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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는 춥지 않을 거예요
이글루 안에 난로를 들여놓는 『추위를 싫어한 펭귄』
지금은 따뜻한 나라로 가는 중이라고. 지옥의 밑바닥이 아니라, 포근한 나라를 찾아 가는 과정이라고. 그리고 그 나라로 가면, “이제 다시는 춥지 않을 거여요”라고. 아마 동화와 인생이 다르니까, 나는 따뜻한 나라로 가려면 아주 오래 걸릴 것이다. 그러나 그 주문은 겨우 일어나서 따뜻한 나라로 갈 힘을 선사해 주었다. 이제 다시는 춥지 않을 거여요, 이제 다시는 춥지 않을 거여요.
지난 일주일 간 지옥에서 살다 온 기분이었다. 아니, 살다 온 것도 아니고 그냥 지옥에 내버려져서 그냥 살아 있는 기분이었다. 오래 끈 고통이라 더 그랬다. 작년 4월에 설마 내 인생이 좀 꼬이는 루트를 타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하고 생각할 만한 사건이 생겼고, 그 뒤처리를 하느라 회사도 다닐 수 없어 그만두고 2013년을 통째로 날렸다. 이제 그 일이 마무리 될 참인데, 마무리가 되면 시원섭섭할 줄만 알았다. 그런데 막상 마무리해보니 각종 원한과 분노, 슬픔과 울화가 뒤섞여 지옥의 칵테일이 되었고 나는 그 잔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신 셈이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기다리고 있는 게 새 인생이 아니라 회한과 증오라서, 잠도 별로 없는데 계속 일어날 힘이 없어 침대에만 누워 있다가 갑자기 토하기도 하고 어두우면 각종 헛것이 보였다. 오늘부터 겨우 일어나서 바깥 활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이 예스24. 내가 이곳에서 책 이야기를 하는 것이나, 읽어 주시는 분들의 댓글에 꽤 자주 마음이 따뜻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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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오래된 캐치프레이즈를 증명이라도 하듯 '88만 원 세대'이자 비주류인 자신의 계급과 사회구조적 모순과의 관계를 '특유의 삐딱한 건강함'으로 맛깔스럽게 풀어냈다 평가받으며 이십 대에서 칠십 대까지 폭넓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에세이스트. 『네 멋대로 해라』, 『뜨겁게 안녕』,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그래도 언니는 간다』, 『불량 소녀 백서』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