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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책 읽기도 피곤한데 독서모임이라니

기획특집 [서재를 탐하다] ‘아토’, ‘발목 잡힌 청춘들’이 독서모임을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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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는 월 1회 모여서 1권, 혹은 2권을 정해서 3시간 정도 책에 관해 이야기한다. 책 선정은 구성원이 돌아가면서 맡는다. ‘발목 잡힌 청춘들’의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스24와 KT&G가 같이 진행한 대학생 인문독서 토론 1기에서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 만든 게 '발목 잡힌 청춘들'이다.

침대에서 책 보기도 힘든 피로사회

 

대한민국은 피로사회다. 초중고 학생은 치열한 입시 경쟁에 시달리고, 대학생은 구직 경쟁으로 내몰린다. 어렵사리 사회로 첫발을 내딛어도, 일에 치여 살아야 한다.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2년 기준 2,092시간으로 OECD 3위에 빛난다. 2010년 1위에서 2단계 내려간 수치지만, 여전히 한국인이 일을 많이 한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책 읽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독서 모임이라니? 독서 모임은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감상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거나 토론하는 장이 아닌가. 개인적인 활동으로 그쳐도 될 책 읽기가 독서 모임으로 이어지면 거기에 들어가는 수고는 배는 늘어난다.

 

혼자 가는 여행과 여럿이 가는 여행을 생각해 보자.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여행을 가면 싸운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에서만 진행하는 독서 모임은 덜하겠지만, 오프라인에서도 교류하는 독서 모임은 회원 일정을 조율해야 하고, 책을 선정해야 하고, 장소도 섭외해야 한다. 안 그래도 피곤한 세상, 독서 모임으로 더 피곤해진다. 한국사회는 침대에서도 책 읽기도 피곤한 사회다. 그럼에도 독서모임에 참가하는 사람이 있으니, 묻고 싶어졌다. 혼자 읽어도 될 책, 왜 함께 읽어야 하나요?

 

‘아토’, 부담 없고 즐거운 독서 모임

 

‘아토’는 작년 3월부터 시작한 독서모임이다. 초기 멤버는 3명. 2013년 채널예스의 독서 진흥 프로그램이었던 ‘채사모’에서 활동한 게 인연이 되어 만난 사람들. 지금은 규모가 커져 총 7명이 ‘아토’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카페가 많은 홍대, 합정, 종로 일대에서 독서 모임을 하고 함께 밥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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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

 

“아토는 '선물'의 순우리말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귀한 선물이 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지었다. 짓고 나서, 다른 의미가 더해졌다. 예를 들면, 아(아름다운 사람들이) 토(토요일마다 만나고 있죠). 아(아름다운) 토(토론 문화를 만들고 있죠). 아(아주 귀한) 토(토론 모임) 등이다.”


‘아토’는 월 1회 모여서 1권, 혹은 2권을 정해서 3시간 정도 책에 관해 이야기한다. 책 선정은 구성원이 돌아가면서 맡는다. ‘아토’는 자유를 지향하며, 모임에서 유일한 규칙이 ‘누구든지 기탄없이 의견을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규칙을 따로 정하지 않은 이유는, 독서 모임이 부담 없고 즐거워야 오래 유지될 것 같아서다.


‘발목 잡힌 청춘들’, 독서 모임의 매력에 빠지면 못 헤어날 걸


‘발목 잡힌 청춘들’도 즐거운 독서 모임을 지향하나 방법은 다소 다르다. 이들은 매달 진행자를 두 사람 정하고 진행자로 선정된 두 사람은 다음에 읽을 후보군을 3권 추려 온다. 투표로 3권의 책 중에서 무슨 책을 읽을지 결정한다. 책이 정해지면 두 명의 진행자가 사전 토의를 거쳐 질문을 뽑는다. 모임 전,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서 실제 토론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하려는 의도이다. 이렇게 뽑은 질문은 모임 2~3일 전에 공개하고 모임 날에는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다. 모임이 끝나면 ‘발목 잡힌 청춘들’ 밴드에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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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잡힌 청춘들


‘발목 잡힌 청춘들’의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스24와 KT&G가 같이 진행한 대학생 인문독서 토론 1기에서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 만든 게 '발목 잡힌 청춘들'이다. 모임 이름에 관해서는 초기에 여러 의견이 있었으나, 투표로 결정했다. 한 번 모임에 들어오면, 독서 모임의 재미에 빠지면 발목이 잡혀 빠져나갈 수 없다는 의미를 담았다.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열리는 ‘아토’이든, 정해진 규칙대로 토론을 진행하는 ‘발목 잡힌 청춘들’이든 모임을 이어가는 데 많은 공력이 들 것 같다. 최소한 책을 읽어야 하고, 약속된 장소에 나가야 하며, 발언도 해야 하니 말이다. 꽤 힘들 텐데 그들에게 왜 독서 모임을 하느냐고 물어봤다.


우리가 왜 독서 모임을 하느냐 하면


“책 읽기는 내게 ‘즐거운 놀이’ 중 한 가지다. 가장 저렴하게 가장 멀리까지 여행할 수 있고, 저자들이 공들여 쓴 글을 날름 받아먹을 수 있다. 약삭빠르지만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책을 읽는다고 내 삶이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지만 풍요로워진다고 믿는다. 책을 읽는다고 똑똑한 사람이 될 수는 없지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학교 졸업 후에 만나는 사람들은 매우 한정적이었다. 책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고 자극받고 싶었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서 변하고, 성장한다고 생각하기에 독서 모임에 참여한다. 책을 열심히 읽고, 독서 모임에 참여하면 정말 재미있다. 같은 책을 읽어도 다르게 바라볼 수 있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 ‘아토’의 김미리 씨


“언젠가 '발목 잡힌 청춘들'에 참여하는 이유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다. 술을 진탕 마신 후라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유는 다들 달랐던 걸로 기억한다. 잘 모르겠다. 처음엔 책을 좀 넓게 읽고 싶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고 싶다는 건 아니었다. 그건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기본적으로 한 사람은 한 권의 책을 하나의 방식으로만 읽을 수 있다. 어떤 책이 있다. 나는 그 책을 A라고 해석했다. 다른 사람은 그 책을 B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독서 토론은 서로 다른 해석을 나눠보면서 한 책을 하나의 방식이 아니라 여러 방식으로 읽을 수 있는 경험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더욱 넓게 읽게 해준다.

이렇게 거창하게 말하면 좋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아마 전문적인, 이를테면 대학원 같은 곳을 가면 더 심도 높은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해석도 우리가 나누는 것보다 더 다양하고. 그러니 책을 넓게 읽겠다는 이유는 거짓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벌써 햇수로 2년이 흘렀다. 결국 정이다. 처음에는 책 읽기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매달 이 친구들을 안 보면 조금 섭섭하다.” - ‘발목 잡힌 청춘들’의 정준민 씨


2013년 인상적이었던 책


월 1회라고 하니, 이들 모임에서 다룬 책이 최소 12권이었을 테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궁금해졌다.


“발목 잡힌 청춘들에서 다룬 책 중에서는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그럼 서울이 도시가 아니면 뭐야? 지상 낙원인가?'라고 생각했는데, 책 내용은 그런 게 아니더라. 저자는 도시 예찬자로 도시 생활에는 시골 생활과는 다른 방식의 장점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도시 생활의 장점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이 책은 서울이 가지고 있는 도시로써의 부족한 점을 짚어가며, 서울이 도시가 아직은 아닌 이유에 대해서 밝힌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주변이 달리 보이게 되더라고요. 흔해 빠진 마을버스나 지하철 방음벽이 예전과는 다르게 보이는 아주 신선한 경험을 했기에 이 책을 꼽고 싶다.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는 책이 인상적이었다면 토론이 흥미로웠던 건 『인내의 돌』이었다. 해석 자체가 좀 어려운 책이기도 했는데 성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룬 책이다. 그렇다고 야한 소설은 아니고 페미니즘 소설에 가까운데, 성적인 이슈를 다뤄서 그런지 토론이 기억에 남는다.” - ‘발목잡힌 청춘들’의 정준민 씨


“박천음 군이 추천한 파울로 코엘료의 『알레프』를 읽고 나서 다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시간 관계상 적절히 끊어서 이야기했는데,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다. 파울로 코엘료다운 소설이었다. 모두의 책에 밑줄이 많이 그어져 있었다. 최경호라는 친구가 소설 『알레프』에 관해 ‘브라질판 은교 같다.’라고 이야기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 ‘아토’의 김미리 씨


독서 모임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이 되는, 그래서 빠져나가고 싶어도 발목을 뺄 수 없는 매력이 있나 보다. 2014년에도 ‘아토’와 ‘발목 잡힌 청춘들’은 다양한 책으로 여러 사람과 행복한 독서 경험을 나눌 예정이다. 혼자 책 읽는 게 버겁다면, 독서 모임에 참가해서 책을 읽어나가는 건 어떨지. 그게 여의치 않다면 주도적으로 독서 모임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 아토와 발목 잡힌 청춘들이 추천하는 책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

이경훈 저 | 푸른숲

뉴요커들이 잘빠진 정장에 운동화를 신고 구두를 들고 다니는 이유, 파리지앵들이 매연 속에서 에스프레소를 들이켜며 신문을 보는 여유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와 자동차로 위시되는 서울의 삶이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는 서울이 왜 뉴욕, 파리처럼 동경하는 도시가 되지 못하는지를 마을버스, 방음벽, 남향 아파트, 방, 걷기 힘든 거리, 루체비스타, 새집증후군, 모델하우스 등 그간 당연시해온 주변의 여덟 가지 일상 풍경 속에서 찾아낸다. 이 풍경들이 왜 유독 서울에만 있게 됐는지 배후를 살피고 어떻게 하면 도시 서울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지 그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알레프

파울로 코엘료 저/오진영 역 | 문학동네

『알레프』는 작가의 길에 들어선 지 20여 년이 훌쩍 넘은 파울로 코엘료의 세계를 아우르는 동시에, 자신의 근본으로 회귀함으로써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작품이다.‘알레프’란 히브리어와 아랍어, 아람어의 첫 글자이자, 수학에서는 ‘모든 수를 포함하는 수’를 나타내는 말이다. 아르헨티나의 대문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알레프」라는 단편을 남겼는데,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알레프는 지름 2,3센티미터쯤 되는 작은 구슬로, 그 안에는 불가해한 우주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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