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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우 “하루키, 조정래, 정유정 작품의 공통점은 풍성한 이야기”

장르 소설을 고집하는 이유 최근 관심사는 오로지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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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독자라면 전건우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맞다, ‘전건우의 예능과 인생’이라는 칼럼을 쓰는 바로 그 사람이다. 채널예스 필자이기 이전에 독자였던 그는 이미 단편으로 책을 발표한 소설가다. 집에서는 아빠이자 남편이기도 하다.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까지는 직장인이었지만 이제는 전업 작가가 된, 백수 겸 작가요, 남편 겸 아빠인 사람입니다. 주로 호러, 추리, 스릴러 쪽의 장르 문학을 쓰고 있습니다.


최근 관심사가 무엇인지요.


육아! 어떻게 하면 아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 늘 고민해요. 관련 책도 많이 보고. 그 다음은 영화, 시나리오 쓰는 일에 도전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잡지를 한 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돈이 없으니까 당장은 힘들고 나중에 마음 맞는 동료 작가들과 함께 재미있는 소설과 기사가 뒤섞인 잡지를 만들고 싶어요. ‘선데이 서울’의 고급 버전이라고나 할까요? 장르 소설도 집어넣고, 순문학도 넣고, 괴담 같은 것들도 취재해서 넣고, 진지한 기사나 칼럼 같은 것들도 넣어서 짬뽕 내지는 잡탕 같은 잡지를 한 번 만들어 보는 게 목표예요.

 

기자 생활을 하다, 전업 작가가 되었습니다. 계기가 있었나요?

 

6년 정도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또 출장도 많이 다녔죠. 사람을 만나서 인터뷰하는 일은 무척 즐거웠어요. 누군가의 인생을 엿볼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글 쓸 시간이 없어지더라고요. 특히나 아들이 태어나고 나서는 회사원에다 남편 역할, 아빠 역할까지 더해지니 작가로서의 삶을 살기가 힘들어졌죠. 그게 꽤 스트레스였던가 봐요. 제게 글을 쓴다는 건 이를테면 본능이거든요. 본능을 억누르다보니 자꾸 아프더라고요. 시름시름 앓던 중에 결단을 내렸죠.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도전을 해 보자! 그래서 맨땅에 헤딩한다는 심정으로 사직서를 내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하지만 제게는 큰 타이틀인 ‘전업 작가’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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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우 


하루 일과를 알려 주세요.


몇 시에 잠들었건 일단 아침 8시 전에는 일어납니다. 그때가 아들 유치원 갈 시간이거든요. 제 삶의 중심은 항상 가족이에요. 모든 스케줄이 가족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죠. 아들의 유치원 등교를 돕는 건 엄마만의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세수도 도와주고 직접 유치원 버스에도 태워주죠. 그 후에는 아내와 홍대로 데이트를 나갈 때도 있고 마감이 급할 때는 글을 쓰기도 해요. 그렇게 아들이 유치원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저만의 시간을 보내요. 아들이 오면 또 아들과 놀죠. 파워레인저 놀이도 하고 책도 읽어주고. 저녁 먹기 전까지 또 글을 씁니다. 보통 하루에 7시간 이상은 쓰는 것 같아요. 규칙적으로 정해진 분량만큼 쓰면 제일 좋지만 그게 안 될 때도 있잖아요? 그래도 저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편이에요. 그냥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으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꽉 막혔던 전개가 풀리기도 하더라고요. 저녁을 먹은 후에는 온전히 아들과 보내는 시간입니다. 제가 아들을 재우거든요. 이건 일종의 의식 같은 거예요, 아들과 저의. 아들을 씻기고 같이 침대에 누워서 이야기도 해 주고 등도 긁어주고 발도 주물러 주죠. 하루 중 제일 행복한 시간이에요. 아들이 잠들면 다시 글을 쓰거나 아내와 영화를 보거나 해요.


발표한 작품은 어떤 내용이었나요.


호러 소설로 데뷔했어요. ‘황금가지’에서 나온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3-나의 식인 룸메이트』에 ‘선잠’이라는 단편을 실으면서 작가가 된 거죠. 그 후 이어지는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에도 작품을 싣고 같은 출판사의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시리즈에도 작품을 올리게 되었어요. 가장 최근에 발표한 작품이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4』에 수록된 ‘은둔자(들)’이라는 스릴러 소설입니다. 내용은 아주 간단해요. 거물 정치인을 암살한 초보 킬러가 철거를 앞둔 텅 빈 아파트에 숨어 지내게 됩니다. 조직에서 도피 자금을 마련해 줄 때까지 말이죠. 그런데 아무도 없는 줄로만 알았던 그 아파트에 자신 말고도 누군가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사건이 벌어집니다. 어쩔 수 없이 고립의 길을 걷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고 그걸 또 하드보일드 풍으로 풀어내고 싶어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은둔자(들)’입니다.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을 살짝 공개해 주실 수 있나요.


여러 개를 쓰고 있는데요, 그래도 제일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건 ‘유령들’이라는 제목의 장편 소설입니다. ‘유령들’은 같은 제목으로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 단편을 발표하기도 했어요. 고시원에 모여 사는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그렸던 단편인데 이걸 장편으로 발전시켜 보자 해서 시작한 게 장편 ‘유령들’입니다. 지어진 지 20년이 넘은 낡은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의 각양각색 이야기가 각기 다른 장르로 전개됩니다. 예를 들면, 한 여자가 사라진 옆방 남자를 찾는 이야기는 추리로, 외국인 노동자가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되는 에피소드는 SF로 풀어나가는 식이죠. 모든 이야기들은 서로 관련이 있고 마지막에는 하나로 합쳐지는 구조인데요,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창작관이 궁금합니다.


단편 소설부터 꾸준히 한 가지에 천착하고 있어요. 바로 이 사회의 소외계층, 이른바 ‘루저’로 불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는 건데요. 장르 소설이야 말로 한 사회의 밑바닥을 낱낱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라고 생각해요. 질척질척한 밑바닥 풍경을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는 게 바로 장르 소설이거든요. 그리고 또 세상의 중심에서 빗겨난 사람들에게 이야기로나마 희망을 부여하는 게 작가의 의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거창하게 창작관이라고 말하면 좀 쑥스럽기도 한데 아무튼 그래요. 루저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꼼지락대며 움직이는 모습을, 사랑하고 또 죽어가는 모습을, 희망이라는 양념을 조금 추가해서 보여주는 것이 저 나름의 창작관이에요. 사실 세상의 관점에서 보자면 저도 루저거든요. 중산층에도 못 끼는 백수 작가이니까요.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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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우


2013년을 그 어느 해보다 소설 쪽에서는 풍성했다고 평가하는데요. 하루키, 조정래, 정유정 등 국내외 굵직한 작가의 작품이 나왔고요. 2013년을 어떻게 보나요.


책을 읽는 건 아주 고리타분한 일이 되어 버렸어요. 그나마 채널예스의 독자는 독서에 관심이 많겠지만 주위를 조금만 둘러봐도 책 읽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참 힘들어요. 예전에는 그래도 지하철에서 곧잘 마주치기도 했는데 요즘은 다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잖아요. 그 중에서도 특히 소설은 더 소외받는 것 같아요. 요즘은 아무래도 자기계발서의 시대이니까요. 이런 시기에 재미있고 좋은 작품이 꼬리를 물고 등장한다는 건 무척 반가운 일이에요. 저는 세 작품을 모두 읽어봤고 하나 같이 다 만족했거든요. 이 세 작품의 특징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야기’가 풍성하다는 거예요. 하루키 같은 경우는 전작보다는 약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뚜렷한 스토리 라인이 있죠. 조정래 선생님은 거대한 서사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이야기의 달인이고, 현재 문단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인 정유정 작가도, 뭐 말할 것도 없죠. 제가 알기로 세 작품 다 꽤 잘 팔렸다고 하더라고요. 


2013년, 이 시점에 이야기를 주무기로 하는 장편 소설이 연달아 나왔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꽤 크다가 생각해요. 이제 독자들은 재미있는 것에 기꺼이 투자를 하거든요.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는 그 다음인 것 같아요. 게임, 영화, 텔레비전, 스마트폰 등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재밋거리가 무궁무진한 세상에서 이러한 변화는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봐요. 요즘 독자들은 우선 재미있는지 어떤지를 판단한 후 그 속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으니까요. 저는 소설이 더 선명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휘발성의 재미가 아닌, 유의미한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건 소설이 유일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세 작가의 작품은 독자의 욕구를 아주 잘 충족시킨 것 같고 아마 앞으로도 이런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가진 작품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봅니다. 


채널예스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예스24의 오랜 고객이었어요. 나름 골드멤버이기도 하고요. 요즘은 좀 덜한데 예전에는 매일 한 번씩 예스24에 접속해서 사고 싶은 책 장바구니에 담는 게 취미였어요. 그러다 보면 몇 백만 원씩 담기기도 하는데, 언젠가 대박이 나면 저 책들을 다 사리라는 꿈을 꾸고 있죠. 그렇게 예스24에 자주 들락거리다 보니 자연스레 채널예스도 알게 되었어요. 어라? 이건 뭐지? 하고 몇몇 기사를 읽어봤는데 꽤 깊이가 있더라고요.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의 기사가 나오는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 인터뷰 기사가 많이 나오는 것도 좋았어요. 채널예스는 현재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어떤 인터넷 서점보다도 한 발 앞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사의 질이나 콘텐츠의 양에 있어서도.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저처럼 채널예스를 아예 즐겨찾기로 해 놓고 매일 방문하는 독자의 수가 더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추천할 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장르 작가니까, 그쪽으로 소개를 해야 되겠죠? 제가 올해 읽었던 책들 중 현재까지 가장 재미있었던 건 스티븐 킹의 『11/22/63』이에요. 원래부터 스티븐 킹 옹의 광팬이긴 했지만 사실 최근 작품들은 살짝 힘이 떨어진 것 같다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웬걸, 최근작인 이 작품은 정말 숨 쉴 틈 없이 재미있어요. 읽다 보면 머리가 쭈뼛 서고 염통이 쫄깃해진다니까요. 진짜 최곱니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감동의 눈물까지! 장르 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지점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건 진짜 따끈따끈한 신작인데요, 정명섭 작가와 최혁곤 작가가 공동으로 집필한 『조선의 명탐정들』이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두 작가 모두 추리와 스릴러 쪽에서 활약하고 있는 소설가들인데요, 그 특기를 살려서 이런 재미있는 책을 출간했더라고요. 내용은 조선시대에 벌어진 여러 사건들을 해결한 실존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는 거예요. 세종대왕, 연산문, 정조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왕들도 나오고 역사 속 숨겨진 이야기도 등장하면서 소설 못지않게 흥미로운 전개가 펼쳐지죠. 올해가 가기 전에 이 두 권의 책을 읽어보신다면 아마 꽤 재미있는 시간들을 보내실 수 있을 거예요.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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