동자세로 앉아 텔레비전 화면에만 집중을 했던 건 아니다. 때론 손톱을 깎으며 때론 귤을 씹으며 건성건성 보다 말다 했다. 건성으로 보다 말다 하기에 이만큼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은 없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귤 조각을 씹듯 출연자들을 씹기도 했다. 저 남자 이상해. 며칠이나 봤다고 저렇게 한 여자한테 목숨을 걸지? 저 여자도 이상해.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거지 왜 자꾸 사람 간을 봐? 역시 건성건성, 나는 지껄이곤 했다. 저기 들어가면 멀쩡한 사람이 다 이상해지나? 설마, 저거 다 대본이겠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간혹 과육 대신 혓바닥을 같이 씹은 적도 있었다.
1972년 서울 출생으로 단편 「낭만적 사랑과 사회」로 2002년 제1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이후 단편 「타인의 고독」으로 제5회 이효석문학상(2004)을, 단편 「삼풍백화점」으로 제51회 현대문학상(2006)을 수상했다. 작품집으로 『낭만적 사랑과 사회』『타인의 고독』(수상작품집) 『삼풍백화점』(수상작품집) 『달콤한 나의 도시』『오늘의 거짓말』『풍선』『작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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