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조기유학, 보내도 되나요?

언제부터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칠까? (하) 국어를 잘하는 아이와 영어두뇌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연간 약 19조원. 대한민국이 영어교육 관련 사교육비로 매년 지출하는 비용이다. 수많은 부모들의 영어에 대한 열정과 정성은 전세계 어디 못지않지만 우리나라 영어능력은 60개 국가 중 ‘보통’ 수준인 24위에 머물러 있다(EPI 보고서, 2012년 기준). 무엇이 문제일까?

“도대체 언제부터 영어를 가르치라고요?”
“조기유학 보내야 한다는 건가요?”


지난 칼럼에서 등장했던 이 의문들에 대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하는 시기에 정답은 없지만 기준은 있습니다. 정답이 없는 이유는 모든 가정마다 환경이 다르고 아이마다 언어적 성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모국어로서가 아닌 외국어로서의 영어를 언제 가르치기 시작할지에 대한 기준은 우리말과 글이 자리를 잡고 있는 정도에 달려 있습니다.

만일 아이가 아주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영어에 접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출생하자마자 영어 말소리를 들려주는 게 당연히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살면서 영어 노출 환경이 일상적이기는 어렵겠죠? 그런 환경이 아니라고 해도 걱정하지 마세요. 아주 희망적인 소식 하나 알려드릴게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고캠퍼스(UCSD) 언어학과의 메이베리(Mayberry) 교수는 이런 보고를 했습니다. 논문의 핵심 포인트 2개만 뽑겠습니다.

1. 모국어에 대해서만 ‘결정적 시기’가 적용된다. 외국어는 아니다.
   그러므로 모국어 습득 타이밍이 가장 중요한 언어적 변수이다.
2. 모국어를 일찍 습득하면 외국어를 더 정확하고 더 빠르게 배운다.

언제 영어교육을 시작할지에 관한 기준이 보이시나요? 저도 제 첫째 아이가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분명히 표현했을 때 꽤 큰 실망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속에 기준이 분명히 서있었기 때문에 영어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영어는 잠시 접어두고 우선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런 상상을 해보죠. 가파른 암벽이 앞에 있습니다. 그런데 고맙게도 밧줄이 있군요. 덕분에 그 줄을 잡고 별로 위험하지 않게 힘 안들이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 우리말과 글은 그 밧줄을 걸 탄탄한 바위나 나무와도 같습니다. 수많은 외국어에 능통하더라도 모국어는 하나라고 말씀드렸죠? 어차피 외국어인 영어 실력이 좋아지려면 모국어 실력이 우선인 법입니다.

탄탄한 모국어 실력은 영어라는 암벽을 안전하고 빠르게 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밧줄을 걸 든든한 바위이고 나무입니다. 국어책도 못 읽는 아이에게 영어책 읽기를 강요하는 것은 젖먹이에게 스테이크를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만약 우리말과 글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는데 기러기 조기 유학을 억지로 강행하면 자칫 ‘바나나’처럼 될지도 모릅니다. 지난 칼럼에서 바나나 그림을 던져놓은 이유를 이제 알려 드릴게요.


바나나와 조기유학

바나나는 조기 유학을 보낸 부모들에게 꽤 기분 언짢은 비유입니다. 겉은 노랗고 속은 하얀 바나나, 겉은 우리나라 사람이지만 속의 자아 정체성은 외국인이 되어 버린 우리 아이들을 외국인들이 비아냥대기 위해 쓰기 때문입니다.

제 첫째 아이는 우리말과 글이 탄탄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부터 영어를 명시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생후 만 5년 5개월째였어요. 모국어의 틀이 잘 잡혀서 그런지 과연 메이베리 교수의 연구대로 ‘더 정확하고 더 빠르게’ 영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불과 몇 개월 만에 스스로 영어책을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고 문법을 전혀 가르치지 않았어도 영어스토리를 들려주면 상당히 이해하는 ‘감’이 생겼습니다. 이젠 영어로 말을 걸어도 제 뺨을 때리지 않는답니다.

그럼 어떻게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쳐야 할까요?
이 방법이 궁금하시다면 또 한 번 다음 칼럼을 기다리셔야 겠습니다.

아차, 한 가지를 빠트렸네요. 지금 세 돌이 된 둘째 아이는 한창 영어를 공부하는 형 덕분에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레 영어에 접했답니다. 그래서인지 일부러 영어 글자를 안 가르치겠다고 마음먹은 저를 붙잡고 매일 종이에 A부터 Z까지 써 달라고, 목이 아픈 저에게 자꾸 ‘ABC송’ 불러달라고 시도 때도 없이 졸라대는 녀석 때문에 좀 피곤합니다.

(이럴 때 은근 자랑처럼 얘기가 나오는 걸 보면 저도 어쩔 수 없는 딸바보, 아들바보 아빠들과 같은 것 같아요.)




[관련 기사]

-언제부터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칠까?
-조기 언어 교육, 왜 아이들을 해외로 보낼까?
-책 육아로 <해리포터> 영어 원서도 술술~
-머리가 좋아야 공부를 잘한다? 아니!
-영어, 모국어처럼 배울 수 있어요



img_book_bot.jpg

아이의 영어두뇌 박순 저 | 엘도라도
불안한 영어교육, 영어두뇌가 답이다. 국내 최초 과학적으로 밝히는 두뇌의 영어학습 원리. 아이가 영어를 어려워하는 진짜 이유는 ‘두뇌’ 때문이다. 아이가 어려서부터 ‘영어 잘하는 두뇌’로 만들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어두뇌’는 영어를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두뇌를 말하며 영어학습의 핵심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우리 아이들은 비록 영어두뇌를 가지고 태어날 수는 없지만 부모의 관심과 사랑만 있으면 얼마든지 영어두뇌로 바꿀 수 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3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박순

박순은 대한민국 최초의 영어두뇌 전문가다. 현직 교사이면서도 영어 교사들에게 ‘아이들이 영어를 잘하게 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우리 아이들이 보다 쉽고 효과적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10년 넘게 뇌과학을 연구해왔다. 전국 대학 및 영어교육 기관에서 영어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두뇌’ 교수학습법 강의로 정평이 나 있다. KBS 스페셜 〈당신이 영어를 못하는 진짜 이유〉에 영어전문가로 출연했고 동명의 강의를 KBS 본관에서 진행했다. EBS 다큐프라임 〈한국인과 영어〉 자문위원, 케이블 TV 스토리온 〈엄마, 영어에 미치다〉 영어교육 멘토로 활약했다. 저서로는 《EBS 대표 영문법》 《영어책 읽는 두뇌》 《뇌과학으로 알아보는 혁신적 영어 학습법》이 있다. 현재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국가영어능력시험(NEAT)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이 개발하고 있는 온라인 중등 영문법 교재 편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아이의 영어두뇌

<박순> 저13,320원(10% + 5%)

영어 잘하는 두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아이가 영어를 어려워하는 진짜 이유는 ‘두뇌’ 때문이다. 부모들이 아이가 어려서부터 ‘영어 잘하는 두뇌’로 만들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어두뇌’는 영어를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두뇌를 말하며 영어학습의 핵심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우리 아이들은 비록 영어두뇌를..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끝나지 않는 오월을 향한 간절한 노래

[2024 노벨문학상 수상]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 간의 광주, 그리고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가의 철저한 노력으로 담아낸 역작. 열다섯 살 소년 동호의 죽음을 중심으로 그 당시 고통받았지만, 역사에서 기록되지 않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꺼내 보이면서 그 시대를 증언한다.

고통 속에서도 타오르는, 어떤 사랑에 대하여

[2024 노벨문학상 수상] 2023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작이자 가장 최근작. 말해지지 않는 지난 시간들이 수십 년을 건너 한 외딴집에서 되살아난다. 깊은 어둠 속에서도 “지극한 사랑”이 불꽃처럼 뜨겁게 피어오른다. 작가의 바람처럼 이 작품은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다.

전세계가 주목한 한강의 대표작

[2024 노벨문학상 수상] 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장편소설이자 한강 소설가의 대표작. 보이지 않는 영혼의 고통을 식물적 상상력으로 표현해낸 섬세한 문장과 파격적인 내용이 큰 울림을 만들어낸다. 폭력의 악순환을 끊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나무가 되고자 한 여성의 이야기.

더럽혀지지 않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

[2024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소설가의 아름답고 고요한 문체가 돋보이는, 한 편의 시와 같은 작품.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고, 그 사이를 넘나드는 소설이다. ‘흰’이라는 한 글자에서 시작한 소설은 모든 애도의 시간을 문장들로 표현해냈다. 한강만이 표현할 수 있는 깊은 사유가 돋보인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