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 “독설이 정말 사람을 변화시킬까요?”
『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 펴낸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말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상대입니다
언제나 관계가 숙제다. “행복은 소유의 양이 아니라 관계 맺음의 질에 있다”라는 말도 있다. 관계가 행복하면 큰 일이 터져도 이겨낼 여지가 있다. 『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의 저자 서천석의 글을 읽노라면 그 여지가 좀 더 생겨나는 듯하다.
트위터를 즐겨 하지 않지만 종종 훔쳐보는 파워 트위터리안이 있다. 여타 유명 작가나 종교인, 심리학 박사들의 글과는 달리, 미사여구 하나 없지만 조용히 읽게 되는 140자. 서천석의 트위터(//twitter.com/suhcs)는 고요하지만, 사람들의 보편적인 심리를 건드린다. 토닥토닥 조심스럽지도 껄렁하지도 않은 서천석의 글. 노련한 상담가라는 인상보다는 쉽지 않은 재주를 가졌다는 느낌이다. 지루하고 팍팍한 일상을 보내다, 통찰력이 가득한 140자를 마주하면 그래도 마음을 추스를 힘이 생긴다. 어린이 그림책 『자라는 몸』 『싸우는 몸』 『느끼는 몸』 을 펴내고, 최근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로 육아 멘토로 떠오른 서천석 저자. 이번에는 성인들을 위한 『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 을 펴냈다.
서천석은 MBC 라디오 <여성시대 양희은, 강석우입니다>에서 수요일 코너 ‘우리 아이 문제 없어요’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는 MBC 표준FM <서천석의 마음연구소>을 진행하기도 했다. 트위터로 유명세를 탔던 터라 청취율도 좋았지만, 만 1년을 채우지 않고 라디오부스를 떠났다. 이유를 물으니 “매일 칼럼을 하나씩 쓴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애초에 1년만 해보자고 시작했는데, 개편이 앞당겨지면서 일찍 그만두게 되었어요. 낮에는 진료를 봐야 하고 저녁에는 꼬박 글을 써야 하니 힘들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일도 못하고요.” 그래도 인기를 체감하지 않았냐고 물으니, “내가 좋은 걸 해야죠.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주는 반응들을 저는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에요”라고 한다. 반응은 언제나 바뀌기 마련,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타인의 시선, 반응을 괘념치 않는 것. 쉽지만은 않은 일이지만 행복을 쫓는 출발점이다.
상대의 단점을 가볍게 넘기는 능력이 필요해요
두 번째로 뵙네요. 올 봄에 육아 관련 도서를 쓰셨는데 이번에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네요. 저자님의 트위터를 팔로우하는 독자들에게 반가운 책일 것 같아요.
트위터를 처음 시작할 때는 어른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쓰진 않았어요. 부모와 아이의 관계,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여러 가지 감정, 생각들에 대한 글을 주로 썼어요. 그런데 팔로우를 하시는 분들 중에 반은 아이를 키우지 않는 분들이세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인들이 겪는 일에 대해 쓰게 됐어요.
채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토닥토닥 위로하는 것도 아닌 글들이 인상적이었어요. 자꾸만 리트윗을 하고 싶게 만들던데요.
학창시절에 백일장도 나가고, 글 쓰고 책 읽는 시간을 좋아했어요. 그래도 내가 문학에 소질이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아주 잘 쓰는 것 같진 않아요(웃음). 다만, 말이나 글을 쓸 때 다른 사람들이 알아듣기 좋게 말하고 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기 생각을 최대한 정리하고 속으로 끌어내서 말하는 게 좋죠. 제 글을 보면 대부분 어려운 말이 없어요. 즉각적,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말을 쓰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문학적으로 매력 있는 글은 아닌 거 같아요(웃음). 차라리, 드라마나 동화가 더 맞지 않나 싶어요.
아동들을 위한 그림책도 여러 권 쓰셨잖아요.
그림책을 좋아해요. 그림책에 대한 칼럼도 썼고요. 내가 시나 소설을 쓰기에는 캐릭터가 약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해요(웃음).
트위터 이야기를 자꾸 하게 되는데요. 혹시 열독하게 되는 트위터리안이 있나요?
딱 이 사람을 눈 여겨 보고 그러진 않는 것 같고, 가끔 어떤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트위터에 들어가 30, 40분 계속해서 볼 때가 있어요. 트위터는 기본적으로 노출되어 있잖아요. 어떤 사람은 정제된 글을 올리기도 하고 혼잣말을 쓰는 사람도 있고 한데, 팔로워가 한 명도 없는 계정을 찾아서 보면 재밌어요.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한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면서 사는지, 자기가 닥친 상황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어요. 한 사람의 한 두 달치 트윗을 한꺼번에 쭉 보기도 하고. 유명인들의 글보다 한 사람의 글을 긴 호흡으로 보는 게 흥미로워요.
페이스북은 안 하시나요? 요즘은 페이스북으로 많이 이동하는 추세인데요.
페이스북을 보고 있으면, 꾸미고 화장한 것 같은 얼굴이 보여요. 트위터는 생얼을 노출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게 좀 더 재밌어요.
최근에 제가 리트윗한 저자님의 글이 있어요. “꼭 필요한 노후 대비 중 하나가 지금 내가 맺고 있는 관계, 새로운 관계 맺기에 대한 열려 있는 마음,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이 아닐까 해요. 관계는 맺는 능력과 유지하는 능력이 다른데 유지하는 능력의 핵심은 상대의 단점을 가볍게 넘기는 능력입니다.” 매우 동감했는데 정말 쉽지 않은 문제예요.
타고나길 관계를 잘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정신과도 인간 관찰연구에서 시작되는데, 어떤 사람들이 관계를 지속적으로 잘 유지하는지를 보면, 다른 사람의 단점을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에요. 관찰 연구를 통한 결과에 의하면, 노력하고 훈련하면 바꿀 수 있어요. 나도 단점이 있고 저 사람도 있다는 걸 인정할 수 있어요. 물론 단점이 더 크게 보이는 사람들이 있죠. 안 되는 걸 가지고, 버티라는 건 아니에요. 어느 정도 단점이 없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그런 걸 이해하고 넘어가는 게 중요해요. 아이를 키우면서 소리에 예민한 부모들이 많아요. 아이는 그냥 혼잣말을 하면서 놀고 있는 건데, 부모는 징징댄다고 생각해요. 왜 얘는 나를 이렇게 괴롭히냐고 하죠. 아이한테 개입을 해서 못하게 해야 하니, 힘든 상황이 되는 거예요. 이런 문제에 둔감해질수록 행복은 더 가까워져요. 처음 사랑에 빠질 때는 장점에 빠져들잖아요. 나쁜 건 보이지도 않고. 그런데 관계를 지속하다 보면 좋은 건 안 보이고 자꾸만 나쁜 점을 지적하고 바꿔주려고 해요. 그러면 힘들어져요. 나도 내 말을 안 듣는데 남이 어떻게 내 말을 듣겠어요.
말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상대
강연 요청을 많이 받으실 텐데, 강연이랑 상담은 많이 다를 것 같아요. 불특정 다수에게 하는 이야기이니까 더 조심스러울 수도 있고요. 강연 요청은 대부분 수락하시는 편인가요?
병원 일이 주 업무니까 강연은 한 달에 서너 개 정도 해요. 거의 선착순에 의해 결정이 되곤 하지만, 참신한 곳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가는 경우가 있어요. 몇 달 전에 어떤 아파트주민회에서 요청을 해서 갔는데, 동네 분위기더라고요(웃음). 병원에서 상담을 할 때도 아이 문제로 왔지만 부모와 상담하는 경우가 많아요. 소아정신과도 성인정신과를 전공한 사람이 하게 되어 있고요. 성인을 모르면 소아를 대하기가 쉽지 않아요. 강연과 상담의 차이는 특별히 의식해본 적은 없는데, 개별 상담에 있어서는 내가 주도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담을 할 때는 더 많이 생각하고, 어쩌다 한 번 말하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해결이 된다는 말도 많이 해요. 진심으로 경청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요.
부모들한테도 항상 이야기하는데, 말의 주인은 자기가 아니라 상대라는 거예요. 나를 위해서 말을 하는 거라면, 말을 안 해도 되거든요. 혼자 생각하고 혼잣말을 하면 되죠. 사람들이 말을 하는 이유에 있어서는 상대를 변화시키기 위한 의도가 있어요. 상담에서도 중요한 문제예요. 그 사람이 어떻게 알아들을까, 그 사람에게 필요한 말이 뭘까. 이런 걸 고민해야 해요.
가끔 이런 고민도 하게 돼요. 상대가 위로를 해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는데, 어떤 위로를 원하는지 알지만 그 상대가 원하는 위로를 하기 싫을 때가 있어요. 상대는 토닥토닥 해주길 원하는데, 내 입장에서는 생산적인 조언을 하고 싶은 거죠. 이럴 때,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게 맞는 거죠?
그럼요. 상대에 맞춰야 해요. 사람이라는 존재는 정말 말을 안 들어요. 성경에도 “들을 귀가 있는 자는 들을 지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들을 귀가 있는 사람만 알아들을 수 있는데, 이건 없다가도 생기고 생겼다가도 사라져요. 어쩌다 가끔 그 변화의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 변화가 있기까지의 준비 기간이 정말 길어요. 내가 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 그 말이 들려오면 변하게 되어 있어요. ‘겨우 이런 말로 변화가 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은 그 순간 귀가 열린 거예요. 정신과의사가 상담할 때도 똑같아요. 상대의 귀가 열리고 있냐에 주목해요. 내가 멋있게 말을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상대가 들을 준비가 안 됐는데 말을 하면, 핑계를 대고 다른 이유를 대요. 그럴 땐 기다려야 해요. 결국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시간을 버텨주죠.
관계에 있어서도 그런 것 같아요.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게 가장 어렵기도 하고요. 이게 ‘그냥’이 아니니까요.
산다는 건 힘겨운 시간을 같이 버티면서 그 시간을 즐기는 거예요.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위로도 하고 뒹굴고 버티는 거예요. 진짜 소중한 건, 한 마디 멋있는 말이 아니라 옆에서 버텨주는 일이에요. 내 옆을 버텨주는 사람을 놓치면 인생에 남는 게 없어요.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버티면서 즐기면서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변화가 찾아와요. 위로도 마찬가지예요. 상대가 원하지만, 내가 위로할 마음이 생기지 않으면 안 하면 돼요. 이렇게 징징거리는 거 지겹고 짜증나면 위로를 하지 말아요. 그런데 미안한 마음이 드니까 위로를 하고, 또 그 사람이 내 생각대로 변하지 않으면 짜증을 내요. 결국 내 짜증, 내 감정을 표현하게 되는 거죠.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위로도 하지 않는 게 나아요.
반대로, 누군가가 나를 자극시키고 꾸짖어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도 있어요. 내 주변 사람들로부터가 아닌 유명인의 강의를 들을 때, 더 센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어요.
최근에 거리에서 어떤 유명한 분의 강연을 우연히 들었어요. 추종자가 생길 만큼 인기를 얻고 있는 분인데, 저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교주도 아닌데 어떤 분들은 눈물까지 흘리면서 좋아하더라고요. 그냥 일문일답 형식으로 질문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강하게 몰아치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놀랐어요. 청중들의 사연은 훨씬 복잡하고 각각 사정이 다른데, ‘나는 깨달았는데 너는 왜 못 깨달았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니까요. 상담자가 가져야 할 자세는 당신은 잠깐 운이 없어서 이런 일을 겪고 있는 거고, 나는 운이 좋다는 태도거든요. 그게 진실이고요. 목사님 설교 중에도 여러 패턴이 있어요. 교인을 죄인으로 몰고 가는 설교가 있고, 주체로 서라는 설교도 있고요. 개인이 주체로 서는 걸 존중해야 해요. 그런 능력이 있어서 존중하는 게 아니라, 그런 사람이 되라도 존중하는 거거든요. 우리가 아직은 멀었구나,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변화는 결국 내 스스로가 할 수 있는 문제겠죠.
누군가가 나를 강하게 찌르면 움찔하지만, 나를 변화시키는 건 나를 좋아하고 나를 쌓아가는 일에 있어요. 독설이 정말 사람을 변화시킬까요? 채찍질은 한계가 있어요. 말을 달리게 하려면 채찍질을 해야 하는데, 인생은 장거리 경주이기 때문에 계속 채찍질을 하면 말은 쓰러지고 상처를 받아요. 사람들은 즉각적인 변화가 좋을 줄 알고 채찍질을 기대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대부분 잠깐 정신을 차렸다가 또 원래 모습을 찾아가죠. 어릴 때부터 이런 훈육에 익숙해지면, 자기를 사랑해서 변하는 것보다 야단 맞아서 변하는 습관을 갖게 돼요. 이게 우리 시대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야단을 맞아야만 변하고 또 이것에 익숙해지고. 결국 진짜 변화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죠. 자기를 사랑해서 변할 때 비로소 몸에 남을 수 있어요. 야단 맞아서 변한 사람들은 계속해서 변화의 동력을 밖으로부터 받아야만 해요. 남에게 의존하면, 계속해서 채찍질을 당하는 것에 기대하는 상황을 가져 와요. 내 삶이 후지다고 느껴지더라도 내 삶의 주체는 자신이어야 해요. 독설가들도 상대를 주체라고 인정을 하면, 그렇게까지 강하게 말하긴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트레스를 푸는 것보다 덜 받는 것이 중요해요
관계 맺기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많아요. 서로의 애정과 관심의 양이 같지 않을 때, 충돌하기도 하고요. 상대가 원한다고 생각하고 호의를 베풀었는데, 상대가 거절하면 상처를 받는 경우도 많아요.
자식 부모의 관계도 마찬가지에요. 부모는 잘해주려고 한 건데 자식이 안 따라주면 화를 내요. 그런데 잘해준다는 건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지, 내가 원하는 걸 하는 게 아니에요. 내가 생각할 때 좋은 방향이 상대에겐 다를 수 있어요. 이 사람을 어떻게 바꿔놓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예요. 지나친 개입이죠. 호의도 마찬가지고요. 내가 잘해주려고 한 건데, 상대가 거절한다고 생각하니까 그 사람을 미워해요. 미움과 호의가 이렇게 같이 맞물려 가는 경우가 많아요. 내 호의가 괜찮으면 받아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거절할 수도 있는 거예요. 이런 거에 너무 매여서 살면 나만 상처 받아요.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오늘도 스트레스 받는다’에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야 좋나요?
푸는 방법을 찾는 것도 좋지만,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게 관건이에요. 어떻게 하면 덜 받는지, 내가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지에 대해서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어요. 직장생활이 육체적으로 힘든 건지, 일에 만족감을 못 느끼는 것인지, 인간관계의 문제인지, 내가 받는 보상과 기대가 다른 건지. 이런 것들을 분석해봐야 해요. 일을 바꾸든지, 내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계속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그 문제를 풀었다고 하더라고 인생은 언제나 예기치 않은 일들이 끊임없이 찾아와요. 평탄한 대리석 바닥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풀긴 풀어야 할 텐데요(웃음). 선생님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한 거 없어요. 그때 그때 내키는 걸 하는 편이에요. 저는 가만히 방에 앉아서 혼자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스트레스가 풀려요. 영화도 보고 술도 한 잔 하고, 인터넷도 하고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요. 나만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일 몇 가지를 하는 게 도움이 되고, 아이들하고 재밌게 노는 것도 좋고, 친구들이랑 만나서 수고 떨고 그런 것도 도움이 돼요.
어떤 분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다른 업계 사람들을 만난다고 하더라고요.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고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문제를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으로 볼 수 있다고요. 어느 정도 공감이 갔어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저는 제 분야 사람들을 만나는 게 익숙하고 좋은 것 같아요. 익숙하지 않은 걸 할 때는 적응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있잖아요. 익숙한 환경에 놓여있을 때, 최종적인 스트레스가 적다고 생각해요. 나를 가장 익숙하게 편안하게 만드는 공간이 좋아요.
부부싸움을 잘 안 하실 것 같긴 한데요. 그래도 싸울 때는 있으시죠?
이런 질문에 대답 잘 안 해요. 재수 없어 보일까 봐요(웃음). 그런데 한 번도 안 싸웠어요. 제 특성도 있겠지만 상대의 특성도 강해서(웃음). 아내가 성격이 좋아요. 옛날에 저도 연애할 때는 싸운 적이 많았는데, 결혼을 해서는 싸운 기억이 없네요.
작가 분들은 종종 쓰지 않는 말, 싫어하는 단어가 있던데요. 상담을 하면서 쓰지 않으려고 하는 말이 있나요?
그런 건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다만 끊는 대화를 싫어해요. 말은 흘러야 하거든요. 간혹 상대의 말을 자르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건 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아까도 말했지만, 말의 주인은 상대방이라고 생각해야 해요. 말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요.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까 상대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관계 속에서 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게 중요해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질문을 하는 입장인데도 가끔 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종종 있거든요. 그런데 대부분 본인과 관련되지 않은 이야기는 잘 안 들어주세요(웃음). 자기가 해야 할 말만 계속 생각하고 있는 거죠. 거꾸로 인터뷰어도 상대가 말하면 듣기만 해야 하는데, 계속 다음 질문을 뭐할지를 고민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저자님은 참 잘 들어주시네요.
듣는 게 직업이니까요(웃음). 또 말의 주인은 상대니까요.
DJ가 꿈이라고 들었어요. 이번 책에 저자 녹음 CD도 들어있더라고요. 음성이 정말 DJ를 하기 안성맞춤인데, 이번에 라디오는 그만두셨잖아요.
DJ는 작가가 써준 원고를 읽으면 되는데, <마음 연구소>는 직접 칼럼을 써야 하니 힘이 들었어요. 주어진 시간이 딱 3분 10초였거든요. 1초도 어긋나면 안 되고, 내용도 기승전결에 맞게 딱딱 써야 하니까 정말 어렵더라고요. DJ는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라디오키즈이기도 했고, 라디오를 통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여성시대>에서 육아 상담을 하는데, 현장에서 즉석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게 제일 재밌는 것 같아요.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내 자신을 아는 게 참 중요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하는 것. 『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 에도 나와있지만, 내 마음을 알고 돌볼 줄 알아야 다른 사람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내 인생에서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해요. 잡스러운 것으로 채우지 말고, 중요한 것을 중심으로 채워야지, 안 그러면 ‘인생이 왜 이렇게 허무하게 갔나’ 생각하게 돼요. 내가 남을 소중하게 여기면 남을 위한 행동을 취하잖아요. 내 자신도 마찬가지에요. 내 영혼이 즐거워할만한, 나를 위해 나한테 좋은 일을 자꾸 해주려고 해요. 조지 베일런트 『행복의 비밀』 에도 나와 있듯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랑을 하는 것, 그리고 상대의 사랑을 밀어내지 않는 거예요. 두 가지가 정말 중요해요. 상대의 사랑을 밀어내지 않고 받아들여야 해요. 어떻게 그 사랑을 쌓아 나갈까를 고민해야 하는데, 자꾸만 의심하고 경계하면 행복할 수 없어요. 물론 상대는 안 하고 나만 하고 있으면, 헤어져야 해요. 그런 사람은 오래 만나기 어려워요. 사랑한다고 생각만 하면 뭐해요. 표현하고 정성을 쏟아야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과 정성을 들이는 것은 달라요. 강아지도 소중하면 정성을 다해 키우잖아요. 그래야 의미 있게 다가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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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서천석 저 | 김영사
한 편을 읽는 데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110개의 인생 조언이 담긴 《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은 우리 각자가 고단한 인생을 살아오며 알게 모르게 생긴 많은 마음속 상처들에 새 살이 돋을 수 있도록 해주는 연고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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